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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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은 9월 27일(수), 제16회 <아산서평모임>을 개최했다. 주제도서는 김시덕 교수(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의 『전쟁의 문헌학: 15-20세기 동중국해 연안 지역의 국제 전쟁과 문헌의 형성 유통 과정 연구』(열린책들, 2017)이었다. 모임은 정수복 작가의 사회, 저자인 김시덕 연구위원의 발제로 진행됐으며, 김종학 연구위원(동북아역사재단 한일관계연구소), 함영대 연구위원(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이 지정 토론을 맡았다. 이날 모임에는 신복룡 교수(건국대), 윤상수 연구위원(퇴계학연구원), 안효성 박사(한국외대) 등 20여명의 서평위원이 참석했다.

 

김시덕 교수= “조선 후기 유통된 역사·전쟁과 관련된 문헌의 생산과 유통구조 밝히는 작업”

김시덕 교수는 “박사논문을 집필하고 『이국정벌전기의 세계』의 출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과제를 확인했다”며, 본 저서의 집필 과정을 설명했다. 첫 번째 과제는 “18세기 초 일본에서 일본-명-조선 삼국의 임진왜란 문헌이 집결돼 하나의 담론으로 정리될 때 조선측의 입장을 전달한 문헌인 류성룡의 『징비록』을 교감하는 것”, 두 번째는 “조선 후기에 유통된 일본 문헌, 특히 역사·전쟁과 관련된 문헌의 전모를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이국정벌전기의 세계』에서는 임진왜란 및 1609년 일본의 유구 왕국 정복, 그리고 이른바 ‘진구코고의 삼한정벌’ 전승에 대해서는 필자 나름대로 납득할 만큼 검토했지만, 이 책의 가장 마지막 장인 제4장 「요시쓰네 에조 도해설과 임진왜란 문헌군」에서 시도한 전근대 러시아와 일본의 전쟁에 관한 문헌에 대한 검토 및 그 결과를 임진왜란 문헌의 연구 결과와 비교 검토하는 작업은 불철저했다”는 문제의식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위의 세 가지 과제 중 두 번째 과제를 해결하고자 집필한 것이 『전쟁의 문헌학: 15-20세기 동중국해 연안 지역의 국제 전쟁과 문헌의 형성 유통 과정 연구』(열린책들, 2017)라고 밝혔다.

김시덕 교수는 “『전쟁의 문헌학』 351쪽에 수록된 ‘조선 시대 후기에 한반도에 축적된 에도 시대 일본의 병학’ 문헌 리스트는 필자가 이 책을 통해 밝히고자 했던 바를 정리한 것으로 이 책의 도달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일본의 병학을 이해하고자 한 이덕무 등의 노력은 제한적인 성과를 낳는데 그쳤는데, 이는 文을 키움으로서 武를 키운다는 전근대 일본의 관념이 조선시대 후기의 지식인 계급에 이해되기 어려운 성격의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오해가 발생한 배경으로, 대청제국과 도쿠가와 일본이 ‘北虜南倭’라고 비유할 수 있는 국제전쟁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면서 병학을 중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과는 달리, 병자호란 이후 대청제국에 의해 강제된 무장해제와 대청제국에 의해 도래한 장기간의 안정에 의해 동시기 조선왕조는 (조선전기, 또는 동시기 주변 국가들과는 달리) 국제전쟁에 대한 감각을 지니고 있지 못했다는 것을 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종학 교수= “외교사학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전쟁의 문헌학’”

