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조선일보] 2010-08-20

“서로 다른 가치가 경쟁할 수 있는 사회 만들어야”

한국 독자 만나러 온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샌델
“이타주의·신뢰 같은 가치는 활용하면 할수록 더 강해져”

“한국에서 내 책이 그렇게 많이 읽히다니 깜짝 놀랐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정의(正義)’에 관한 논의와 진지한 윤리적 질문에 대한 굶주림(hunger)이 있는 것 같다.”

지난 5월 국내에 번역 출간된 후 석 달 만에 30만부 넘게 팔려나가며 정통 인문서로서는 드물게 한달 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던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김영사)의 저자 마이클 샌델(Sandel·57) 미국 하버드대 정치철학 교수가 방한했다.

19일 오전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샌델 교수는 “경제 성장이 현대정치의 우선 과제가 되면서 공동선, 바람직한 삶의 모습, 정의 등 삶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소홀히 했다”며 “사회가 풍요로워질수록 사람들이 공허함을 느끼고, 윤리적 문제에 갈증을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정의’라는 개념에 어떻게 합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서로 다른 윤리적·정신적 가치가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얼마 전 북한이 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UN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성명에서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았는데 이때의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국제관계에서는 불가피하게 ‘타협’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의가 완벽하게 구현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오후 아산정책연구원 1층 강당에서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의란 무엇인가’란 주제로 강연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샌델 교수는 ‘공정한 사회(fair society)란 무엇인가’와 ‘무엇이 좋은 사회(good society)를 가능케 하는가’라는 두 가지 화두(話頭)를 던지며 공동선(共同善)을 추구하는 정치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이타주의, 동료애, 연대성, 신뢰, 시민 간의 우정과 같은 윤리적 가치들은 일종의 ‘근육’과 같아서 사용하면 할수록 더 강해지고 커진다”면서 “정치가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에 직접 관여하고 참여해야만 더 강건하고 건전한 민주주의 사회가 구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샌델 교수는 20일 오후 7시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미리 신청을 받아 초청된 4000여명의 독자를 상대로 또 한 차례 강연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