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코로나19(COVID-19)의 확산으로 전세계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우한(武漢)을 시작으로 세계 각 국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WHO(세계보건기구)는 ‘Pandemic’을 선언(3.11)하였다. 감염의 확산과 피해를 막기 위한 각 국의 조치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일본의 상황이 주목받는다. 일본은 발원지인 중국과의 지리적 인접성과 활발한 인적∙물적 교류에도 불구하고, 1월 중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3월말까지 두달여간 평균 40~50여명으로 보고되던 확진자 수는 3월말, 4월초에 들어서부터 동경, 오사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연일 수백명씩 증가하고 있다. 결국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7일 도쿄와 오사카를 포함한 7개 지역에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조치는 4월 8일
부터 발효되었으며, 5월 6일까지 약 한달간 지속된다. ‘긴급사태’ 다음날(4.8) 실시된 <마이니치신문>의 긴급여론조사에 의하면, 일본의 ‘긴급사태선언’에 대해 응답자의 72%가 ‘평가’하며, 70%가 ‘시기적으로 늦었다’고 응답했다.1 이와 같은 일본의 엄중한 상황은 그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하여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온 한국에게도 향후 감염의 재확산 및 사회경제적 교류의 복원 지연 등 다양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바, 각별한 관심과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코로나19의 확산은 보건·의료상의 문제를 넘어 정치·경제·사회·외교·안보 등 국내외 각 분야 및 국가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지정학적 연계성이 큰 한일관계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본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는 일본의 대응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본 및 한일관계에 대한 향후 전망과 우리의 대응방안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15일부터 긴급사태가 선포된 4월 7일까지 지난 83일간 상황의 흐름을 바탕으로 일본의 위기관리 대응체제와 구조, 방침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통해 나타난 특징 및 한계를 분석하여 향후 일본정치 및 한일관계에 대한 전망과 정책적 고려사항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 코로나19 사태와 일본의 위기관리대응

코로나19의 시작과 일본 국내 상황

일본 국내에서의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이 확인된 것은 지난 1월 15일(발표 1.16)이었다. 중국 우한시에서 귀국한 30대 남성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된 이후,2 ‘긴급사태’가 선언(4.7)되기까지 80여일간 일본의 확진자 수는 4,800여명을 넘어섰다(4.7 10:30 기준, <국내> 4,107명, <크루즈선> 712명3) 또한, 도쿄, 오사카, 홋카이도 등을 비롯하여 일본 전역에서 확진자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그림1] 참조).

[그림 1] 일본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추이 (1.15 – 4.6)

일본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추이 (1.15 - 4.6)

출처: 후생노동성, NHK 자료 참조 필자 작성(일본정부는 ‘크루즈선’ 감염자를 ‘기타’로 분류함)
 
더욱이 한국에 비해 현저히 적은 검사량 (한국: 477,304명(4.7 0시 기준), 일본: 46,172명(4.6 12시 기준))을 고려할 때, 일본내 실제 감염상황은 수치상으로 나타난 것 이상으로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4 일본에서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면 37.5도이상의 발열, 권태, 호흡기증상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먼저 진료상담센터에 연락해야 하는데, 지난 4월 1일 개최된 「신형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대책본부」에 제출된 후생노동성 자료에 의하면5 지난 2월 3일부터 3월 30일까지 약 2달간 전국 527개 <귀국자∙접촉자 상담센터>의 상담건수는 307,292건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특히, 3월 25일부터는 통계대상을 “구체적인 증상을 가진 사람 등으로부터의 상담대응건수”로 명확히 하고 있는데, 전일 대비 15,909건 증가하는 등 코로나19에 대해 염려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귀국자 혹은 접촉자이면서 의심증세를 가진 사람”이 상담한 건 수가 전일대비 1만여건 이상 증가했지만, 이 모든 상담이 검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못한 채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검사난민(檢査難民)’6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에서 지난 3.6-3.8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코로나19에 대해 ‘불안하다’는 답변이 74%, ‘불안하지 않다’는 답변이 24%로 나타나듯7 코로나19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중순부터 ‘긴급사태’ 선언이 이어지기까지 80여일간 국내 확진자가 4,800여명(크루즈선 712명 포함)을 넘어섬으로써 일본의 대응은 ‘감염확산의 저지’와 ‘사회적 불안감 종식’이라는 양 측면을 모두 충족시키기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더욱이 올림픽 연기 발표(3.24) 이후 급증한 확진자 수는 “올림픽 개최를 위해 확진자 수를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의혹에 힘을 더했다. 또한, 대응과정에서 나타난 갑작스러운 △초중고교 휴교요청(2.27), △한국중국에 대한 입국조치강화(3.5 발표, 3.9 시행, 4.3부터 입국금지), △마스크 부족현상 해결을 위한 천마스크 세대별 2매 배포 조치(4.1) 등은 국내적으로도 많은 비판과 비난에 직면했다. 감염증 위기상황에 대한 일본의 대응이 원활하게 작용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을 일본의 위기관리대응체제와 방침, 그리고 주요결정사안에 대한 의사결정방식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일본의 코로나 19 대응체제: 체제완비의 ‘시기’와 감염증 위기대응 ‘전문성’ 문제

