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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팽창과 美역할 축소 맞아
인적교류·대규모 투자는 물론
군정보 공유하고 합동훈련도
실용주의적이고 괄목할 만한
양국 관계발전 거듭 놀라워

작년 8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스라엘이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깜짝 놀랄 아랍-이스라엘 데탕트를 선언했다. 9월에는 바레인까지 참여해 백악관에서 UAE, 바레인, 이스라엘이 아브라함 협정식을 가졌고 이어 수단과 모로코도 이스라엘과 국교수립을 선언했다. 협정의 이름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한 뿌리 조상 ‘아브라함’의 이름을 땄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성지 메카와 메디나의 수호국 위상을 고려해 전면에 나서지 않고 바레인을 내세웠다. 소국 바레인의 대외정책에는 사우디의 입김이 작용한다. 수단은 미국과 테러지원국 해제 협상 끝에 수교를 택했고 모로코는 대사관 대신 연락사무소 개관으로 조심스레 움직였다.

아브라함 협정 이후 광폭 협력을 이어간 나라는 UAE와 이스라엘이다. 처음으로 생긴 두바이-텔아비브 항공편은 일주일에 25번을 오갔고 작년 12월에만 코로나19 시기임에도 6만7000여 이스라엘인이 두바이를 찾았다. UAE는 올 3월까지 이스라엘의 인공지능(AI), 항공우주, 방위 사업체에 8000만달러를 투자했고 100억달러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밝혔다. 여름엔 아부다비와 두바이에 이스라엘 대사관과 영사관이, 텔아비브에 UAE 대사관이 문을 열었다. 이스라엘은 UAE가 개방한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의 군사훈련 정보를 파악했고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는 UAE와 정보를 공유했다. 이스라엘의 에일라트-아슈켈론 파이프라인을 UAE로 잇는 프로젝트는 양국을 경제와 안보 공동체로 묶고 있다. 4월 UAE는 이스라엘, 그리스, 키프로스의 합동 군사훈련에 참여했고 11월엔 UAE, 바레인, 이스라엘, 미 중부사령부가 홍해에서 다자 해상훈련을 했다.

UAE와 이스라엘의 협력은 이란의 팽창주의 추구와 미국의 ‘중동 떠나기’ 정책에 대한 대비다. 작년 1월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에서 UAE의 두바이, 이스라엘의 하이파를 특정해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고 1년 후 이란 당국은 20% 우라늄 농축 재개를 선언했다. 미국은 중동 내 군사자원 재배치를 내세워 UAE, 사우디, 바레인 등지의 미사일 방어시스템, 비행 중대, 병력 감축 계획을 밝혔고 역내 미국의 역할 축소를 강조했다. 이란 강경파가 핵무기 개발의 속내를 드러내는데도 조 바이든 정부는 핵합의 복원을 서두르며 제재 완화 카드를 꺼내자 UAE와 이스라엘은 중동판 나토 구상, 이스라엘의 미 중부사령부 편입, UAE의 F-35 전투기 확보를 빠르게 추진했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중동에선 이스라엘만이 보유한 차세대 주력 기종 F-35의 UAE 판매를 주저하자 이스라엘이 설득에 나섰다. 더불어 이스라엘의 기술력은 UAE가 공들이는 첨단산업과 스타트업 육성 정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아브라함 협정은 팔레스타인 이슈를 중심에 두지 않지만 구시대적 민족주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협력의 메커니즘으로 평가된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이란, 터키가 협정을 거세게 비난했으나 정작 아랍 세계는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아브라함 협정 이후 UAE, 사우디, 바레인, 이집트로 구성된 친미 수니파 아랍 쿼텟 내 이집트의 소외감이 커지면서 내부 균열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 5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발발하자 이집트는 휴전을 중재해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냈고 바이든 대통령의 감사 인사를 받기도 했다. 현재 대대적인 탈석유 개혁정책을 추진 중인 중동 금융의 허브 UAE는 이란 강경파를 불필요하게 자극해 경제 이익에 반하는 군사적 긴장을 높이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UAE 청년세대의 여론은 종파주의가 아닌 실용주의를 적극 지지한다.

중동은 우리를 항상 놀라게 한다. UAE와 이스라엘의 최근 협력이 일시적 연대가 아닌 확고한 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모습에서 세상은 거듭 놀라고 있다.

* 본 글은 12월 01일자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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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향
장지향

지역연구센터

장지향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중동센터 선임연구위원이자 센터장이다. 외교부 정책자문위원(2012-2018)을 지냈고 현재 산업부와 법무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학사, 정치학 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 분야는 중동 정치경제, 정치 이슬람, 비교 민주화, 극단주의 테러와 안보, 국제개발협력 등이다. 저서로 «최소한의 중동 수업» (시공사 2023), 클레멘트 헨리(Clement Henry)와 공편한 The Arab Spring: Will It Lead to Democratic Transitions?(Palgrave Macmillan 2013), 주요 논문으로 『중동 독재 정권의 말로와 북한의 미래』 (아산리포트 2018), “Disaggregated ISIS and the New Normal of Terrorism” (Asan Issue Brief 2016), “Islamic Fundamentalism”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the Social Sciences 2008)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파와즈 게르게스(Fawaz Gerges)의 «지하디스트의 여정» (아산정책연구원 2011)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