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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갈등해소 노력 거의 없어 / 위안부문제 등 해결 쉽지 않아 / 국민적인 공감대 먼저 만들고 / 다양한 외교 활동으로 풀어야

위기의 8월이 다가오고 있다. 두 달 전 이미 예고된 바와 같이, 8월 초(4일)는 일본 기업의 국내자산 현금화 명령이 가능해짐에 따라 우려가 높아질 것이고, 8월 중순(15일)은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주목될 것이며, 8월 말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문제로 다시 촉각이 곤두세워질 것이다. 여기에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의 한·일 무역분쟁, 한국의 WTO 사무총장 후보와 G7 회의 참여에 대한 일본의 부정적인 시각 등 한·일관계를 더욱 어렵게 하는 일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위태로운 상황에서 양국 간의 갈등 해소를 위한 가시적인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노력과 고민에도 정부가 한·일관계를 방치 혹은 포기했다고 여겨지는 이유이다.

주지하듯이, 현재 한·일 갈등의 중심에 있는 강제동원 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결코 쉽지 않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양자가 한 걸음씩 양보해야 하는데, 한국과 일본의 논리, 그리고 주장하는 바가 극명하게 다르고, 갈등의 핵심인 식민지배의 불법성 문제는 양국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한·일 갈등의 해결을 위해서는 양국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지만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현재의 한·일관계는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다. 즉 과거처럼 일부 정치지도자들의 밀실합의와 결정만으로 한·일 갈등 해결의 방향성이 정해지고, 관계가 구축되던 시대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더욱이 위안부 문제, 강제동원 문제와 같은 역사 문제들은 이미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닌 전 국민적 사안과 다름없기 때문에, 문제해결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민주성, 투명성, 공정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사회적 합의 없이 이루어진 정치적 결단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서 우리는 이미 ‘2015 위안부합의’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따라서 지도자의 결단에 앞서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외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는 비단 일본,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대일외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은 물론이고, 일본을 포함한 국외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 그리고 제3국의 국민들에게 보다 쉽고, 명료하며, 객관적이고, 간결하게 관련 사실과 우리의 입장을 알릴 필요가 있다. 달라진 시대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민간외교관이고, 국민의 생각과 이해가 곧 여론이며, 그것이 국가정책의 방향과 국가관계 형성의 원동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강제동원 문제를 예로 든다면, 한국에서조차도 한·일이 대립하는 이유와 한국의 논리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해 ‘1+1’, ‘1+1+a’, ‘2+1’ 등 많은 방안들이 제안되었음에도 양국 간 접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결국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무엇인지, 우리조차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일 갈등의 해결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경제적 이익과 경제사회적 번영, 그리고 외교안보적 안정을 위해 격화되는 한·일 갈등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지난하지만, 점진적이고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이제까지 해 왔듯, 다양한 전문가들로부터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과감하고, 용기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보다 공개된 형태의 논의와 정부, 관료, 학계, 언론 등 다양한 행위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독려할 직간접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눈앞에 직면한 문제 해결,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악화된 양국의 국민감정을 변화시킬 다양한 측면의 외교적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 본 글은 7월 23일자 세계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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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
최은미

부연구위원

최은미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2007),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2009), 박사 학위(2015)를 취득하였다.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 미국 미시간대학교(2012-2013)와 일본 와세다대학교(2013-2014)에서 방문연구원, 외교부 연구원(2015),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2016-2018),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2018-2019)로 재직하였다. 일본정치외교, 한일관계, 동북아다자협력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최근 연구로는 <국가정체성을 통해 본 한일갈등 인식의 차이 연구(2018)>, <일본의 대아시아전략과 한중일 3국관계(2018)>, <협력과 갈등의 한일관계, 20년의 변화와 성찰(19998-2017(2018))>, <일본은 여전히 ‘반응형 국가’인가? 아베 내각에서 나타난 일본외교의 변화와 연속성(2019)>, 등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