일본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신형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대책본부(이하 「대책본부」, 본부장: 내각총리대신)」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8 사태 초기에는 「후생노동성」을 중심으로 한 대응이 이루어졌으나,9 이후 상황 악화에 따라 내각관방중심의 관리체제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초기 보건복지부 소속 「질병관리본부」가 중심이 된 「중앙방역대책본부(본부장: 질병관리본부장)」가 감염증 관리를 담당하다가, 감염위기경보 상향에 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국무총리, 1차장겸중앙사고수습본부장: 보건복지부 장관, 2차장겸범정부대책지원본부장: 행정안전부 장관)」로 컨트롤타워가 격상된 것과 원리이다([그림3] 참조).

[그림 2]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체제와 「대책본부」의 구성원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체제와 「대책본부」의 구성원

출처: 日本経済新聞 (2020/2/22), 内閣官房 新型コロナウイルス感染症対策本部 참조 작성

[그림 3]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체제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체제와 「대책본부」의 구성원

출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 홈페이지 (http://ncov.mohw.go.kr/)
 
일본의 「대책본부」는 앞서 1월 30일부터 각의결정에 의해 설치 및 운영되고 있었으나, 3월 26일부터 ‘’신형인플루엔자등대책특별조치법(이하, 특조법)” 제15조 1항에 근거하여 설치되며,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10 첫 확진자가 확인된 1월 15일 이후 71일, 국내 확진자가 2,000여명 (‘크루즈선’ 712명 포함)명이 넘어가고 나서야 이루어진 조치였다. 또한, 「대책본부」 하, 「신형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전문가회의, 이하 「전문가회의」, 좌장: 국립감염증연구소장)」를 개최(2.16)하면서부터 코로나19 관련 의학적 견해와 조언을 얻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첫 확진자 발생한 1월부터 정부 차원의 「대책본부」가 설치되었으나, 약 한 달이 되어서야 ‘감염대책에 대한 기본방침(2.25)’이 발표되고, 약 두 달이 되어야 ‘법적기반이 마련’(3.26)되는 등 실질적인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지 못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조치들은 지난 한국 정부의 신속한 대처와 매우 다르게 나타나는 양상이었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의 국내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라 감염병 위기경보단계를 감염병 징후활동을 감시하는 ‘관심’에서 협조체제를 가동하는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하는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설치하였다. 그리고 4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7일,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실제 대응체제를 가동하는 ‘경계’로 격상하고 대비체제를 갖추었으며,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운영과 함께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보건복지부장관)」를 설치 및 운영하였다. 그리고 2월 23일, 6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상향하고, 관리체제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국무총리)」로 격상하며 대응역량을 총동원하여 전국적 확산에 대한 경계와 비상사태에 돌입하였다. 국내 첫번째 확진자 발생 이후 34일만에 이루어진 조치들이었다. 이와 비교할 때, (일본의 인구가 한국보다 약 2.5배 이상 많다는 점을 감안하여 인구대비 확진자 수로 비교하더라도) 일본의 위기대응체제 마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음을 알 수 있다([표1] 참조).

