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머리말

북한의 핵개발은 나라의 존립에 대한 핵심 위협이고 남북분단은 통일을 실현하고 민족부흥을 이루기 위해 제거해야 할 걸림돌이다. 북핵폐기를 통한 한반도의 비핵화와 남북간의 평화적인 통일은 우리 민족 전체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문제이다. 따라서 한국은 국가역량을 총동원해서 북핵폐기와 평화통일이라는 2大 국가목표를 달성해야 하며, 그 출발점은 우리가 직면한 대내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냉철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핵문제와 통일에 대한 북한의 입장과 전략, 북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적인 역학관계와 핵개발에 대한 세계적인 추세, 우리 정부의 북핵 해결능력과 준비태세, 우리 사회의 통일추진 역량과 대비상태,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입장 등 북핵폐기와 통일 과정을 촉진하거나 방해할 수 있는 다양한 현실적 요인들을 정확하게 읽어내야 한다. 즉 상대인 북한, 대내외 여건과 환경 등 우리가 처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우리 스스로의 준비상태를 냉철하게 자각하는 知彼知己의 자세가 요구된다.

‘관리’란 문제의 완전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현실을 자각하고 해당 문제로 인한 상황의 악화를 방지하고 위협을 약화시키는 데 주안점을 둔다는 뜻이다. 동시에 지금까지의 북한 핵문제 해결 노력이 실패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관리는 문제의 완전 해결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당장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현실적 판단 하에, 완전한 해결은 중장기적인 목표로 두고 현실적으로 그 여건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아울러 ‘관리’의 대상을 협상의 건설적이며 동등한 파트너로 보기 보다는 우리에게 위협을 야기하는 파행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감독해야 할 대상으로 파악한다.

‘전략’이란 현실을 직시하는 가운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가용한 수단과 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비전과 계획의 집대성이다. 전략수립은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에 바탕을 두어야 하며 감상적인 바람이나 단순한 기대가 개입되어서는 안된다. 북핵폐기와 통일은 결국 핵보유를 고집하는 북한을 어떻게 잘 관리하고 건설적으로 변화하도록 유도하는가에 달려 있다. 따라서 한국은 통일의 그날까지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면서 핵능력을 보유한 북한을 변화시키고 북핵폐기와 통일이란 2大 국가목표 달성할 수 있는 국가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 관리전략은 우리가 처한 냉엄한 안보현실에 대한 각성을 토대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는 북한 정권이 야기하는 위협에 맞서 단기적으로 국가의 생존을 지켜내고 중장기적으로 평화통일을 달성하기 위해서 치밀하게 북한을 다뤄나가는 국가전략이다. 북한 지도부에 대한 근거없는 낙관론이나 사상적 편향성 또는 순진한 사고에 입각한 유화전략도 아니고 힘으로 북한을 압도하고 무너뜨리겠다는 붕괴전략도 아니다. 북핵폐기가 완료될 때까지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나 민족공동체의 실현은 불가능하다는 인식 하에, 대북 긴장과 경계감을 늦추지 않으면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북한이 야기하는 정치・군사적 위협을 제거하는 한편, 인내심을 갖고 북한 내부의 건설적인 변화를 유도해나가는 전략이다. 아울러 어떠한 대화도 문제를 일거에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를 인식하고 대북 협상의 기대치와 목표치를 낮춰서 성급하고 무리하게 대화를 추진하지 않는 전략이다.

이 글에서는 1991년 3월 북한 핵문제가 국제적으로 공론화된 이후 지난 26년간 한국의 역대 정부가 추진했던 북핵정책의 경험을 통해 얻어야 할 8가지 교훈을 제시하고, 우리가 직면한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토대로 북핵폐기와 평화통일이라는 2大 국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추진해야 할 10가지 전략과 정책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과거 북핵정책의 교훈

교훈 1: 북한 정권은 당분간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김정은 체제는 당분간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며, 김정은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다만 공포통치에 의존하는 김정은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확산될 것이며 이로 인한 지도부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김정은 유고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체제붕괴나 대규모 사회혼란과 같은 급격한 현상변경 보다는 김정은 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북한 정권이 등장하여 일정기간 안정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세 차례 급격한 현상변경의 초기상황(1994년 김일성 급사, 1990년대 후반 대량아사사태, 2011년 김정일 사망)을 경험한 북한 체제의 내구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의 완전한 핵포기 여부는 김정은 이후 들어설 신정권이 改革的인가 아니면 守舊的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교훈 2: 지난 26년간 역대 한・미 정부가 북한 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겠다며 추진한 북핵정책은 실패했다

1991년 9월 부시 대통령의 전술핵 감축 선언에 따른 주한미군 전술핵의 일방적 철수와 같은 해 11월 한국의 자체 핵무장 권한을 포기한 노태우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관한 선언’을 시작으로 4명의 미국 대통령과 6명의 한국 대통령이 추진했던 북핵폐기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그동안 남북회담, 북미회담, 4자회담, 6자회담 등 다양한 형태의 회담을 통해서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제네바 기본합의’, ‘9・19 공동성명’, ‘2・13 합의’등 많은 합의가 만들어졌다. 굵직한 합의가 도출될 때마다 한・미 양국의 당국자들은 마치 북핵문제가 다 해결된 듯이 자축했지만 그 결과 오늘날 우리에게 닥친 것은 ‘핵을 보유한 북한’이라는 엄연한 현실이다.

