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서울경제] 2012-04-09

해양갈등 컨트롤타워 만들자

53개국과 4개 국제기구의 수장이 모인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채 끝나기도 전인 지난달 27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독도 영유권 주장이 강화된 고교 교과서의 검정을 발표했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4ㆍ11 총선을 며칠 앞둔 이달 6일에는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외교청서도 발표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이어도가 중국의 정기순찰 대상 해역에 포함된다는 3월3일자 중국 국가해양국장의 인터뷰 기사가 국내에 소개돼 우리를 자극했다. 다행이 중국은 핵안보정상회의 직전 외교부 대변인의 성명과 후진타오 주석ㆍ이명박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통해 사태 수습에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일본·중국 넓은 바다 확보 열올려

반면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국내 사정을 이유로 핵안보정상회 공식일정이 시작된 3월26일 늦게 방한해 한일 정상회담 없이 급히 우리나라를 떠나 핵안보나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계획보다 독도 영유권 주장이 더 시급한 현안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①불법어로 ②동중국해에서의 대륙붕 경계획정 ③이어도 주변 수역을 포함한 서해에서의 해양경계 획정 문제가 있고, 일본과의 관계에서 ①독도 ②대륙붕 공동개발구역(JDZ)의 활성화 ③동해 지명 ④오키노토리시마(沖ノ鳥島)의 대륙붕 문제가 있다. 일본과 중국 간에는 ①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지만 중국ㆍ대만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센카쿠열도(尖閣列島) ②동중국해의 공동 유전개발 ③오키노토리시마의 대륙붕 문제가 있다. 오키노토리시마의 경우 일본은 영토(섬)라고 주장하지만 한국ㆍ중국ㆍ대만 등은 암초 또는 인공섬이므로 배타적경제수역(EEZ)ㆍ대륙붕을 가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문제 내지 갈등은 성격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당사국이 한 문제에 대해 사려 없이 행동할 경우 다른 문제에서 반면교사가 되기도 한다.

한중일 간에 섬과 해양 관련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은 200해리 EEZ 제도 자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중일이 공동으로 접하고 있는 바다는 모두 그 폭이 400해리를 넘지 못하므로 서로의 권리가 중첩하는 수역이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해양경계선에 합의해야 하는데 아직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센카쿠열도나 독도는 중일(中日) 또는 한일 간에 공동으로 접하고 있는 바다 한가운데 존재하고 있어 합의가 더더욱 어렵다. 일본과 중국이 각기 섬을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국가가 있음에도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상대방보다 훨씬 넓은 바다를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즉 전형적인 근린궁핍화정책(beggar-my-neighbor policy)이 이들을 둘러싸고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사안별 TF로는 대응에 한계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떤 정부기구를 통해 주변국과의 복잡한 해양 갈등과 과제에 대처하고 있는가. 중국은 국가해양국을 통해 해양정책과 섬의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07년 해양기본법을 제정해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종합해양정책본부와 해양정책담당 장관(대신)을 신설했고, 2008년 종합해양정책본부가 마련한 해양기본계획을 의결해 여러 해양정책을 주도면밀하게 추진하고 있다.

우리 섬의 영유권을 강화하고 해양 관련 갈등을 국익에 부합하도록 해결하고 관리하기 위해 조직 개편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사안별 태스크포스(TF)에만 의존한 채 모든 해양 관련 문제를 총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일본ㆍ중국의 빈번한 도발을 초래하지는 않았는지 이번을 계기로 반드시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