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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책임과 다자주의 원칙 강조
中, 무역보복·주권침해하며 자국의 편협한 이익 추구
우리는 자유·인권 기반해 일관성 있는 정책 유지해야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12년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넓은 태평양은 중·미 두 대국을 품을 만한 충분한 공간이 있다”면서 ‘신형 대국 관계’의 개막을 선언했다. 그런데 약 10년 후인 지난 3월 미국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는 두 나라의 주도권 경쟁이 가치와 체제 경쟁으로 확산되는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국이 세계 질서와 안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 홍콩, 위구르-신장 지역에서 벌어지는 인권 탄압, 다른 국가에 대한 경제적 강압, 사이버 공격 등을 사례로 들었다. 이에 대해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은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선동하고 있다”면서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관계의 기본 원칙”을 세계 각국이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태평양이 넓어서 미국과 중국이 공존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미·중 공존은 태평양이 넓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의 지구는 작아지고 있고, 코로나 문제, 기후변화, 핵 확산과 같이 국가 간 협력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늘어나고 있기에 힘 있는 나라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지난 수년간 미국과 중국은 다자주의보다는 일방주의에 몰입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자유무역협정 개정을 압박했고, 군사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의 급격한 증가를 요구했으며, 파리 기후변화 협정 등과 같이 미국이 서명한 국제조약을 탈퇴했다. 자국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문제를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WTO 패널이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 근거가 분명치 않다고 지적하고 시정 조치를 권고했는데 미국은 이를 무시했다. 다행스럽게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일방주의에서 벗어나 자국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주의를 추구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이에 비교해서 중국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중국의 일방주의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우리에게 무역 보복을 하고 사드 3불을 내세우면서 우리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 모리슨 호주 총리가 작년에 COVID-19의 기원에 대한 국제 조사를 촉구했는데 중국은 이를 “정치적 계략”이라고 비난하며 “중국 소비자들이 왜 호주산 쇠고기와 와인을 먹어야 하는지를 고민할 것”이라고 경고하더니 쇠고기 수입은 절반으로 줄이고 와인에 200% 관세를 부과했다. 남중국해에서는 일방적으로 ‘구단선(九段線)’을 주장하고 암초 7곳에 군사용 활주로와 항만 등을 건설하여 유엔 해양법을 위반하고 있다. 최근 유엔 안보리에서 영국이 민간인 학살로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미얀마 군부 세력에 대해 관련 기업과 하는 거래 금지를 의미하는 “추가적 조치”를 제안하자 중국은 이를 반대했는데, 이는 유엔을 형해화하면서 인류애(humanity)를 훼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국 일방주의의 피해자다. 1992년의 수교 이후 양국은 교류를 확대해왔고, 2008년에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왔다. 중국은 우리의 제1위 교역 대상국이며,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도 중국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나 한중 관계는 협력의 경험 이상으로 어두운 역사를 남기고 있다. 중국은 6·25전쟁이 미국이 시작한 침략 전쟁이고 중국의 개입은 ‘항미원조(抗美援朝)’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매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보고서가 발표될 때마다 북한이 제재를 회피하도록 지원하는 국가로 지목되는 것이 중국이다. 2021년도 보고서는 북한이 2020년 1월에서 9월까지 최소 400차례에 걸쳐 석탄 250만톤을 수출했는데, 이 중 대부분이 중국 저장성 저우산(舟山)항을 통해 거래가 이뤄졌다고 밝히고 있다.

동맹이든 경제적 동반자든 어느 힘 있는 나라의 일방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 다행히 미국은 입장을 전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중국 차례다. 2017년 시진핑 주석은 “과거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는데, 일방주의적 역사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중국몽”이 국제사회에서 지지를 받으려면 자국의 편협한 이익(interests)보다는 국제사회의 혜택(benefits)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와 중국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일방주의는 미래 지향적 한·중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 등과 같은 말보다는 자유와 인권,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 체제와 WTO로 상징되는 자유무역 원칙에 충실한 우리의 기본 정책을 중국에 설명하고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와 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길이다.

 
* 본 글은 6월 7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최강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