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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우리 인민들에게 터놓고 싶은 마음속 고백, 마음속 진정은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뿐입니다.”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 말이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자신들의 인민에게 한 연설로서는 아마 최상급의 치하이자 자신을 한껏 낮춘 표현이었다.

이 자체를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스타일이나 북한 주민들의 눈높이에서 통치를 하고자 하는 의식을 반영으로도 볼 수 있으나 북한의 ‘수령제’ 하에는 이례적인 일이다. 2020년 중 북한 정치체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이 발언뿐만이 아니다.

8월 20일 국가정보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동생인 김여정 등 일부 측근들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11월 27일에는 그가 환율 급락을 이유로 거물 환전상을 처형하는 등 ‘비이성적’이고 ‘상식적이지 않은’ 대응을 하고 있다는 국정원의 분석 결과가 소개되기도 했다. 위임통치를 하고 있는 인물이 때로는 비이성적으로 국정에 직접 관여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는 분석상의 혼선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일면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 행태 자체가 일관성이 없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비일관성이 북한 정치체제의 변동을 알리는 징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현재 취하고 있는 정치형태는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일반적인 ‘공산당독재’가 아니며, ‘수령’을 정점으로 한 1인 독재체제이다.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그 이전과 같지 않다면 이는 수령제 독재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적지 않은 정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과거 김일성 시대 ‘수령제’의 도입은 리효순ㆍ박금철 숙청(1967)이라는 정치적 사건과 연결되었으며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초기 역시 ‘공포정치’로 불리는 가혹한 정치적 탄압을 수반했다.

북한의 정치적 불안은 남북한 관계에까지 그대로 전이될 수 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도발이나 강경노선을 선택할 수도 있으며, 이는 한반도와 그 주변의 정치ㆍ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다.

‘판문점 선언’이나 ‘평양공동선언’ 등의 기존 정치적 합의 자체도 흔들릴 수가 있다, 북한 체제의 속성상 수령의 권력 기반에 문제가 있다면 그 이행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우리의 대북정책 방향 역시 북한의 태도 및 정책 변화를 기대하는 유화일변도의 자세에서 전환되어야 하며 그것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효과적인 길이다.

 
북한 국내정치의 이상 징후들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 기반이 안정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논의는 그의 시대에 들어 특징으로 꼽히는 잦은 인사교체가 성과 위주로 인력을 발탁하는 ‘실용주의적’ 인사정책의 일환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을 중심으로 권력 엘리트들이 일종의 ‘지배연합’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권력상층부간의 공동운명 의식이 있어 이에 대항하는 세력의 형성이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독재자를 중심으로 한 권력 기반이 형성되면 정책의 자의성 즉 대중의 뜻과는 무관한 정책의 수립이나 집행은 있을 수 있지만 일관성은 유지된다. 일반적으로 다원주의 체제 하에서 요구되는 의견 수렴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2020년 1월 외무상을 강경파로 꼽히는 리선권 조평통위원장으로 교체했다.

6월 24일에는 역시 강경파의 상징으로 불리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북한이 대남 군사행동을 철회해야 한다는 정경두 前 국방장관을 비판하는 데 선두에 섰다. 전반적으로 북한의 권력구조가 대외 및 대남 강경파 위주로 편성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2020년 중 실제로 북한의 대남ㆍ대외 정책에서 강경노선을 표방한 것은 3월의 단거리발사체 발사(4회)나 6월의 남북관계 전면단절 선언 등에 국한된다. 특히 북한은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된 이후 상대적으로 조용한 대남ㆍ대미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 국내적으로도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김정은 위원장의 2020년 10월 10일 연설은 감염병 확산, 수해 복구 미진 그리고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적 곤궁의 3중고를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위로의 성격이 강했다. 전반적으로 몸을 낮추고 겸허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려 했다는 이야기다.

