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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노동당 규약 개정하며 ‘힘으로 통일 앞당기자’ 선언
北 반대에 한미훈련 중단, 中 눈치에 미사일방어 거부… 나라 지키기 포기하는 것
 
지난 1월 북한은 5년 만에 조선노동당대회를 열고 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겠다”고 했다. 노동신문은 이것이 “조국 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앞당기려는 당의 확고한 입장의 반영”이라고 했다.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남한을 압도하여 적화통일을 달성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노동당 규약은 북한 헌법에 우선하기 때문에 이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만일 우리 정부가 ‘북한을 군사적으로 제압해 빠른 시일 내 통일을 하겠다’고 발표했다면 북한은 노골적 선전포고라며 엄청나게 반발했을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우리는 쉽게 ‘화해와 협력’을 말한다. 하지만 진정 화해와 협력을 하려면 북한 정권의 목표와 김정은 위원장의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김 위원장을 가리켜 “실용적”이라며, 마치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인 듯 칭송하는 이들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는 물론 어떤 공산 국가에도 없는 독특한 체제이다. 3대 세습 체제를 튼튼히 하는 것이 최우선적 목표이고, 이를 위해 그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고모부 장성택을 고사포로 처형하고 이복형 김정남을 독극물로 암살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장성택 처형을 두고 존 케리 당시 미 국무장관은 “기괴하고 끔찍하며 참혹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한미 동맹이 자신들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가?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북한은 세계 4위 규모인 정규군 128만명과 예비 전력 700만을 갖고 있고, 보유 핵무기도 수십 개로 추정된다. 이에 더해 중국과는 ‘조중(朝中)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통해 동맹을 맺고 있고, 러시아의 지원도 받고 있다. 우리의 동맹인 미국은 멀리 태평양 너머에 있고 주한미군은 2만8000명인데, 북한의 동맹인 중국 상비군은 200만이 넘는다. 요즘 컴퓨터 게임으로 전락했다는 걱정을 듣는 한미 연합훈련도 북한 침략으로부터 우리를 방어하는 훈련이지 북한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다. 김 위원장도 이를 잘 알 텐데, 북한에 군사적 위협이라고 하는 주장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67국 중 23위, 북한은 최하위인 167위이다. 2019년 세계은행 국내총생산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2위인데, 북한은 203위밖에 있는 10여 나라 중 하나이다. 김 위원장은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코앞에 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권력에 대한 정치적 위협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북한의 잘못된 선택 때문이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북한과 김 위원장이 변해야 해결될 문제이다.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가 정치적 위협이므로, 김 위원장에게는 대한민국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이다. 북한이 중국, 러시아 등 비자유주의(illiberal) 국가들과 협력을 모색하는 것도 이를 위해서다. 한국, 미국, 일본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맞서는 전초 기지로서 북한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받아내려는 것이다. 제8차 당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역사적 뿌리를 가진’ 북·중 관계 공고화와 북·러 관계의 강화를 외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의 목표는 한결같이 대한민국을 지도에서 없애는 적화통일이다.

김 위원장의 생각이 바뀔 때까지 우리는 “화해와 협력”이라는 정치적 수사에 현혹되지 말고 그의 오판을 줄여 전쟁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북핵에 노출된 수도권 방어를 위해 방어 미사일도 추가 배치해야 한다. 지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우리는 1978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 이후 지난 40여 년간 미국에 핵우산을 확실히 보장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면서 미국 주도 미사일 방어체제에는 참가하지 않는 자기 모순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전반적인 상황이 어렵지만, 북한의 동맹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설득하여 GDP의 24%에 달하는 과도한 군사비를 주민의 복지를 위해 쓰도록 하고 중국 수준의 개방을 하도록 한다면 여러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김 위원장을 설득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이유다.

북한과의 대화는 계속해야 하고, 필요하면 비위도 맞춰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반대한다고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고, 중국이 반대한다고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우리 생명을 지킬 방어용 미사일까지 배치 못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 본 글은 3월 13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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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최강

부원장(원장 직무대행); 수석연구위원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이자 수석연구위원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