군사적 대치상황에서 상대방의 일방적인 핵보유를 허용했다는 참담한 안보상황을 ‘정책실패’라는 말 이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책임있는 당국자들이 더 이상 ‘북핵 불용’이니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 없다’등의 듣기 좋은 말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국민을 호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 세대가 이미 북한의 핵과 더불어 살고 있고 우리 후손 또한 상당기간 그렇게 지내야 한다는 엄연한 현실은 지난 26년간의 북핵정책 실패로 우리가 치러야 할 참담한 대가이다. 부시 행정부의 조건없는 전술핵 철수와 더불어 ‘비핵화 공동선언’의 단초가 된 노태우 정부의 일방적인 핵개발 포기가 북한으로 하여금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거침없이 핵개발로 나아가게 만들었다는 역사적 교훈을 새겨야 한다. 이와 함께, 서명도 하기 전에 북한이 위반한 비핵화 공동선언은 효력을 상실했다는 입장조차 밝히지 못하는 나약함과 무기력함을 버려야 한다. 또한 실패한 26년 북핵정책의 근간이었던 “한국의 핵개발이 북한의 핵개발을 부추기고 핵보유를 정당화한다”는 국익을 망각한 분별없는 논리도 폐기해야 한다.

교훈 3: 북한 체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북한에 어떠한 보상을 하더라도 완전한 북핵폐기는 실현할 수 없다

한・미 양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본인 임기 내에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성취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북핵폐기와 북한정권이 원하는 정치・경제・군사적 요구사항을 교환하는 큰 틀의 거래를 시도하곤 했다. 제네바 기본합의와 9・19 공동성명은 이런 시도가 성사된 사례이고, 그 외에도 평화체제 구축, grand bargain, 비핵・개방・3천 구상, 비전코리아 프로젝트, comprehensive deal, package deal 등 완전한 북핵폐기를 희망하며 큰 틀의 거래를 시도한 다양한 방안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26년 북핵정책 실패에서 얻어야 할 가장 큰 교훈은 완전한 북핵폐기를 전제로 하는 큰 틀의 거래는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핵을 생존과 동일시하는 3대 세습정권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으며, 설사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북한의 성실한 이행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북한 정권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 우리가 바라는 대로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적어도 북한에 김씨 세습정권이 존속하는 한 북핵폐기는 현실을 무시한 면피용 정치구호일 뿐이며 실현 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앞으로 북・미 양국이 협상 쪽으로 움직인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현 상태에서 동결하는 데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일정한 핵능력을 유지하겠다는 북한과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핵탑재 ICBM만은 막아야 한다는 미국이 타협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정부도 완전한 북핵폐기가 요원한 상황에서 동결을 완전폐기로 가는 징검다리라고 선전하며 수용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동결 합의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봉합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그 성과가 제한된 만큼 북한에 지불하는 대가도 제한되도록 해야 한다. 한・미 동맹의 성격을 변화시키고 한반도 정전체제의 구조를 바꾸는 정도의 성급한 타협안이나 김정은 정권의 병진노선을 후원하는 막대한 정치・경제적 보상은 북한의 핵보유 허용에 이은 또 하나의 안보참사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교훈 4: 북핵문제 해결의 관건은 북한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이다

핵보유와 체제 생존을 동일시하는 현재의 북한 정권이 협상을 통해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 일은 기대할 수 없다. 적어도 핵심 지도부를 제외한 광범위한 엘리트 계층과 북한 주민들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 갖고 있는 것 보다 더 낫다는 인식을 할 수 있을 만큼 북한 사회가 변화해야 만 북한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 즉 북한 내에서 개혁・개방을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나겠다는 사회적 욕구가 충만할 때, 북핵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기회의 창이 열리게 될 것이다.

북한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는 북한 주민 개개인의 의식과 사고방식이 국제사회의 규범에 맞게 선진적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북한 주민을 한국의 입장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는 차원에서 ‘韓國化 ’, ‘親韓化’, ‘友軍化’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데, 좀 더 가치중립적이고 북한 주민들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용어가 바람직하다. 북한 사회의 변화 방향으로 한국을 중심에 내세우는 것보다 ‘세계화’로 잡을 때, 변화의 당사자들이 느끼는 거부감을 덜 수 있을 것이다. ‘한국화’등의 표현은 못사는 북한이 잘사는 남한을 따라오라는 식으로 오해될 소지가 많은 반면, ‘세계화’는 남북한이 공동의 가치를 향해 함께 나아간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