 
조율되지 않은 대외 메시지
 
이러한 태도는 경제ㆍ사회적 어려움으로 인해 유발된 북한 주민들의 좌절과 분노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없으면 나오기 힘든 대응 행태이다. 그런데 12월의 국정원 정보보고에 나타난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은 전형적인 ‘공포정치’ 지도자의 모습이다. 이를 단순한 강ㆍ온 양면책의 시행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 해 동안 정책의 기조가 확연히 다른 방향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석연치 않다.

북한의 대외 메시지 역시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느낌이 강하다. 실제로 선언과 실행 사이에 괴리가 있었다. 북한은 6월 13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하 김여정) 담화를 통해 남북관계 전면단절 선언과 함께 “련속적인 행동과 보복”을 다짐했고,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추가적인 군사행동을 암시하기도 했다.

김여정의 담화가 있은 후 인민군 총참모부가 ‘4대 군사행동’을 다짐한 바도 있으며 전방지역에서의 확성기 재설치 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추가적인 군사행동은 6월 2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의 김정은 지시로 ‘보류’되었다. 7월 10일에는 김여정이 미국의 대화 시사 발언에 대해 당시로서는 대화 의사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미국의 정치체제에 관심을 표하는 이중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더 큰 의문은 북한의 대남ㆍ대외 메시지 발송에 있어 적절한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고 있는가이다. 2020년 중 대남 메시지뿐만 아니라 대외 메시지는 주로 김여정을 통해 나왔다. 김여정은 3월부터 3차례(3월 3일, 6월 4일, 6월 13일)에 걸쳐 강경한 대남 메시지 발송에 앞장섰으며, 이 발언은 김여정이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런대로 수긍이 간다. 그런데 7월에 들어서는 대미 메시지에까지 범위를 넓혔다.

그에 앞서 외무성 제1부상인 최선희의 미북 회담 가능성 부인에 대한 논평이 나오기는 했지만 과연 김여정이 어디까지를 ‘총괄’하는 것인지를 궁금하게 한 대목이었다. 논평이나 담화의 격에 있어서도 일관성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여러 차례의 담화를 통해 김여정은 마치 북한의 최고지도자 바로 밑의 ‘2인자’ 위치에 있는 듯한 어투로 발언했다.

그런데 2020년 12월 8일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북한 사회가 국제적 기준과는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취지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직급’과 ‘관할’을 가리지 않는 김여정의 좌충우돌형 대남ㆍ대외 메시지는 북한 권력구조 내 김여정이 지니는 위상이 과연 무엇인가를 궁금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북한 내에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위와 같이 빈번하게 자기 입장을 표명한 존재는 ‘수령’밖에 없었다. 더욱이 2020년 중 김정은 위원장은 어떠한 공식적인 대외적 입장표명도 한 바가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결정 장애와 책임 회피 가능성
 
김여정의 행위는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불경’ 논란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인물의 폭주(暴走)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북한의 최상위 정책결정구조가 무엇인가 난맥상에 빠져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위에서 언급된 두 가지 현상은 물론, 권력 불안 이외에도 다른 차원의 설명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미북 협상이 교착기에 들어서 있고 2020년 미국 대선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대화에 임할 필요가 없는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신비주의’를 통해 미국의 조바심을 유도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 경우 2018년의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지향했다는 ‘정상체제’ 이미지의 부각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택한 격이 된다. 두 번째는 전형적인 강ㆍ온 양면 전술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강ㆍ온 양면 전술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전개되어야 그 효과가 발휘되는데 2020년의 경우 비슷한 시간에 혼란된 메시지와 행태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러한 논거 역시 설득력에 한계가 있다.

현 상황에서 제기될 수 있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일종의 ‘결정 장애’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다. 독재는 자기 능력이나 권위에 대한 아집에 가까운 확신이 있을 때 힘을 받는다.

‘백두혈통’이자 선대(先代) 수령들의 적자(嫡子)라는 자신감 그리고 북한 체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 김정은 위원장의 오류에 대해 제대로 지적하거나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인물은 없었을 것이다. 2016년 7차 노동당 대회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과 자신에 대한 고도의 ‘자기존대’를 스스로 주입해왔다.

