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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안보보좌관과 국방부 장관이 연이어 서울을 방문하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연장을 요청했다. 호응하는 듯했던 정부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협정 종료를 선택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해했다고 설명했지만 돌아온 것은 ‘강한 실망’과 ‘우려’였다. ‘문재인정부’로 부르며 한국과의 정체성도 분리했다. 정부도 맞대응을 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사실상 초치하며 언론에 공개했고, 주한미군 기지의 조기 반환 문제도 꺼내들었다. 한·미동맹이 흔들린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일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지배와 예속을 단호히 배격해야 하며 치욕스러운 한•미동맹을 끝장내야 한다”고 한·미 균열을 노리는 선전에 나섰다.

한·미동맹이 직면한 도전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정세의 변화에 따라 미국은 중국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지만, 한국은 한반도를 벗어난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제일주의’도 안보 공약보다는 방위비 분담을 강조하면서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베푸는 미국에서 인색한 미국으로의 이미지 전환은 튼튼한 동맹 유지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서는 이참에 우리도 당당히 ‘자주’를 선택하자고 주장한다. 한•미동맹에 의존하기보다는 미·중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고, 값비싼 방위비 분담금을 내느니 자주국방을 건설하며 억제력을 유지하자고 한다. 겉보기는 그럴싸하지만 한반도 전략상황과 방위비 분담의 내용을 모르는 단견이 아닐 수 없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으로 인해 한국의 안보는 북한이 넘볼 수 없는 절대적 억제력을 구축할 수 있다. 한국이 아무리 국방비를 들여 군사력을 건설해도 핵무기가 없는 한 북한을 당해낼 수 없다. 그렇다고 핵무기를 개발하자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북한 수준으로 경제가 추락하게 된다. 결국 우리의 번영을 유지하며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려면 한·미동맹은 불가결한 요소다.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는 유쾌하지 않지만 주한미군 2만8000명의 주둔 비용은 한계가 있다. 미측에서 갑자기 50억달러 이야기가 나와 많은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하고 있지만 이는 주한미군에 들어가는 총비용이지 방위비 분담금 요구액은 아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취지에 따라 미군 인건비를 제외한 주둔 비용을 합리적으로 부담한다면 20억달러를 초과할 수 없다. 또한 이 금액의 대부분은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한국인의 급여와 주한미군 장비를 정비해주는 우리 기업의 수입으로 다시 우리 경제에 돌아온다. 작년에 훨씬 더 적은 금액으로 다년계약에 합의할 수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놓친 정부의 잘못도 크다. 한·미 경제협력의 내용을 살펴보면 방위비 분담금은 감당하지 못할 금액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2018년 대미 무역흑자는 247억달러다. 대미 무역 흑자의 10분의 1을 주한미군 지원 비용으로 활용하며 안보를 튼튼히 하고 다시 이를 한·미관계 강화에 활용한다면 우리에겐 더 큰 무역흑자로 돌아올 수 있다. 그밖에도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 멀리 떨어진 지정학적 장점, 그리고 함께 피 흘린 역사 등을 고려할 때 한·미동맹은 우리에게 최상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동맹보다는 국익이 우선’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위험한 인식이다. 북핵 위협이 현존하고 주변국의 압력이 거세지는 이때 튼튼한 안보와 경제성장의 기반이 되는 한·미동맹 역시 우리의 국익이기 때문이다. 국익에 대한 무지이거나 이념적 편향성에 따른 왜곡된 시각이다. 오히려 문재인정부발 불안요인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자유·평화·번영이라는 진정한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북한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정세변화에 발맞춰 한·미동맹을 강화시켜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전환이 아닌 안정적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대북 감시·정찰을 미군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이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미군기지 이전도 마찬가지다. 지역 차원에서는 북·중·러 협력을 차단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의 손상을 막아야 한다. ‘협정’ 종료도 이런 맥락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갈등을 키워 북한만 좋은 일을 해줄 이유가 없다.

 

* 본 글은 9월 3일자 세계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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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신범철

안보통일센터

신범철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1995년 국방연구원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한 이래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2008), 국방현안연구팀장(2009), 북한군사연구실장(2011-2013.6) 등을 역임하였다. 신 박사는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2009-10)과 외교부 정책기획관(2013.7-2016.9)을 역임하며 외교안보현안을 다루었고, 2018년 3월까지 국립외교원 교수로서 우수한 외교관 양성에 힘썼다. 그 밖에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국회 외통위, 국방부, 한미연합사령부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북한군 시크릿 리포트(2013)” 및 “International Law and the Use of Force(2008)” 등의 저술에 참여하였고, 한미동맹, 남북관계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글을 학술지와 정책지에 기고하고 있다. 신 박사는 충남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였으며,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군사력 사용(use of force)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