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세일즈 외교로 기억된 박근혜 정부의 외교 첫해’ 영문 버전 보기

박근혜 정부 1년

다가오는 2월 25일로 박근혜 정부는 출범한 지 1년을 맞게 된다. 국내외적으로 많은 사건과 논쟁이 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동안 꾸준히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 왔다. 가장 지지율이 높았던 7월에는 70% 가까이 되었고 이후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판단되는 12월에도 50%를 상회하는 지지를 받았다. 이러한 것은 전직 대통령들이 취임 1년을 거치면서 80%에 육박했던 초기 지지율이 급속도로 하강곡선을 그렸던 것과는 매우 대비되는 현상이었다고 하겠다.

지지율로만 본다면 매우 성공적인 1년을 보냈다고 하겠지만, 실질적인 정책면에서는 어떤 평가가 적절한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국내 업무 수행에 대한 지지도(47.8%)보다 외교 업무 수행 지지도(67.7%)가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 업무 수행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 집단 사이에서도 높은 편으로(30.9%), 지지 여부를 떠나 외교 정책에 있어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이념 성향이나 연령에 상관 없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존재했지만, 전 세대에 걸쳐서 과반이 넘는 국민이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진보 성향 응답자의 52.9%도 높은 점수를 주었다.1 이러한 여론 조사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첫해 외교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1. 박근혜 정부 1년 업무 수행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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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실제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 전문적인 평가와 여론 조사를 통해 읽혀지는 일반 국민의 의견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취임 1년 동안의 공과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 이슈브리프는 지난 1년간 박근혜 정부의 외교 정책을 되짚어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특히 여론 조사 속에 숨겨진 허수를 설명하고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박근혜 정부 외교 정책의 진정한 문제점은 무엇이었는지를 식별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정책적 제언을 통해 남은 임기 동안 더욱 성숙한 외교 정책을 수행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박근혜 표 외교정책보다 이명박 표 외교정책으로 기억된 1년

박근혜 정부는 출범 당시 3대 외교정책 기조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그리고 중견국 외교를 내건바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도 각 정책이 지향하는 바, 지향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 추진수단, 추진상황 등에 대해서 명료하게 알려진 바가 부족하다.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핵문제 등으로 남북간 긴장이 고조된 상태에서 일단 확고한 안보 태세를 취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작은 규모라도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남북이 협력을 재개하여 점차 신뢰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정착시킨다는 정책이다. 이 정책은 일방적으로 북한에 도움만 주는 것이 아니며 한국의 대 북한 지원과 협력에 대한 반대 급부로 북한의 신뢰구축을 위한 구체적 행동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아시아 지역에서 경제적 상호 의존과 정치-안보적 불신이 공존하며 지역의 번영을 가로 막는 모순적 상황인 아시아 패러독스(Asian Paradox)의 해결을 두 번째 주요 외교 목표로 삼았다. 이런 모순의 해결을 위한 정책 대안이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다. 이 정책은 우선 주변 핵심 이해 당사국과 양자 혹은 소다자 협의 프로세스를 가동하고 종국에는 동북아 평화협력을 위한 협의 메커니즘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견국 외교는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반영하여 중량감 있는 국제적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보다 구체적인 정책 방향으로는 정부는 다른 주요 중견국과의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세계평화와 인권에 대한 기여, 새로운 안보 문제에 대한 협력 강화, 글로벌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창조적 리더십 발휘 그리고 개발협력의 확대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2013년 2월 취임한 박근혜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애초 야심 차게 내세웠던 이 세 가지 대표외교정책 분야에서는 국민들로부터 기대만큼 관심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 정책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정책을 물어보았을 때, 국민들은 박근혜 표 외교정책의 대표 슬로건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그리고 중견국 외교가 아닌 이명박 정부 때 각광을 받았던 소위 ‘세일즈 외교’를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에 나타나 있듯이 박근혜 정부의 외교 정책하면 세일즈 외교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5.7%였고, 실제 박근혜 정부의 정책 아젠다였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 협력구상을 꼽은 응답자는 각각 16.1%와 14.8%였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잘 모르겠다’라는 응답이 31.8%에 이른다는 것이다.2