교훈 5: 대북 경계감을 유지하되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며 통일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한・미 양국의 북핵폐기 노력이 실패한 반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꾸준히 강화되면서 양측 간에 위협의 수위가 높아지고 긴장이 고조되는 현상이 일상화되고 있다. 청와대와 백악관을 공격하겠다는 북한의 협박, 북한 핵과 미사일 시설에 대한 한・미의 선제공격 가능성 시사, 상대방 지도부에 대한 참수작전 거론 등 과거에 비해 상호간 위협이 더 자극적이고 그 수위가 높아졌다. 그만큼 돌발사태의 발생을 막고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핵을 가진 북한에 대한 경계감을 늦춰서는 안되지만 필요이상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피하고 오해와 오판에 의한 충돌을 막는 것은 우리의 국익에 부합한다.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남북통일은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이미 첨예한 국제문제로 부상한 북한 핵문제를 그대로 둔 채로 통일을 하겠다는 데 찬성할 나라는 없다. 우리가 국가적으로 또한 사회적으로 통일과정에서 초래될 엄청난 부담을 떠맡을 준비가 되어있는지도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통일을 당장 실현하려고 서두르기보다 장기적인 목표로 두고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북한이 평화통일에 호응할 수 있도록 북한 내부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현 시점에서 한국은 국력을 기르고 조용히 내실을 다지면서 대내외적으로 통일에 우호적인 여건을 만들기 위한 통일준비를 착실하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훈 6: 북핵폐기를 위해 국가역량을 총동원해서 전략을 수립하고 일관되게 집행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우리의 생존에 대한 위협인 만큼 그 위협을 제거하는 데 있어 배제해야 할 옵션은 없다. 한국은 범정부차원에서‘死卽生, 生卽死’의 각오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물론 없는 수단은 만들어서라도 치밀하고 집요하고 끈기있게 북핵폐기에 집중해야 한다. 북핵폐기 노력은 단임 정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정부로 이어가며 국가생존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이런 저런 명분과 구실로 우리 스스로의 선택지를 좁히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북한의 선제 핵개발로 형성된 불리한 안보구도를 타파하고 더 이상 북한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이 먼저 수를 두면 대응하는 식의 수세적이고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우리가 쓸 카드를 만들고 우리에게 유리하게 판을 짜서 문제해결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북한의 핵위협에 맞대응하기 위해서 주한미군 전술핵의 한시적인 재배치는 물론 우리가 잠정적으로 NPT에서 탈퇴해서 자체 핵무장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우리의 우방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문제로 부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핵을 탑재한 ICBM’을 마지막 레드라인으로 간주하고 ‘최대의 압박과 관여’정책을 가동한 것은 군사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용인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북한이 시리아에 5MWe 원자로의 개량형을 비밀리에 건설하는 등 핵기술과 물질을 유출했고 이란과 핵・미사일 협력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등 북한에 의한 핵・미사일 확산도 실존하는 위협인 만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세계적인 위협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미를 중심으로 하고 유관국들과 국제사회가 함께 힘을 합쳐서 북한 정권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고 스스로 포기하도록 만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일관되게 강구해야 한다.

교훈 7: 한반도 문제 해결의 기본 틀은 한・미 동맹이다

북핵폐기, 남북관계, 대중국 협력 등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관련된 중요한 문제들이 한・미 동맹을 토대로 다뤄져야 한다는 점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한・미 동맹은 과거는 물론 현재와 미래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을 담보하는 기본 토대이다. 북한의 남침을 격퇴하기 위해 탄생한 한・미 동맹은 지금까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오늘날 한국의 번영과 발전이 한・미 동맹의 굳건한 뒷받침으로 가능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굳건한 한・미 관계는 북한의 전통적인 通美封南 전술이 먹혀들 여지가 없도록 만드는 효과적인 방책이기도 하다.

한・미 동맹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공헌을 토대로 장래에도 상호방위조약의 정신에 입각하여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나가야 한다. 동맹과 지역평화 유지라는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변화하는 시대상황에 맞게 미래지향적으로 진화하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 현 시점에서 한・미 동맹이 직면한 최대 위협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다. 양국은 긴밀한 협력 하에,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위협에 대응한 억지・방어 차원의 군사 조치는 물론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치・외교 차원의 비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훈 8: 중국과의 전략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넓혀나가야 한다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의 안정적인 관리 및 평화적인 통일을 위해 중국과의 협력이 매우 필요하다. 북핵문제뿐 아니라 통일문제까지 국제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북한의 핵심 우방국이며 미국과 맞서는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고 도움을 받는 것과 중국의 요구에 굴종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사드배치와 같이 우리의 안보에 직결된 사안에서는 처음부터 우리의 입장을 명쾌하고 단호하게 제시해서 중국이 개입할 싹을 잘랐어야 했다. 사드배치 문제가 처음 제기된 2014년 이후 상당기간 우리 정부가 보여준 애매모호한 태도가 중국이 개입할 여지를 허용하고 사드배치라는 순수한 안보사안을 정치문제가 되도록 만든 큰 원인이었다.

