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533 views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 한국학연구센터는 5월 18일(수), 제8회 <아산서평모임>을 개최했다. 주제도서는 김명섭 교수(연세대학교)의 《전쟁과 평화: 6∙25전쟁과 정전체제의 탄생》(서강대학교출판부, 2015)이었다. 모임은 정수복 작가의 사회, 저자인 김 교수의 발제로 진행됐으며, 박명림 교수(연세대학교), 이완범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가 지정 토론을 맡았다. 이날 모임에는 신복룡 교수(건국대학교), 이근관 교수(서울대학교), 조성훈 부장(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등 24명의 서평위원이 참석했다.
 

◈ 김명섭 교수=“6.25전쟁은 전쟁학(polemology)과 평화학(irenology)의 교차점”

김명섭 교수는 본격적인 발제에 앞서 “세계 냉전의 축소판이었던 6.25전쟁과 정전체제의 탄생 과정을 보다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반공주의는 물론 반-반공주의적 편향 역시 극복하려는 노력, 그리고 한반도를 전쟁학과 평화학의 교차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 교차 공간에는 북방한계선(NLL), 비무장지대(DMZ), 미귀환 국군포로, 실향사민(displaced civilians, 피랍자/피난민/이산가족), 유해 반환, 한국군의 정전협정 당사자성과 기속성(羈屬性), 작전통제권 환수 이후 한국군과 정전협정 간의 관계,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민주적 운용과 지속성, 국제연합군 사령부의 평화적 역할, 그리고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등 무수한 쟁점들이 직결되어 있다.

이어 김 교수는 “정전체제는 정전협정과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 그리고 같은 해 8월 8일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각각 ‘이상’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현실적 장치’로서 결합하여 정전체제를 지탱해 왔고, 그 덕분에 오늘날까지 불완전하나마 한반도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한반도 정전체제는 ‘3중봉쇄체제’”라며, 여기에는 ①공산주의의 팽창, ②미국의 지원을 받아 부활하고 있는 일본 우익전체주의, ③6.25전쟁을 통해 60만 대군으로 성장한 한국군의 북진 통일 시도를 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의도가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중국 및 한국 사회 일각에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엄연히 존재하는 정전협정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평화협정 논의는 말도 안 된다”며, “평화체제에 대한 이상이 맹신으로 왜곡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구적 평화체제를 향한 이상은 정전체제의 맹목적 폐기가 아니라 그것의 보전(conserve), 폐기(abandon), 그리고 초월(transcend)을 포괄하는 양기(揚棄, aufheben)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 교수는 “정전 상태를 보다 영구적이고 완전한 평화 상태로 대신하고자 하는 이상이 자칫 정전 대신 속전(續戰)을 불러오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정전체제의 불완전한 ‘긴 평화’를 보다 완전하고 영구적인 평화체제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 박명림 교수=”6∙25전쟁이 아니라 한국전쟁, 국내전이 아니라 세계시민전쟁으로 봐야”

박명림 교수는 전쟁의 명칭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전쟁의 발발 책임을 분명히 한다는 점에서 ‘6.25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김명섭 교수의 의견에, 그는 “전쟁을 발발 일자로 칭하는 경우는 없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시기에 공식 명칭이 된 ‘한국전쟁’을 쓰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무난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완범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전쟁을 우리가 한국전쟁이라는 타자적 용어로 부르는 것은 어색하다”며 “국내적으로는 6.25전쟁, 국제적으로는 Korean War라고 부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6.25전쟁이 내전이냐 국제전이냐는 논란에 대해 김명섭 교수는 국제전적 성격을 강조했고, 박명림 교수는 국제전과 내전이 결합된 ‘세계시민전쟁’으로 규정했으며, 이완범 교수는 ‘국제전적 성격이 강한 복합전’으로 보았다.
 

◈ 이완범 교수=”’준평화체제’로서의 한반도 정전체제”

이완범 교수는 “당장 평화협정을 논의하기보다 기존의 정전체제를 준수하면서 서로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김명섭 교수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한반도 정전체제는 ‘준평화체제’로, 평화협정 없이도 이미 평화체제와 비슷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과 북한이 UN과 어색한 적대 관계로 남아있는 현 상태를 언제까지나 지속할 수는 없기 때문에, 평화협정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박명림 교수의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교수는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UN의 적대국인 중국과 북한이 UN 회원국으로 활동하는 현재의 국제법적 모순을 해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평화협정 논의가 필요 없다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대화가 심상치 않게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따라서 이를 미국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협정안을 만들거나 한반도 비핵화를 더 강력히 요구하는 등 논의의 주체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제8회 <아산서평모임> 세부일정표, 발제자료 및 토론문(첨부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