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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아프간 재장악 이후
IS·알카에다 대원 속속 운집
미군 철수맞춰 잇딴 자폭테러
탈레반 지도부 내홍까지 겹쳐
아프간, IS 주무대 되고 있어
 
지난 9월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해 전 세계에서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지 꼭 20년이 됐다. 테러를 일으킨 알 카에다의 우두머리 오사마 빈 라덴은 2011년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됐고 나머지 핵심 멤버들은 미국에 수감돼 있다. 알 카에다 이라크 지부로 출발해 이라크의 모술과 시리아의 락까를 근거지로 삼아 2014년 국가 건설을 선포한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는 2017년 말 반IS 국제연합전선에 의해 패퇴했다. IS의 수장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는 2019년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했고 IS 포로 수만 명은 시리아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과 이라크의 수용소에 수감돼 있다.

그런 알 카에다와 IS가 최근 빠르게 활력을 얻고 있다. 올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하자 주변 지역에 흩어져 있던 알 카에다와 IS 대원들이 지하디스트의 해방구로 여기며 밀려 들어오면서다. 시리아·예멘·소말리아의 알 카에다 연계 조직,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지구의 하마스는 축하 성명을 잇달아 발표하며 미국의 패배와 탈레반의 귀환에 환호했다.

특히 가장 극단적인 IS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시기를 놓치지 않았다. 탈레반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주요국에 2주 철수 기한을 제시했고 여러 나라는 필사의 대피를 서둘렀다. 급박한 탈출이 절정을 이루던 8월 26일 IS 아프간 지부로 알려진 IS 호라산이 카불 공항에서 과감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했고 미군 13명과 아프간인 170명이 사망했다. IS 호라산은 2015년 탈레반에서 떨어져 나온 극단주의 분파로서 탈레반을 유약하다며 비난해왔다. 이들은 9월 18일과 19일에도 아프간 동부 잘랄라바드에서 연쇄 폭탄 테러를 일으켰다. 이어 10월 3일 탈레반 대변인 모친의 카불 장례식장, 8일 북부 쿤두즈의 시아파 사원, 15일 남부 칸다하르의 시아파 사원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켜 25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테러의 희생자 대부분이 아프간 무슬림 민간인이지만 극단주의자에겐 상관없다. IS는 이슬람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자신의 목표에 동의하지 않으면 같은 수니파 무슬림이라도 학살했다. 순수한 이념의 가면 속에 잔혹함의 과시가 중요할 뿐이다.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에 촉매제 역할을 했던 SNS는 IS의 탄생에 훌륭한 도구이기도 했다. 가상 공간 채팅방을 통해 외국인 전투원이라는 이름으로 IS에 가입한 전 세계 90여 나라의 젊은이들은 인터넷 평등주의를 강조하며 상향식 의사결정을 주도했다.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한 IS의 선전홍보전은 주효했으나 지도부의 권위는 약해졌다. 어차피 극단주의 조직 수뇌부의 목표는 존재감을 과시해 최대한 많은 추종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니 위계질서의 약화가 큰 상관은 없다. 자살폭탄 테러범이 영웅주의에 빠진 광신도일 뿐일지라도, 조직 지도부 입장에서 자살테러는 정보 누출이나 구출 작업의 위험이 없는 합리적 전략이다. 자살폭탄 조끼의 착용만으로 큰 피해와 극적 효과를 가져오고 시한폭탄보다 정교하며 비행기 납치보다 높은 성공률을 자랑한다.

그런 IS가 아프간에서 현재 부활하고 있다. 탈레반 지도부의 포용 통치 선언과는 달리 하부 조직원은 곳곳에서 독자적으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젊은 대원이 IS로 옮겨갈 것을 두려워하는 탈레반 지도부는 이러한 일탈을 방관하고 있으며 지도부의 장악력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탈레반 지도부는 내홍에도 시달리고 있다. 임시정부 구성을 둘러싸고 내부 초강경 분파 하카니 네트워크가 크게 반발해 협상파 출신이 수장에서 결국 밀려났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IS 호라산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시리아와 이라크가 IS의 무대였다면 2021년 그 장소가 아프간으로 넘어오고 있다.

 
* 본 글은 10월 20일자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장지향
장지향

지역연구센터

장지향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중동센터 선임연구위원이자 센터장이다. 외교부 정책자문위원(2012-2018)을 지냈고 현재 산업부와 법무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학사, 정치학 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 분야는 중동 정치경제, 정치 이슬람, 비교 민주화, 극단주의 테러와 안보, 국제개발협력 등이다. 저서로 «최소한의 중동 수업» (시공사 2023), 클레멘트 헨리(Clement Henry)와 공편한 The Arab Spring: Will It Lead to Democratic Transitions?(Palgrave Macmillan 2013), 주요 논문으로 『중동 독재 정권의 말로와 북한의 미래』 (아산리포트 2018), “Disaggregated ISIS and the New Normal of Terrorism” (Asan Issue Brief 2016), “Islamic Fundamentalism”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the Social Sciences 2008)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파와즈 게르게스(Fawaz Gerges)의 «지하디스트의 여정» (아산정책연구원 2011)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