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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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1일 제22차 유엔인권이사회(UN Human Rights Council, UNHRC)에서는 47개 이사국들이 표결 없이 합의로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이번 결의문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중대하고 조직적이며 광범위한(grave, systematic and widespread)’ 인권침해에 대해 유엔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면밀하게 조사 및 기록하기 위한 조사위원회(Commission of Inquiry, CoI)를 신설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 결의에 따라, 마르주키 다루스만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을 포함한 3인의 조사 위원들은 북한내 인권침해 상황을 조사하고, 특히 인도에 반하는 죄(crime against humanity)에 해당하는 사항이 있는지 등을 검토한 보고서를 인권이사회에 1년 후에 제출해야 한다본 보고서에서는 앞으로 활동하게 될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을 이번 결의문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향후 위원회의 활동을 전망함으로써 우리 정부의 정책적 고려 사항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설립되기까지

북한인권 문제는 이미 국제적인 현안이 되었다. 유엔 차원의 북한인권 관련 논의는 인권이사회 및 총회가 각기 채택하는 북한인권 결의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이번에 북한인권 결의안을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표결 없는 합의, 즉 컨센서스 방식으로 채택하였고, 유엔총회도 작년 11월에 북한인권 결의를 처음으로 표결 없이 채택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1 민간인권단체들의 보고서와 탈북자들의 증언 등도 결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경시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특히,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2005년 이래 매년 제출하고 있는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2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보고서는 북한 주민의 식량권 확보 및 분배 개선 등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와 더불어, 공개 처형 및 연좌제 폐지와 정치범 수용소 문제 등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중대한 침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3 또한 북한이 비준한 국제인권 협약들의 준수 및 보편적 정례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UPR)의 이행, 6자 회담 재개 및 인도적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을 북한정부에 촉구하는 한편,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특별보고관 보고서는 북한인권침해 실태만을 대략적으로 파악하는 수준에 그쳤기에, 북한인권 문제를 보다 구체적이고 심도 있게 조사 및 기록해야 할 필요성이 점차 부각되었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인적·물적 자원이 뒷받침되는 독립적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2006년부터 꾸준히 제기되었다.4 특히 올해 1월, 나비 필레이(N. Pillay) 유엔인권최고대표가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인도에 반하는 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유엔 차원의 독립적 조사를 수행할 북한인권범죄 조사위원회 설치를 촉구한 것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5 2월에 제출된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의 보고서 역시, 북한의 중대하고, 조직적이며, 광범위한 인권침해에 대한 국제적 차원의 조사 메커니즘 구축의 필요성을 강도 높게 권고하였다.6 같은 달 유엔인권전문가그룹은 제네바에 모여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적 차원의 조사를 요구하였고,7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AI),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HRW), 국제인권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for Human Rights, FIDH) 등 전세계 40여개 민간인권단체들이 2011년 9월에 결성한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nternatioanl Coalition to Stop Crimes against Humanity in North Korea, ICNK) 역시 북한의 반인도범죄 조사를 위해 유엔 산하에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촉구한 바 있다.8 인권이사회가 결의문 전문(前文)밝히고 있듯, 이번에 설립하기로 결정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유엔인권최고대표와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등 주요 인권 전문가들의 촉구와 함께, 민간인권 단체들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반에 걸친 논의의 결실인 것이다.

2. 기존 유엔 인권 조사위원회 구성과 역할 개관

유엔 차원의 인권조사기구는 크게 인권 조사위원회와 진상조사단(Fact Finding Missions, FFM)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유엔 인권조사기구는 독립적 기구로서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심층조사와 구체적인 보고를 통해 책임 소재를 밝히고, 피해자의 인권보호를 증진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주로 총회,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9 그리고 인권이사회의 결의로 조사위원회가 구성되나,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를 통해서 또는 평화 유지활동의 일환으로 설립되기도 하였다.10

