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하노이 정상회담이 종료된 지 보름이 지났다. 미국과 북한의 기자회견을 통한 기(氣)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산발적으로 흘러나오는 정보가 지난 협상 과정의 모습을 생생히 전해주고 있다. 동시에 부정확한 정보 또한 확산되며 마치 미국 내 강경파의 음모로 협상이 깨진 것과 같은 오해도 제기되고 있다. 올바른 외교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세판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하노이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미북간 접촉을 재구성해보고 이를 근거로 한국 정책 제언을 제시하고자 한다.1
 

불길한 전조: 스티븐 비건의 성과 없는 실무회담

하노이 정상회담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1월 워싱턴 방문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2월 평양 방문을 통해 준비되었다. 특히 비건 대표는 평양 방문에 앞서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설을 통해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서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단계적 비핵화 협상에 응할 수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합의의 포괄성을 강조하며 ‘영변 플러스 알파’를 지적하며 북한에게 영변 핵시설을 넘어서는 대안도 준비할 것을 요구했을 것이다.2 미 행정부도 유연한 접근을 할테니 북한도 비핵화에 더 성의를 보이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김영철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이나 비건 대표의 평양 방문에서도 비핵화 부분에 있어서는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과정에서 비핵화의 대상에 관해 지속적으로 물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워싱턴을 방문한 김영철 부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이외의 시설들은 현 단계에서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것은 물론이고 영변 핵시설 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의 대상도 논의를 거부하고, 비핵화의 범위는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정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탑다운 방식”을 고집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협상행태는 비건 대표과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의 평양 실무회담에서도 계속 이어졌을 것이다. 정상회담 합의문 조율을 위해 비건 대표는 김혁철 대표와 수차례 회담을 진행했지만 비핵화 문제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즉, 싱가포르 공동선언 합의 내용 4개 항 중, 미북관계 개선과 항구적 평화체제 문제, 그리고 유해송환 문제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지만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 당시와 입장차가 없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영변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말은 했지만 영변의 어느 시설이 해당하는 것인지 미공개 농축우라늄시설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와 같은 가장 기초적인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비건 대표의 평양 실무회담에서도 북측이 영변 핵시설에 대한 구체적 물음에 답하지 않자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본격적으로 의심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 결과 비건 대표의 평양 방문 후에 다양한 협상안을 다양하게 준비했을 것이다. 비건 대표의 스탠포드 연설과 하노이 정상회담 사이에 트럼프 행정부 내에 상당한 회의론이 제기되었고, 이러한 문제 인식에 따라 다양한 정상회담 시나리오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 이전에 빅딜, 스몰딜, 노딜 카드가 모두 준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도 북핵 문제에 다시 관여하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과의 고위급 대화를 진행해 온 폼페오 국무장관은 나름대로 비핵화 협상에 대한 애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였는지 북한의 입장을 바꾸기 위해 정상회담 직전에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만나자고 제안을 했지만 김영철 부위원장은 면담을 거부했고 그 이후 미국의 시각은 더욱 차갑게 변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확인되었듯이 고위급 회담이나 실무회담 과정에서 북한은 제재 완화 문제에 대해 집요할 정도로 집착했을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그에 따라 제재 완화와 관련해서는 실무협상에서 많은 대화가 이루어졌고, 특히 북한은 민생과 관련된 제재 해제를 요구했으나 그 범위가 모호했을 것이다. 포괄적인 합의를 모색했던 미국 측이 ‘어떤 제재를 완화해 달라는 것인가’ 물으면서 북한의 입장을 확인하려 했을 것이고, 북한은 민생문제와 연관된 제재 해제를 요구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대로 북한은 사실상 2016년 이후 만들어진 다섯 개의 제재(유엔 안보리 결의 2270, 2321, 2371, 2375, 2397)를 모두 해제해 달라는 것이었다. 북한이 제재 해제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은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북한의 제재해제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협상장에서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북한 비핵화 의지의 진실을 보여준 하노이 정상회담