한국은 안보문제에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고 경제・사회적으로 양국간 선린우호 관계를 증진하면서 한반도의 안정을 바라는 중국의 입장을 적절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북핵폐기와 통일 과정에서 중국의 핵심이익이 보호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하고, 중국이 북핵폐기와 북한의 건설적인 변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핵폐기와 한반도의 장래에 대한 한・중 전략대화를 정례화하여 양국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협력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핵폐기와 평화통일을 위한 정책제언

정책제언 1: ‘하나의 한국’(One Korea) 원칙 견지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이념 투쟁으로 시작되어 한국전쟁으로 고착화된 남북분단 상황에서 남과 북의 어느 체제가 한반도에서 우리 민족의 정통성을 계승하는가는 국가의 정체성과 역사적 책임성이 걸려있는 양보와 타협이 불가능한 문제이다. 남북분단의 역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는 체제경쟁과 이념투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남과 북의 어느 체제가 민족의 이익에 부합했는가 하는 체제경쟁은 사실상 끝났지만, 아직도 이념투쟁으로 인한 국론분열과 갈등이 우리 사회의 발전을 방해하는 해악으로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을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북한 관리전략’에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에서 한민족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하나의 한국’ 입장을 대내외 정책의 기본원칙으로 견지한다. 아울러“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를 신성불가침한 헌법적 의무사항으로 준수한다. 이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은 헌법상 되찾아야 할 미수복 지역이며 북한 동포는 우리가 도와주고 더불어 살아야 할 우리의 국민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하나의 한국 원칙이 갖는 역사적 의의와 중요성을 부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이단자로 낙인 찍힌 북한 정권에 맞서서 생존 차원에서 북핵폐기와 통일을 달성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이제는 우리도 ‘하나의 한국’ 원칙을 대내외적으로 강력하게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서독이 통일될 때까지 ‘하나의 독일’입장에서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으며, 동독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한 미국 역시 서독의 입장을 존중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하나의 한국’ 원칙 하에 역대 정부가 계승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입각해서 남북간 교류협력, 북한의 사회적 변화 및 북핵폐기 과정을 동시에 추진면서 평화적인 통일을 위해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한다.

정책제언 2: 중장기 전략적 사고에 입각한 국가역량의 총체적 활용

한국에게 있어서 북한 핵문제는 남북관계, 외교, 군사, 과학기술, 정보, 국내정치 등 국정의 다양한 분야가 중첩되고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복합적인 문제이다. 당면한 남북관계와 중장기 통일의 문제이고, 주변 4강은 물론 국제사회 전체와 연관된 외교 사안이며, 우리의 안보와 직결된 군사적 위협이고, 핵개발 수준 파악과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과학기술적 사안이다. 또한 핵개발의 당사자인 북한에 대한 정보의 문제이며 북한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남남갈등을 치유하고 국론통합을 이뤄야 할 국내정치적 사안이다. 북한 정권의 핵포기 결정을 단기간 내에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 핵문제는 특별히 중장기적인 시각과 전략적 마인드가 요구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남북통일도 문제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문제의 해결 과정까지 북핵문제와 동전의 양면처럼 긴밀하게 연계되어 대한민국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국익사안이다.

따라서 그 성격이 복합적이고 중첩적인 북핵폐기와 통일 문제는 중장기적인 안목과 전략이 요구되며, 그 만큼 정치, 경제, 군사, 외교, 사회문화, 과학기술, 정보 등 국력의 제반 요소를 총동원하여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틀 속에서 해결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최고통수권자의 상시적인 관심과 관리가 가능한 틀 속에서 북핵폐기와 남북관계 및 통일을 어우르는 중장기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이러한 큰 체계 하에서 세부 정책사안들을 유기적으로 다뤄나가야 한다. 국가역량의 총체적 활용은 가용한 정책방안들을 다양하고 시의 적절하게 상호 보완적으로 구사하도록 함으로써 정책 집행의 유연성과 폭을 넓혀주게 될 것이다.