[표 1] 일본과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체제 구축 흐름

표1_일본과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체제 구축 흐름

한편, 코로나19 대응을 담당하는 전문 부서에 대해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내각관방 내 감염증과 관련된 곳으로는 「사태대처ㆍ위기관리(사태실)」, 「신형인플루엔자등대책실」, 「국제감염증대책조정실」 등이 있다.11 그러나 「사태대처ㆍ위기관리(사태실)」은 본래 지진∙태풍 등 재해재난, 항공기∙선박 납치 및 테러, 미사일 공격 등에 대한 위기관리부서로12 감염증 문제에 대한 전문적 대응은 한계가 있었다. 또한, 「대책본부」가 설치된 1월 30일 이후 「신형인플루엔자등대책실」과 「국제감염증대책조정실」을 통합하여 코로나19 대응조직을 만드는 방안도 논의되었는데,13 이는 곧 기존까지 내각관방 내 ‘감염증’을 전문적으로 관리∙대응하는 부서가 사실상 유명무실하고, 대응체제가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한편, 4월 1일부터는 「국가안전보장국(NSS)」에 신설된 「경제반」에서 코로나19 문제를 담당한다. 「경제반」은 경제산업성 출신 심의관과 각 부처 출신 참사관 등 약 20여명의 체제로 가동되며, 코로나19에 대한 감염방지책과 경제손실 최소화를 위한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국가안전보장국」은 본래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사무국으로서, 「경제반」은 통상∙개발협력∙국제협력 등에 대한 기본방침과 정책검토 등이 주요업무이므로, 감염증 대응의 실무 혹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14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내각관방 산하에 감염증을 전담할 부서가 없었다는 점보다는 평상시부터 감염증 대응을 실무적으로 총괄∙관리할 기구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의 「질병관리본부(KCDC, Korea Center for Disease Control & Prevention)>」와 유사한 기관으로 「국립감염증연구소(NIID, National Institute of Infectious Diseases)」가 있지만, 주 역할은 ‘연구’와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와는 차이가 있다. 구체적으로, 「국립감염증연구소」는 예방의학의 입장에서 감염증 연구와 국가 보건의료행정의 과학적 근거를 밝히고 이를 지원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주요 업무는 △감염증 관련 기초 및 응용 연구, △레퍼런스(감염증 및 병원체 검사 실시 관련 제반활동)업무, △감염증 정보 수집∙해석∙환원 및 제공, △국가검정∙검사 및 생물학적 제제, 항생물질 등 품질관리 관련 연구, △국제협력, △연수, 아웃리치 활동 등에 집중되어 있다.15 반면, 「질병관리본부」는 과학적 근거 기반의 국가 공중보건 및 보건의료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감염병으로부터 국민보호 및 안전사회 구현, △효율적 만성질환 관리로 국민 질병부담 감소, △보건의료 R&D 및 연구 인프라 강화로 질병 극복을 위한 업무를 수행한다. 이 중에서도, “신종 및 해외 유입 감염병에 대한 선제적 위기 대응 체계 강화”가 가장 우위에 있는 핵심사업 중 하나이다.16 한편, 2월 16일부터 개최된 「전문가회의」는 코로나19에 대한 의학적 견해와 조언이 주 목적이며, 감염증 확산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실무적 상설기구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상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일본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과 관련된 주요 기구 혹은 기관으로 「신형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대책본부」, 「신형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전문가회의」, 「사태대처ㆍ위기관리(사태실)」, 「신형인플루엔자등대책실」, 「국제감염증대책조정실」, 「국립감염증연구소」, 「국가안전보장국(NSS) 내 ‘경제반’」등이 거론되나, 이 중 어느 곳도 감염증을 대응할 전문상설실무기구라고 보기 어렵다. 이와 같은 일본내 감염증 전문기관 부재의 문제점과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와 같은 전문적인 조직설치 및 개편의 필요성은 일본 국내에서도 수 차례 제기되었다.17 결국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있어 감염증에 대한 위기상황대응을 위한 종합적 판단을 하는 컨트롤타워인 「대책본부」를 보좌할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에 해당하는 “감염증 위기대응 전문∙상설∙실무기구의 부재”는 문제해결의 어려움을 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체제의 미진함은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책 마련과 정책결정과정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관련 법 및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의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이를 ‘지정감염증’으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2.1시행)가 필요했고, 「대책본부」 설립의 법적기반 마련과 유사시, ‘긴급사태’ 선포가 가능하도록 한 2012년도에 제정된 「신형인플루엔자등대책특별조치법」 개정(3.4 제의18, 3.13 통과19 3.14 시행)등을 통한 법, 체제 등을 마련해야 했다. 이는2015년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사태를 겪으면서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둔 한국과 대비된다. 한국의 경우,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등의 개정을 통해 국내에 아직 유입되지 않은 신종∙해외 유입 감염병을 제4군감염병으로 지정하고, 관련 업종 종사자들의 권한과 환자관리에 필요한 정보수집 및 관계기관 협조 및 감염병 전파 우려자를 통제∙관리할 수 있는 강제격리 등에 대한 법적 근거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두었다.20 또한, 전문성 있는 기관의 권한과 역할을 부여하며,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민간에서의 검사역량을 확보해 두어 유사 시 신속한 대처를 가능하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감염병 예방과 확산방지를 위해 코로나3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검역법」, 「의료법」)을 개정하였다.21 반면, 일본에서는 앞서 알아본 바와 같이,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관련 법 및 제도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경험적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2015년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증과 관련하여 법과 체제 정비를 통해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며, 꾸준한 준비와 훈련을 해 온데 반해, 일본은 그러한 과정을 겪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관련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일본의 대응방침과 과정

일본의 코로나19 기본대응방침은 ‘미즈기와(水際)대책’로 알려져 있다. ‘미즈기와대책’이란, “물가에서 적을 퇴치한다”는 의미로 전염병 등 바이러스의 국내유입을 차단하는 조치를 뜻한다. 일본정부는 이를 기본방침으로 항공, 항구 등에서 검역 및 검사 강화, 입국제한, 도항중지 권고 등을 실시하고 있다.22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지난 80여일간 나타난 일본내 확진자 수의 가파른 상승세는 ‘미즈기와대책’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코로나19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대책본부」 의 회의자료 및 주요내용을 기반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대책본부」 회의는 각의결정에 따라 첫 회의가 열린 1월 30일부터 긴급조치가 선포된 4월 7일까지 69일간 총 25회 개최되었고, 법적 설치에 근거한 회의는 23차(3.26)부터이다. 회의는 통상 2~3일에 1회 정도 개최되었으며, 각 회의는 15분 내외로 주요 사항에 대한 보고 및 논의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회의자료는 수상관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나, 주요논의사항 (의사개요)은 2월 23일에 개최된 12차까지만 공개되어있다(4.8조사기준). 한편, 「전문가회의」는 「대책본부」 결정에 의해 2월 16일 처음 개최되어 긴급조치 선포(4.7) 전까지 총 10회 개최되었다.23