27일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개최된 정상회담 만찬은 간소하게 이루어졌다. 만찬 메뉴는 양념 등심구의와 배속김치를 포함한 양식과 한식의 조화가 있었지만 백악관은 의도적으로 음식 구성이 간소한 메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메뉴를 둘러싸고 북한측은 화려한 만찬을 미측은 간소한 저녁을 희망하면서 견해차가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무래도 실무협상에서 보인 북한측 태도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간접적으로 표출되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만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 개념과 영변 핵시설 등을 물어보았으나, 김정은 위원장은 이러한 비핵화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을 것이다. 28일 정상회담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아무런 합의 없이 종료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대상이나 과정을 질문했으나 김정은 위원장은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영호 북한 외무상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김정은 위원장은 영변핵시설의 일부만이 비핵화의 대상임을 반복 강조하면서 민생과 관련한 제재 해제를 요구했을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이외의 농축우라늄 시설 문제를 제기했는데 김정은 위원장은 그 존재 자체를 확인해 주지 않으면서(Neither confirm, nor deny, NCND) 이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거부했을 것이다.3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미국은 내부회의를 개최하고 최종적인 방향을 노딜로 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회의를 통해 노딜로 입장을 정한 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번에는 합의 없이 회의장을 떠날 것임을 밝혔을 것이고, 김정은 위원장도 그 자리에서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하고 회담을 종료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협상장을 떠나기 전에 최선희 부상이 와서 영변 전체를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에 대해 비건 대표가 최선희 부상에게 ‘구체적으로 영변 단지 내의 모든 관련 시설을 의미하는가’라고 질문했으나 최선희는 정확한 답변을 못했다. 아마 그렇지 않겠는가라고 모호하게 답을 했는데, 북한에게 있어 이러한 답변은 윗선의 확고한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나오는 답변이었다. 미국은 과거의 협상 경험에서 북측 실무자의 모호한 답변이 유효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상기했고, 그 결과 최선희 부상의 제안은 미국의 입장을 바꾸기에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문가들의 하노이 정상회담 평가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공화당 성향의 전문가도 있고 민주당 성향의 전문가도 있다. 그리고 정치적 성향과 무관한 전문가들도 상당수가 존재한다. 이들은 자신의 업무 영역에서 연구활동과 학술활동을 통해, 그리고 미국 정부 인사들을 자문하며 자신의 입장을 정하고 이를 발표한다. 미국 행정부의 경우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학계나 전문가들의 자문을 광범위 하게 구하고 있고 이것이 전문가와 언론과 소통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결과 정보 공유가 잘 이루어지는 편이며 전문가들이 사실관계를 몰라 실수하는 상황도 상대적으로 적다.4

하노이 정상회담에 관한 평가와 정책대안은 각 전문가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현재 미국 내 대다수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무거래가 나쁜 거래보다 낫다(No deal is better than bad deal)’는 말을 하고 있다. 비판을 하는 쪽도 북한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기 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준비 없이 정상회담에 임했다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전문가들조차 이번 북한의 요구 사항은 지나쳤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오히려 현재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왜 북한이 잘못된 계산(miscalculation)을 했는가’이다. 실무회담도 아니고 정상회담장에서 상대가 수용하지 못할 수준으로 제안하는 것은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큰데, 북한이 왜 이런 실수를 저질렀는가 하는데 대한 문제인식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성과 미국 내 국내정치 상황에 대한 오판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화 기조를 이어가려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 북핵 문제의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문성 결여, 그리고 복잡한 미국 국내정치적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실패를 선언하기보다는 어떠한 내용으로든 합의를 해 줄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작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소위 ‘재미’를 본 것이 이러한 협상전술로 나오게 된 배경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북한의 시도는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변 측근들이 이를 만류하면서 북한의 의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미국 행정부 내 시스템이 작동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 내 의사결정의 경직성을 말하기도 한다. 북한과의 협상을 해본 전직 관료나 전문가들이 종종 지적하는 내용인데, 북한의 관료층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미국과 타협하라는 말을 건의할 수 있는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칫 미국과의 타협을 건의할 경우 잘못되면 인사 상 처분을 넘어 생명까지도 위험해 지기 때문에, 합리적 건의보다는 무조건 강경한 방향으로 건의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일이 잘못되더라도 그 원인은 미국의 과도한 욕심을 비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정권에 충성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인사상의 불이익을 크게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뜻을 받들기 위해 영변 핵시설만으로도 민생관련 제재를 해제 받을 수 있다는 충성발언을 했을 수 있고 그로 인해 김정은 위원장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책적 시사점