이런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 2019년 “애국헌신의 대장정”(‘노동신문’의 표현)에도 불구하고 하노이에서의 ‘노딜’의 결과를 낳은 것은 상당한 좌절이었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업적으로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국가경제발전5개년 전략’ 역시 실패로 끝나버렸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자신감 상실로 이어져 일종의 결정 장애를 불러왔을 가능성이 있으며 일상 업무에 관한 한 김여정과 여타 엘리트들에게 결정을 내리게 하는 결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위임통치와는 분명히 구분되는 행태이지만 수령의 무오류성에 대한 주민들의 의문과 분노에 대해 ‘희생양’을 찾기에는 유용한 방안이다. 그러나 결정 장애로 인한 책임 회피가 오래 지속될 경우 이는 결국 김정은 위원장 자신의 권력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원활한 대응에 대한 의문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한 북한의 공식 입장은 현재까지 어떤 ‘악성비루스’ 환자도 발생한 적이 없으며 북한은 성공적으로 신종 감염병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그들의 공언대로 ‘코로나 청정국’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이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고도의 인력 통제를 특징으로 하는 북한체제의 특성이 감염병 관리에는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 매체들의 신종 감염병이나 방역 관련 언급은 2020년 2~4월에 정점에 이르렀다가 그 이후 다소 감소 추세에 있다. 방역의 중점이 전체 주민들의 안전보다는 ‘지도부 옹위’에 있는 북한 체제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6월 이후 공개활동이 증가했다는 점 역시 감염병 관리 부담의 완화와 연결지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 역시 한계가 있다.

2020년 8월 들어 북한 지도부는 북중 국경이나 여타 경계지역에서의 무단 입북자를 사살까지 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9월의 우리 공무원 피살의 원인을 방역에서 찾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징후들은 북한 내의 코로나 방역이 여전히 낙관하기는 어려운, 현재진행형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3중고를 강조한 10월 10일의 김정은 위원장 연설은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설혹 북한이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직접적 타격을 입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코로나19 상황은 북한의 북ㆍ중 무역을 비롯해 북한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북한이 국제재제하의 외화벌이 수단으로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관광과 인력 송출은 모두 코로나19 상황의 안정화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북한 단독으로 코로나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파급 영향이 제한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김정은 위원장을 둘러싼 정보 차단 및 왜곡 가능성
 
북한의 경제가 2021년 들어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1월로 예정된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어려워지며 무엇보다 장마당을 통해 실물경제를 체험하게 된 북한 주민들을 납득시키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중ㆍ장기적으로 이는 수령의 능력에 대한 의문과 반감을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증폭시키게 될 것이다.

김여정의 무분별한 발언이나 관할을 뛰어넘는 관여 그리고 여타 권력 엘리트들의 침묵은 백두혈통 위주의 통치체제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부작용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또한 최근 1~2년간 나타난 징후만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 불안을 단정하기에도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들이 불러올 정보 차단 및 왜곡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 기반이 여전히 탄탄하다고 하더라도 그가 일종의 결정 장애에 있거나, 그의 공포정치에 대한 의존이 다시 부활하거나, 혹은 김여정이 혈연을 무기로 한 권력을 휘두를 경우, 여타 권력 엘리트들이 정확하고 합리적인 정보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는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김정은 위원장 시대 초ㆍ중반에 이뤄진 공포정치는 신뢰할 수 있는 2인자 그룹의 육성을 저해했을 뿐만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이 싫어하거나 분노할 만한 정보의 전달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주요 정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몰락을 불러올 직언(直言)을 회피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한 충성경쟁에 몰입해 현실 감각이 결여된 정책을 추진하게 될 수도 있다. 김여정의 등장은 독재자의 주위에 흔히 등장할 수 있는 ‘인의 장막’에 ‘혈연’이라는 차폐막이 하나 더 추가됨을 의미하며 이는 결국 집단사고(group-think)의 횡행으로 인한 모험적 정책을 선택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미 국무부 부장관이자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역임한 스티브 비건은 2020년 12월 10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행한 특강에서 ‘탑 다운’ 방식에 의거한 정책결정방식이 북한으로 하여금 김정은 위원장만 바라보고 실무선에서는 별다른 협상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 하는 결과로 귀결되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문제는 2020년의 북한 정치가 관료들의 눈치 보기 및 불리한 정보의 은폐라는 위험요인을 더 증폭시킬 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함축성 및 우리의 대응 방향
 