정책제언 3: 북핵 대비 역량 총결집 및 국가안보실 재편

북핵폐기와 평화통일이란 2大 국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각 부처와 유관기관에 산재해있는 북핵 대비 역량을 한 곳으로 결집하고 남북관계 및 통일 문제와 긴밀하게 연동해서 대응할 수 있도록 국가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또한 북핵 문제에 종사하는 관료와 전문가들이 사안의 종합적 성격을 분명히 인식하고 조직이기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문제해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새로운 정책결정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전담하는 기관을 구성하여 정부 곳곳에 흩어져있는 북핵 관련 역량을 결집하고 남북관계 및 통일문제와 연계하여 대통령이 상시적으로 직접 챙길 수 있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재의 국가안보실을 북핵문제, 남북관계, 대북통일전략, 중장기 대외전략을 주요 업무로 하는 ‘국가전략실’로 개편하거나 국가안보실內 1, 2 차장의 역할을 조정해서 1차장은 국가전략 담당으로 2차장은 당면현안에 대한 정책 조정・관리 담당으로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통령을 직접 보좌하는 국가안보실의 주된 업무는 북핵폐기와 통일을 위한 포괄적인 중장기 국가전략의 수립과 관련 정책의 집행이 되어야 하고, 외교・국방・사이버・위기관리 등 현안 관련 분야는 중장기 국가전략의 틀 내에서 대통령과 해당 부처의 장들을 연결하고 정책적으로 보좌하는 기능을 하면 될 것이다. 아울러 북핵정책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고 교훈을 얻는 차원에서 정부內 관련 기구의 정비도 필요하다. 특히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창설된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성과와 문제점을 정부 차원에서 냉철하게 점검해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북핵폐기와 평화통일이란 2大 국가목표 달성을 위해서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미래부, 국가정보원 등 정부 부처와 유관기관에 산재한 북핵 및 통일 관련 기능을 종합해서 국가역량을 총체적으로 결집한 국가전략의 수립과 집행 임무를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국가안보실에서 담당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책제언 4: 북한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공세적 정책 추진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는 북한 집권층과 사회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북한 관리전략의 기본 전제이다. 적어도 핵과 생존을 동일시하는 북한의 최고 지도부를 제외한 엘리트 계층과 북한 주민들이 핵과 미사일이 경제난과 생활고의 원인임을 깨닫고 개혁・개방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신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서 대응하는 二元化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 지도부는 지금까지 외부의 적을 빌미로 내부의 단합을 유도하여 정권을 유지해왔다. 이제 국제사회의 비판 대상은 지도부이지 일반 주민들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이러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해야 한다. 정권은 압박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주민을 지원의 대상으로 차별화하는 정책은 정권과 주민을 일심동체이자 운명공동체로 선전하며 정권을 연장해 온 북한 지도부의 통치이념과 사상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전략적 카드이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슬람을 모두 극단적인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정책이 오히려 이슬람권의 반발을 사고 테러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에서 유념해야 할 교훈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대북 제재와 압박은 북한 정권과 주민 二元化 전략에 따라 주민에 대한 ‘부수적인 피해’(collateral damage)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정교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북한 사회 내에 비핵・개방 여론이 형성될 수 있도록 가용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북한으로 정보가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북한 사회 변화의 관건은 북한 주민들이 바깥세상의 새로운 소식을 얼마나 많이 자주 접할 수 있느냐 하는 데 있다. 새로운 정보를 통해 북한의 현실과 외부세계를 비교할 수 있는 안목이 형성되어야만 미몽에서 깨어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세계화를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북한 사회가 세계화되고 주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북한이 핵에 대한 집착에서 멀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또한 북한 사회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를 면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관찰시스템을 구축하여 변화 상태를 상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국제사회가 원하는 것은 북한의 붕괴가 아니라 개혁과 개방을 통한 발전과 보통 사람들의 인권증진이라는 전략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해서 국제사회와 북한 주민 간의 간극을 줄이고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

정책제언 5: 북한 정권을 겨냥한 스마트 제제 강화

북한이 핵・미사일을 포기할 때까지 김정은 정권을 사실상 국제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수준의 강력하고 촘촘한 ‘압박망’(pressure nets)으로 북한을 둘러싸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유엔의 안보리 결의를 중심으로 가해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선도적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 주요국의 결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독려하는 것은 물론, 강력한 대북제재에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을 규합하여 유엔제재의 미진한 부분을 보완해나가야 한다.

제재의 목적이 북한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계산을 바꾸는 것인 만큼, 북한 지도부를 목표로 정교한 제재를 실행하여 북한 주민들에게 미치는 부수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편으론 김정은 정권에 피해를 주어 핵과 미사일에 대한 입장을 바꾸도록 압박하고, 다른 한편으론 북한 주민들에게 가해지는 의도하지 않은 피해가 결국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개발에 그 원인이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 동포들에게 전파해야 한다. 스마트 제재는 북한 지도부의 정권유지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는 1차 효과뿐 아니라 북한 지도부와 주민 간의 간격을 넓힘으로써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생각을 바꾸고 북한 사회 내에 변화의 동인을 만들어 내는 2차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대북 제재와 압박의 목적은 단순히 북한 정권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다. 북한 정권의 정당성과 권력 장악력을 약화시키고 핵이 없는 것이 있는 것보다 훨씬 이롭다는 북한 주민들의 생각을 이끌어내어 북한 사회의 역동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북한 집권층이 핵보유가 정권 유지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하고 생존을 위해 핵보유에 대한 계산방식을 바꾸도록 만들어야 한다. 명분과 체면을 중시하는 북한사회의 특성을 감안할 때, 북한 정권의 정당성(legitimacy)을 훼손할 수 있는 정치・외교적 조치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지도부의 권위와 체면을 손상시키는 제재는 정권의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대내적으로 민심이반 효과를 거두고 북한 사회의 변화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상회담이나 고위급회담 등 김정은 정권의 정당성을 높여줄 수 있는 정치행사나 외교행위는 북핵폐기와 통일이라는 2大 국가목표 달성에 부응할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따져서 매우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정책제언 6: 대북 맞춤형 수출입통제제도 창설 및 수출입 물자 집중 감시