지금까지 유엔은 르완다, 수단, 레바논, 리비아, 시리아 등 특히 내전 중 대량학살(genocide)과 인도에 반하는 죄 등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발생한 지역에 대하여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조사위원회가 구체적인 인권침해 현황과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자 처벌 등에 관한 권고사항을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해당국가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번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은, 북한의 경우에도 유엔 차원의 인권 조사위원회를 설립해야 할 만한 중대한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기존에 다르푸르, 레바논, 리비아, 그리고 시리아에서의 인권침해를 조사하기 위해 설치되었던 유엔 차원의 인권 조사위원회들의 구성 및 활동을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다르푸르 조사위원회

유엔헌장 제7장에 근거한 유엔 안보리 결의 제1564호에 따라, 유엔은 수단정부와 아랍계 이슬람 민병대인 잔자위드(Janjaweed)가 수단 서부의 다르푸르 지역에서 대량학살행위를 자행하였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2004년에 조사위원회를 설립하였다. 위원회는 특히 국제인도법 및 국제인권법 위반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책임자 처벌을 위해 가해자들의 신원을 파악할 임무를 부여받았다.11 안토니오 까세스 위원장을 중심으로 총 13명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는 2005년에 유엔사무총장에게 보고서12를 제출하였다. 이 보고서에서 조사위원회는, 수단정부와 잔자위드가 민간인 살해, 고문, 실종, 강간 및 여타 성폭력 등을 자행함으로써 국제인권법 및 국제인도법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수단 정부관료, 잔자위드의 일원, 외국 군 인사 등 용의자 51명의 명단을 작성하여 비공개로 유엔사무총장에 전달하면서 이를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CC) 검사에게 전달할 것을 권고하였다. 아울러 위원회는 자세한 관련 증거물이 담긴 별도의 문서를 유엔인권최고대표에게 제출하였다.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은 다르푸르 조사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를 ‘최근 들어 유엔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 중 하나’라고 높이 평가하였다.13

대량학살행위가 벌어졌는지 여부를 조사하도록 한 다르푸르 조사위원회가 특정 가해자들을 적시하고 이들을 처벌할 구체적인 메커니즘, 특히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할 것을 권고하였다는 점은 향후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활동 내용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차후에 북한내 인권침해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조사위원회의 활동이 북한 정권에 강력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다르푸르 조사위원회는 현지 방문 조사를 장기간 수행하는 등 현장접근성이 높았으며, 인력 지원도 더 많았기 때문에 양적으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고, 적용해야 할 법원칙 역시 세부적으로 검토하는 등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와 분석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차이점이 있을 수 있다.

레바논 조사위원회

유엔인권이사회는 2006년 7월 12일에 2차 레바논 분쟁이 발생하자 이스라엘군에 의해 자행된 국제인도법 위반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조사위원회를 설립하였다. 총 3명의 국제인권법 전문가로 구성된 이 조사위원회는 레바논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이 민간인을 조직적으로 공격 또는 살상했는지 여부 및 이스라엘에 의해 사용된 무기 등이 국제법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조사할 권한을 위임받았다. 조사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 군에 의한 무력사용이 과도하고 무차별적이며 불균형적이었다고 평가하였다.14 그러나 레바논 조사위원회는 헤즈볼라에 대한 조사권한은 없었기 때문에 이스라엘 측에 대한 일방적인 조사에 기반하여 결과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공정한 평가를 내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리비아 조사위원회

