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아산정책연구원은 11월 20일(수), 제29회 <아산서평모임>을 개최했다. 주제 도서는 이영석 교수(광주대학교)의 『지식인과 사회: 스코틀랜드 계몽운동의 역사』(아카넷, 2014)였다. 이번 모임은 정수복 작가의 사회, 저자 이영석 교수의 발제로 진행됐으며, 김기봉 교수(경기대학교)와 하홍규 교수(연세대학교)가 지정 토론을 맡았다. 이날 모임에는 김홍우 교수(서울대학교), 김형철 교수(연세대학교), 이종은 교수(연세대학교) 등 서평 위원 20여명이 참석했다.

◈ 이영석 교수 “사회사적 접근을 통해 본 스코틀랜드 계몽운동”

이영석 교수는 “18세기 중엽 에든버러를 중심으로 활동한 지식인들을 사회사적 접근을 통해 집단적으로 살피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혔으며, “개별 문필가를 상세하게 다룬다기보다 그들의 정신세계와 사회이론을 그들이 호흡하고 활동했던 시대적∙공간적 조건과 관련지어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스코틀랜드 계몽운동이 일어난 시기의 스코틀랜드 사회는 여러 조건들이 서로 맞물린 접점”이라며, 여러가지 사회적 조건인 ‘문화중심주의, 중앙권력의 부재, 교육을 중시하는 풍조, 그리고 대학들의 경쟁과 학문적인 교류’가 서로 뒤섞이며 계몽운동이 꽃을 피웠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특히 스코틀랜드의 문필가들이 궁극적으로 고심한 것은 근대성 문제라면서, “이들의 문제제기와 탐색이 오늘날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어떤 기여를 할 수 있고, 근래의 근대성 비판에 어떻게 관련될 수 있는지를 살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를 통해 에든버러를 중심으로 하는 이 지식인 운동이 어떻게 후일 영국 문화를 주도할 수 있었는가를 살폈고, 정치∙경제적으로 열등한 상태에 있는 작은 나라 지식인들이 어떻게 중심부 문화의 주류가 되었는가를 성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저자는 “18세기 유럽 계몽운동의 맥락에서 스코틀랜드의 사례를 검토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며, “에든버러 계몽지식인들의 지적 기반이 네덜란드와 프랑스 지적 분위기와 연결되는데도 그 관련성을 추적할 수 없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 김기봉 교수 “풍경화를 그리듯 재현해 낸 스코틀랜드 계몽운동의 역사”

김기봉 교수는 “역사가는 보이는 나무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을 성장시킨 뿌리를 찾아내는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며, “이 책은 그런 역사가의 작업으로 탄생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이어서 “이 책은 어떻게 주변부 스코틀랜드에서 중심부 문화의 주류를 형성하는 영국 계몽운동의 에너지가 분출되어 흐를 수 있었고, 또 왜 주류가 됨과 동시에 쇠퇴해야 했는지를 설득력 있게 묘사하고 마치 풍경화를 그리듯이 역사를 재현했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이성보다는 감정을 중심으로 인간성과 근대 사회의 구성 원리를 탐구한 스코틀랜드 계몽운동은 오늘날 정치학과 경제학에서의 ‘감성적 전환’과 연관해서 많은 시사를 줄 수 있다”며, “스코틀랜드 계몽지식인이 인간성(humanity)이 아니라 인간 본성(human nature)을 통해 이성보다는 감성의 문제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기울였던 이유는 자본주의 문제를 차가운 이성이 아니라 따뜻한 감정으로 풀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을 이기심이라는 욕망으로부터 구원하는 인간 본성은 동감(sympathy)이라는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자의 가르침은 어느 시대에서보다 오늘날 그리고 어디에서보다 한국사회에서 배워야 할 사상”이라고 덧붙였다.

◈ 하홍규 교수 “사회사와 지성사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역사 서술 방식”

하홍규 교수는 “사회학자로서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었다”며, “그 이유는 사회사와 지성사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역사 서술 방식에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18세기 사고는 신을 잃어버렸으나 사회를 발견했다”라는 글에서부터 서평을 시작하며,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자들의 글 속에는 오늘날 사회학자들이 연구하는 대부분의 주제들이 담겨있다”고 언급했다.

하 교수는 저서와 관련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중 하나로 “스코틀랜드 도덕 철학자들에게서 ‘정치’에 대한 논의가 많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저자 후기에서 스코틀랜드 계몽운동은 한 사회의 지적∙문화적 활력이 그것을 떠받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이 없이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을 알려준다고 했는데, 그 이유에 정치적인 논의의 부재를 첨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 물었다. 한편 하 교수는 “저자가 제9장에서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자들의 아시아에 대한 시각이 영제국의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했을 거라는 점을 내비친 것 같은데, 아담 스미스와 퍼거슨이 왜 중국의 사례를 언급하는지 탐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이를 같이 연구한다면 오리엔탈리즘의 단순한 이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유토론

발제 및 지정토론 후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이선민 기자(조선일보)는 “스코틀랜드 문필가들이 고심한 근대성 문제는 19세기 런던으로 넘어가 영국의 사상이 됐고, 미국을 거쳐 전 세계로 나갔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한국 사회의 근대성 근원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기자는 “스코틀랜드 지식인이 연구했던 근대성의 전파, 혹은 형성 과정에는 관심은 없었는지”에 대해 저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근관 교수(서울대학교)는 “미국 헌법 제정을 기초한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 1751-1836)의 전기를 읽으면 스코틀랜드 출신의 존 위더스푼(John Witherspoon, 1723-1794)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스코틀랜드 계몽운동이 미국 헌법에 미친 영향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영향사적인 측면에서 스코틀랜드 계몽운동이 주류적인 영향을 미친 부분을 강조한다면 한국 독자들에게 널리 수용되지 않을까”라며, 후속 작업에서 이 부분이 강조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제29회 <아산서평모임> 세부일정표, 발제문 및 토론문 (첨부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