① 안일한 상황인식과 뒤늦은 초동대처

「대책본부」의 회의자료와 주요 논의내용을 살펴보면, 코로나19 발생 초기 일본정부의 위기인식은 높지 않았던 것으로 관찰된다. 일본내 확진자가 9명으로 보고된 1월 30일 제1차 「대책본부」 회의에서 가토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대신은 “①일본내에서도 사람간 감염이 확인되었지만, 현 시점에서 감염증이 국내에 넓게 유행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 ②국민들은 과도한 걱정이 아닌 계절성 인플루엔자의 기본적인 감염증 대책에 따라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24 그러나 WHO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PHEIC, 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가 선포(제네바 현지시간 1.30)됨에 따라 다음날인 1월 31일에 오전(2차)과 오후(3차) 연이어 ‘대책본부’ 회의를 개최하면서 대응조치를 이어갔다. 동 회의에서는 코로나19를 ‘지정감염증’ 및 ‘검역감염증’ 25으로 지정하고 정령의 시행일을 기존에 예정되어 있던 2월 7일에서 2월 1일로 앞당겨 시행할 수 있도록 변경하였으며, 외무성, 법무성, 국가안전보장국을 중심으로 중국(후베이성)을 비롯한 코로나19 감염의심자에 대한 일본입국거부 사유를 검토하였다. 이와 같은 조치들은 감염원의 ‘국내침투’를 막기 위한 ‘미즈기와대책’ 강화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내 인식은 일본 우려는 하되, 심각한 수준으로 여기지는 않았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적∙물적 교류가 많은 중국에서의 확진자 수가 이미 수만명이 달하는 등 대량확산이 우려되던 시점에서 일본은 안전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확신이 초동대처의 지연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약 1개월이 지나 국내 확진자 53명(사망자 1명, 크루즈선 확진자 355명)이 보고된 2월 16일 「대책본부」 제10차 회의에서 기존의 상황인식이 변화되는 모습이 관찰된다. 동 회의에서 가토(加藤) 후생노동대신은 “현재의 상황은, 지금까지의 상황과는 다른 상황이 되었다” 고 언급하고,26 같은 날 “감염의 확대를 전제로 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27 이 시점을 전후로 ‘신형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긴급대응책’이 마련(2.13, 확진자 29명)되고,「신형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전문가회의」가 최초로 개최(2.16, 확진자 53명)되었으며, ‘신형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상담 및 진찰 기준’(2.18, 확진자 66명)과 ‘신형코로나바이러스 감염대책에 대한 기본방침’ 등의 조치(2.25, 확진자 156명)가 마련되었다. 기존의 감염원의 국내침입 차단에 중점을 두는 ‘미즈기와대책’에서 국내에서의 집단발생과 감염확대 억제로 상황 판단이 달라진 것이다.

「전문가회의」는 국내 확진자가 50여명(‘크루즈선’ 355명)을 넘어가던 2월 16일 처음으로 개최되어, ‘긴급사태’가 선언된 4월 7일 전까지 총10회에 걸친 회의를 하였으며, 4차례(1차. 2.24, 2차. 3.9, 3차.3.19, 4차.4.1) 종합견해를 발표하였다. 이는 곧 2월 중순까지 국내감염 확산상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대책본부」의 회의기록에서도 「전문가회의의」 개최 결정(시행 2.16) 전까지 주요 논의사항이 후베이성/우한에서 귀국한 자국민들의 상황, ‘크루즈선’ 문제 대응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국내 확진자가 증가하는 동안 전문가 없는 대책회의와 전문성 없는 컨트롤타워가 상황을 관리∙대응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전문가회의」의 견해 발표에 따라 ①집단감염 조기발견∙조기대응, ②환자의 조기진단∙경증 환자에 대한 집중치료 및 의료제공체제 확보, ③시민행동변화 등을 핵심으로 한 다양한 조치가 시행되었으나, 이미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국내 감염사례가 증가하던 시점에서 뒤늦은 조치였다. 즉, 적이 침입하지 못하게 막는 논의만 지속하였을 뿐 이미 침입한 적을 어떻게 물리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예를 들어, 「대책본부」 제1차 회의에서 이미 무증상 확진자에 대한 우려가 나타났다. 동 회의에서 아베 총리는 “무증상임에도 불구하고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것을 감안하여 미즈기와대책을 한층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였는데,28 무증상감염자에 대한 검사의 필요성이나, 검사 체제에 대한 논의는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감염발생 초기, 정부의 안일한 상황인식과 늦은 전문적 대응체제 마련은 감염증 확산방지를 위한 적절한 초동대처를 어렵게 만들었다.

② ‘미즈기와대책’의 한계: “’크루즈선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의 집단감염은 왜 막을 수 없었나?”

