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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전시작전권 발언, 조금씩 변하고 있어… 혼란과 불안 초래
북한 핵포기 가능성 없어… 조기전환 조건 충족도 어려워
지금은 오히려 국방개혁 2.0 내실 다지며 한미연합방위체제 강화하고 단일 지휘체계 필요한 때

9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건군 69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전환을 강조하고 강도 높은 국방개혁을 주문했다.

그런데 전작권에 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은 계속 변화하고 있어 혼란을 준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임기 내에 전작권을 전환하겠다고 했다.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의 조기 전환에 합의했다. 이번 기념사에서는 ‘조건에 기초한’이라는 말은 사라지고 ‘전환’이라는 용어는 ‘환수’로 대체되었다. 전작권에 관한 입장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고, 무슨 의도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문 대통령이 전작권 조기 전환을 강조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조건에 기초한 전환을 이야기할 경우 우리 군이 해야 할 바를 안 하고 미루거나, 미국에 의존하려는 습성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기 전환을 강조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입장에선 한국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조기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고 짐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전작권 전환은 우리의 안보를 불안하게 할 것이기 때문에 신중히 그리고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2014년 10월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미국의 보완 및 지속 능력 제공) △국지 도발과 전면전 시 초기 단계에서의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 능력 구비(미국의 확장억제 수단과 전략자산 제공 및 운용) 등 세 가지 전작권 전환 조건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밝힌 독자 방위력은 이 세 가지 가운데 마지막 조건에만 해당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 수준과 속도를 고려할 때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이라는 3축 체계가 완성되더라도 독자 방위력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의존은 오히려 증가하며, 지금보다 더 긴밀하고 강화된 한미 연합 방위체제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물론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고,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시점보다 더 빠른 시점에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전작권 전환의 조건이 충족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국방개혁 2.0’을 강력히 추진해 독자 방위력을 확충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 왔다. ‘책임국방’이라는 슬로건하에 추진될 국방개혁 2.0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재정이 소요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국방개혁 2020’의 재판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2005년 당시와 현재의 안보 상황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현 시점 그리고 목표 시점에서의 안보 상황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과연 철저한 분석과 평가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소요 예산은 얼마나 되고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노무현 정부는 국방개혁 실행에 15년 동안 600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사용하겠다고 했다. 북한 위협이 근본적으로 변화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국방개혁 2.0은 이보다 더 큰 규모의 예산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위협 평가, 전략 구상, 전력 확보, 예산 배정이 유기적으로 연동하여 제대로 된 국방개혁이 추진되어야만 전작권 조기 전환이 가능해진다. 의욕이 앞서 현실을 왜곡하거나 과욕을 부리면 실패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독자 방위력이 부족하면 보다 많은 미국의 자산을 활용하고, 대(對)한국 방위공약을 더욱 확고히 하는 방책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합 방위체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야 하고, 단일 지휘체계가 유지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런 문제에서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전작권 전환과 연동되어 추진돼야 할 새로운 작전계획이나 지휘체계에 대한 논의 및 협의는 중단되거나 진전되지 않고 있다. 또한 확장억제와 관련된 한미 간 협의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물론 앞으로 논의가 활성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확장억제에 관한 미국의 보장을 좀 더 확실하게 받아내려고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전작권 전환을 추진한다는 것은 상충되는 모습이다.

우리 군에 대한 지휘권을 우리가 다시 갖는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면 결코 용납될 수 없다.

* 본 글은 10월 3일자 동아광장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최강
최강

연구부문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이자 수석연구위원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