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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9일 문재인 정부는 해를 넘기기 전 가까스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2017-2031)’을 확정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정부가 향후 15년 간의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2년을 주기로 수립하는 중장기 전력수요 전망 및 수요관리, 발전설비 확충 계획, 송변전 설치계획, 온실가스 감축노력 등을 담고 있는 중장기계획이다. ‘에너지 기본계획’ 및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과 더불어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에너지 정책의 청사진을 담고 있는 중장기 기본계획인 동시에 에너지 안보를 위한 국가미래전략의 성격을 갖고 있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탈원전ㆍ탈석탄’을 통해서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등 에너지 전환을 추진한다는 목표 하에 정책적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데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담고 있는 탈원전ㆍ탈석탄 정책은 목표 기간 내에 ‘제로(zero) 발전량’을 이룬다는 여타 국가들의 탈원전ㆍ탈석탄 정책과는 차이를 지니고 있다. 외국의 일반적인 탈(脫)원전ㆍ탈(脫)석탄 정책들이 의미하는 목표기간 내의 100% 퇴출이 아니라 이용의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원전·탈석탄 모두 맞지 않아

궁극적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ㆍ환경정책의 기조를 탈원전ㆍ탈석탄이라 공식적으로 명칭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는 제기될 수 있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4기 중 15기를 자연퇴출 시켜, 신규원전의 건설과 함께 2038년에는 14기의 원전만을 갖겠다는 것이 탈원전 정책의 핵심이다.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으로 공사가 재개된 신고리 5·6호기의 예상 완공 시점은 2021년과 2022년이다. 원전의 설계수명이 60년이라는 점에서 단순계산을 하더라도 한국에서 발전비중 0%를 의미하는 완전한 탈(脫)원전(nuclear phase-out)은 2082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현 정부의 집권기간(2017년 5월~2022년 5월)은 물론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기간(2017-2031) 동안에도 달성할 수 없다. 더구나 현 정부의 집권 기간 중 5기의 원전이 새로 들어서게 되는 계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탈원전 정책으로 정의하며 정책기조로 삼은 것에 대해서는 정치적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실질적으로는 탈원전이 아니면서 이를 탈원전이라 정책기조로 명칭하는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원전 수출국인 우리나라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경제적ㆍ산업적 여파를 가져올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어느 국가들보다도 가장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원자력 발전을 제공해 왔던 한국의 원전산업이지만, 탈원전의 정책기조로 인해 원전수입국가들로 하여금 그 기술과 국가적 지원에 대해 의심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안전ㆍ환경 문제를 중시해 국내적으로는 탈원전을 주창하면서, 원전 수출을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을 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국제사회로부터 매우 위선적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탈석탄 정책은 그 본질에 있어 더 큰 문제를 지니고 있다. 현재 정부의 탈석탄 계획에 의하면 탈(脫)석탄(coal phase-out)의 본질인 석탄발전 비중 0%를 지향하고 있지도 않으며, 2030년까지 현재보다 발전량 비중을 9.3%p, 설비용량 비중을 8.6%p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이는 발전원별 비중에서의 감소일 뿐, 실제 석탄발전의 설비용량은 오히려 2017년 현재의 36.9GW에서 현 정부의 임기말인 2022년에는 42.0GW로 대폭 확대되었다가, 2030년에도 현재보다 확대된 39.9GW로 설비용량을 갖추도록 계획되어 있다. 지금보다 오히려 확대된 설비용량을 지닌 석탄발전을 계획하면서 탈석탄 정책기조를 내세우는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의 탈석탄 정책은 명칭과는 달리 석탄발전 용량의 확대로 역행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국가의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 각국의 전략에 따라 비중 0%를 의미하는 진정한 탈(脫)원전 혹은 탈(脫)석탄을 선언한 사례는 다수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탈원전과 탈석탄을 동시에 선언한 국가는 독일과 이탈리아가 대표적이며 그 사례가 많지 않다. 탈원전과 탈석탄이 동시에 정책기조로 추구되기 어려운 이유는 이 두 가지 에너지원, 즉 원자력과 석탄이 현재는 물론 가까운 미래에도 가장 큰 경제성을 갖추고 있는 발전원이라는 점이다. 특히 에너지원의 수입 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다소비국가인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국가에서는 사회ㆍ환경비용을 포함하는 균등화발전비용(LCOE)의 측면에서도 원자력은 물론 석탄은 무시할 수 없는 경제성을 지닌다.

