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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안보 관련 일을 오래 하다 보니 그간 소통했던 미국측 전문가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의견을 묻고 때로는 자국의 입장을 설명한다. 9월 평양 정상회담 이전만 해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그 배경을 물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를 믿어도 되느냐’고 묻는다.

한·미 공조에 불협화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신뢰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 같다. 물론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외교부에 몸담았던 경험을 토대로 볼 때 사실이라고 본다. 하지만 알아야 할 점은, 행정부 간의 대화에서는 외교적 배려 차원에서 조심스럽게 말한다는 사실이다.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국을 찾아 실무조(working group)를 만들기로 한 것은 그만큼 미국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비핵화 협상의 주요 안건과 관련한 한·미 간의 시각차는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먼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인식차가 있다. 그간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 긴밀히 공조해 왔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을 거듭하면서 한국 정부의 경각심은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미국은 여전히 북핵이 자국 본토와 동맹국들에 심각한 위협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 미사일 기지 활동과 관련한 미국의 유력 연구기관 보도에 대해 “황해북도 삭간몰 시설은 스커드와 노동 등 단거리용”이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는 무관하다”고 한다. 단거리 미사일이야말로 우리를 향한 위협인데 남 일처럼 말한다.

북한의 비핵화 결단 여부에 대해서도 시각차가 크다. 한국의 고위 당국자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강조하며, 북한의 변화를 믿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반면, 미국의 경우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 실제로 북한의 행보는 10년 전과 유사하다. 2008년은 6자회담에서 북한 핵시설에 대한 검증 문제를 논의한 해였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비핵화 합의 이행을 약속했고,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하지만 시료 채취 등 필요한 검증을 끝내 거부했고, 6자회담은 그해 말로 역사 속에 사라졌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도 불구하고 검증 논의에 접어들며 미·북 대화가 지연되는 올해 상황과 유사하다. 실제로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신고·검증을 피할 일이 아니다. 검증 없는 비핵화는 이름만 비핵화일 뿐, 핵 보유와 핵 군축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닐 수 없다.

대북 제재 완화 역시 한·미 간 견해차가 확연하다. 정부는 신뢰 구축을 통한 비핵화 견인을 말하며 제재 완화 필요성을 언급한다. 반면, 미국은 북한이 대화로 나온 이유이자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제재라고 본다. 그 결과 북한이 신고·검증을 받아들이는 실질적 조치를 하기 전에는 제재 해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수도꼭지를 쥐어 죄듯’ 제재 이행을 강화할 것임을 공언하고 있다. 미국이 믿는 최후의 수단을 동맹국 한국이 훼손하려는 모양새니 잡음이 없을 리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돌아보자. 그는 핵무기를 대량생산하고, 남북 관계를 사변적으로 개선하며, 대외 관계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북한은 핵무기와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고, 남북 관계는 개선됐으며, 중국과 전통적 우호 관계도 회복했다. 그런데 우리 안보의 버팀목인 한·미 동맹은 여기저기서 균열 소리가 나오니 모골이 송연해진다.

 

* 본 글은 11월 14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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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신범철

연구부문

신범철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1995년 국방연구원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한 이래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2008), 국방현안연구팀장(2009), 북한군사연구실장(2011-2013.6) 등을 역임하였다. 신 박사는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2009-10)과 외교부 정책기획관(2013.7-2016.9)을 역임하며 외교안보현안을 다루었고, 2018년 3월까지 국립외교원 교수로서 우수한 외교관 양성에 힘썼다. 그 밖에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국회 외통위, 국방부, 한미연합사령부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북한군 시크릿 리포트(2013)” 및 “International Law and the Use of Force(2008)” 등의 저술에 참여하였고, 한미동맹, 남북관계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글을 학술지와 정책지에 기고하고 있다. 신 박사는 충남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였으며,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군사력 사용(use of force)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