북한 정권을 겨냥한 스마트 제재의 하나로 북한으로 출입하는 민감한 물자를 국제적으로 집중 통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한반도에 국한된 지역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국제안보 사안임을 감안하여 한국이 주도적으로 국제사회를 규합해서 북한을 목표로 하는 맞춤형 수출입통제제도를 창설해야 한다. 과거 냉전시대에 서방진영이 공산권 국가들을 상대로 민감한 기술과 물자의 수출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었던 ‘대공산권수출통제체제’(Coordinating Committee for Multilateral Export Control: COCOM)와 유사하게 북한만을 타겟으로 한 별도의 수출통제 체제를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서 북한의 핵을 포함한 WMD와 미사일 기술의 외부 확산과 재래식 무기 수출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서 북한으로부터 관련 기술과 물자 및 무기의 수입을 통제하는 수입통제 제도를 추가해야 한다. 결국 핵・화학・세균무기, 미사일, 재래식 무기 및 관련 기술과 물자에 대하여 북한으로의 수출과 북한으로부터의 수입을 동시에 규제하는 전방위적인 ‘대북수출입통제체제’(North Korea Export-Import Control Regime)를 구축해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재래식 무기 현대화 기반을 와해시켜야 한다.

새로운 대북수출입통제체제는 ‘핵공급국그룹’(Nuclear Suppliers Group: NSG), ‘미사일기술통제체제’(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 MTCR), ‘호주그룹’(Australia Group: AG), ‘바세나르협정’(Wassenaar Arrangement) 등 기존의 국제수출통제 제도와 지금까지 채택된 대북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를 망라하는 것은 물론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여 철저하고 촘촘한 수출입 통제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대북수출입통제체제는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무기체계의 개발과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고 북한 동포들의 민생을 겨냥한 것이 아닌 만큼, 중국도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북수출입통제체제는 김정은 정권이 핵개발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루겠다며 내세운 소위, 병진노선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낼 것이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선진 기술과 노하우에 대한 북한의 접근을 차단하여 북한이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 경제가 3류 개발도상국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깨닫도록 만들 것이다. 강력한 대북수출입통제제도가 시행되는 경우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북한의 접근도 불가능한 만큼 평양과학기술대학도 폐쇄되어야 한다. 결국 대북수출입통제체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3류 국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의지를 구현함으로써 국방력과 과학기술 발전을 정권유지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는 북한 지도부의 권위에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정책제언 7: 북한의 군사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모든 수단 강구

북한의 핵을 포함한 WMD와 미사일 위협이 조기에 일소되기 어렵다는 전제 하에 정부는 한・미 동맹 차원은 물론 독자적으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여 나라의 안전과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데 필요한 군사태세를 갖춰나가야 한다. 크게 대북 억지력을 확보하고 억지 실패시의 보복 의지를 구현하며 우리 국민과 주변국을 안심시키는 조치가 실행되어야 한다.

【①대북 억지】: 한・미 양국이 북한의 WMD 사용 위협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적, 물리적 조치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핵확장억지 약속이 선언적 차원의 말의 성찬이나 정치적 제스처에 머물지 않고 실체가 있는 가시적인 조치로서 단계적으로 이행되는 것이며, 그 정점에 전술핵 재배치 옵션이 있다. 북한의 점증하는 WMD와 미사일 위협을 고려할 때, 미국의 핵확장억지 공약은 현 상태로는 역부족이며 대폭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강화된 조치들은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한반도에 형성된 전략적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균형추로서 향후 북한과의 핵군축 협상에 유용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고 방해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들도 병행되어야 한다. 만약 미국이 우리의 전술핵 재배치 요구를 거부할 경우 한국은 북핵폐기시 재가입을 전제로 NPT 제10조에서 허용한 대로 조약에서 잠정적으로 탈퇴하고 자체적인 핵개발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개발한 핵은 북한과 핵군축협상을 통해 폐기하고 다시 비핵국으로 NPT에 복귀하겠다고 분명하게 밝히면 국제사회의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②대북 보복】: 북한의 핵공격시 북한 정권을 종식시킬 수 있는 정도의 결정적인 보복을 가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상응하는 능력을 구축해야 한다. 대북 억지 실패 시에는 억지능력이 바로 보복능력으로 전환되므로 보복만을 위한 별도의 능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보복을 별도로 구분한 것은 한・미 양국이 선제공격 의사는 없다는 신호를 분명하게 보냄으로써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이다. 즉 한국의 전통적인 대북 군사전략인 ‘응징・보복’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북한의 핵공격이 임박했었다는 것을 사후에라도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의 선제공격은 침략행위에 불과하며 국제적으로 엄청난 비난을 초래하고 선제공격 이후의 사태를 정당화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북핵위협 대응 차원에서 거론되는 선제공격, 참수작전 등은 핵이 없는 한국군의 안보불안감을 반영하고 있으나 한반도의 긴장을 악화시키고 오해와 오판에 의한 충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전술핵 재배치는 한국군의 안보불안감을 해소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③대국민・주변국 안심】: 북한의 위협이 고조될수록 한・미 동맹은 한국 정부와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북 억지 차원의 정책적, 물리적 조치들이 한국을 안심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는 한국 정부와 군은 물론 일반 국민들이 북핵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공포감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억지 조치의 필요성이 한국 국민들에게 잘 인식되도록 대국민 소통 노력을 강화하여 동맹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우리가 왜 억지력을 구축해야 하는 가를 설명하고 안심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대북 억지력 구축이 주변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시키기 위한 정치, 외교적 차원의 조치를 인내심을 갖고 끊임없이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이 주도적으로 북핵위협에 대처하고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전략대화를 양자 및 소다자 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책제언 8: 대북 인도지원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증진 노력 강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한국’ 원칙에 따라 우리 국민인 북한 동포들이 독재치하에서 고통 받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우리는 북한 정권의 핵・미사일 개발의 최대 피해자가 북한 주민들이라는 인식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공동으로 대처해나가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 주민들의 삶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는 인도적인 지원은 북한의 핵개발이나 기타 정치상황에 무관하게 간단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대북 인도지원은 제재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겪게 될 부수적인 피해를 줄이는 효과를 거두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들과 함께 한다는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북한 사회의 변화를 유인하는 동인이 될 수 있다.