가장 큰 경제성을 지니고 있는 두 에너지원을 동시에 포기한다는 것은 곧 국가경제와 산업에 가져올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원전 혹은 탈석탄, 그리고 신재생에너지의 이용 확대를 에너지의 정책기조로 삼고 사회적 부담을 공유하려는 정책을 펴는 이유는 보다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에너지 전환이라는 국가전략적 차원의 대목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은 현재의 산업경쟁력 유지 및 국민부담 고려와 함께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이를 충족하는 만큼, 한 국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비롯한 에너지 전략은 지속 가능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탈원전은 처음부터 빗나간 목표....사회적 논란을 가져온 탈원전ㆍ탈석탄 정책의 문제점들

 

탈원전은 세계적 추세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과 탈석탄을 범국제적인 정책 지향으로 소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적어도 2050년까지 발전원으로서의 0% 이용을 의미하는 진정한 탈원전을 선언한 나라는 이탈리아, 벨기에, 독일, 스위스, 스웨덴, 대만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스웨덴은 신규원전 건설 금지 정책을 철회하며, 현재 원전을 운영하는 31개국들 중 5개국이 탈원전 정책을 이행 중이다. 운용되다가 가동 중지에 들어간 원전은 163개로 탈원전은 국제적인 추세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동 중지된 원전은 미국 34기, 영국 30기, 독일 28기, 일본 17기, 프랑스 12기 등으로 원자력 발전 초기 단계부터 운용을 시작한 노후 원전을 폐쇄 조치한 것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여전히 가동되고 있는 원전은 폐쇄된 원전 개수를 넘어서고 있으며 63기의 원전이 신규 건설 중이다.

단순한 원전 운용 개수의 증감을 떠나 이탈리아, 벨기에, 독일, 스위스 등의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탈원전을 추진할 수 있는 배경에는 24시간 전력을 공급하는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통합된 전력망(grid), 즉 유럽 단일전력시장(Internal Electricity Market)이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만 한다. 그 예로 2017년 독일은 덴마크로부터 4.6TW의 전력을 수입하고 3.4TW의 전력을 수출했다. 결과적으로는 1.2TW의 전력을 덴마크로부터 수입한 셈이지만, 그 이상의 전력을 수출했다는 점은 전력 피크타임(peak time)에 따라 통합된 전력망을 통해 전력을 자유롭게 수출입함으로써 자국의 전력생산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곧 독일과 같은 유럽의 에너지 다소비국가의 탈원전ㆍ탈석탄 정책은 결국 다른 유럽국가들의 원전과 석탄발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입해 소비하게 되는 셈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가 간의 통합된 전력망도 없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력에만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에는 원전과 같은 24시간 전력공급이 가능한 발전용량은 신재생에너지원으로만 대체하는 것에는 한계를 지니며, 석탄이나 LNG 화력발전으로 보충될 수 밖에 없다. 탈원전ㆍ탈석탄 정책기조 중에서 탈석탄 정책이 명칭과는 다르게 0% 비중의 석탄발전을 지향하지 못하고 석탄발전의 설비용량이 현재보다 늘어날 수 밖에 없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환경과 안전에 대해 민감해진 현 시대 상황과 경제 여건을 반영할 때 원자력 발전의 비중 축소와 신재생에너지의 활용 증대는 어쩌면 시대적 요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반세기 내에 소위 발전 비중 0%의 ‘제로(zero) 원자력 발전’을 이루지도 못하면서 탈원전 정책을 우리의 에너지 정책기조로 표방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탈원전의 정책기조로 인해 지금까지 안전성에 있어서 최고의 국제경쟁력을 지녀 왔던 한국 원자력 기술에 대해서 국제사회가 의구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로(zero) 석탄발전’은 차치하고, 오히려 발전설비용량이 늘어나게 되는 석탄 화력발전을 계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탈석탄 정책이라 명명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큰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선언적인 탈원전ㆍ 탈석탄에서 벗어나, 국제적인 에너지 경제의 변화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은 우리의 전략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에너지 정책기조의 설계를 위해서 더 많은 사회적 논의와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탈(脫)원전을 국제사회의 에너지 정책의 일반적인 경향으로 정의하기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탈원전에 대한 공식적인 국제적 합의조차 이뤄졌던 적도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서 진정성이 부족한 탈(脫)석탄 정책은 보다 국제적으로 확실한 에너지 전환의 중심 주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2017년 11월 제2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3)에서는 25개 국가가 참여한 탈석탄동맹(The Global Alliance to Phase Out Coal)이 공식 출범했다.