유엔 인권이사회는 2011년 2월 5일에 비상회기를 통해 리비아에 대한 조사위원회의 설립을 결의하였다. 리비아 조사위원회는 리비아 내에서 자행된 국제인권법 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가해 행위의 책임자를 규명하여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 조치를 제안할 권한을 위임받았다. 국제형사재판소 초대 재판소장이었던 필립 키르슈를 포함한 3인의 국제인권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는 2011년 5월 31일에 1차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리비아의 불안정한 정국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는 등 효과적인 조사 수행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인권이사회는 조사위원회의 임기를 연장하기로 결정하였다. 결국 두 번에 걸친 조사를 통해 조사위원회는 리비아에서 피해자 및 증인, 카다피정부,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 리비아의 시민사회 등의 인사들과 접촉하여 400여 건의 인터뷰를 수행하였고, 유엔훈련연구기구 위성응용프로그램(UN Institute for Training and Research Operational Satellite Applications Programme, UNOSAT)이 제공한 다량의 위성사진, 600개에 달하는 영상, 2,000장 이상의 사진, 5,000쪽이 넘는 관련문서 등을 검토한 후 이를 바탕으로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였다.15 조사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카다피군과 반카다피군 모두 국제인권법에 위반하는 심각한 인권침해행위를 저질렀고, 민간인에 대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불법적인 살인, 강제실종, 고문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심각한 인권침해행위를 자행한 반카다피 군을 처벌하지 못한 것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리비아 당국이 공평하게 법을 집행하여 가해자가 누구든 모든 침해상황을 조사하고 국제법에 따른 조치를 시행할 것을 권고하였다. 리비아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이 실효성을 가지도록 리비아 과도정부에 대해 유엔 및 국제사회로부터 충분한 지원이 필요함도 밝혔다. 아울러 위원회는 국제법 위반행위를 저지른 인권침해 가해자들의 명단을 유엔인권최고대표에게 전달하였다.

시리아 조사위원회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에 의해 2011년 3월 이후 시리아 지역 내에서 발생한 국제인권법 위반행위를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가 2012년 구성되었다.16 시리아 정부가 조사위원회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사위원회는 시리아 내 인권위반 행위들을 조사하는 데 있어 시작부터 큰 난항에 부딪쳤다. 결국 위원회는 주로 인근 국가들로 피신한 시리아인들을 만나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하였고, 추가적으로 시리아 내에 있는 피해자, 목격자, 취재기자 등과 전화를 통해 접촉하였다. 올해 2월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최신 보고서17는 시리아 정부군과 반정부무장대 모두 민간인 대량 살상 등의 반인도범죄와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를 저질렀음을 밝혔다.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안보리가 가해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할 것을 권고하였으며, 시리아 최고위층 인사들이 포함된 가해자 명단을 조사위원회의 임기 종료 시에 유엔인권최고대표에게 비공개로 전달할 예정이다.

소결

유엔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는 그 자체가 구속력 있는 문서는 아니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안보리가 가해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하도록 권고하는 등 결과적으로는 국제법상 사법절차의 일부를 구성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는 철저하게 규명된 사실관계에 기반하기 때문에 국제재판소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으며, 국제사회 및 관련국가들의 주의를 환기하고 실제 가해자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효과가 있다. 보편적 강제관할권을 가진 국제사법기관이 부재한 현 상황에서, 유엔 차원의 조사위원회는 국제사회가 국제인권법 위반여부 및 그 책임에 대한 권위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조사위원회는 인권 특별보고관 제도와 달리 다수의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더 많은 물적 지원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체계적인 상황 조사가 가능하고, 책임자 규명을 위한 국제법적 근거 자료를 구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 즉 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는 특별보고관의 보고서에 비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이는 국제사회의 여론 및 시민사회의 행동을 촉발할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3.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구성 및 설립 후 활동 전망