앞서 언급하였듯, 일본의 대응책은 ‘미즈기와대책’을 중심으로 국내로의 감염원 침입을 막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이에 따라 「대책본부」가 설치된 초기단계부터 입국제한 조치는 지속 고려되어 해당 법규를 수차례 확인하고, 관련 부처의 의견과 지지를 얻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감염의 폭발적 확산이 감지되던 중국의 후베이성에 체류하거나, 후베이성 발급 여권을 소지한 외국인의 입국금지(1.31 결정 당시 중국확진자9,692명) 에 대해 1월 31일 「대책본부」 제2차 회의부터 외무성, 법무성, 국가안전보장국 등 관련 부처가 각기 의견을 표명하였다. 구체적으로 국가안전보장국장에 입국거부의견발표에 대해 법무대신이 지지하였다. 일본 법무성은 중국 후베이성 체류경력 외국인 및 해당성 발행 여권소지 외국인에 대해 <출입국관리 및 난민 인정법> 제5조 1제1항 제14조에 규정하는 “일본의 이익이나 공안을 해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로 폭넓게 해석하며 일본 입국거부 사유를 명시하였다. 유사한 사례로, 홍콩발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의 일본 입항문제에 대해서도 「대책본부」 6차(2.6, 확진자 21명),29 7차(2.12, 확진자 28명, 크루즈선 확진자 135명)30 회의에서 거론되며 최종거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가안전보장국장의 입항 거부 의견에 법무대신이 입항거부 사유에 해당되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최종적으로 총리가 출입국관리법에 근거해 입국거부조치에 의견을 표명하였다. 이처럼 「대책본부」의 방침은 ‘미즈기와대책’의 강화에 초점을 두며, 국내 입국/입항에 대해 상당히 강경한 대응태도를 보였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입국제한 조치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이하, 크루즈선)’ 문제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2월 3일 요코하마항에 입항한 ‘크루즈선’ 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 확인된 이후, 「대책본부」의 5차 회의(2.5, 확진자 19명)부터는 ‘크루즈선’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되었다.31 당시 회의에서도 ‘크루즈선’에 대해서는 ‘감염증법’,’검역법’에 의거한 조치를 실시하고 있음을 수차례 언급하며, 양성판정자 외의 탑승자에 대한 하선(下船)을 검토하는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치에서 ‘밀폐된 공간’, ‘배 안’이라는 특수상황과 선내 감염확산에 대한 고려는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기존 매뉴얼에서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한 조치였다고 볼 수 있다. 결국 2월 3일에 요코하마에서 해상 격리된 ‘크루즈선’은 28일만인 3월 1일 탑승객 및 승무원 3,711명이 전원 하선하였으나, 탑승자의 712명이 감염되고, 11명이 사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4.8 기준). 이처럼 상황에 따른 단계별 대응이 아닌 ‘미즈기와대책’만 융통성 없이 고수함으로써 ‘크루즈선’ 집단감염을 막지 못한 일본은 부적절한 대응을 했다는 오명과 함께 질타를 받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이후 일본은 국제법적으로도 적합하지 않은 선박의 국적문제를 포함한 기국주의(旗國主義) 및 관할권을 언급하며 책임문제에서 벗어나고자 하였지만, ‘크루즈선’ 집단감염문제에서 일본이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③ 의료효율화 원칙과 ‘관(官)’ 중심 시스템의 역설: “일본의 검사 수는 왜 적은가?”

코로나19감염여부 검사를 매우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의 검사는 제한적으로 실시된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과 비교하여 검사량이 현저히 적다(한국: 477,304명(4.7 0시 기준), 일본: 46,172명(4.6 12시 기준)). 그 이유로는 초기에는 검사를 받기 위한 까다로운 조건(37.5도 이상의 발열이 4일이상 지속되거나 강한 권태감 및 호흡곤란이 있는 사람)과 높은 비용(3.3 코로나19 검사 공적보험 적용 발표, 3.6. 시행) 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올해 여름 도쿄올림픽을 개최하고자 했던 일본이 ‘오염국’으로 인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처럼 적은 검사량에 대해 일본정부 당국자들과 국민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에서 3.21-3.22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일본의 PCR검사(코로나19검사)가 ‘충분하다’는 의견이 17%,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70%로 나타났다.34 「대책본부」회의에서도 PCR검사량 증가를 위한 논의들이 수 차례 거론되었고, 검사능력에 대해 일본정부는 일일 3,800건(2월), 9,000건(3월)에 달한다고 언급하였으며, 아베 총리는 하루2만건까지 증가시킬 것을 표명하였다.35 그러나 일본의 PCR일일검사량은 최근에 들어서야 3,000건을 넘겼고, 그 이전에는 1,000-2,000건 내외에 불과하였다([그림4] 참조).

[그림 4] 일본의 코로나19(PCR검사)의 일일검사량

일본의 코로나19(PCR검사)의 일일검사량

[그림 5] 일본의 코로나19(PCR검사)의 민∙관 검사비율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체제와 「대책본부」의 구성원

출처: 후생노동성 자료(“国内における新型コロナウイルスに係るPCR検査の実施状況(2020.4.6 게재분” 참조∙작성 (4.4시점까지의 취합자료이나, 4.2-4.4는 민간기관의 검사수가 나타나 있지 않아 4.1까지로 산정함.)

