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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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 한국학연구센터는 9월 16일(수), 제4회 <아산서평모임>을 개최했다. 박성우 교수(서울대학교)의 『영혼 돌봄의 정치: 플라톤 정치철학의 기원과 전개』(인간사랑, 2014)를 주제도서로 선정한 4회 서평모임은 정수복 작가 사회, 저자 박성우 교수 발제로 진행됐다. 김용민 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와 박충구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의 지정 토론에 이어 참석자들의 자유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아산정책연구원 2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이날 모임에는 김홍우(서울대학교), 김동하(서강대학교), 전경옥(숙명여자대학교) 교수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 박성우 교수=’영혼 돌봄의 정치, 삶의 방식 변화를 통한 근본적 정치개혁’

– 플라톤의 영혼 돌봄 정치철학 통해 자유주의의 한계 극복할 수 있어

박성우 교수는 “자유주의 체제가 개인의 영혼(psyche) 및 좋은 삶(good life)과 관련된 문제를 사적 영역으로 내몰고, 정치적 장(場)과 같은 공적 영역에서 좋은 삶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금기시한 결과, 현대사회에 획일적인 물질주의가 팽배해졌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처방으로 박 교수는 “좋은 삶에 대한 논의를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고, 영혼 돌봄의 정치를 재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플라톤 정치철학에서의 ‘영혼 돌봄’이란 공동체 안에서 좋은 삶을 살기 위한 내적 추구 과정과 삶의 방식(way of life)의 유지를 의미한다. 박 교수는 “따라서 영혼 돌봄의 정치란, 소극적으로는 영혼 돌봄(좋은 삶의 추구)이 정치의 장에서 이루어지고 정치의 목적 중 하나로 포함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나아가 보다 적극적인 의미에서는 영혼 돌봄이 정치의 목적 중 가장 본질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를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영혼 돌봄의 정치는 가시적인 정치제도의 개혁이 아니라, 삶의 방식의 변화를 통한 정치개혁’이라는 박 교수의 주장에 김홍우 교수는 “너무 이론적이고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지나친 낙관주의로 보일 수도 있지만, 교육을 통한 점진적 정치개혁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이를 통해 정치의 본질이 자연스럽게 좋은 삶과 그를 위한 지속적인 삶의 방식 개선, 나아가 영혼의 돌봄에 수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 김용민 교수=’영혼 돌봄의 정치는 곧 교육이다’

– 시민이 교육을 통해 철학자적 자질 갖춰야 영혼 돌봄의 정치 성립 가능

김용민 교수는 박 교수가 소크라테스의 삶에서 영혼 돌봄의 정치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크라테스는 정치가로서 아테네 정치무대에서 활동한 적은 없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의 행위가 갖는 정치적 성격은 비정치적 영역인 시장에서 ‘논박적 대화법(elenchos)’으로  일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에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대화를 통해 사람들을 좋은 영혼을 갖춘 인간으로 이끌고자 하는 소크라테스의 말과 행동은 정치의 색다른 모습, 즉 영혼 돌봄의 정치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소크라테스가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대화 상대자들의 영혼을 돌보는 시간이자 정치 참여의 시간이며, 교육을 펼치는 시간”이다. 소크라테스는 권력의 행사와 관계되는 직접적 의미에서의 정치가 아니라, 영혼을 형성하는 교육과 관계되는 간접적 의미에서의 정치에 일상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영혼 돌봄의 정치를 자신의 입장에서 바꿔 말하면 즉 ‘교육’이라며, “영혼 돌봄이라는 측면에서 정치와 교육이 일치될 경우, 정치와 교육은 철학의 한 부분집합이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공화국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모든 시민들이 군주의 자질이라고 할 수 있는 비르투(virtu)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 마키아벨리를 인용하여, “영혼 돌봄의 정치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시민이 교육을 통해 철학자적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치를 정의하는데 있어 영혼 돌봄이라는 요소를 부각시켜 강조하고, 이와 같이 정의된 영혼 돌봄의 정치에 입각해서 플라톤 정치철학의 기원과 발전을 찾아보려는 박 교수의 시도와 해석은 상당히 설득적이며 독창적”이라고 평가했다.

 

◈ 박충구 교수=’영혼 구원의 정치와 그 모호함에 대하여’

– 대화를 통한 덕의 형성, 영혼 교육은 납득 어렵고 현실성 낮아

반면 박충구 교수는 “영혼 돌봄의 정치라는 개념은 모호하다”며 박성우 교수의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식의 교육적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는 ‘대화’를 통해 개인의 영혼 구원이나 덕(arete)의 형성이 가능하리라 믿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덕이란 출중한 실천능력을 의미하는데, 대화를 통해 자각한 인식이 곧바로 실천능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충구 교수는 “이는 오늘날 엘리트의 타락을 보면 더욱 절감할 수 있다. 인식 능력이 탁월한 학자들의 세계는 언제나 정의롭지는 못하며 심지어 더 큰 악을 생산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충구 교수는 각 개인의 자연적 성향에 따라 철학자와 수호자, 그리고 생산자를 구별하고 국가를 위한 공화적 기여를 강조한 플라톤 정치철학을 비판하며, “인간의 질적 차이를 나누는 이러한 차별적 구별은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철학자들의 이성을 가장 탁월한 이상으로 전제한 플라톤에 대해 “플라톤이 철학자의 우월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보편적 인간성에 대한 이해를 결여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박성우 교수가 제시한 영혼 돌봄의 정치가 과연 오늘날의 복잡한 삶의 문제(민주주의의 공고화, 사회의 양극화, 경제적 불평등)를 타개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제4회 <아산서평모임> 세부일정표, 발제자료 및 토론문 (첨부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