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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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한반도 통일을 위한 열쇠가 되진 않을 것이다.” 독일 외교부 정책기획 수석 토마스 배거(Thomas Bagger)가 12월 9일 아산정책연구원의 라운드테이블에서 한 발언이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라운드테이블에서는 동아시아 안보 환경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아울러 남북통일 관련 이슈도 집중 거론됐다.

배거 수석은 최근 한국 정부의 한반도 통일 담론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통일에 보다 적극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대통령 개인적인 의욕인가? 전략적 동기 그리고 국내 정세를 반영한 올바른 정치의 예시인가? 아니면 동북아 지역 내 역학관계의 변동에 의한 부산물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연구원의 천영우 고문(전 외교안보수석)은 두 가지 이유로 설명했다. 하나는 한국 사회가 북한이 예전과 달리 예측 불허의 모습을 나타낸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는 “장성택을 처형하고 중국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진행하는 등의 예측하기 힘든 북한의 행보는 한국 대중에게 북한 김정은 정권에 내재된 위험요소를 상기시켜주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로 ‘한국의 통일에 대한 관심 부족’을 언급하며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통일 정책이 통일에 대한 국가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의 함재봉 원장과 천 고문은 ‘한국의 어느 대통령이건 통일 관련 아젠다는 발표할 경우 이목이 집중된다. 통일 관련 정책이 어떠한 양상으로든 북한 문제의 돌파구가 되는 이상 정치인으로서 큰 공적을 이룬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의 라이프-에릭 이즐리 연구위원은 “2010년 이후로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성과 외교적 연결고리가 한반도 전체와 중국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데에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함을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즐리 위원은 이어 배거 수석에게 “서독이 통일 아젠다를 다루면서 모스코바와의 정치적 관계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등 서독의 경험으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무엇인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배거 수석은 “독일과 한국은 많은 부분에 있어 공통점과 차이점을 공유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점이 독일의 경우와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서독의 입장에선 소련과 신뢰를 쌓는 것이 동독과 그렇게 하는 것보다 중요했는데 이는 통일 열쇠를 소련이 쥐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국과 중국 사이에도 이와 비슷한 역학 관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중이 가까워질수록 한국의 영향력이 커져 중국은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더 받게 될 것이며 한국은 오히려 이를 활용 가능할 것이지만 중국의 영향력 확대 여부에는 회의적”이라고 했다.

이 밖에 라운드테이블에서는 한∙미, 한∙중, 한∙일 관계도 거론됐다. 참석자들은 미래의 한∙일 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했으며 동북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우호적인 관계가 지속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