하루 수천 건 검사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실제 검사량이 증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정부가 의도적으로 검사량을 늘리지 않으려 한다는 의혹과 사회문화적 관점의 설명을 제외하고 볼 때,36 보다 실질적인 이유는 코로나19 에 대한 <의료적 접근방식>과 <검사시스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대량검사가 가져올 의료붕괴와 사회적 혼란에 대한 우려가 깊다. 질병의 조기발견은 조기치료를 가능하게 하지만, 코로나19처럼 치료약이 없는 경우, 검사의 의미가 희미해지고, 따라서 효율적인 대처를 하기 위해 검사의 기준을 정해 유증상 및 중증환자를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것이다. 즉, 코로나19와 같이 명확한 치료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검사를 하더라도 유의미한 치료를 할 수가 없고, 더욱이 비감염자가 단순 우려로 인해 검사를 받으러 왔다가 오히려 감염이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한정된 의료자산으로 역량만큼 치료하여 사회안정화에 기반한 극복을 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극적인 검사를 통해 감염여부를 초기에 발견하고, 격리해 확산 방지와 의료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닌, 한정된 의료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역학조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37 이러한 접근방식은 의심 환자 개개인을 적극적으로 검사하고 조기 치료하는 의료행위가 아닌, 역학조사를 통해 질병의 특징과 감염방지책을 찾아 사회전체를 지킨다는 공중위생의 발상에 기초한다.38 여기에 더하여 검사키트의 결과오류(100% 완벽하지는 않다는 점)에 대한 우려 또한 검사시행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하였다.

한편, 실질적인 검사량과 직접적인 연관이 되는 검사역량 및 검사시스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PCR검사의 상당 수가 ‘국립감염증연구소’와 ‘지방위생연구소’, ‘보건소’ 등에서 시행되어 왔다. 아베 총리는 지난 2월 12일, 민간기관과도 협력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이는 곧 그 동안 ‘민간’에서의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관’ 중심의 시설에서만 검사가 가능했음을 의미한다.39 이후 하루 최대 검사량이 수천건에 달한다는 정부 당국의 설명과 민간기관에 대한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40 검사가 곧바로 이루어지기는 어려웠는데, 이는 장비, 시약, 인력 마련 등의 실질적인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41 즉, 이론적 계산과 현실의 격차가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의 검사 수 증가는 민간에서의 검사량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그림5] 참조). 이러한 가운데 “위기를 극복하려는 정권-성급한 조치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과 의료붕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후생노동성-의료 전문성을 무기로 후생노동행정에 영향력을 지니는 자민당 지지단체, 의사회”등의 구조적 문제42도 나타났다. 또한, 대부분의 검사가 ‘국립감염증연구소’ 소관 하에 이루어짐에 따라 일본 내에서는 코로나19 검사에 중심에 있는 ‘국립감염증연구소’가 역학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독점하기 위해 민간기관에 맡기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43

결과적으로 검사목적에 대한 생각과 접근방식, 검사시스템 및 역량의 차이, 조치가 시행되기까지 얽혀있는 다양한 역학구조가 검사량의 차이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대응조치는 국가별 의료자원 등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판별하기는 어렵다. 선별적인 검사의 제한적 시행은 의료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적시적소 분배를 가능하게 하는 장점을 갖지만, 사회적 공포와 불안감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감염원의 정보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검사의 시행은 의료자원의 부족과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야기시킬 우려가 있지만, 불확실성이 초래하는 사회적 공포와 불안감을 낮출 수 있다. 문제는 일본의 경우, 의료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위한 제한적 검사방식을 채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의료붕괴에 대한 우려’와 ‘사회적 공포 방지’라는 두 가지 사항을 모두 통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7일 아베 총리에 의해 ‘긴급사태’가 선언되기 전, 「전문가회의」와 ‘일본의사회’에서는 의료위기와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44 시민들의 불안감은 ‘사재기현상’,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검사난민현상’ 등으로 나타났다.45

 