그림 2.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외교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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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박근혜 정부의 외교 정책에 후한 점수를 주었던 67.7%의 응답자 중에서도 무려 29.1%가 세일즈 외교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는 것과 25.4%가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했다는 점이다. 또한 박대통령의 지지기반인 새누리당 지지자의 31.6%도 세일즈 외교를 박근혜 정부의 대표 정책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잘 모른다는 응답도 21.9%나 되었다. 마찬가지로 무려 85%나 되는 노년층이 박근혜 정부의 대외 정책에 긍정적인 점수를 주었지만, 41%는 정작 박근혜 정부의 대표정책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했다. 전형적인 ‘묻지마 지지’ 현상이라고 하겠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정책(signature policy)이 원래 정부가 내세웠던 정책분야가 아닌 세일즈 외교로 기억되었다는 사실은 정부 외교 정책에 대한 국민의 후한 평가가 제대로 된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한다. 더불어, 지난 1년 간의 박근혜 정부 외교정책의 좋은 성적표 중 어느 정도가 박근혜 정부의 올바른 전략적 사고와 선택의 결과로 볼 수 있는 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국민의 27%가 세일즈 외교를 박근혜 정부의 대표외교정책으로 손꼽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잦은 해외 순방과 ‘세일즈 외교’를 하겠다는 선언에 기인하는 듯 하다. 외국 방문 때마다 언론은 ‘세일즈 외교’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정상 회담의 경제적 이익이 얼마인지를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3년 APEC회의와 ASEAN회의, EAS 등의 회의 참석과 함께 국빈 방문차 총 10개국을 방문했고 그 때마다 ‘세일즈 외교’가 등장했다. 다수의 국민이 박근혜 정부의 가장 대표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보다 세일즈 외교를 더 기억한다는 것은 최다 순방 횟수를 기록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 정책과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측면에서 유의할 만한 부분이다. 게다가 세일즈 외교는 그 효율성이나 실질적으로 손에 잡히는 경제적 산물이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측면에서 한 국가 정상의 외교 정책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이는 곧 박근혜 정부가 기존 외교 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중견국 외교 정책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 한 책임도 있다는 의미가 되며, 이 정책들이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박근혜 정부를 둘러싼 외교적 환경이 녹녹하지는 않았다. 끊임없이 도발위협을 일삼은 북한 김정은 정권과 퇴행적인 역사인식으로 도발적인 정치행보를 일삼은 일본 아베 정권으로 인해 사실상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제대로 가동되기 힘들었다는 반박도 가능하겠다. 그러나 국민 3명 중 1명이 박근혜 정부가 2012년 대선 기간과 2013년 내내 대표적인 외교정책으로 내세웠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대하여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것은 외교 정책의 성공에 힘입어 좋은 평가를 받는 대통령의 성적표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따라서, 두 정책의 미진한 성과를 외부환경의 탓으로 돌리기는 힘들 듯싶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북한의 의미있는 행동을 통해 남북간 신뢰를 쌓고 남북간 교류협력을 통해 작은 통일기반을 구축하겠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위기상황에 직면하기도 하였으나 개성공단 폐쇄와 발전적 정상화(3통 문제에서의 진전), 이산가족상봉, 나진-핫산 연계 등과 같은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원칙에 입각한 단호한 입장으로 북한을 상대했다는 점이 여론조사 결과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장 핵심인 북핵문제 해결과 군사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세일즈 외교에 비해 낮은 인지도와 평가를 국민들로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핵문제를 포함한 안보이슈의 해결이 요구되는데 이 점에 있어서 북한의 호응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최근 들어 북한이 유화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 지난 1년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결과인지, 아니면 주변정세에 대한 판단과 전략적 계산에 입각한 북한의 단기성 공세인지를 면밀히 판단하고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한문제를 둘러싼 미국, 중국 등을 포함한 주변국들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도전이다. 미국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적극 지지하는 입장에 있고 특히 박근혜 정부가 ‘도발·협상·보상’이라는 과거의 악순환고리를 끊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은 박근혜 정부가 보다 유연한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북한 문제를 둘러싼 한-미-중 3국 협력을 강조해 온 박근혜 정부로서는 어떻게 미국과 중국을 끌어들이고 협력을 이끌어 낼 것인가가 큰 도전으로 다가올 것이다.