지금까지 북한은 자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유엔인권이사회 및 유엔 총회가 채택한 모든 결의를 원천적으로 부정하였고,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접견 및 방문을 포함한 모든 협력 역시 거부하여왔다.18 그러나 이번 위원회 설립을 통한 유엔의 북한인권 조사 메커니즘의 양적∙질적 변화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되면, 그동안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1인이 하던 북한인권 관련업무가 사상 처음으로 유엔의 상설기구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다루어지게 된다. 구체적인 인권침해 사례들을 체계적으로 수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한 국제법적 검토를 통해 북한정권 내 가해자를 밝힘으로써 개별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하에서는 이번에 채택된 결의문을 바탕으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역할과 앞으로의 활동 전망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결의문은 유럽연합이 주도적으로 마련한 북한인권 결의안 초안을 바탕으로 하여 작성하였고,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및 북한 내 인권침해 문제의 국제법적 검토 등을 규정하고 있다. 조사위원회는 다루스만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을 포함한 3인으로 구성되는데, 나머지 2인은 유엔인권이사회 의장이 임명한다. 임기는 1년이며, 오는 9월에 열리는 제24차 유엔인권이사회 및 제68차 유엔총회에서는 구두로 보고하고, 내년 제25차 인권이사회 회기에는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조사위원회는, 다루스만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구분한 북한내 인권침해 유형, 즉 ①식량권, ②정치범 수용소, ③고문과 비인간적 대우, ④임의구금, ⑤차별, ⑥표현의 자유, ⑦생명권, ⑧이동의 자유, ⑨외국인 납치를 포함한 강제실종 등의 9가지 유형을 바탕으로 하여 북한의 중대하고 조직적이며 광범위한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조사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제출한 보고서 제31항에 제시한 바에 따라, 1)피해자의 증언 및 생존자, 증인, 가해자에 대한 정보 수집 및 기록, 2) 고문 및 임의구금, 정치범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모든 종류의 인권침해, 외국인 납치 등 북한 내에서 행해지는 잔혹한 인권침해에 대한 구체적 기록, 3)식량권, 이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 임의적 체포, 고문 등을 포함한 기본적 인권침해에 대한 차별 문제 검토, 4)북한 내에서 인도에 반하는 죄가 자행되고 있는지 여부 및 납치 등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의 구체적 조사 및 법적 분석, 5)북한에서 인권침해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과 지난 10년간 북한정부가 유엔 인권메커니즘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북한 내 인권침해의 책임자 규명 및 처벌 문제에 대한 자세한 검토를 수행해야 한다.

요컨대 이번 인권이사회 결의는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문제를 조사위원회의 임무에 포함시키고, 특히 인도에 반하는 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규명하도록 함으로써,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시에는 안보리를 통해 가해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토록 권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다. 이러한 요소들은 북한 체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경우, 현재 북한 내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앞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으로 북한정권에 작용할 것이다.

4. 우리 정부의 정책적 고려 사항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우리 정부가 대북 인권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향후 고려해야 할 사항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가장 많은 탈북자가 거주하고 있는 한국의 정부가 협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앞서 살펴본 기존 유엔 조사위원회 보고서들을 보면, 효과적인 조사를 위해서는 현장접근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19 그러나 그간의 전력에 비추어볼 때, 북한정권이 조사위원회에 협조하여 현지 조사를 허용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피해자의 가족, 증인 등 간접적인 출처를 통해서 정보를 주로 수집할 수 밖에 없으며, 결국 현재 2만 5천명 가까운 북한이탈주민(탈북자)20들이 거주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양한 연고지, 연령, 직업, 학력을 가진 탈북자들을 통한 세부조사는 위원회가 북한의 전반적인 인권침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피해자의 사례 및 책임 소재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유엔 차원의 북한인권 침해사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차후 피해자들의 정의가 회복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나아가 향후 보고서를 통해 제시될 위원회의 권고안은 국제사회가 북한정권의 인권침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지를 논의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둘째, 우리 정부는 자체적으로 북한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북한의 인권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북한인권 상황 전반에 걸친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개별 북한인권 침해 사례들을 유형별로 분석하고, 우선 풀어나가야 할 사안들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는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효율적인 활동을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목적하에 민간단체인 ‘북한인권 기록보존소’가 설립되어 2007년부터 활동하고 있고, 통일연구원과 같은 정부출연 연구기관 역시 탈북자 대면인터뷰를 통해 매년 북한인권백서를 출간하고 있으나, 인력도 재정도 여전히 부족한 형편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적극적인 인적∙물적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체계적인 조사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통로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적 논의는 인권운동가들과 민간단체들을 중심으로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다른 국가들의 인권 상황에 비해서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 정권을 상대로 직접 인권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국제사회와 연대하여 북한인권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현 정부는 우선 북한 정권과의 대화 재개를 통해 남북한간의 신뢰를 다시 구축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즉, 북한의 인권 문제는 조사위원회 등을 적극 활용하여 유엔 차원에서 공론화하고, 우리 정부는 대화와 소통, 인도적 원조, 투자, 상호교육, 문화 교류와 같은 다양한 측면에서의 포괄적인 접근방식을 사용하여 북한 내부로부터의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 정권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분명히 문제 제기를 하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북한인권 문제만큼은 유엔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풀어나가고, 우리 정부는 우선 북한과의 접촉면을 늘리고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욱이 2014년에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제2차 UPR이 이루어진다. 우리 정부는 앞으로 설립될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국제인권규범의 틀 안에서 북한인권문제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을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 1