■ 코로나19 이후의 아베내각의 향후 전망과 정책적 고려사항

시험대에 오른 아베리더십과 향후 전망

201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한 제2차 아베 내각은 2011년 3.11 동일본대지진 당시 민주당의 위기관리대응 실패를 교훈으로 경제, 부흥, 위기관리 3가지 사항을 중점으로 한 ‘위기돌파내각(危機突破内閣)’을 앞세우며 출범하였다.46 그리고 지난 8년여간 지진, 태풍 등 재해재난, 북한의 핵도발 등 국내외 다양한 위기상황에 대처하며 최장기 집권여당을 이끌었다. 그리고 올해 시진핑 주석의 방일과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힘입어 외교와 경제적 성과를 이루고자 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아베 내각에게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하였고, 결국 시진핑 주석의 방일과 도쿄올림픽은 연기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코로나19 대응조치의 일환으로 제시된 △초∙중∙고교의 임시휴교요청(2.27), △중국∙한국발(發) 입국자에 대한 입국조치강화(3.5), △천마스크 세대별 배포(4.1) 등의 조치는 위기상황에서 아베내각의 리더십과 정책결정방식에 대한 우려를 갖게 하는 단적인 사례이다. 이미 다수의 일본 언론들에 의해 보도된 바와 같이, 해당 조치들은 결정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거나, 담당부처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일정 수준의 절차와 과정을 거친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갑작스러운 초·중·고교 휴교요청은 문부과학성조차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였고, 한국과 일본에 대한 입국조치 강화는 아베 총리 스스로 “최종적으로는 정치적 판단을 했다”고 밝힌 바(3.9 일본 국회 참의원 예산위원회)있으며,47 마스크 부족현상에 대한 대책으로 나온 천마스크 배부 조치는 전문가회의에서 제안이 아닌48 경제부처출신 관료에 의해 제안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49 결국 충분한 논의와 효과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전문성보다 정무적 판단이 우선되었고, 위기관리대응의 중요한 순간들에 나온 조치들이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한 소수인원(측근)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실제로 각각의 해당 조치들이 내려지기 전까지 2-3일에 한번씩 개최되던 「대책본부」 회의자료에서도 관련 논의에 대한 정보는 확인할 수 없었다. 또한, 지난 3월 10일, 참의원예산위원회 공청회에 참석한 오미시게루(尾身茂) 「전문가회의」 부의장도 “전국 ‘초∙중∙고교의 임시휴교’의 효과에 대해 일정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확실히 알 수 없고, 어떻게든 하고 싶다는 총리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중국에 대한 입국제한에 대해 전문가회의에 일치된 의견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50

문제는 이와 같은 사전 준비와 대안, 그리고 예고없는 조치에 관련 기관 및 국민들이 큰 불편과 혼란을 겪는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사회적 영향과 파장이 큰 조치가 제지없이 시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위기상황을 대응하는 전문적인 체제와 제도가 정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관저중심의 결정권한이 집중되는 탑-다운(top-down)식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데에 있다. 「전문가회의」가 개최되지만, 「전문가회의」에서의 논의와 과학적 근거보다 정치적 판단이 앞서는 양상이다.

주목할 점은 이와 같은 비전문적 결정에도 불구하고, 아베내각의 지지율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 해 말부터 이어진 ‘벚꽃 스캔들’51을 비롯해 측근 각료들의 선거법 위반,52 뇌물수수혐의,53 전례 없는 검사장의 임기 연장54등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장기집권과 권력집중에 따른 폐단이 연이어 지적되며 국내적 비판에 직면해 있던 상황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미숙한 대응으로 지지율의 하락이 발생하였으나, 그 낙폭이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실제로 2017년 11월부터 지속된 제4차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증감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40% 초반의 안정적인 추세를 보여왔다([그림6] 참조).

[그림 6] 제4차 아베내각 지지율 (2017.10-2020.3)

제4차 아베내각 지지율 (2017.10-2020.3)

출처: NHK 내각지지율https://www.nhk.or.jp/senkyo/shijiritsu/ (검색일: 2020.4.10)

이와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아베 내각의 고정 지지층의 영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일본사회에 넓게 퍼져있는 자민당에 대한 믿음와 타 정당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여론조사에서 항상 가장 큰 비율로 나타나는 아베 내각의 지지 이유인 “타 내각보다 낫다(47%)”라는 응답(TV 아사히, 3.21-22 실시)도 이를 반영한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아베 내각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믿고 맡길만한 적당한 대안이 없다는 인식이 강하고, 결국 이탈했던 지지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입헌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내각의 실책과 장기집권 폐단에 대해 비판을 가하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일 뿐, 대책을 제시하지 못해 일본 내에서 큰 지지를 얻지 못한다. 각종 여론조사에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은 평균 30~40%대로 나타나는데 반해, 그 외 정당들은 모두 한 자리 수이다. 결국 2021년 9월 임기만료를 앞둔 아베 총리에게 코로나19 대응은 2021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더불어 향후 내각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연기된 도쿄올림픽의 준비와 코로나19 위기대응 속에서 아베 내각이 재차 힘을 얻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책적 고려사항

코로나19사태는 전세계적인 확산 속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고, 현 단계에서 섣불리 종식을 예견하기 어렵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의 국제환경 및 국가관계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각 국 정상들의 위기관리리더십이 도전받고 있고, 이는 각 국의 국내정치 및 정권의 향방, 더불어 국가간 관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일본 아베 내각 또한 이러한 과제에 직면해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정권의 향방과 향후 정책추진의 동력 정도에 영향을 미쳐 우리에게는 한일관계까지 영향을 미칠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향후 강제동원문제, 수출규제, GSOMIA 등 다양한 문제가 산적해 있는 한일관계에서 이러한 상황의 변화가 어떻게 작용할지 예단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장기적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사안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의 현황 및 위기대응방식에 대한 지속관찰을 통해 상황별 시나리오와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코로나19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적 문제로 주변국 모두의 상황 개선이 불가피하다. 직접적인 이유는 감염확산의 우려에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정치경제적 피해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현재 각 국이 취하고 있는 입국제한 조치 해제와 교류의 정상화는 국가간 상황이 모두 호전되었을 때에서야 비로소 유의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상황이 호전된다 하더라도, 일본의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교류가 불가능하며, 이로 인한 관련업 및 관계자들의 경제적 피해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초국가적 위기상황에 대한 동시극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뿐만이 아니라, 주변국 현황에 대한 지속관찰이 필요하다. 이에 더하여, 위기관리대응방식에서 나타나는 의사결정방식 및 주요행위자들 등에 대해 유심히 관찰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관련 분야 및 지역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조사 및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코로나19 이후의 대외정책수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둘째, 한일 외교당국간 소통 및 외교력 강화를 통한 불필요한 오해 불식이 요구된다.