현재 워싱턴의 분위기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대체로 냉담한 반응이다. 실제로 북한이 위에 제시된 내용대로 협상을 진행하려 했다면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평가로 본다. 영변 핵시설로 핵심적인 제재를 모두 해제 받으면, 미공개 농축우라늄시설이나 그보다 더 중요한 핵물질과 핵무기는 무엇으로 폐기 받을 수 있을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협상 초기부터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비핵화의 개념, 그리고 비핵화 로드맵을 확인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미국 내 여론과 행정부의 반응을 봐서 당장 대화 재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 북한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면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인식하는 것이 당장 대화재개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또한 북한이 경제제재 완화에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것을 보면서 당분간 시간은 미국편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당장 대화를 재개하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되, 미국이 먼저 조정된 협상안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형식적으로는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제재 완화는 없다는 작년 6월 이전의 입장으로 돌아간 모습니다. 하지만 대화 재개에 긍정적 신호도 있다. 미국도 협상 기조를 이어가려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군사훈련중단이나 북한 인권문제, 그리고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밝힌 북한의 제재위반 사례를 크게 부각시키지 않고 있다. 북한의 과도한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되, 그 이외의 문제에 대해서는 확전을 피하려는 입장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의 행보다.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대화를 이어가고자 하는 모습이다. 그 의도는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회담 결렬 이후에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강조한 것은 아쉽다. 이 두 사업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언젠가는 재개해야 한다. 하지만 비핵화 진전과 함께 가야 한다. 북한의 도발로 이들 사업의 발목을 잡는 대북제재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봐서 노딜을 선택했는데, 비핵화는 강조하지 않고 북한 요구사항 중 일부로 불 수 있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언급하니 환영할 수가 없는 일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이를 강조한 것이 미국 들으라고 한 말이 아니라 북한에게 전하는 메시지로까지 오해하고 있다. 어차피 안 될 것을 알면서 북한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는 견해다. 사실 정부차원의 협력은 민간 차원보다 훨씬도 정교하게 이루어진다. 그간의 한미공조를 통해 미북대화 진행 과정이나 하노이의 상황에 대해 우리 정부가 면밀히 파악하고 있었으리라는 점을 고려할 때 보다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당분간 미북관계와 비핵화 협상은 냉각기가 불가피 하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와 같은 전략도발을 하든 자신들의 말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비핵화 대화를 이어가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화 재개의 시점은 언젠가 찾아올 것이다. 미국은 핵문제 해결이나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그리고 북한은 경제상황 개선을 위해 대화를 재개할 것이다. 이때 우리가 보다 긍정적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일들이 있다.

첫째, 균형 있는 접근이다. 최근 정부는 ‘중재자’라는 표현을 삼가는 대신 ‘촉진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바람직한 접근이라고 본다. 하지만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든 현 시점에서는 북한에 대해 비핵화 로드맵과 같이 비핵화의 최종 목표와 과정을 담는 전향적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미북대화를 촉진하기 어렵고, 제대로 된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 내기도 어렵다. 만일 북한이 비핵화 로드맵에 동의한다면 이를 기반으로 미국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로드맵이라는 포괄적 합의 하에, 그 구체적인 이행은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미국도 이행단계가 나누어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은 하게 될 것이므로 이를 바탕으로 대화는 재개될 수 있을 것이다.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을 로드맵으로 양측을 설득해야 한다.