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 관련해서는 그 명확한 목표, 추진체계 등이 정부에 의해서 명확히 정리된 바는 아직 없으며, 큰 슬로건 아래 다양한 해석들이 오가고 있다. 따라서 이런 외교정책에 대한 일반 국민의 판단은 피상적이고 잘못된 정보에 기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 동북아시아 지역문제 해결에 효과적이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47.9%의 국민이 긍정적이었다고 대답한 바 있다. 그러나, 정책의 실행 차원에서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가시적으로 이루어진 외교적 노력은 2013년 정상회담 시 중국, 미국을 대상으로 한국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설명했으며, 이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고, 미국과 중국의 원론적인 지지를 이끌어낸 것뿐이다. 이를 넘어선 구체적 정책은 아직 추진된 바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3대 외교정책 구상 중 하나인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의 추진이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이렇게 지지부진한 이유는 정책이 실행될 환경에 대한 잘못된 판단, 그리고 이런 판단에 따른 접근법상의 오류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 펼쳐지는 현 전략 환경과 이 구상의 목표 사이의 현실적 괴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동북아협력구상은 동북아 국가간의 갈등을 넘어서 서로 신뢰를 회복한 바탕 위에서 협력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출범 이후 기대와 달리 동북아 국제정세는 악화일로를 걸어왔고 한국 정부는 이런 맥락 속에서 환경변화를 수용해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탄력적으로 변화시키고 운용하지 못했다. 즉, 동북아의 객관적 환경이 갈등의 부재라는 소극적 평화도 이루지 못하고 퇴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은 오히려 진정한 협력과 신뢰라는 적극적 평화를 주장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정책의 실행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주변국으로부터 적극적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두번째로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국가간의 갈등, 불안한 전략-안보 환경의 개선을 위해서 다분히 구성주의적이고 연성적(soft) 접근방법을 택했다. 다시 말해 안보 문제 등 대립을 가져올 수 있는 전통적인 문제는 일단 접어 두고 비전통안보(Non Traditional Security)나 인간안보(Human Security) 등 덜 민감한 문제부터 협력을 시작하고 이를 통해 국가간 신뢰를 구축하며 그 기반 위에서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을 구상했다. 그러나 현 동북아의 정세는 앞서 언급한 바처럼 최소한의 소극적 평화도 확보하기 힘든 힘과 힘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연성적 접근법이 지역국가들로부터 큰 반향과 협조를 불러 일으키기는 힘들다.

또한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인식을 바꾸는 사회화의 과정을 거치고 신뢰를 구축하는 구성주의적 접근 방법에 기반한 구상은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이지, 지금과 같은 동북아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 접근법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지역 국가들 사이 마찰 등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서는 이 구상이 장기적 프로세스가 아닌 동북아 국가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평가 절하되고 있다고 하겠다.

 

주변국 외교 정책의 높은 평가

박근혜 정부의 주변국 외교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대체로 후한 편이었다. (<표2> 참조) 대미 정책과 대중 정책은 각각 60.5%와 57.9%의 응답자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이는 성공적인 정상회담의 결과인 듯 하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 회담들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인 7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에서의 또 하나의 성과로는 미연방의회에서 이루어졌던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을 꼽을 수 있겠다. 대북정책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4월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던 개성공단 철수 결정과 이행은 대북 문제에 있어서 단호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일반 국민들에게서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낸 듯 하다. 험악한 일로를 걷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얻은 부분이다. 과반이 살짝 넘는 51.9%의 응답자가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34.7%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일본 문제에 있어서는 이념 성향별로 평가가 확연히 갈리고 있다. 여타 국가들과의 정책에 있어서는 진보, 중도, 보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반면, 대일 정책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시각차가 컸다. 강경한 대일 정책을 펴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지지 기반인 보수층은 63.7%의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는 반면, 진보층은 52.7%가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림 2> 참조)