지난 12월 한일정상회담 이후 진정국면에 들어섰던 한일관계는 지난 3월 9일 한일 양국의 입국절차강화조치(일본 3.5 발표, 한국 3.6 발표, 양국 3.9 시행)에 따라 다시 긴장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양국 모두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던 중, 일본의 갑작스러운 한국에 대한 입국절차강화 조치는 과학적·법적 근거도 부족했고, 일본 내부에서도 그리고 한국과도 사전에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한일간의 경제·산업적 가치사슬과 외교안보적 연관성 등을 고려할 때, 갑작스러운 입국제한 조치는 양국 모두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가져오는 조치이자, 한일관계를 지탱해온 인적교류를 사실상 감소 혹은 중단시킴으로써, 코로나19 이후에도 상호방문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이처럼 사전논의와 사후대비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정책결정은 한일관계에 다양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타난 한일 양국의 사전협의 여부에 대한 진실공방 은 현재 한일 정부간 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한일간의 의사소통 문제는 기존에도 레이더조사문제, 수출규제관련협의 등에서 수 차례 나타났는데, 양국관계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작은 오해가 쌓여 불신과 불화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외교당국간 소통을 강화하고, 국가간 우호 관계 형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셋째, 한국과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한국의 성공을 부각시키는 대조사례로 사용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코로나19라는 초국경적 감염증은 국가와 국가가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 문제로, 승자와 패자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코로나19는 아직 종식되지 않았고, 우리 또한 대규모 재확산의 우려를 낮출 수 없다. 따라서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우리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가는 것은 필요하지만, 불필요한 감정적 언급과 대립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모습들이 궁극적으로 한일관계를 위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전문적 지식교류와 사회경제적 피해를 낮추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감염증 재발 방지를 위한 보건 당국 차원의 정보공유 및 협조, 전문가간 학술교류 및 연구분석, 민간차원의 상호 공조방안 등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넷째, 양자중심의 외교를 넘어 동북아 지역의 비전통안보 다자협력에 대한 인식 제고와 역량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외교에서는 북핵위협 등으로 인한 역내전통안보문제의 폭발성과 위험성으로 인해 재난, 환경, 보건 등 비전통안보 분야의 협력문제는 그 중요성과 필요성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여지듯, 초국경적 비전통안보 분야에서의 국제공조와 협력은 전통안보 분야의 협력 못지 않게 중요하다. 실제로 우리는 2000년대에 들어서만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등 다양한 신종 바이러스에 노출되며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또 다른 초국경적 위협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람과 사람간의 이동이 일상화된 세계화 시대에 외부로부터의 미지의 위협요소를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 중국과 같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들은 국경을 초월하는 공통의 위협에 대비한 비전통안보 협력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더욱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긴밀한 공조를 통한 정보 및 기술 공유와 국제적 협력은 효과적인 공동 대응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미 역대 우리 정부에서는 관련 정책을 추진해 온 바 있으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구상 중, <동북아평화협력플랫폼>도 이와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구체적으로, 매년 실시되는 형식적인 회의 개최를 넘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증 등 △초국경적 위협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는 공동대응협의체 구축, △국제공조를 위한 체제 및 행동지침(매뉴얼) 마련 및 정보공유, △정기적인 훈련 실시 및 전문가 양성 및 교류 등을 통해 비상사태에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에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플랫폼들을 최대한 활용하며 유사 시 활용할 수 있는 긴밀한 국제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지속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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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
최은미

부연구위원

최은미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2007),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2009), 박사 학위(2015)를 취득하였다.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 미국 미시간대학교(2012-2013)와 일본 와세다대학교(2013-2014)에서 방문연구원, 외교부 연구원(2015),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2016-2018),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2018-2019)로 재직하였다. 일본정치외교, 한일관계, 동북아다자협력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최근 연구로는 <국가정체성을 통해 본 한일갈등 인식의 차이 연구(2018)>, <일본의 대아시아전략과 한중일 3국관계(2018)>, <협력과 갈등의 한일관계, 20년의 변화와 성찰(19998-2017(2018))>, <일본은 여전히 ‘반응형 국가’인가? 아베 내각에서 나타난 일본외교의 변화와 연속성(2019)>, 등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