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1,680 views

1. 전문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 한국은 ‘세월호 침몰’이라는 또 하나의 대형 인재(人災)를 겪었다. 2014년 7월 18일을 기준으로 294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0명의 시신은 아직도 못 찾았다. 세월호 사고는 재난 대응체제를 포함하여 한국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며, 비리의 종합상점으로 여겨진 1970년 남영호 침몰사건 이후 최악의 해난 사고다. 이번 이슈 브리프는 한국과 다른 나라, 특히 선진국의 인재를 비교·분석하였으며 이를 통해 수치적으로 개선해야 할 정도를 살펴봤다.

그림 1. 세월호 침몰 당시

fg_0001

출처: 해양경찰청

 

2. 개발도상국보다 못하고 선진국의 바닥인 한국의 인재 수준

2014년 안전행정부 업무보고 때 2013년은 사망자가 10명이 넘는 사고가 50년 만에 한 건도 없었던 첫해로 기록됐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로 이 기록은 무색해졌다. 이 한 건으로 2013~2017년까지 5년 단위로 측정 시 인구 백만 명당 사망자 수가 벌써 5.74명이 됐다. 2008~2012년까지 5년간 영국·일본·독일의 인구 백만 명당 사망자 수는 각각 0.26명, 0.74명, 0.92명이었다. 같은 기간 한국은 2.83명이다.

게다가 그 이전 한국의 기록도 형편없다. 한국의 1993~1997년 인구 백만 명당 인재 사망자는 27.3명으로 선진국의 5.2배였고 개발도상국보다 3.3배 높았다. 이 기간 선진국에서 발생한 총 인재 사망자의 20.8%가 한국에서 나왔다. 게다가 사고 건수도 개발도상국의 3.2배, 선진국의 2.8배나 된다. 부패인식지수는 개선되고 있지만 우리보다 부패 정도가 훨씬 심한 다른 중견 국가보다 인재의 비율은 훨씬 높다. 한국을 인재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다. 이런 사실은 본 연구팀이 1993~2012년의 재해 중 자연재해(natural disasters)가 아닌 인재(technology disasters)를 대상으로 CRED1로부터 받은 데이터 세트와 연구팀이 독자 분류한 10건의 사고를 포함, 총 5,308건의 인재를 5년 단위로 묶어 분석한 결과 나타났다.

 

3. 한국과 다른 나라와의 대형 인재사고 관련 통계 비교

1993~2012년 20년간 유일하게 인재사고가 한 건도 없던 선진국은 아이슬란드다. 한국은 2013년에만 인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림 2>는 한국과 선진국, 개발도상국의 인재사고를 비교 분석한 것이다.

 

그림 2. 한국, 선진국, 개발도상국간의 인재사고 관련 지표

fg_0002
 

<그림 2>에서 보여 주듯 2008~2012년 한국의 인재는 1993~1997년 기간보다 크게 개선되었다. 그러나 1993~2007년까지 15년 통계는 한국의 인재 유형이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 훨씬 더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

1993~1997년 한국의 인재에는 수백 명 사망자가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와 서해 페리호 침몰이 포함돼 있다. 이 기간에 한국의 인구 백만 명당 사망자는 27.3명으로 선진국의 5.2배가 됐고 개발도상국에 비해서도 3.3배 높았다.

선진국에서 이 기간에 발생한 총 사망자 5,885명 중 20.8%가 한국에서 나왔다. 나라별 평균 사고 건수를 보면 개발도상국이 5.3건으로 선진국의 6건보다 낮았는데 한국은 이 기간의 사고 발생 건수가 무려 17건이나 된다. 이는 선진국, 개발도상국보다도 형편없다. 유달리 인명피해가 많았던 대형 사고뿐 아니라 사고 자체가 많았던 기간이었다.

