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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9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식적인 탄핵 조사 개시 방침을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은 실제 탄핵 가능성을 매우 낮게 평가했다. 하원에서 대통령 탄핵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탄핵결의안을 통과시켜도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3분의 2가 탄핵을 찬성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는 요소 중 하나는 견고한 지지율이다. 임기 초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만족도는 약 45%로, 현재 평균인 약 43%와 큰 차이가 없다.

지난 9월 말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 유권자 지지도는 펠로시 의장의 탄핵 조사 발표 이후 오히려 12%포인트 상승했다. 공화당 유권자 중 트럼프 대통령이 “정직한 사람”이라는 응답 비율은 지난 3월엔 66%, 9월 말엔 83%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기 시작한 이후 오히려 지지층은 결집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추이를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인다. 그러나 선거는 지지층만 챙겨서는 이길 수 없다. 9월 말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고 하원 청문회에서 새로운 정보가 드러나고, 최근엔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대행이 우크라이나 군사원조금의 대가성을 인정해 여론이 급변하고 있다. 9월 중순 미국인들은 탄핵 반대 51%, 찬성 40%였지만 불과 1개월 만에 뒤집혔다. 이젠 탄핵 지지가 약 50%, 반대는 44% 정도다.

펠로시 의장의 탄핵 조사 발표를 기준으로 9월 23일 민주당 유권자들의 탄핵 지지율은 약 71%, 무소속은 34%였지만 지금은 각각 85%와 46%다. 즉, 민주당과 무소속 유권자들의 탄핵 지지론이 점점 더 견고해지는 것이다. 만약 하원의 탄핵 조사를 통해 새로운 정보들이 쌓이면 탄핵 찬성 가능성이 더 증가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변수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경합주에서 어려운 선거 싸움을 예상하고 있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큰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특히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메인, 아이오와, 콜로라도, 애리조나, 몬태나, 미시간 그리고 텍사스주에서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탄핵 여론 변화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계산은 상원의 탄핵 성립 표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상원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여론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미국 역사에서 탄핵 대상이 됐던 대통령은 앤드루 존슨과 리처드 닉슨 그리고 빌 클린턴 3명이다. 당시 의회 상황은 모두 야당이 상·하원의 다수당이었는데, 자진 사퇴한 닉슨 대통령을 제외하고 존슨과 클린턴 탄핵안은 상원에서 부결됐다. 존슨 재임 당시엔 여론조사가 없었기 때문에 여론 추이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닉슨의 경우 사임 발표 당시 탄핵 지지율은 57%였다. 만약 닉슨 대통령의 사임 결정이 탄핵 가결 가능성과 연관돼 있다고 가정한다면 탄핵 지지율이 높을수록 탄핵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의 생각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탄핵 사태는 2020년 대선과 관계가 밀접할 수밖에 없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의 과반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원을 통해 트럼프를 봉쇄·견제하겠다는 유권자들의 표심 덕분이다. 즉, 하원은 트럼프 견제 권한을 유권자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다. 펠로시 의장이 탄핵 조사를 발표하기 전 민주당 지도부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탄핵 이유가 분명해진 상황에서도 민주당이 이를 무시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탄핵의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볼 때 탄핵을 주도한 당이 다음 대선에서 백악관을 장악하게 된다는 점 또한 민주당에 나쁘지 않은 소식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탄핵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급변하는 미국의 정치 상황을 볼 때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은 확실하다.

물론 트럼프 탄핵 현실화 여부는 현재로는 예측 불가능하다. 다만 민주당은 탄핵 프로세스를 촉발함으로써 루비콘 강을 건넜고, 이제 탄핵 결과와 상관없이 미국 정치는 2020년 대선까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여러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방위비 분담 협상이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외에 공화당 관료, 그리고 민주당 예비 후보들의 생각도 깊이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의 대중동 정책 리스크가 한·미 동맹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분석하며 국익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0년 대선은 1년 넘게 남았지만, 변화는 우리도 예측하지 못할 시기에 올 수도 있다.

 

* 본 글은 10월 23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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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James Kim
J. James Kim

미국연구센터, 워싱턴사무소

J. James Kim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미국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Columbia University 국제대학원 겸임 강사이다. Cornell University에서 노사관계 학사와 석사학위를 마치고 Columbia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California State Polytechnic University, Pomona의 조교수(2008-12)와 랜드연구소의 Summer 연구원(2003-2004)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주요연구 분야는 비교민주주의 제도, 무역, 방법론, 공공정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