유의할 것은 한국 정부가 현 시점에서도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눈앞의 상황을 모면하려는 행보보다는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기 위해 목소리를 낮추고 물밑에서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결국 미국과 북한도 정보당국 간의 소통 창구는 열어둘 것이기에 물밑 협상의 진행은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재개될 수 있다. 이는 한국에게 있어 기회가 된다. 이때 우리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균형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둘째, 보다 충실한 실무협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정상회담 이전에 실무협상이 수차례 개최되었지만 북한은 의도적으로 핵문제와 관련한 논의를 회피해왔다. 이래서는 다음 정상회담도 성공할 수 없다. 외교적 수사(rhetoric)와 현실의 인식은 다르다. 하노이 정상회담의 실패로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 모두 상대에 대한 신뢰의 깊이는 낮아졌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충실한 실무협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음 정상회담 역시 결렬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있어 보다 구체적인 부분까지 합의를 이루어내야 한다. 탑다운(top-down) 방식을 이어간다 해도 실무선의 충실한 조율의 기반 위에 이어가야 한다.

셋째, 한미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최선의 부상은 3월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을 중재자가 아닌 협상 당사자(player)라고 불렀다. 즉 미국의 동맹이기 때문에 미국편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간 협상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행보를 보면 무례하기 까지 한 발언이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의 북한 인식은 그러하다. 동시에 비핵화 협상 진행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한미간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더 악화되면 한국은 촉진자로서의 역할마저도 잃게 된다. 미국의 신뢰마저 잃게 되면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한 우리의 영향력이 제한된다. 미국 정부를 설득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는 북한에게 있어서는 별다른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북한의 핵능력이 날로 고도화 되고 있는데 한미동맹은 연합군사훈련 축소와 확장억제 논의의 실질적 중단으로 점점 더 약화되고 있다. 따라서 동맹복원을 위한 정교한 물밑작업과 신중한 발언을 이어가며 한미간 신뢰를 더욱 두텁게 해야 한다.

‘양약고어구 이리어병(良藥苦於口 而利於病)’이란 말이 있다.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몸에는 좋다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건의 사항들이 정부의 입장에서는 쓴 소리로 들리겠지만, 이제 임기 중반으로 달려가는 문재인 정부에게 궁극적으로 좋은 약이 될 것으로 믿는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들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재구성은 공개된 자료와 미측 인사들과의 면담 내용 등에 기초한 것이다.
  • 2. 비건 특별대표는 스탠포드대학 연설에서 FFVD 원칙을 지적하며, 미국이 원하는 것은 영변을 넘어선 모든 핵물질(플로토늄과 우라늄) 생산시설의 파기와 폐기임을 강조했다. 즉 비핵화부분에서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 3. 이 부분에 대해 미측 전문가들은 북한의 실수임을 지적한다. 즉,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한다고 하면서 그 대상조차 인정하지 않은 것은 가능하면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서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안이었다는 것이다.
  • 4.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외교안보 관련 사항을 전문가에게 자문하는 빈도수도 적고 관련 정보 공유도 취약한 편이다. 향후 올바른 정책공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보다 활발한 정책 정보 소통이 필요하다.

 

About Experts

최강
최강

부원장(원장 직무대행); 수석연구위원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이자 수석연구위원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

신범철
신범철

안보통일센터

신범철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1995년 국방연구원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한 이래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2008), 국방현안연구팀장(2009), 북한군사연구실장(2011-2013.6) 등을 역임하였다. 신 박사는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2009-10)과 외교부 정책기획관(2013.7-2016.9)을 역임하며 외교안보현안을 다루었고, 2018년 3월까지 국립외교원 교수로서 우수한 외교관 양성에 힘썼다. 그 밖에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국회 외통위, 국방부, 한미연합사령부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북한군 시크릿 리포트(2013)” 및 “International Law and the Use of Force(2008)” 등의 저술에 참여하였고, 한미동맹, 남북관계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글을 학술지와 정책지에 기고하고 있다. 신 박사는 충남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였으며,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군사력 사용(use of force)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