표 1. 주변국 외교 정책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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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대일본 정책 평가: 이념 성향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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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긍정적인 평가(59.9%)가 부정적인 평가(20.2%)에 비해 월등히 높아 대미국 정책(긍정적 평가 60.5%, 부정적 평가 21.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국민들에게 받았다. 대중국정책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응답자에게 어느 부분이 가장 성공적이었는지를 물었을 때 정부간 신뢰형성 (29.9%), 경제 협력 (23.9%), 군사•안보 (18.4%), 문화•인적 교류 (13.5%)의 순으로 나타났다. 똑같은 질문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에게 했을 때, 흥미롭게도 가장 실패했다고 생각한 부분 역시 정부간 신뢰형성 (34.8%), 경제 협력 (19.2%), 군사•안보 (18.2%), 문화•인적 교류 (10.9%)의 같은 순서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먼저 한국인의 중국을 보는 양면성과 동시에 일반 국민은 외교를 해외 순방과 정상회담을 중심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정부간 신뢰형성’이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 모두에게서 1위를 차지한 점은 작년 6월 한-중 정상회담을 중심으로 나타난 양국 정상간의 친밀한 관계와 신뢰 형성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 반면,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점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미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는 잠재된 우려가 함께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은 앞서 언급한대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프로세스’라는 큰 틀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의 원론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표면적인 우호관계를 떠나 전략적인 경쟁관계를 통해 한국을 바라보는 미국과 중국의 시각에는 온도차이가 있다. 먼저 미국은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에 비해 중국과 가까워졌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미국 보수주의자들은 동북아에서 비상 사태 발생시 미국의 군사안보 전략을 위해 움직여줄 나라는 한국이 아니라 결국 일본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중국 또한 마찬가지로 한국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중시하고 대중 무역을 통해 많은 흑자를 거두어 가지만, 결국은 미국의 편에 설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은 변화가 심해진 미-중의 경쟁에서 전략적 균형점을 잡기가 더욱 어려워졌고, 도리어 두 강대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대중국정책 부분 중 한-미 동맹으로 인해 가장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군사•안보 분야가 부정적인 평가 부분에서 3위로 나타났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한류’나 여행객과 유학생의 증가와 같은 다양한 인적 문화적 교류가 일어나고 있는 것에 비해, 군사•안보 분야는 한-미 동맹으로 인해 현재 일정한 한계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여론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과 전략적 경쟁 구도하에 있기 때문에, 많은 부분의 전략정보를 공유하는 한-미 동맹의 구조상 한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논의와 협력은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작년 6월 한중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외교, 안보 면에서 한국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의 외교담당 국무위원간 대화체제 구축, 외교장관 상호방문의 정례화 및 핫라인의 구축, 외교차관 전략대화의 연간 2회 개최, 그리고 외교안보대화, 정당간 정책대화, 양국 국책연구소간 합동 전략대화 추진 등을 합의하였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중국 방공 식별구역(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 ADIZ) 사건 직전 한국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의 외교담당 국무위원간에 회담이 있었지만 상황을 예방하거나 조율하지 못하였다. 또한 당시 외교장관간의 핫라인도 사건 해결에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였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한계를 보여준다. 이 역시 한-중간의 관계로 중국의 대북정책이 바뀌기 보다는 미-중간의 힘의 구조에서 검토 되고 있다. 모두 한-중 관계가 한-미 관계 그리고 미-중 관계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들이다.

 

통일대박론 – 공감대 형성이 과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초 취임후 첫 연두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하여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킨 바 있다. 한 일간지의 연초부터 시작되었던 통일론과 함께 ‘통일’이 정치권의 화두가 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는 어떠한 지를 알아보았다.

