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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알아사드 독재정권의 생존이 확실해졌다. 2011년 3월 시리아 정부가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대를 유혈 진압해 내전으로 번진 지 8년여 만이다. 내전 기간 정부군은 화학무기와 통폭탄으로 자국민을 잔인하게 학살했다. 사린가스 살포로 2013년 8월 굽타에서 1000여 명이, 2017년 4월 이들립에서 100여 명이 사망했다.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공격 횟수에 대해 국제인권감시기구는 85차례, 시리아인권관측소는 200차례 이상으로 파악한다. 매년 2000여 명의 민간인이 드럼통에 온갖 쇠붙이, 기름, 폭약을 넣은 통폭탄의 무차별 살상력으로 희생됐다. 이런 알아사드 정권이 현재 영토의 70% 이상과 주요 도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국제사회 복귀를 준비 중이다. 알아사드 정권이 자행한 인권유린에 대해 유엔 시리아인권조사위원회 구성, 유럽연합 이사회 명령,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의 조치가 내전 기간 중 이어졌다. 하지만 독재정권은 국제사회의 압박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중국이 알아사드 정권을 비호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유엔안보리가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 진상조사를 위해 제출한 12번의 결의안에 러시아는 매번 거부권을 행사했다. 또 다른 상임이사국 중국은 6번 반대했다. 이란은 내전 전투현장에서 도왔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대규모 지상군과 민병대를 보냈고 소속 장성급만 40명 가까이 전사했다. 러시아도 민간인 구분 없는 마구잡이식 공습으로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했다. 거기에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ISIS가 시리아 동부에서 발호하면서 알아사드 정권을 차악의 존재로 만들었다.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던 미국과 유럽·중동 동맹국들은 ISIS 격퇴에 우선순위를 뒀다. ISIS가 패퇴하자 알아사드 정권의 생존에 파란불이 켜졌다.

2011년 아랍의 봄 도미노 현상이 중동 전역을 휩쓸 때 알아사드 역시 튀니지와 이집트의 독재자처럼 곧 무너질 것 같았다. 적어도 내전이 본격화하면 리비아의 카다피나 예멘의 살레처럼 반군에 의해 최후를 맞을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시리아의 부자 세습체제는 강고했다.

시리아의 세습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는 원래 후계자가 아니었다. 맏형 바실이 교통사고로 급사하자 영국에서 안과 수련의 과정을 밟던 중 급거 귀국했다. 서른 살 바샤르는 군사아카데미에 서둘러 입학해 후계자 수업을 밟았다. 2000년 대통령직을 세습한 바샤르는 아버지의 유산을 그대로 이어갔다. 1970년 하페즈 알아사드는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후 범종파 엘리트 연합을 구축했다. 알아사드 가문이 속한 시아파 계열의 알라위파 출신은 보안 기구의 요직을 장악했다. 나머지는 인구의 75%를 차지하는 수니파 출신 엘리트로 채웠다. 갑작스레 권좌에 오른 바샤르 알아사드는 측근 엘리트 연합에 기댔다. 특히 내전이 심해지자 군 고위 장성의 자율권을 철저히 보장했다. 흔들리던 정권이 기사회생한 계기였다.

시리아는 2018년 다마스커스 엑스포를 개최했다. 재건 복구 시장에 이란과 러시아 기업이 대거 참여했고 중국도 후발 주자로 뛰어들었다. 알아사드는 이들 세 나라에 각별한 고마움을 표했다. 올해 3월 내전 발발 후 처음으로 시리아 의회의장이 요르단에서 열린 아랍의회연맹 회의에 참석했다. 아랍연맹은 자국민 학살을 이유로 시리아의 회원 자격을 박탈한 바 있다. 요르단 회의에서는 시리아의 자격 회복 얘기가 슬그머니 나왔다. 작년 12월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이 시리아에 대사관을 재개했고 올 3월 요르단 민간항공사가 시리아 영공을 통과하기 시작했다. 자국 민간인을 학살한 독재정권이 내전에서 이겼다며 당당하게 귀환하고 있다.

또 다른 세습 독재정권이 있다. 지구상에 둘뿐이라 서로의 친분도 매우 깊다. 북한은 올해 5월부터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방사포를 8차례 발사했다. 이번 달에만 네 차례다. 유엔안보리결의안 위반으로 부담을 느낄 만도 한데 거침없다. 중국, 러시아, 이란의 변함없는 지지에다 시리아 세습 독재정권의 무사귀환을 지켜본 탓인지 거리낌이 없다. 오히려 막말을 퍼붓는다. 당당한 세습 독재정권의 기괴한 뉴노멀 시대다.

 

* 본 글은 8월 27일자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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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향
장지향

지역연구센터

장지향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중동센터 선임연구위원이자 센터장이다. 외교부 정책자문위원(2012-2018)을 지냈고 현재 산업부와 법무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학사, 정치학 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 분야는 중동 정치경제, 정치 이슬람, 비교 민주화, 극단주의 테러와 안보, 국제개발협력 등이다. 저서로 «최소한의 중동 수업» (시공사 2023), 클레멘트 헨리(Clement Henry)와 공편한 The Arab Spring: Will It Lead to Democratic Transitions?(Palgrave Macmillan 2013), 주요 논문으로 『중동 독재 정권의 말로와 북한의 미래』 (아산리포트 2018), “Disaggregated ISIS and the New Normal of Terrorism” (Asan Issue Brief 2016), “Islamic Fundamentalism”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the Social Sciences 2008)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파와즈 게르게스(Fawaz Gerges)의 «지하디스트의 여정» (아산정책연구원 2011)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