    북한인권결의안은 2003년 유엔인권위원회에서 통과된 이후로 2006년과 2007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채택되었다. 유엔총회 역시 2005년 이후로 매년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지금까지 유엔인권이사회(유엔인권위원회 포함) 및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전체 회원국의 투표현황은 다음과 같다.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
    채택연도 문서번호 찬성 반대 기권
    2003 E/CN.4/RES/2003/10 28 10 14
    2004 E/CN.4/RES/2004/13 29 8 16
    2005 E/CN.4/RES/2005/11 13 9 14
    2008 A/HRC/RES/7/15 22 7 18
    2009 A/HRC/RES/10/16 26 6 15
    2010 A/HRC/RES/13/14 28 5 13
    2011 A/HRC/RES/16/8 30 3 11
    2012 A/HRC/RES/19/13 표결 없이 채택
    유엔 총회 결의
    채택연도 문서번호 찬성 반대 기권 불참
    2005 A/RES/60/173 88 21 60 22
    2006 A/RES/61/174 99 21 56 16
    2007 A/RES/62/167 101 22 59 10
    2008 A/RES/63/190 94 22 63 13
    2009 A/RES/64/176 99 20 63 10
    2010 A/RES/65/225 106 20 57 9
    2011 A/RES/66/174 123 16 51 3
    2012 A/RES/67/181 표결 없이 채택
  • 2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제도는 유엔인권이사회로 개편되기 전까지 활동하였던 유엔인권위원회가 북한인권 결의(UN Doc. E/CN_4/RES/2004/13)에 따라 2004년 7월 13일 비팃 문타폰 특별보고관을 임명하면서 시작되었고, 이후 매년 결의를 통해 특별보고관의 임기가 연장되었다. 특별보고관은 그동안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매년 유엔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에 각각 제출하였다. 비팃 문타폰 전임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활동하였고, 이후로는 마르주키 다루스만 전 인도네시아 검찰총장이 임명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 3

    U지금까지 제출된 북한인권 상황에 관한 유엔 보고서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웹사이트 참조, http://www2.ohchr.org/english/countries/kp/mandate/index.htm; 이금순, 한동호, “최근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논의동향”, 통일정세분석 2012-05, 통일연구원, pp. 5-10 참조.

  • 4

    The Committee for Human Rights in North Korea (HRNK), “Failure to Protect: A Call for the UN Security Council to Act in North Korea,” 2006년 10월 30일; Christian Solidarity Worldwide, “North Korea – Case to Answer – A Call to Act,” 2007년 6월 20일 등 참조;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2010년 보고서에서부터 조사위원회 설립 필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하였다. UN Human Rights Council, 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the situation of human rights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para. 58, 17 Feb 2013, A/HRC/13/47.

  • 5

    ‘Pillay urges more attention to human rights abuses in North Korea, calls for international inquiry,’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보도자료 (2013년 1월 14일), http://www.ohchr.org/EN/NewsEvents/Pages/DisplayNews.aspx?NewsID=12923&LangID=E.

  • 6

    UN Human Rights Council, 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the situation of human rights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1 Feb 2013, A/HRC/22/57.

  • 7

    ‘UN experts call for an international inquiry into North Korea human rights abuses,’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보도자료 (2013년 2월 28일), http://www.ohchr.org/en/NewsEvents/Pages/DisplayNews.aspx?NewsID=13058&LangID=E.

