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북클럽

핵무기를 발사하지 않고도 핵무기를 사용할 방법은 많다?

북핵 문제가 다시 국제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북한은 지난 21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2형’을 시험발사 한 데 이어, 22일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 “완전히 성공한 전략무기”의 부대 실전배치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바로 다음날 긴급회의를 개최했으나, 지금으로서는 북한의 자발적인 핵 포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북한은 왜 고립을 자초하면서까지 핵 개발에 매달리는 걸까?

아산정책연구원이 선정한 이 달의 추천 도서는 <제2차 핵 시대 – 전략과 위험, 그리고 새로운 무력 외교>다. 이 책은 핵무기의 효용성을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현대 사회에서 핵무기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이용되는 지를 이야기한다. 아산정책연구원 박지영 선임연구위원은 “제1차 핵 시대와 제2차 핵 시대가 어떻게 다른지, 왜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을 끝으로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핵무기를 가지려고 애쓰는 나라들이 있는 건지, 사용하지 않을 핵무기를 왜 유지하는지 등을 명확히 설명하고, 전략적인 자산으로서 핵무기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이어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동북아 지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국민들이 굶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전략’에 침묵하는 사회

“핵무기가 위험하거나 끔찍하다고 주장함으로써 새로운 핵 시대의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런 주장은 냉전 시대에도 통하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비현실적이다.”

저자 폴 브래큰은 책 전반에 걸쳐 핵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분위기가 실제로 상황을 나아지게 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대신 핵 전략을 쉬쉬하는 관행을 비판하고, 새로운 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더 심도 있고 폭넓은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꼭 핵폭탄을 터뜨리지 않고도 핵무기를 창의적으로 사용할 방법은 무수히 많다”는 점을 제1차 핵 시대가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으로 꼽는다. 제1차 핵 시대 이후로, 핵무기는 적의 선제공격을 단념시키는 데에, 의사소통과 협상의 목적으로, 국가 간의 동맹 강화에, 정치적 이간질에, 자국의 독자적인 외교 노선 확보에 사용되어 왔다. 북한의 경우, “나머지 세계로부터 현 정권을 유지할 식량과 석유를 얻어 내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핵무기를 사용”한다. 제2차 핵 시대에도 “일부 국가들은 기발한 방식으로 위대한 상상력을 발휘할 것”이다.

브래큰이 책 곳곳에서 공유하는 워 게임(war game)의 성과는, 전문가들이 모여 갈등 상황을 설정하고 역할을 분배해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과정이 얼마나 유의미한 결과들을 도출해내는지를 보여준다. 그가 냉전 초기의 전략가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역학 관계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그런 상황이 더욱 더 발생할 리 없게 만드는 데에 고도의 노력을 기울인 것을 두고 “핵의 위험성을 과대평가함으로써 오히려 가치 있는 일을 해냈다”고 평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한한 활용이 가능한 핵무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게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아야 한다.

[아산북클럽] 제2차 핵  시대_picure

미국은 너무 많은 것을 잊고 있다

그러나 냉전시대에 소련과 함께 제1차 핵 시대를 주도했던 미국은, 오늘날 세계적인 핵 추세에서 한참 뒤처지고 있다. 미국은 “꾸준히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유지하고, UN을 통해 이란 제재를 강화하며, 세계에 핵무기의 무용성을 입증하기 위해 미국의 핵무기를 더욱더 축소” 한다면 핵 문제가 “마법처럼” 사라지리라고 믿어왔으나, 이러한 전략은 실패했다.

핵무기를 보유한 9개국 중 8개국이 “보다 멀리 공격할 수 있고, 보다 다양한 운반 수단과 탄두 종류를 제공하는 무기를 개발하며 핵전력을 현대화” 하는 와중에, 미국은 “9개국 중 유일하게 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나라”다. 브래큰에 따르면, 그 사이 미국 정부가 핵무기를 생각하는 수준은 위험할 정도로 낮아졌고, 이런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 자체가 드물어졌으며, 냉전 시대의 용어를 오늘날 완전히 달라진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면서 핵무기의 중요성을 놓치게 됐다. 심지어는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핵무기를 사용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미국에서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주제”이며, “어떤 경우에든 ‘핵’이란 단어 뒤에 곧바로 ‘확산 금지(혹은 군비 통제)’란 말이 따라붙지 않으면 대화가 끝나 버릴 정도”라고 썼다.

제2차 핵 시대가 제1차 핵 시대보다 복잡한 이유는 “주요 지역을 비롯한 전 세계에 독립적인 핵 의사 결정 주체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고, 이들의 문화와 인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사실상 핵 보유국을 포함한 9개국 외에도, 핵무기를 갖고자 하는 나라나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제2차 핵 시대는 통제나 관리가 더 힘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브래큰은 8장 ‘미국은 너무 많은 것을 잊고 있다’에서 “만일 미국이 제2차 핵 시대를 계속 몽유병처럼 활보한다면, 언젠가 충격에 빠질 일이 하나 둘씩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래큰은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도 핵 포기가 중요하다고 본다. 모든 사람이 핵무기를 포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어 “그렇지만 조만간 이렇게 변해갈 것이라는 미국의 확신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없어지길 바라지만 결코 없어지지 않는 이 대량살상무기들을 세계는 앞으로 어떻게 운용해나갈 것인가. 미국은 제2차 핵 시대에도 성공적으로 안보 상황을 관리할 수 있을까? <제2차 핵 시대>는 냉철한 현실 파악과 적절한 제안으로 핵 시대에 대한 공포와 호기심을 동시에 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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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율
권은율

홍보실

권은율 전문원은 아산정책연구원 홍보실에 재직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연구원 이슈브리프 '중국 탄도미사일이 한반도에 던지는 함의', '한반도 사드 배치와 중국' 작성에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