북한 정치의 특성을 고려할 때 앞에서 지적된 북한 정치의 이상 징후들이 실제적인 불안정을 대변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2020년 상반기에 제기된 건강이상설과 같은 돌발변수가 없는 한 단기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실각하거나 급속히 후계체제가 출범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수령의 절대성과 백두혈통에 의한 통치는 이미 북한의 정치이데올로기에서 단기적으로는 대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자리 잡았으며 김정은 위원장이나 그 일가 이상의 정치적 정통성을 내세울 있는 정치 엘리트들은 이미 숙청되었거나 순치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 내부의 정치적 불안요인이 실제적인 정치변동으로 이어지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우리가 유의해야 할 것은 이러한 북한 정치의 불안요인이 대남ㆍ대외정책의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적지 않은 긴장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우려되는 것은 2021년 중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다. 북한은 이미 2020년 중 남북관계 단절 선언을 통해 남북한 관계에 관한 한 자신들이 주도권을 지니고 있으며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시기에 대화를 재개하거나 대북 지원을 복원할 수 있다고 믿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독재 자체가 내부 불안요인을 ‘외부의 적’으로 치환시키는 통치 기술을 구사하는 만큼,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 대남 도발을 돌파구로 삼을 수 있다.

이미 2020년의 잇단 도발 행위를 통해 김정은은 한국의 소극적 대응을 경험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과 미국의 원칙에 충실한 대북정책으로 인해 대외환경이 자신들에게 호의적이지 않게 돌아간다고 판단되면 김정은이 가장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대남 도발이다.

핵실험 재개나 중ㆍ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이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반발까지를 각오해야 함을 고려할 때 대남 도발은 국면 전환을 위한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대북제재가 쉽게 완화되거나 해제될 전망이 불투명할 경우, 북한은 우선적으로 자신들이 공언한 ‘4대 군사행동’의 재개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선택할 수 있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북한 내 ‘희망적 사고’의 지속이다. 합리적 정보의 공유가 어렵고 정보판단이 왜곡된 북한 지도부가 미국마저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 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면 2021년 중 핵실험 등의 고강도 도발로도 이어질 수 있고 이는 한반도 위기의 재현과 연결된다.

또한 핵능력만이 생존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믿음에 집착해 비핵화보다는 미ㆍ북 핵군축 회담을 고집하는 한편, 한국에 대해서도 ‘민족공조’에 입각해 이를 지지하고 지원하라는 요구를 할 수 있다. 설혹 남북 교류협력을 복원할 경우에도 이를 자신들의 ‘시혜’라고 생각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도록 강요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우리 입장에서도 기존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 본 글은 1월 19일자 미래한국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차두현
차두현

외교안보센터

차두현 박사는 북한 문제 전문가로서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 정치·군사, 한·미 동맹관계, 국가위기관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실적을 쌓아왔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2005~2006), 대통령실 위기정보상황팀장(2008),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2009)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교류·협력 이사를 지냈으며(2011~2014) 경기도 외교정책자문관(2015~2018),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2015~2017),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2017~2019)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직을 겸하고 있다. 국제관계분야의 다양한 부문에 대한 연구보고서 및 저서 100여건이 있으며, 정부 여러 부처에 자문을 제공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