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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공식 수도로 선언한 지 5개월여 만이다. 미국은 대규모 이전식을 이스라엘 건국 70주년 기념일에 맞춰 열었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이날을 ‘분노의 날’로 정해 반(反)이스라엘 시위로 맞섰다. 가자지구에서는 시위대와 이스라엘군의 충돌로 50여 명이 숨지고 1000여 명이 다쳤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군의 강경 진압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유엔은 1947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어느 쪽도 아닌 국제사회의 관할 아래로 두면서 특별관리지역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예루살렘 전체를 점령했고, 같은 해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철수 결의안을 여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

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주에도 국제사회의 다자주의 결정을 무시했다. 201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이란과 함께 맺은 핵(核) 협정에서 탈퇴했고, 이란 제재 재개를 선언한 것이다. 미국을 제외한 5개국과 이란은 핵 협정에 계속 남겠다고 했다. 하지만, 영국·프랑스·독일 기업들이 곧 미국 제재의 타격을 받을 테고 협정 유지의 운명은 그다지 밝지 않다. 미국과 유럽의 동맹관계가 흔들리는 만큼 중동 내 비확산의 불안한 균형도 살얼음판이다. 이란은 미국이 제재를 다시 시작하면 우라늄 농축도 다시 시작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왔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시작하면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농축으로 맞서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국제 석유 시장도 다가올 불확실의 주기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러면 트럼프 행정부는 왜 국제사회의 논란과 혼란을 무릅쓰고 대사관 이전과 핵 협정 탈퇴를 강행했을까? 대통령 개인의 승부사 기질이다. 국내 정치적 성과도 미미한데 러시아 게이트에 이어 성추문 스캔들이 꼬리를 물자 트럼프 대통령은 위기 돌파를 위해 대외정책 카드를 썼다.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강한 대통령’의 이미지 부각을 위해 대선 공약으로 내놨던 파격적 정책들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국내 충성파 지지층인 백인 복음주의자들을 결집시키기에 적격이다. 외교정책 분야는 의회의 압박이 덜 해 대통령의 의지를 밀어붙이기에도 쉽다. 문제는 대사관 이전과 핵 협정 탈퇴 이후의 구체적 계획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쌓아온 외교정책의 전통적 룰을 전격적으로 파기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규범도 어기며 실질적인 후속 대안을 내놓지도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담한 중동정책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부쩍 잦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해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이란에는 정권 교체의 최종 목표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그 트럼프 대통령이 6월 12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북한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한다. 당일 분위기는 두 정상의 승부사 기질로 인해 나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회담 이후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중동정책을 통해 보여온 행보를 볼 때 국제규범과 다자적 합의, 만일에 대비한 여러 가지 후속 방안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지지층 결집, 이분법적 사고, 기존의 관행 파괴가 트럼프 외교정책의 기반을 이뤘다. 북핵(北核)의 경우 그의 획기적이고 틀을 깨는 접근법이 작동하길 바라지만, 북한 지도자의 계산법과 맞아떨어질지는 또 다른 문제다.

* 본 글은 05월 15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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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향
장지향

연구부문 / 중동센터

장지향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중동연구프로그램 선임연구위원이다. 외교부의 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학사, 정치학 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 분야는 중동 정치경제, 정치 이슬람, 비교 민주화, 국제개발협력 등이 있다. 저서로 클레멘트 헨리(Clement Henry)와 공편한 «The Arab Spring: Will It Lead to Democratic Transitions?» (Asan Institute 2012, Palgrave Macmillan 2013), 주요 논문으로 “혁명의 우발성과 다양성: 2011년 ‘중동의 봄’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아산정책연구원 이슈 브리프, 2011), “세계화 시기 자본의 민주적 함의: 이슬람 자본의 성장에 따른 무슬림 포괄 정당의 부상에 대한 이론적 고찰” (국제•지역연구, 2010), “Islamic Fundamentalism”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the Social Sciences, 2008)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파와즈 게르게스(Fawaz Gerges)의 «지하디스트의 여정» (아산정책연구원, 2011)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