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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국-호주 협력에 관한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 중간 전해진 호주 말콤 턴불 (Malcolm Turnbull)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 전화 통화가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원래 한시간으로 예정되어 있던 전화통화는 25분만에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으면서 중단되었다. 호주 사람들은 트럼프의 비외교적이고 무례한 처사에 놀란 듯하다. 호주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미국의 동맹국가다. 호주는 세계 제 1차대전 이후 미국이 참전한 모든 전쟁에 함께 참여했다. 태평양 전쟁, 한국전, 베트남전쟁, 걸프전,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까지 호주는 미국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호주 총리와 미국 대통령 사이 전화 통화가 이렇게 논란을 일으킨 이유는 턴불 총리와 오바마 전 대통령 사이에 있었던 난민 관련 합의 사항이다. 호주는 자국으로 들어오는 난민을 일시적으로 역외 수용소 (off-shore camp)에 수용하고 있다. 현재 마누스 (Manus) 섬과 나우루 (Nauru)에 1,254명의 주로 중동, 서남아 출신 난민이 수용되어 있다. 이 난민들을 미국이 받아주고 대신 호주는 미국이 폐쇄하려고 하는 코스타리카 난민 수용소에 있는 중미 출신 난민들을 정착시키는 계획이었다. 전화 통화 후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트윗을 날려 이 합의를 “멍청한 거래” (dumb deal)라고 했다.

이번뿐만 아니다. 이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환태평양경제협정 (Trans Pacific Partnership, TPP)에서 발을 빼기로 한 것도 호주에게는 큰 타격이다. 호주는 전통적으로 아태 지역에서 자유무역을 대외정책, 대 아태정책의 핵심으로 삼아왔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호주는 환태평양경제협정에 매우 많은 공을 들였고, 이를 적극적으로 주도했다. 이런 TPP가 미국이 발을 빼면서 붕괴될 상황에 놓였다. 호주 대외정책의 가장 핵심적 사항이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로 인해 위기에 처했다. 턴불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 전화 통화, 난민 처리 관련 합의가 무산된 것, 그리고 미국에 의해서 TPP가 붕괴된 것 등을 놓고 볼 때 호주 입장에서는 아태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 국가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이래도 되는지 큰 의문이 들만 하다.

한-미 동맹은 아직까지 표면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들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관계, 한미 동맹을 본격적으로 문제 삼고 나온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가늠하기 어렵다. 호주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보면 안심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한국이 대미 관계에 있어서 호주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없다. 우리에게는 북한이라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미국이 쉽게 동맹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오히려 북한 문제를 인질 삼아 한국으로부터 유리한 협상을 얻어 내려는 시도가 가능할 수도 있다.

아직까지 한미 동맹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진짜 시험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호주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태도를 보면서 한국은 대미 관계, 한미 동맹에 대해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당혹스러운 돌발사태에 대한 대안, 플랜 B를 가지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 본 블로그의 내용은 연구진들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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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이재현

아세안-대양주 연구프로그램

이재현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아세안-대양주 연구프로그램 선임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학사, 동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고, 호주 Murdoch University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이후, 한국동남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외교통상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외교안보연구소에서 객원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분야는 동남아 정치, 아세안, 동아시아 지역협력 등이며, 비전통 안보와 인간 안보, 오세아니아와 서남아 지역에 대한 분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주요 연구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Transnational Natural Disasters and Environmental Issues in East Asia: Current Situation and the Way Forwards in the perspective of Regional Cooperation" (2011), “전환기 아세안의 생존전략: 현실주의와 제도주의의 중층적 적용과 그 한계“ (2012), 『동아시아공동체: 동향과 전망』(공저, 아산정책연구원, 2014), “미-중-동남아의 남중국해 삼국지” (2015), “인도-퍼시픽, 새로운 전략 공간의 등장”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