아산정책연구원의 데일리폴에 의하면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 에 47.6%가 공감한다고 대답하였고(매우 공감함: 21.9%, 어느정도 공감: 25.6%), 37.4%가 공감하지 않는다(별로 공감하지 않음: 23.9%, 전혀 공감하지 않음:13.5%)고 대답하였다.

언론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것에 비하면 통일 대박론에 대한 공감대가 높다고 하기에는 어렵다. 특히 ‘통일대박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30대 이하 진보성향 집단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20대와 30대에서 통일 대박론에 공감한 비율은 각각 38.9%와 28.6% 그침으로써, 50대와 60대 이상 계층의 62.8%와 62.2%가 공감한다고 한 비율에 비해 매우 낮다. 특히 30대는 과반이 넘는 58.5%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대답하였다. 아산정책연구원 여론연구프로그램의 2013년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일 후 본인 경제적 상태를 어떻게 예측하느냐는 질문에 비관적인 전망은 20대 연령층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74.6%). 통일 이후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느끼는 세대로서, 투자 전망에 의존한 ‘통일 대박론’이 아직 설득력을 갖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진보 집단의 53.2%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한 반면 보수의 65.5%가 ‘통일 대박’에 공감한다고 답한 것은 흥미롭다. 북한에 대한 유화적 정서와 통일담론이 진보측에서 소유하고 있던 이슈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보수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에 진보 성향 응답자가 아닌 보수 성향 응답자가 호응하고 있다는 점은 통일 담론이 이념화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어느 정권에서도 통일에 대한 범국민적인 담론을 이끌어내기가 매우 어려울 것을 짐작케 한다.

 

결론: 비전의 가동을 기대하며

한국에서 많은 새 정부의 외교정책 구상이 그렇듯이 외교정책의 구체적인 비전과 내용은 일반 국민들에게 매우 피상적으로만 알려질 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피상적으로만 알려진 외교정책구상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평가는 구체적 외교정책의 방향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그 구체적 성과에 대해서 면밀하게 따져 보지 않은 채 내려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보였다. 상당수의 국민은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지만, 정작 정책에 대해 아예 잘 모르는 응답자가 많았고 그나마 잘 기억하고 있지 못했다.

2013년은 일반 국민의 호의적인 평가와 달리 실질적인 외교적 성과가 큰 한 해였다고 하기는 어렵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국내적으로 인사 문제와 국정원 사태를 비롯한 여러 사건에 휘말려 힘 든 한 해를 보낸 이유도 있겠지만, 국외 상황 역시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실천하기에는 무리인 환경이었다고 보인다.

2014년의 외교적 환경은 지난 해보다는 나아질 전망이다. 지난 12일과 14일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는 데에 전격적으로 합의했으며, 6자 회담 재개에 미국측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의 경우 다수의 국민에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중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27.4%) 큰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3 또한 4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간의 화해적 제스쳐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일 간의 외교적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결 나아진 환경에서 박근혜 정부의 세 가지 외교 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중견국 외교가 제대로 가동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아산데일리폴 조사개요

조사대상: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
편집오차: 95% 신뢰구간에서 +1.5% 포인트
조사방법: 유선/휴대전화 RDD 전화인터뷰 조사
조사기간: 2014년 2월 4일~2월 6일
실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 1

    이와는 달리, 국내 업무 수행은 이념 성향별, 연령별, 교육수준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 2

    이 수치는 대답을 하지 않은 무응답 2.4% 응답자를 뺀 후 계산한 수치이다.