영국과 캐나다의 주도로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뉴질랜드, 멕시코 등의 국가들은 기후변화의 주원인인 석탄 사용을 2030년까지 완전히 퇴출한다는 목표를 공식화하는 한편, 이를 위해 협력을 모색하기로 한 것이다.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유럽연합의 7 개국들은 이미 석탄 발전소를 퇴출시켰다. 1882년 인류 최초로 석탄 증기 발전을 시작하며 산업혁명을 선도한 영국의 경우 2025년까지 석탄발전을 퇴출시키기로 결정했고, 프랑스는 2013년까지, 포르투갈은 2020년, 오스트리아는 2025년, 캐나다, 핀란드, 덴마크는 2030년까지 석탄 발전을 퇴출시키기로 결정했던 바 있다.

에너지나 전력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유럽국가들은 물론, 미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에너지 다소비국가들이 발전량 0%의 탈석탄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이들 국가에서 석탄발전이 더 이상 경제성을 지니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이들 나라에서는 균등화발전비용(LCOE)의 측면에서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전력생산비용이 청정기술을 사용하는 석탄발전보다도 경제성을 갖게 되었거나, 곧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역시 태양광 에너지의 경우 청정기술 석탄발전과 비등한 전력생산비용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도 하다.

 

온실가스는 탈석탄이 우선

무엇보다 ‘오염원 에너지(dirty energy)’로서의 석탄은 온실가스 다배출국가로 탄소배출 감축, 그리고 최근 가장 큰 사회ㆍ환경 이슈로 부각된 미세먼지의 감축을 위한 정책과 필연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온실가스나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환경 오염이 지니는 가장 큰 유사점은 근본적인 오염원이 동일하다는 점으로, 바로 석탄을 대표로 하는 화석연료의 사용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탄소에너지는 그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 등의 온실가스와 1차 미세먼지를 직접 배출하는 동시에, 대기 중 화학반응으로 2차 미세먼지를 생성하는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등도 배출하게 된다.

탄소에너지원의 종류가 무엇인지 혹은 연소 과정이 어디에서 이뤄지든지 간에 반드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는 배출될 수 밖에 없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예외는 없다. 계획되어 있는 설계수명에 따라 우리나라는 60여 년 이후 발전량 제로(zero)의 탈원전(nuclear phase-out)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우리 에너지ㆍ환경 전략에 더 큰 문제를 지니고 있는 탈석탄(coal phase-out)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

즉,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기조가 탈원전ㆍ탈석탄을 표방하고 있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탈원전 만을 장기적으로 지향하고 있을 뿐 탈석탄은 지향하고 있지 않다. 특히 탄소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하는 국가 전략의 수립에 있어서, 탈원전과 탈석탄 중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탈석탄이 되어야 한다.

 

* 본 글은 1월 31일자 미래한국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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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
최현정

연구부문

최현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기후변화와 지속성장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실 선임행정관(2010-2013) 및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2008-2010)을 역임하였고,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연구위원(2008), IT전략연구원(現 한국미래연구원) 연구위원(2006), 일본 동경대학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2003-2004), 공군사관학교 국방학과 교수요원(1995-1998)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기후변화, 녹색성장, 신성장동력, 동아시아 발전주의 국가 모델과 산업정책, 국가미래전략, 개발원조 등이다. 연세대학교 국제대학(UIC)에서 비전임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Green Growth for a Greater Korea: White Book on Korean Green Growth Policy, 2008~2012 (Seoul: Korea Environment Institute, 2013)가 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 학사와 정치학 석사, 미국 Purdue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