  • 8

    ‘The International Coalition to Stop Crimes against Humanity in North Korea Urges Human Rights Council to Create Inquiry into Mass Atrocity Crimes’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보도자료 (2013년 1월 23일), http://www.stopnkcrimes.org/bbs/board.php?bo_table=statements&wr_id=33.

  • 9

    유엔헌장 제7장에 따라 유엔 안보리가 조사위원회를 설립하는 경우에는 대상국 또는 관련국의 협조를 얻거나 필요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유엔인권이사회 등을 통해 설립된 조사위원회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용이했다고 평가된다. 결국 조사위원회의 위임권한이 유엔산하 어떠한 기관으로부터 정해지느냐가 조사위원회의 임무 수행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되어왔기에,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엔인권이사회를 통해 설립되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그 위임권한을 유연하게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The UN Human Rights Council: Commissions of Inquiry Conference brief”, Geneva Academy of 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 and Human Rights, 2011, p.2. 참조.

  • 10

    그외에도 아프리카 경제공동체(Economic Community of West African States: ECOWAS)와 같은 지역차원의 다자간기구를 통해 인권조사기구가 설립된 경우도 있다.

  • 11

    UN Security Council, Security Council Resolution 1564 (2004) on Darfur, Sudan, 18 September 2004, UN Doc. S/RES/1564 (2004).

  • 12

    Report of the International Commission of Inquiry on Darfur to the United Nations Secretary-General, (2005년 1월 25일).

  • 13

    UN Press Release SC/8313 (2005년 2월 16일).

  • 14

    UN Human Rights Council, Report of the Commission of Inquiry on Lebanon Pursuant to Human Rights Council Resolution S-2/1, 23 November 2006, UN Doc. A/HRC/3/2.

  • 15

    UN Human Rights Council, Report of the International Commission of Inquiry on Libya, 8 March 2012, UN Doc. A/HRC/19/68

  • 16

    UN Human Rights Council, Report of the Human Rights Council on its seventeenth special session, 18 October 2011, UN Doc. A/HRC/S-17/2.

  • 17

    Report of the independent international commission of inquiry on the Syrian Arab Republic, 5 February 2013, UN Doc. A/HRC/22/59.

  • 18

    북한 유엔 제네바 대표부가 유엔인권이사회 의장에게 제출한 서한 참조: Note verbale dated 8 June 2007 from the Permanent Mission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to the United Nations Office at Geneva addressed to the President of the Human Rights Council, UN Doc. A/HRC/5/G/5; UN Doc. A/HRC/7/G/3 (2008년 1월 30일); UN Doc. A/HRC/10/G/6 (2009년 1월 29일); UN Doc. A/HRC/13/G/7 (2010년 1월 21일); UN Doc. A/HRC/16/G/2 (2011년 1월 19일); UN Doc. A/HRC/19/G/1 (2012년 2월 1일).

  • 19

    이번에 채택된 북한인권결의 역시 북한에 대해 특별보고관 및 조사위원회의 방북을 허용하고,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등 전적으로 협력할 것을 촉구하였다.

  • 20

    북한이탈주민 현황, 통일부 통계자료, http://www.unikorea.go.kr/CmsWeb/viewPage.req?idx=PG0000000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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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석
백범석

글로벌 거버넌스센터

백범석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국제법 및 분쟁해결센터의 연구위원이다. 서울대에서 법학사, 연세대에서 국제관계 석사, 미국 코넬대 로스쿨에서 법학석사와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조지타운대 로센터 아시아법 정책연구 프로그램의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인권법, 국제공법 일반이론, 국제기구법, 국제법에 대한 제3세계적 관점, 국제협력과 사회변동 등이다.

김유리
김유리

글로벌 거버넌스센터

김유리는 아산정책연구원 국제법 및 분쟁해결센터의 연구원이다. 연세대학교에서 정치외교 학사, 고려대학교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고, 현재 동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외교부 한•일 청구권협정 대책 T/F에 참여하였으며, 연구 관심분야는 국제공법, 국제분쟁해결절차, 한반도 전환기의 정의(transitional justice)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