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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상황 불투명한데 韓·美, 방위비 협상으로 갈등 관계 빠지면 안돼
액수 조정 매달리기보다 핵잠수함 등 전략 자산 운영 결정권 공유를 목표 삼았으면

지난달 하순 트럼프 대통령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거래를 할 수 있다(We can make a deal)… 한국이 큰돈을 내기로 합의했다”며, 아직 합의도 안 된 방위비 분담 협상의 결과를 자신의 업적으로 자랑했다. 최근에는 미국 측이 현재 분담액에서 53%를 인상한 13억달러를 요구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승인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이 처음 요구했던 것에 비해 많이 줄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협상의 과정은 동맹 간 상식과 규범을 벗어난 것이라는 평가를 면하기는 어렵다. 방위비 분담은 한·미 동맹이라는 큰 그림 중 일부인데, 이로 인해 동맹이 흔들리고 있어서 걱정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1966년 한·미 양국이 체결한 ‘주한미군 지위협정(SOFA)’에 의하면 “주한미군의 운영 비용은 미군이, 시설과 구역은 한국 정부가 제공”하도록 되어 있는데, 1991년에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해 ‘특별조치협정(SMA)’이라는 예외 조항을 만들어 미국이 부담하기로 돼 있는 운영 비용의 일부를 한국이 분담(sharing)하기로 약속했다. 1991년 1073억원을 제공하기 시작한 이후 우리는 지속적으로 분담액을 늘려왔으며, 현재 1조원이 넘는 액수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이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고 싶다면 인상의 근거를 제시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SOFA도 수정하고 SMA도 조정하여 새로운 틀과 원칙에 합의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미국을 벗겨 먹는 부자 나라”라고 했고, 최근 미국의 한 관리는 “우리는 가난한 나라니까 한국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6만5000달러이고 우린 3만달러 정도인데, 미국을 ‘가난한 나라’, 한국을 ‘부자 나라’라고 하는 것은 우리에 대한 칭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60여 년간 한·미 동맹은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 공헌해왔다. 그러나 그 수혜자가 한국만은 아니다. 미국은 한국과 동맹을 맺어 태평양 너머 유라시아 대륙에 전진기지를 확보, 북한 위협을 관리하면서 소련과 중국의 팽창을 견제할 수 있었다. 한·미 동맹의 역사는 어느 한쪽의 희생과 다른 한쪽의 편승이 아니라, 양쪽 모두가 ‘윈·윈’한 모범적 사례이다.

한·미 동맹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인권에 기초하고 있는데, 공동의 가치를 상실하면 동맹 자체가 흔들린다. 한·미 동맹은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이 군림하고 있는 유라시아 대륙으로부터의 전체주의 파도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방파제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 상식적으로 동맹이 건전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합리성과 신뢰, 그리고 존중이 있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 관점에서 우리를 공개적으로 폄하하는 것은 한·미 동맹을 흔드는 것이고, 경쟁 국가들의 도전을 부추길 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부적절한 발언이 쌓이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면서 ‘제2의 애치슨 라인’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두렵다. 부적절한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는 한국 내에 반미 분위기를 조장하고 확산시켜 동맹을 약화시킬 것인데, 이것이 과연 누구의 이익에 부합하는가?

북한의 핵 위협이 날로 증가하고 동북아 지역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방위비 분담 협상이 지체되는 가운데 한·미 간 이견이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13억달러를 승인했다는 언론 보도가 비중이 있어 보이는데, 그렇다면 공은 우리에게 넘어온 셈이다. 액수 문제에 유연성을 발휘하는 대신, 우리의 안보를 튼튼히 할 수 있는 조치들을 미국으로부터 받아내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면 대북 억제의 핵심인 전략폭격기, 스텔스기, 핵잠수함과 같은 전략자산은 전적으로 미국의 통제하에 있기 때문에 결정적 순간에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이런 불안정한 구도를 시정할 기회로 생각해 전략자산 운영에 관한 결정권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면 한다. 지난 10차 SMA 협상 때부터 미국 측이 ‘작전 지원 항목’을 기존 SMA 항목에 추가하여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을 포함하려 했다는 점은 결정권 공유가 불가능한 목표만은 아닐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비용을 지불하되 결정권 공유를 얻는다면 대북 억제 태세는 강화되고, 한·미 동맹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이 한·미 동맹이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지혜를 발휘할 때다.

 

* 본 글은 5월 12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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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최강

부원장(원장 직무대행); 수석연구위원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이자 수석연구위원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