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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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은 6월 17일(수), ‘2차 대전 이후 유럽의 화해와 협력 구축: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함의’를 주제로 주한 영국·프랑스·독일·폴란드 대사관과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는 주한 외교사절들과 유럽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유럽의 전후 화해 구축 경험과 유럽의 교훈을 동아시아 지역에 적용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세션-1 ‘세계 2차 대전 이후 유럽 국가간 화해 구축’

세션-1에서는 세 명의 전문가들이 세계 2차 대전 이후 유럽 국가들간의 화해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토론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화해는 힘들지만 평화와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프랑스에서는 2차 대전 종전 직후부터 화해의 과정이 시작됐다. 프랑스 정부는 국가적으로 독일 역사와 언어에 대한 교육을 포함한 정책을 시행, 독일과 프랑스 두 나라의 진정한 화해가 시작될 수 있도록 하였다. 독일과 프랑스의 정부뿐 아니라 양국 NGO들의 협력도 이러한 화해를 지속시켰다.

그러나 영국에서의 화해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다. 2차 대전의 승전국 중 하나인 영국은 화해 과정에 참여하기를 꺼려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영국이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와 영국의 사례는 화해에는 양 측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성공 여부는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션-1에 참석한 세 전문가들은 모두 동아시아에 대한 구체적 교훈을 제시하는 것은 꺼려했지만 공통 주제는 명확했다. 첫째, 화해는 평화와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화해에는 모든 당사국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셋째, 사회 전체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NGO와 학술단체들이 다른 국가의 해당기관과 협력하기 위한 이니셔티브가 반드시 필요하며, 정치 지도자들은 정치적 리스크를 무릅써야 한다. 또한 국민들은 스스로를 ‘피해자’와 ‘가해자’로만 인식하는 것에서 벗어나 ‘인류’라는 공통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세션-2 ‘오늘날의 유럽: 사회 간 화해의 경험’

세션-2에서는 4명의 전문가들이 각각 북아일랜드, 폴란드, 그리고 독일의 화해 경험에 대해 발표하였다. 세 국가의 각기 다른 경험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비슷했다. 화해를 가능케 하는 요소는 수용, 추모 그리고 의지라는 것이었다. 세션-1에서와 마찬가지로 발표자들은 화해 구축은 모든 사회의 구성원들이 참여할 때에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데에 동의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화해 구축의 중요성을 알려야 하며, 시민 단체들은 상호 교류를 심화해야 하고, 국민들은 지나간 역사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공동의 길을 위해 솔직한 토론의 장에 참여해야 한다. 참석자들은 폴란드, 프랑스, 독일은 이러한 의미에서 전후 화해 구축에 성공적인 사례였다고 평가하였다.

세션-3 ‘동아시아의 지역적 관점’

마지막 세션에서는 동아시아 지역주의 관점에서 본 화해구축이 주로 논의되었다. 구양모 미국 노르위치대학교 정치학 교수와 아산정책연구원 이재현 박사는 현재 동아시아의 지역정세를 감안할 때 한중일의 화해 전망은 비관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구 교수는 독일, 폴란드, 프랑스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과 일본 간에 역사 문제에 대한 솔직한 대화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구 교수는 또한 청소년 교육과 교류 프로그램의 중요성도 강조하였다. 하지만 구 교수는 그의 제안들이 받아들여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이재현 박사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강력한 민족주의가 지역 국가들간의 협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 박사는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민족주의 역사는 유럽 연합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짧은데 이 점이 역사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데 방해 요소라고 주장하였다. 이 박사는 또 동북아시아에는 국가들간에 협력을 할 만한 갈등 요소가 없다고 지적하였다. 아시아 금융위기도 협력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지역경제가 회복됨으로써 사라지게 됐다.

반면 이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앞선 두 사람과 달리 동북아시아의 협력에 낙관적이었다. 이 교수는 시장과 다자 기구의 영향력 때문에 동북아시아에서 반드시 지역 협력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