이후 2012년까지 한국의 사고 건수는 개발도상국 평균과 비슷하지만, 나머지 사고 관련 지표들은 선진국 수준에 더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유념할 점은 EM-DAT 데이터 세트에 포함되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교통사고와 같은 소규모 사고들이 한국에는 무척 많다는 점이다. OECD 리포트2에 따르면 한국에서 2012년 한해 교통사고로 사망자는 5,392명이며 이는 20년간 인재 사망자의 2배가 훨씬 넘는다. <표 1>은 인재의 유형을 보여주는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비율 차이는 크지 않다. 한국은 화재와 해양사고가 많은 반면 선진국은 도로·해양사고 그리고 개발도상국은 도로·폭발사고가 많다.

 

표 1. 한국, 선진국, 개발도상국 간의 인재사고 유형

fg_0003

 

4. 한국과 G7 국가들

 

그림 3. 한국과 G7 국가들 간의 개인소득 대비 인재사고 사망률

fg_0004

 

그림 4. 한국과 G7 국가들 간의 인재사고 관련지표

fg_0005
 

그림 5. 한국과 G7 국가들 간의 부패지수 대비 인재사고 사망률

fg_0006

 

<그림 3>은 한국과 G7 국가의 1인당 GDP와 인구 백만 명당 사망자 수의 관계를 보여준다. 1998~2002년 캐나다, 2008~2012년 이탈리아 등 두 경우를 제외하면 한국의 사망자 수는 어느 G7 국가보다도 높았다. <그림 3>의 최근 2008~2012년 분산형 차트를 보면 프랑스는 인재가 한 건도 없었으며 이어 영국은 0.26명으로 나타났다. 이런 지수는 한국이 아주 개선됐던 때인 2.83명의 9.2%에 해당한다. 이를 거꾸로 보면 한국엔 이들 나라보다 10.8배 인재로 인한 사망자가 더 발생한다는 의미다. G7 국가 중 이탈리아는 지속적으로 인구 백만 명당 사망자 수가 높고 독일·영국·일본은 낮은 편이다. 한국이 1.0명 미만의 지수를 달성하고 이를 유지할 수 있다면 선진국 기준을 만족시킨다는 의미다.

그런 와중에 세월호 사건이 발생해 한국은 다시 개발도상국 수준으로 추락했다. 2008~2012년 전 기간의 인재 사망자 수는 140명이었는데, 세월호 참사 한 건으로 294명 희생자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인구3를 감안하면 세월호 참사만으로 인구 백만 명당 사망자 수는 5.74명이며 이는 한국을 1998~2002년 수준으로 다시 곤두박질시켰다. 다음 분석기간엔 2013~2017년 인재가 포함되기 때문에 사망자 지표가 더 커질 확률이 높아진다.

<그림 4>는 한국과 G7 국가 관련, 각종 인재 관련 지표들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1993~1997년, 2003~2007년 총 사망자 수는 각각 1,229명과 530명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중 인구수가 더 많은 미국의 사망자 981명, 461명보다 높다.

또한 한국은 사고 대비 사망자 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G7 국가 중에는 이탈리아가 지속적으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영국·일본은 인구 백만 명당 사망자 수가 20년 동안 꾸준히 개선됐다.

<그림 5>는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4와 인구 백만 명당 사망자 수의 관계를 보여준다. 부패인식지수가 높을수록 청렴한 국가들이며 인재사고지수는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현재 이탈리아만이 유일하게 한국보다 부패인식지수가 낮다.

 

5. 한국과 G20 중견 국가의 비교

 

그림 6. 한국과 몇몇 G20 국가들 간의 개인소득 대비 인재사고 사망률

fg_0007

 

그림 7. 한국과 몇몇 G20 국가들 간의 인재사고 관련 지표

fg_0008

 

 

그림 8. 한국과 몇몇 G20 국가들 간의 부패지수 대비 인재사고 사망률

fg_0009

 

