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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얼마나 더 북한의 비핵화 사기극에 속아야 하는가?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와해를 목적으로 하는 김일성의 유훈인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를 “비핵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채, 30여 년간 韓美 정부를 상대로 핵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면서 비핵화 사기극을 전개

●우리의 핵옵션을 먼저 포기해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비핵화 외교는 시간이 갈수록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개발을 뒤쫓아가며 보상규모만 커지는 결과를 초래했고, 급기야 한미연합훈련과 전략자산전개 중단은 물론 주한미군 감축까지 거론되는 등 김일성의 유훈이 관철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미북정상회담 과정을 통 털어 북한의 김정은이나 고위당국자 누구도 핵을 포기하고 NPT에 복귀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는 게 진실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도 “우리 핵무장력의 급속한 발전 현실앞에서 본토 안전에 두려움을 느낀 미국이 회담장에 나왔다”, “장기간의 핵위협을 핵으로 종식시켰다”, “자위적 국방력은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 수호의 강력한 보검이다”, “국가방위력을 끊임없이 향상시켜 나갈 것이다”는 등 핵보유 의지를 거듭 확인

●노태우 정부에서 시작되어 30년 동안 일곱 정부에서 북한의 핵개발을 막는데 실패한 비핵화 외교는 서희 장군의 담판과 대비되는 외교실패이자 다시는 되풀이해선 안될 안보참사로 우리 역사에 기록될 것임

2. 역대 정부에서 비핵화 사기극에 말려든 세 가지 유형

●노태우 정부 이후 역대 정부의 북핵 문제 담당자들이 북한의 비핵화 사기극에 말려든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훗날 누가 어느 유형에 속하는 지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될 것임

(1) 순진무구형: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북한의 말을 진심으로 믿고 경제지원과 체제보장 등 북한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 핵포기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밋빛 환상에 빠져 비핵화 외교에 매몰된 자기도취 유형

(2) 책임회피형: 속으로는 북한의 핵포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비핵화 외교에 종사하며 비핵화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주장해 온 개인적 경력을 보호하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진실을 얘기하지 못하는 자기보존 유형

(3) 북한동조형: 속으로는 북한의 핵보유 입장을 이해하고 북한 핵이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겉으로는 비핵화 외교를 통해 핵포기를 종용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북한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를 부풀리면서 국민을 기만하는 우리민족끼리 유형

3. “Top-Down”도 “Bottom-Up”도 “섞는 방식”도 다 아니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후 정부가 “Top-Down”방식에 너무 의존한다며 “Bottom-Up”을 먼저 하거나 둘을 섞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으나 기존의 비핵화 외교 노선을 버리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임을 인식해야 함

●노태우 정부 이후 30여년 계속된 “Bottom-Up” 방식이 실패했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해법으로 등장한 것이며, 실무협의가 생략된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신고나 로드맵 작성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임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 미북정상회담의 유일무이한 목표는 북한의 핵포기 의사를 최고결정권자인 김정은에게서 확인하는 것이었는 바, 이 점에서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은 소기의 성과를 거둠

●비핵화 외교는 외교가 실패할 경우의 대책마련 의무를 방기한 채 우리의 손발만 묶는 폐단을 가져왔는 바, 비핵화 외교의 멍에를 벗어나 새로운 북핵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북한의 사기극에 더 이상 말려들지 않는 길임

4.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의 의도대로 진행되었다

●4·27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김정은이 수 차례 언급한 “잃어버린 11년”은 10·4 선언이 체결된 2007년을 지향하는 것으로서 남북관계를 “6·15 및 10·4 선언 시대”로 복원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며, 판문점선언이 “10∙4 선언 2.0”으로 부를 만큼 10·4 선언의 내용을 담음으로써 김정은의 의도가 관철된 것으로 평가

●북한의 요청으로 갑작스럽게 판문각에서 개최된 2차 남북정상회담은 절차의 투명성과 대통령 경호 및 국가 통수권 유지 등 여러 면에서 문제점을 노출한 회담으로서 되풀이 되어선 안될 회담 형식

●9·19 정상회담은 주최측인 북한의 “우리민족끼리” 구호에 걸맞게 기획된 회담이며, 평양공동선언은 비핵화 협상만 가동되도 남북관계를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를 갖고 판문점선언처럼 핵문제를 맨 마지막에 명기했으나, 남북교류와 경협 관련 사항들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건건이 충돌하는 부작용이 발생

●투명성, 상호성, 동등성 등 군비통제의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은 군사분야합의서는 많은 우려를 야기했으며, 1992년 당시 군사협상에서 남북이 타결하지 못했던 네 가지 사항 가운데 우리의 요구인 수도권 안전보장은 빠지고 북한의 3대 요구사항만 반영됨으로써, 북한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수용된 것 아니냐는 논란을 초래

5. 국가안보를 위한 제언: 기본에 충실하자

●북한핵은 6·25 남침 이후 최대 위협이고 북한의 核독점 상태에서 우리 국민은 북핵의 인질이라는 위기상황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를 넓히고, 북한에 핵이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정부의 조직, 정책과 전략 등 국가시스템을 북핵대응체제로 전면 개조해야 함

●우리의 핵옵션 행사를 포함한 핵 및 재래식 억지력 강화, 억지 실패에 대비한 방어력 증강, 국민피해 최소화를 위한 방호태세 구축에 중점을 두고 정부의 조직, 군사전략과 교리, 대외 및 대북 전략, 사회교육과 국민통합 등 총체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하여 국제적 휴양지인 하와이가 매월 방공훈련을 실시하고 있고, 캘리포니아의 벤튜라 카운티가 자체적으로 방호태세를 구축하는 현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

●나라의 존립을 위협하는 북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론통합이 관건인 바, 우리사회의 관점이 다른 이해당사자들이 “북핵문제 장기화의 불가피성”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바탕으로 국론을 하나로 모아야 함

●이를 위해, 북핵문제를 특정 대통령 임기중에 해결하겠다는 조급함을 버려야 하고, 군사공격을 해서라도 북핵을 제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하며, 핵을 가진 북한과의 경협은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되 남북교류의 맥을 끊지 않고 북한사회 변화의 동력으로 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함

●북한 땅에 핵이 존재하는 한 국방부와 군의 일차적 책무는 그 핵이 우리 땅에서 터지지 않도록 막는 억지와 방어이며, 행정안전부 등 재난대비 부처의 최우선 임무는 만에 하나 핵이 터졌을 경우에 우리 국민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호태세를 철저하게 갖추는 일임

 

* 본 글은 4월 22일 「국회 세미나」 에서 발표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전성훈
전성훈

객원연구위원

전성훈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객원연구위원이다.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공업경제학 석사와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에서 경영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의 주제는 군비통제 협상과 검증에 대한 분석이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가안보실 대통령 안보전략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대한민국의 중장기 국가전략과 통일•안보정책을 담당하였다. 1991년부터 2014년까지 통일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선임연구원, 연구위원, 선임연구위원을 거쳐 제13대 통일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남북관계, 대북정책과 통일전략, 북한 핵문제와 군비통제, 국제안보와 핵전략, 중장기 국가전략 등이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 근무했고,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국방부, 통일부,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의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정치학회와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자유아시아방송 한반도 문제 논설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국무총리실 산하 인문사회연구회의 우수연구자 표창을 연속 수상했고, 2003년 국가정책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