인도지원이 북한 주민들에 대한 물질적 지원이라면 인권에 대한 관심과 촉구는 이들에 대한 정신적 후원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국제사회와 더불어 북한 정권을 상대로 주민들의 인권을 증진하도록 지속적으로 촉구함으로써 정권에 의한 인권유린 행위를 예방하고 감소시켜나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북한 주민들이 우리와 국제사회를 신뢰하고 정권의 부당한 행위에 맞설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갖도록 만듦으로써 북한 사회의 변화를 촉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제언 9: 국제규범의 틀 내에서 남북교류협력 지속 추진

전방위적인 대북 압박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엘리트 계층과 보통 사람들을 상대로 한 제한된 교류와 협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북한 내부로의 정보유입과 더불어 교류와 협력은 사회적 변화의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교류・협력의 목표는 북한 사람들이 핵・미사일을 가진 현실과 이를 포기한 미래를 비교할 수 있는 안목을 갖도록 함으로써, 개혁과 개방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도록 만들어가는 데 있다.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 동포들이 핵을 포기하고 평화통일의 길로 나오도록 결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다만, 국제제재 하에서의 교류협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교류의 목표를 북한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여건 조성에 두고 정교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자 북한 핵의 핵심 피해자로서 대북제재를 선도해야 할 한국으로서는 남북대화도 관련 국제규범에 맞게 추진해야 한다. 국제규범과 상식을 무시한 남북대화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급하고 유화적이라는 국내외의 비판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무리한 남북대화는 남북관계에 대한 환상을 부추겨 국민여론을 호도할 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다.

정책제언 10: 남북한 군비통제 및 군사적 신뢰구축 협상 가동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이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제재 및 한・미의 군사적 대책이 불가피하게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핵・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긴장이 무력충돌로 비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과도한 긴장의 수위를 낮추고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

군사적 긴장완화와 군비통제를 위한 대화는 재래식 분야와 핵 분야로 二元化되어야 한다. 북한의 핵능력 규제와 한・미의 재래식 군사력 제한을 거래하는 것은 핵을 보유한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기형적이고 위험한 협상구도이다. 최근 중국과 우리 사회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소위 ‘雙中斷’(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 방안은 북한의 선제 핵개발로 형성된 불리한 안보구도에 굴복하는 패배적인 발상으로서 우리의 안보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또 하나의 안보참사가 될 것이다. 세계 군비통제 역사상 일방의 핵전력과 다른 일방의 재래식 전력을 상호 감축한 전례도 없다. 핵을 보유한 북한과 핵확장억지라는 선언적 정책에 의존하는 한・미 사이의 전략적 불균형이 협상을 통해 한・미의 안보이익을 훼손하는 상황으로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협상대상의 동등성’ 원칙을 견지하여 ‘재래식 對 재래식’, ‘핵 對 핵’의 협상 구도를 정립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재래식 분야와 핵 분야에서 각각 ‘북한 對 한・미’간 상호억지(mutual deterrence)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한반도의 안보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재래식 분야에서는 남북한 군 당국이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비통제 문제를 논의하고 불가침합의서를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1990년대 초 남북한이 합의한 ‘불가침부속합의서’를 토대로 그간의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여 새로운 불가침합의서를 채택하고 그 실천을 보장할 수 있는 실행 기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핵 분야에서는 남북한과 미국이 3자회담을 통해 핵무기 관련 오해와 오판을 예방할 수 있는 신뢰구축 조치에 합의하고,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핵능력과 한・미의 핵확장억지 조치를 연계하는 핵군축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도 오래 전부터 미국과의 쌍방 핵군축 문제를 제기해 온 만큼, 북한의 핵능력과 한국 방어용 미국의 핵자산을 상호 감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한 방안이다. 상호 핵감축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므로 앞으로 한・미가 더 큰 관심을 두고 집중해야 할 사안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북한과의 핵군축 협상에 대비하여 협상용으로 사용할 핵자산을 한반도에 들여와야 한다. 북한의 핵능력을 미 본토나 제3국에 배치된 미국의 핵자산과 거래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발상이다. 북한은 미국이 본토의 핵능력을 감축해야 할 정도의 전략적 상대가 아니며, 유럽이나 괌에 배치된 핵능력도 북한만을 상대로 한 핵전력이 아니기 때문에 합당한 거래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오직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통해 한반도에서 자체 핵능력을 보유하고 한국과 공유하는 체제를 정책적, 물리적으로 갖춰야만 북한으로 하여금 쌍방 핵군축에 적극 나서도록 유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의 핵능력에 최대한 접근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대북 협상전략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만약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거부한다면 정부는 북핵폐기를 위한 한시적인 협상용 조치임을 전제로 NPT 제10조에 따라 조약에서 탈퇴하고 자체 핵개발을 통해 핵무장력을 갖춘 후 북한과 당당하게 ‘남북한 동시 핵폐기회담’에 임해야 한다.

