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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核)의 동결 단계에서 종전선언,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관광사업 재개, 남·북 및 미·북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러한 주장이 관심을 끄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통일 분야 정책 자문을 제공하는 몇몇 학자가 참여해 작성한 통일부 용역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기 때문이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다방하고 다층적인 면에서 남북, 주변국 나아가 아세안을 엮는 ‘가교국가전략(MLSS)’을 추진해서 평화·번영·통일을 달성하자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MLSS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비핵화와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MLSS의 시발점인 비핵화와 관련된 로드맵에 있다. 저자들은 비핵화를 동결과 폐기라는 2단계로 단순화했다. 동결단계에서 종전선언, 개성공단 재가동 등의 조치를 해 ‘남북 공동의 집’을 만들고, 폐기단계에서는 평화체제 수립, 미·북 대사관 교환, 대북 제재 전면 해제 등을 추진해 ‘남북 하나의 집’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가장 먼저 묻고 싶은 것은, (핵)동결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는 점이다. 동결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현재 상태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신고와 검증이 빠진 동결 상태에서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얼마든지 고도화할 수 있다. 최근 북한은 핵물질 생산 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만들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동결을 유지하고 다음 단계로 진전하기 위해서 유인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MLSS는 동결에 대한 지나친 보상을 상정하고 있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접근하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북한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인책도 필요하지만 제재와 압박도 필요하다. 그런데 보고서에는 제재와 압박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입장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최종 순간까지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미국과 큰 차이가 있다. 미국은 단순한 동결이 아니라, 최소한 북한 핵 프로그램에 관한 신고가 있어야만 종전선언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유인책에 대한 미국의 이해와 협조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압박과 제재에 대한 우리의 참여와 기여가 전제돼야 한다.

최근 북한 석탄의 국내 반입이 드러나고, 미국 국무부가 이례적으로 ‘북한 제재와 집행 조치 주의보’를 한국어를 비롯한 5개국어로 발표하는가 하면, 미 의회에서는 ‘세컨더리 보이콧’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북한과 거래한 한국 기업이 제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와중에 개성공단 조기 재가동과 남북 정상회담 조기 개최설이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북한 비핵화에 가장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한·미 공조를 약화시키고, 문 정부가 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의 가능성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한·미 연합훈련 유예, 한국군 단독훈련 중단, 전방 진지 개·보수 중지 등과 같은 과도할 정도의 유인책을 북한에 제공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거부하고 더한 요구를 하고 있다. 유인책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점차 제재와 압박에 무게를 둬야 할 상황으로 가고 있고, 문 정부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그 기로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제재와 압박은 대화와 협상의 단절을 의미하는 게 아니란 점이다. 오히려 대화와 협상을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상황을 진전시키고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수단이란 점을 상기해야 한다.

* 본 글은 08월 06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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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최강

연구부문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이자 수석연구위원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