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기고문

국민생활에 친숙한 정책 추진
스가 취임 한달도 안돼 존재감
한일관계의 전환점 기대 불구
갈등해법 더 정교해야 할 수도
 
스가 신내각이 출범한 지 어느새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지난 8월 28일 아베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 표명 이후, 9월 16일 스가 관방장관이 일본 제99대 총리로 선출되었다. 사실 이미 2007년 지병으로 중도사임한 적 있는 아베 총리가 다시 지병을 이유로 사임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더욱이 코로나 대응, 올림픽 개최 등 중대사안들을 앞에 두고 무책임하게 사임할 것이라고는 예상되지 않았지만, 8월 초부터 흘러나오던 아베 총리의 건강이상설은 결국 사임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퇴임 직후 NHK에서 실시한(9.21∼9.22) 여론조사에 의하면, 아베 장기정권에 대한 긍정적 평가(63%)가 부정적 평가(30%)보다 높게 나타났고, 이러한 여세 속에서 아베내각을 계승한 스가내각에 대한 긍정적 평가(53%)가 부정적 평가(38%)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명확한 비전과 국가관을 보여주지 않았던 스가 총리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고, 새롭게 구성된 내각의 절반 이상이 유임(혹은 보직변경)되며 ‘아베내각 시즌2’, ‘아베내각 2.0’이라 비판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원대한 비전, 막연한 구상보다는 휴대폰 요금 삭감, 도장 폐지와 디지털청 신설, 행정의 디지털화 등 국민생활에 친숙한 정책을 추진하며 취임한 지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그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일본학술회의 후보 6명에 대한 임명 거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스가내각을 지지하는 여론은 70.7%로 높게 나타났다(JNN 여론조사, 10.3∼10.4).

그렇다면 앞으로의 스가내각은 어떻게 될까. 아베내각의 잔여임기인 1년 남짓한 임기로 막을 내릴 것인가. 어쩌면 우리는 그보다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지 모른다.

첫째 이유는 파벌정치가 중심이 되는 일본 정치시스템에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무파벌인 스가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 7개 파벌 중 5개 파벌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당선되었다. 위기상황이라는 외부적 요인과 파벌 간 정치적 역학이라는 내부적 요인이 합쳐진 결과이다. 이는 곧 향후 1년간 이를 만족시킬 차기 총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현상유지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스가내각은 아베내각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아베내각의 고정지지율과 실리에 기반한 각종 개혁으로 무당파의 지지율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스가 총리 개인의 역량이다. 관방장관시절, 스가 총리는 인사와 언론을 장악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이다. 눈에 띄는 발언이나 행동보다는 철저한 사전교섭과 주변관리를 통한 장기정권을 이끌어온 주역 중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8년 남짓 관방장관을 역임하며 축적해온 막대한 정보와 경험은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었고, 여기에 기득권과 세습정치가 주를 이루는 일본정치에서 보기 드문 ‘흙수저’인 스가 관방장관의 이력도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보다 주목할 점은 지난 8년 가까운 기간 동안 스가 관방장관 스스로 총리가 되고 싶은 의욕을 보인 적이 없었고, 그간의 여론조사에서도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스가 총리는 본인을 지지하는 내부조율이 끝난 이후에 비로소 전면에 나섰고, 총리가 되어서는 기다렸다는 듯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를 걸며 각종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모습들이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아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고, 결정은 즉흥적이기보다는 철저한 사전준비와 교섭 이후에 이루어져 되돌리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한국에서는 스가 총리의 취임이 경색된 한일관계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념적 색채가 강했던 아베 총리에 비해 현실적 실용주의자로 알려진 스가 총리에 대한 기대감 또한 적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개상황과 스가내각의 정책결정양상을 볼 때, 향후의 한일갈등은 더 풀기 어려워질 수 있고 그 해법은 더 정교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우리는 어쩌면 또 다른 장기정권에 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 본 글은 10월 8일자 세계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최은미
최은미

부연구위원

최은미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2007),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2009), 박사 학위(2015)를 취득하였다.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 미국 미시간대학교(2012-2013)와 일본 와세다대학교(2013-2014)에서 방문연구원, 외교부 연구원(2015),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2016-2018),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2018-2019)로 재직하였다. 일본정치외교, 한일관계, 동북아다자협력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최근 연구로는 <국가정체성을 통해 본 한일갈등 인식의 차이 연구(2018)>, <일본의 대아시아전략과 한중일 3국관계(2018)>, <협력과 갈등의 한일관계, 20년의 변화와 성찰(19998-2017(2018))>, <일본은 여전히 ‘반응형 국가’인가? 아베 내각에서 나타난 일본외교의 변화와 연속성(2019)>, 등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