 

맺는말

수백만의 사상자를 낸 전쟁의 두 당사자가 첨예하게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쪽이 스스로 핵무장을 포기한 채 다른 쪽의 일방적인 핵 보유를 허용한 것은 한반도가 역사상 唯一無二한 사례이다. 우리는 지난 26년간의 북핵정책이 실패했다는 뼈아픈 자성과 또 다른 안보참사를 막아야 한다는 결연한 각오를 바탕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與野, 진보와 보수라는 진영논리와 편 가르기 식의 사고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라의 존립과 국민의 안위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북핵폐기와 평화통일을 아우르는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인내심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태생적으로 생존을 위해 외부의 위협을 필요로 하는 북한 정권의 속성을 감안할 때, 북한 지도부는 흉금을 터놓고 대화할 상대가 아니라 항상 조심하고 경계하면서 우리의 안보를 지켜야 할 관리의 대상이다. 상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올바른 전략 수립의 필요조건임에 입각해서 김정은 정권이 핵보유와 생존을 동일시한다는 사실을 북한 관리전략의 기본요건으로 삼아야 한다. 핵을 가진 북한에게 굴복해서는 안되지만 김정은을 우리 앞에 굴복시키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우리는 북핵폐기 게임이 5년內 끝날 수 있는 단기전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20년, 30년 혹은 그 이상도 걸릴 수 있는 장기전이라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북한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면 해결될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는 상대를 모르는 전략 부재의 소치일 뿐 아니라 북한 정권을 이롭게 하고 국가안보를 해치는 편향된 유화정책의 산물로 비판받을 것이다.

북한 관리전략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것도 아니고 북핵폐기 노력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당면한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토대로 知彼知己의 자세로 더욱 공세적이고 적극적으로 북핵위협에 대처하는 전략이다. 그 핵심은 북핵폐기 게임의 판을 바꾸는 전략적 수를 두는 데 있다. 지금까지는 북한이 선수를 치면 우리는 그 뒤를 쫓아가고 끌려다니는 형국이었는데, 이제 우리가 수를 두고 북한이 끌려오게 만들어 우리가 주도권을 쥐는 새 판을 짜야 한다. 이를 위해, 핵을 철수하는 모범을 보이면 북한이 핵개발 포기로 보답할 것이라며 26년에 시작한 북핵정책이 실패했음을 미국이 깨닫고 한국의 안보를 위해 전술핵을 다시 들여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만약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국가안위를 위해 NPT에서 잠정적으로 탈퇴하고 자체 핵무장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선포해야 한다.

완전한 북핵폐기와 평화통일의 열쇠는 결국 북한 사회의 획기적인 변화에 있다. 북한의 핵심 지도부를 제외한 엘리트와 보통 사람들이 핵이 없는 것이 있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만큼 북한 사회가 변해야만 북핵폐기와 통일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그 시기가 가급적 빨리 올 수 있도록 차분하게 국력을 기르고 국민의식을 고양하면서 대내외적으로 통일에 우호적인 여건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핵보유에 집착하는 북한 정권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병진노선을 좌절시키는 한편, 북한 핵의 피해자이자 우리 국민인 북한 동포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된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제기될 대북 제재와 지원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국가지도자의 몫이다. 기본적으로 북한 정권에 대한 엄정하고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상식과 규범을 존중하고 국론을 통합하면서 동포애를 구현해나간다면 국내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About Experts

전성훈
전성훈

연구부문

전성훈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객원연구위원이다.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공업경제학 석사와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에서 경영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의 주제는 군비통제 협상과 검증에 대한 분석이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가안보실 대통령 안보전략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대한민국의 중장기 국가전략과 통일•안보정책을 담당하였다. 1991년부터 2014년까지 통일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선임연구원, 연구위원, 선임연구위원을 거쳐 제13대 통일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남북관계, 대북정책과 통일전략, 북한 핵문제와 군비통제, 국제안보와 핵전략, 중장기 국가전략 등이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 근무했고,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국방부, 통일부,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의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정치학회와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자유아시아방송 한반도 문제 논설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국무총리실 산하 인문사회연구회의 우수연구자 표창을 연속 수상했고, 2003년 국가정책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