<그림 6>과 <그림 7>은 G7 선진국 이외에 G20 국가 중 몇몇 중견국들5의 인재사고 관련 지표들이다. 전반적으로 G7 국가들과 비교할 때 G20 국가들의 지표가 높다. 지표가 개선되는 정도도 더디며 한국을 포함한 8개국 중 인구 백만 명 대비 사망자 수가 20년 동안 꾸준히 개선된 국가는 G7 선진국과 달리 한 곳도 없다. 한국의 1993~1997년 인구 백만 명 대비 사망자 수와 2008~2012년을 제외한 사고 대비 사망자 수는 중견국과 비교해도 높다. 반면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터키는 인구 백만 명당 사고 건수가, 그리고 인도네시아는 사고 발생 시 평균 사망자 수가 비교적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브라질·중국·멕시코의 지속적인 사고지표는 한국보다 낫다. 이들 국가의 1인당 GDP를 비교해도 한국의 수준이 나타난다. 2008~2012년 한국과 브라질의 인구 백만 명당 사망자 수는 2.83명과 2.99명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브라질의 1인당 GDP는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1인당 GDP가 높다고 인재가 반드시 줄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그림 8>은 부패인식지수와 인구 백만 명당 사망자 수의 관계를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중견국가들이 선진국과 비교할 때 부패인식지수가 낮고 동시에 인재지수도 높은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부패인식지수는 브라질·중국·멕시코보다 높아 훨씬 청렴한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인재지수는 더 나쁘다.

한국에서 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대형 인재 중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사고와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는 사회간접자본 시설인 지하철 현장에서, 그리고 서해 페리호와 세월호 침몰은 안전해야 할 교통수단에서 발생한 사고이다. 이러한 대형 사고의 원인은 다양할 것이나,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기초(fundamentals)에 대한 소홀함이 주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즉 안전과 관련된 국가기초와 인프라를 단단히 하기보다는 성장에 급급했기 때문에 안전이 후순위에 놓여왔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국가와 국민안전에 관한 대책이 강구 중이다. 이러한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공공서비스에 대한 안전관리가 절실하게 요구되며, 시간에 밀려서 서두르기보다는 전반적인 안전문제를 면밀히 그리고 포괄적으로 점검·파악하고 기초를 튼튼히 함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6. 결론

우리나라는 6・25 전쟁 이후 60여 년 동안 국가 재건을 위해 앞만 내다보며 달려 왔고,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이 시너지 효과를 내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위의 20년간 지표가 보여 주듯, 우리나라는 단기간의 압축성장을 하면서 인재예방에는 충실치 못했다. 1993~2007년 사이 한국의 지표는 개발도상국의 수준보다 훨씬 못했으나 2008~2012년 개선됐고, 2014년 안전행정부 업무보고 때만 해도 2013년은 ‘10명이 넘는 사망사고가 50년 만에 없었던 첫해’로 기록됐다. 그러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이런 흐름은 끊겼다. 이제 다음 지표는 2013~2017년에 해당하는데 남은 3년 반 동안 EM-DAT 데이터 세트에 단 한 명의 사망자가 추가되지 않아도 세월호 참사 한 건만으로 인구 백만 명당 사망자 수가 5.74명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는 2008~2012년 이탈리아를 제외한 G7 선진국의 지표 수준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 앞서 말했듯, 같은 기간 영국·일본·독일의 인구 백만 명당 사망자 수는 각각 0.26명, 0.74명, 0.92명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은 앞으로 ‘1.0명 미만’ 달성을 목표로 관리해야 한다. 이는 2013년과 같이 매년 인재 사망자가 10여 명 이하여야 가능한 목표다. 인재 예방은 100m 경주가 아닌 마라톤 경주다. 이제는 경제성장과 같은 측정 가능한 하드웨어 지표보다 인명피해 방지 같은 무형의 소프트웨어 측면에 더 많은 노력과 투자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 관문은 G7 수준의 선진국 진입을 위한 필수 통과 과정이기 때문이다.