  • 3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27.4%가 남북 이산가족 상봉으로, 20.5%가 개성공단 정상가동으로 대답했다. 6자회담 재개가 18.2%로 그 뒤를 따랐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는 응답이 13.8%였다.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는 4.0%로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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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연구부문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이자 수석연구위원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

김지윤
김지윤

연구부문 / 여론연구프로그램

김지윤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연구프로그램 선임연구위원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선거와 재정정책, 미국정치, 계량정치방법론 등이다. 주요 연구실적으로는 “Cognitive and Partisan Mobilization in New Democracies: The Case of South Korea”(with Jun Young Choi and Jungho Roh, forthcoming, Party Politics), “The Party System in Korea and Identity Politics” (in Larry Diamond and Shin Giwook eds. New Challenges for Maturing Democracies in Korea and Taiwan. 2014. Stanford University Press), “기초자치단체에서 사회복지비 지출의 정치적 요인에 관한 연구” (이병하 공저 의정연구, 2013), 『국회의원 선거결과와 분배의 정치학』 (한국정치학회보, 2010), 『Political Judgment, Perceptions of Facts, and Partisan Effects』 (Electoral Studies, 2010), 『Public Spending, Public Deficits, and Government Coalitions』 (Political Studies, 2010) 등이 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 버클리대학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미국 MIT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다.

김한권
김한권

지역연구센터

김한권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지역연구센터장이다. 미국 코네티컷 주립대에서 정치학 학사와 행정학석사(MPA)를, 미국 American University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취득했다. Post-Doc과정을 중국 칭화대 (清华大)에서 마치고 (2008.03-2010.12), 칭화대의 국제전략과 발전연구소의 연구원 (2011.01-08)과 북경대 국제관계학원에서 연구학자를 지냈다 (2011.09-12). 이후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객원교수로 재직하였다 (2012.01-06). 주요 연구분야는 중국의 외교정책과 민족주의, 그리고 북-중 경협이다. 주요 저서로는 『차이나 콤플렉스』 (공저), (아산정책연구원, 2014); “A New Type of Relationship between Major Countries and South Korea: Historical and Strategic Implications", The Asan Forum (E-Journal), (Dec. 20, 2013); The Implications of the Chinese “String of Pearls” for the U.S. Return to Asia Policy: the U.S., China, and India in the Indian Ocean. Journal of Global Policy and Governance . Volume 2 Number 2 (2013); “중국 당・군 관계의 변화와 북・중 관계 전망: 시진핑 시대의 당・군 관계와 대북 정책,”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2012년 정책연구과제 1 (2013년 2월), pp. 281-316. (ISSN: 2005-7512); “The Multilateral Economic Cooperation for Tumen River Area and China’s Leadership” 『국제정치연구』, Vol. 13, no.2 (2010/12) 등이 있다.

봉영식
봉영식

봉영식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외교정책프로그램 초빙연구위원이다. 미국 American University (2007~2010)와 Williams College 정치학과 (2005~2007) 조교수를 역임하고, Wellesley College에서 Freeman Post-doctoral Fellow이기도 했다. 연구분야는 동아시아 민족주의와 지역안보의 상관관계, 도서분쟁, 역사화해 등이다. 최근 출판물로는 “In Search of the Perfect Apology: Korea’s Responses to the Murayama Statement” (Japan and Reconciliation in Post-war Asia: The Murayama Statement and Its Implications, Kazuhiko Togo ed, 2012년)가 있으며, T.J. Pempel 교수와 Japan In Crisis: What Will It Take for Japan to Rise Again? (2012년)을 공동 편집하였다. 미국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정치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재현
이재현

연구부문 / 아세안-대양주 연구프로그램

이재현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아세안-대양주 연구프로그램 선임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학사, 동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고, 호주 Murdoch University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이후, 한국동남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외교통상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외교안보연구소에서 객원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분야는 동남아 정치, 아세안, 동아시아 지역협력 등이며, 비전통 안보와 인간 안보, 오세아니아와 서남아 지역에 대한 분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주요 연구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Transnational Natural Disasters and Environmental Issues in East Asia: Current Situation and the Way Forwards in the perspective of Regional Cooperation" (2011), “전환기 아세안의 생존전략: 현실주의와 제도주의의 중층적 적용과 그 한계“ (2012), 『동아시아공동체: 동향과 전망』(공저, 아산정책연구원, 2014), “미-중-동남아의 남중국해 삼국지” (2015), “인도-퍼시픽, 새로운 전략 공간의 등장”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