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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27~28일 진행된다. 하노이에서는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실무회담을 갖고 있다. 작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준비했던 과정과 비교해볼 때보다 심도 있는 준비가 이뤄졌다. 하지만 그간 북한의 행보를 보면 중요한 문제는 결국 정상회담 당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중요하다. 그 결단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은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다.

정상회담 전망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비건 대표는 이달 중순 평양방문 결과를 설명하며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은 서두르지 않을 것을 밝히며 이미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시킨 것만으로도 성과임을 강조하고 있다.

대북제재를 완화하겠다는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은 북한의 낮은 단계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낮은 단계의 보상이 교환되는 소위 ‘작은 거래(small deal)’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작년만 해도 북한의 핵 목록 제출을 통한 일괄타결 방식의 합의를 기대했던 미국은 북한의 단계적인 비핵화 협상 제안을 수용했다. 협상을 깨는 것보다는 대화를 이어가며 북한의 추가 도발을 차단하고 비핵화의 기회를 살려가겠다는 셈법에서였다. 비건 대표도 이번 2차 미북 정상회담의 단계적인 목표 역시 ‘영변 핵시설’ 폐기에 집중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영변 핵시설 폐기도 다양한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관련 시설만 해도 플루토늄 시설이 있고 농축 우라늄 시설이 있다. 비핵화 조치도 이들 시설의 가동을 동결할 수도 있고, 신고ㆍ검증ㆍ폐기를 각각 나누어 협상할 수 있다.

신고의 경우 북한이 신고한 시설만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고 미국이 의심시설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검증 방법 또한 단순히 지켜보는 참관 방식이 있고, 시료 채취를 통해 과학적인 분석을 할 수 있다. 이들의 조합을 고려하면 영변 핵시설 하나만으로도 몇 가지 협상 시나리오가 나온다.

작은 거래란 의미 있는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으로 보기 어려운 합의를 의미한다. 그 기준은 과거 6자회담의 경험이 될 수 있다. 2008년 6자회담이 종료되기 전까지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동결과 불능화까지 수용한 바 있다. 말이 불능화지 결국 냉각탑 폭파와 핵심 부품을 분리ㆍ보관했던 것이기에 결국 동결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북한이 시료 채취와 같은 구체적인 검증 방식을 거부하며 오직 참관만을 주장하다가 이듬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을 감행하며 6자회담이 운명을 달리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과 관련한 의미 있는 비핵화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과거에 가보지 못한 영역까지 나가야 한다. 즉 영변 핵시설, 특히 농축우라늄 시설을 포함한 전체 핵시설에 대한 철저한 신고ㆍ검증에 합의하는 것이다. 만일 핵시설 동결이나 북한이 요구했던 참관 수준의 검증에 합의된다면 이는 11년 전 6자회담 수준으로 복귀하는 것으로써 그간 엄청나게 성장한 북한의 핵 능력을 고려할 때 의미 없는 합의로 볼 수밖에 없다.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는 영변 핵시설의 동결과 국제원자력기구 모니터닝 정도의 비핵화 조치와 연락사무소 개설이나 인도적 지원 정도를 교환하는 ‘작은 거래’의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나 미국 모두 과감한 비핵화 조치나 상응 조치를 꺼리는 모습을 보이지만, 대화의 판을 깨기를 원치 않기때문이다.

이 같은 거래는 북한에 있어 핵 보유를 굳히는 시간을 벌게 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경제건설을 위한 대북제재 해제를 끌어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미국에는 북한의 추가도발을 막고 경제압박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킬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북한의 외교적 위상을 높여주고 자칫 시간만 낭비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기에 아직 그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않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의 전략적 결단을 내린다면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내놓고 경제제재의 일부를 해제 받는 ‘큰 거래’로 갈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물론 이는 실무선에서 조율되지 않고 정상회담 장에서 결정될 것이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미국 측의 검증 방식을 수용할 테니 개성공단이라도 재가동 할 수 있게 해 주시라’는 요구를 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제안에 동의하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큰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영변 핵시설과 관련한 의심시설 방문과 시료 채취를 허용할 경우 북한은 영변에서 생산한 핵물질의 총량을 추적당할 수 있다. 재처리시설과 원심분리기에 남아 있는 화학물질과 찌꺼기들을 수집해서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면 이들 시설을 얼마나 가동했는지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록 100%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핵물질 총량을 추적당할 수 있는 검증 방식을 수용하는 것은 북한에는 큰 부담이다.

이 방식의 검증이 다음 단계인 미공개 농축우라늄 시설에 그대로 적용될 것이고, 최종단계에서 북한이 포기해야 하는 핵물질의 양을 엉터리로 신고하기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저한 검증의 수용은 북한 비핵화의 진정성을 파악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이러한 ‘큰 거래’는 북한의 비핵화를 진전시킨다는 측면에서 우리에게도 좋은 거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엔 비장의 협상 카드가 있다. 그것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수용하고, 장거리미사일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경제제재를 완화 받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장거리미사일을 양보받는다면 미국에 돌아가 자신의 커다란 외교 업적을 자랑할 수 있다.

북한 핵미사일을 위협으로 느끼는 미국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한 것일 뿐 핵물질을 추적당하지 않고 계속 보유할 기회를 얻은 북한은 사실상 핵 보유의 길을 열어갈 수 있다.

이미 공개된 영변 핵시설조차 제대로 된 검증을 못 하는데, 앞으로 더 어려운 비핵화 조치를 제재까지 완화된 상황에서 이루어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국익에는 ‘최악의 거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내일이면 우리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작은 거래로 갈지, 크고 좋은 거래로 갈지, 아니면 나쁜 거래로 갈지 알 수 있게 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무리 다른 미사여구를 가져다 붙인다 해도 북한에 핵무기가 남아 있게 되면 대한민국 평화와 안보는 북한의 손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이다. 후세에게 핵 있는 북한을 물려주는 역사적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최악의 거래’를 예방해야 한다.

 

* 본 글은 2월 27일자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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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신범철

안보통일센터

신범철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1995년 국방연구원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한 이래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2008), 국방현안연구팀장(2009), 북한군사연구실장(2011-2013.6) 등을 역임하였다. 신 박사는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2009-10)과 외교부 정책기획관(2013.7-2016.9)을 역임하며 외교안보현안을 다루었고, 2018년 3월까지 국립외교원 교수로서 우수한 외교관 양성에 힘썼다. 그 밖에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국회 외통위, 국방부, 한미연합사령부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북한군 시크릿 리포트(2013)” 및 “International Law and the Use of Force(2008)” 등의 저술에 참여하였고, 한미동맹, 남북관계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글을 학술지와 정책지에 기고하고 있다. 신 박사는 충남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였으며,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군사력 사용(use of force)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