지정 토론을 맡은 김종학 교수는 이 책은 “조선 후기에 유통된 일본 문헌, 특히 역사 및 전쟁과 관련된 문헌의 전모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책은 비단 임진왜란 이후 조일 양국 간의 문헌교류의 양상을 치밀하게 재구성할 뿐만 아니라, 그 문헌들의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과 자국의 전쟁기억을 구성하기 위해 그것들을 전유(appropriation)하는 양상까지도 연구시야에 넣은 보기 드문 노작으로서 조선과 일본의 근세 사상사, 문화사 연구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김종학 교수는 19세기 외교사 전공자로서 다음과 같은 궁금증이 생겨났다며 토론을 이어갔다. 그는 먼저 “일본의 특정 문헌이 조선에 수입되었다거나 그 이름이 알려진 사실이 확인된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조선 지식인들은 과연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그것을 읽었으며, 또 어떻게 이해했는가라는 데 있다고 생각된다”며, “18세기 이후 일부 실학자들에 의해 일본의 군사(軍事)나 전사(戰史)가 소개되긴 하지만, 그것이 조선 지성계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 사건이었는지에 관해선 여전히 설명에 미진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8세기 이후 조선에 소개된 일본 병학이 지성계나 군사방위 체제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 것이 있는지, 또한 조선에 수입된 일본문헌의 목록과 일본에 수입된 조선 문헌의 목록을 비교해볼 때 어떤 특징이 간취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1811년 마지막 통신사가 귀국한 뒤로 조일 간의 공식적 왕래는 단절되는데, 통신사 외에 별도로 일본 문헌의 수입 루트가 존재했는지”가 궁금하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함영대 교수= “‘전쟁의 문헌학’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연구자의 시각”

함영대 교수는 김시덕 교수의 학문적 행보와 저작에 대해, “일본인 연구자가 보지 못하는 일본의 본질적인 부분을 연구했다”고 평가했다. 함 교수는 저자의 시각과 관련하여, “동중국해 연안의 각 지역에서 상대국의 문헌과 상대에 대한 정보가 수집되고 형성된 주요한 원동력은 과거 이 지역에서 발생했던 전쟁과 앞으로 일어날 전쟁에 대한 경계와 준비, 즉 무비(武備)가 그 근원에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성찰은 현재 어느 때보다 전쟁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상황에서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임진왜란’과 같은 국제 전쟁이 동중국해 연안지역의 문헌형성과 유통에 중요한 원동력이었다”며, 이는 조선과 일본, 명 사이에 “군사적 충돌뿐 아니라 적지 않는 문화적 교섭과 교류가 실질적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함 교수는 이러한 시각을 견지할 경우, 그 비중에 대한 검토가 좀 더 면밀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오히려 “두 책은 일본이 조선이라는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 또는 자신들이 수행한 전쟁에 대한 다른 시각을 확보하기 위해 활용한 것으로 전쟁 자체가 문헌형성과 유통의 핵심 원인이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함영대 교수는 “『전쟁의 문헌학』을 읽는 또 다른 관점 포인트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연구자의 시각”이라고 말하며, “저자 김시덕 선생은 전쟁과 문헌이라는 키워드로 이제까지 한국학계가 가지 않았던 연구분야를 개척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와 함께 “장차 유구와 네덜란드, 미국과 영국, 러시아까지 그 연구시야를 넓히려고 한다”며, “무척 기대되는 학문적 기획이자, 고단한 여정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기대하고 응원하겠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자유토론

발제 및 지정토론 후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김시덕 교수는 삽화 몇 가지를 소개하며 자유토론 시간을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김기봉 교수는 김시덕 교수가 가진 연구시각과 관련하여 “그동안 한국의 역사학이 보지 못하는 상징적 연관관계를 일어냈다”며, 김시덕 교수의 작업은 “임진왜란이 갖는 세계 문명사적 위치에 대해 한국사학자들이 보지 못한 부분을 짚어냈다”고 평가했다.

또한 “왜 전쟁인가”라는 김시덕 교수의 문제의식의 출발점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김시덕 교수는 “전쟁 과정에서 왜 이렇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참다 못해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는지 궁금했다”며, “다른 나라를 정복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통해 이를 정당화하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문헌학의 본질과 관련한 질문과 관련하여 김시덕 교수는, “일본에서는 문학을 전공할 경우 대학원에서는 서지학을 공부한다”며, “기초학문으로서의 서지학에 더해 전쟁군사학을 연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수복 작가는 “프랑스에서는 출판의 역사에 관해 굉장히 많은 연구를 한다”며, “출판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사상사, 사회운동사, 정치사가 다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 제16회 <아산서평모임> 세부일정표, 발제문 및 토론문(첨부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