 

* 차트 작성을 도와준 김찬규 인턴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 데이터 분류 기준 = 재난사고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세계적 기관은 대략 3곳이다. Munich Reinsurance Company(Munich)의 ‘NatCat 데이터 세트’, Swiss Reinsurance Company(Swiss)의 ‘Sigma 데이터 세트’와 CRED, Université de Louvain, Brussels(Belgium)의 ‘EM-DAT 데이터 세트’다. (이들 데이터 세트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Guha-Sapir와 Below가 쓴 논문6에 잘 정리되어있다.) 본 리포트에선 공공정책연구에 활용 가능한 EM-DAT 데이터 세트7와 연구팀이 추가로 포함한 10건의 사고를 근거로 사망자 수와 발생 건수를 비교·분석했다. EM-DAT 데이터 세트에 재난사고가 포함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8

* 사망자가 10명 이상인 경우 (10 or more people killed)

* 100명 이상 다쳤거나 직접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 (100 or more people affected)

*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우 (Declaration of a state of emergency)

* 해외 지원이 요청된 경우 (Call for international assistance)

분석에 필요한 국가별 1인당 GDP9와 인구수는 세계은행이 제공하는 자료를 사용하였으나 2013년 데이터 중에는 ‘결측값’이 있어 해당 연도와 데이터 클리닝에서 발생한 7개국10 데이터 또한 분석에서 제외했다. 최종적으로 175개국에서 20년에 해당하는 1993~2012년 동안 발생한 5,308건의 인재를 5년 단위로 비교·분석하였으며 결과물은 차트를 토대로 작성했다. 한국의 비교 기준인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우 현재 OECD에 가입된 34개국11은 선진국으로, 나머지 142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했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 1

    The Centre for Research on the Epidemiology of Disasters, Université de Louvain, Belgium.

  • 2

    International Transport Forum, Road Safety Annual Report 2014, OECD.

  • 3

    안전행정부, 한국의 총인구 (2014년 6월) http://rcps.egov.go.kr:8081/jsp/stat/ppl_stat_jf.jsp.

  • 4

    http://www.transparency.org/research/cpi/overview.

  • 5

    브라질, 중국, 인도네시아, 멕시코,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 6

    Guha-Sapir D and Below R. A Comparative Analyses of Three Global Data Sets. WHO Centre for Research on the Epidemiology of Disasters, University of Louvain School of Medicine, Brussels, Belgium.

  • 7

    EM-DAT: The OFDA/CRED International Disaster Database – www.emdat.be – Université Catholique de Louvain – Brussels – Belgium.

  • 8

    http://www.emdat.be/frequently-asked-questions.

  • 9

    현 US 달러 기준.

  • 10

    아조레스 제도, 카나리아 제도, 과들루프, 마요트섬/마요트, 팔레스타인(서안지구), 타이완(중국), 네덜란드령 앤틸리스제도.

  • 11

    현 OECD 국가: 호주, 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칠레, 체코,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한국, 룩셈부르크, 멕시코,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터키, 영국, 미국.

About Experts

김종우
김종우

계량분석센터

김종우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계량분석센터 선임연구위원이다. 런던대학교에서 이학학사와 임패리얼 컬리지에서 상대성이론 연구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캠브리지대학교 컴퓨터학과에서 Diploma 학위도 취득하였다. 유럽 랜드연구소의 Choice Modelling과 Valuation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였으며 삼성 메모리 반도체 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였다. 또한 영국의 PCMS-Datafit에서 Java 소프트웨어 개발업무를 담당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이산선택모델, 그리고 교통, 보건, 통신 및 유틸리티 분야의 Stated Preference 모델 개발, 공공 서비스가치 책정, WTP (Willingness-To-Pay) 등이다. 주요 연구물로는 "Security at What Cost? Quantifying Individuals’ Trade-offs between Privacy, Liberty and Security,” RAND Report (2010)와 “Modelling Demand for Long-Distance Travellers in Great Britain: Stated preference surveys to support the modelling of demand for high speed rail”, RAND Report (2011)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