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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18일 모리셔스는 몰디브와의 인도양에서의 해양경계획정을 위해 유엔해양법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 구성을 위한 절차를 개시했다. 하지만 모리셔스와 몰디브 양국은 합의를 통해 이 분쟁이 국제해양법재판소(International Tribunal for the Law of the Sea) 특별재판부에서 다루어지기를 희망하면서 2019년 9월 24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양국 간 ‘특별합의’를 제출했다. 이번 호에서는 양국 간 분쟁의 쟁점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우선 모리셔스와 몰디브에 대하여 간단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모리셔스는 아프리카 남동쪽 해안으로부터 약 2,0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모리셔스 섬’을 중심으로 몇몇 인근 섬들로 구성된 군도국가이다. 모리셔스는 17세기부터 순차적으로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의 지배를 받았으며, 1968년에야 독립을 쟁취했다. 몰디브는 남아시아에 위치하고 있는 군도국가로 1,000개가 넘는 산호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몰디브 역시 16세기 이후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 열강들의 지배를 거쳐 영국으로부터 1965년 독립을 달성했다.

모리셔스와 몰디브 양국 모두 인도양에 위치하고 있는 국가이기는 하나 양국 간 거리는 3,000km도 넘는다. 이는 양국 모두 200해리(약 370km)에 이르는 배타적 경제수역을 주장한다 하더라도 해양경계획정을 위해 서로 중첩할 수 있는 수역이 존재하는지 자체가 의문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모리셔스가 독립하기 직전인 1965년 영국은 몰디브로부터 약 500km 남쪽 인도양 중앙 부근에 위치하고 있는 ‘차고스 제도’(Chagos Archipelago)를 모리셔스로부터 ‘분리’하는 법적 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분리 조치는 오늘 현재도 차고스 제도에 대한 주권이 영국과 모리셔스 중 어느 국가에게 있는지, 그리고 그에 따라 모리셔스와 몰디브 간 해양경계획정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의문을 야기하고 있다.

모리셔스와 몰디브 간 해양경계획정을 위해 가장 선결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는 차고스 제도의 주권이 영국에게 있는지 아니면 모리셔스에게 있는지의 문제이다. 차고스 제도의 주권이 모리셔스에게 있다면 모리셔스와 몰디브는 서로 중첩하는 배타적 경제수역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차고스 제도의 주권 문제를 명료하게 결론지은 국제재판소 결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나 이미 두 번이나 국제재판소는 이 문제를 간접적으로 다루었다.

차고스 제도의 분리 이슈는 1964년 미국이 차고스 제도에 군사기지를 설치하기로 결정하고 그 당시 (차고스 제도를 포함하여) 모리셔스에 대한 주권을 가지고 있던 영국과 협상을 개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영국은 미국이 원하는 군사기지 설치를 도와주고자 했다. 이에 영국이 모리셔스의 독립을 지지한다는 것을 선언하기 전날인 1965년 9월 23일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모리셔스의 독립을 추진하던 세력들과 하나의 ‘합의’를 만들었다. 이 1965년 합의에 따라 대가 및 보상 등을 받고 모리셔스의 독립을 추진하던 세력들도 차고스 제도의 분리를 인정하게 되었다.

영국과 모리셔스 간 1965년 합의에 따라 모리셔스는 미국의 군사기지 설치를 도와주고자 했던 영국의 뜻대로 차고스 제도를 분리시킨 채 독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독립을 달성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리셔스 내에서는 차고스 제도가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모리셔스는 헌법 등 국내 입법을 통해 모리셔스의 주권이 차고스 제도에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명시했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되어 2010년 4월 1일 영국은 모리셔스의 반발을 무시하고 차고스 제도 주변에 ‘해양보호구역’(Marine Protected Area, 약칭 ‘MPA’) 설치를 선언했다. 이 선언에 의하면 차고스 제도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모리셔스의 어로활동 자체는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영국의 해양보호구역 설치에 대하여 모리셔스는 이 문제를 우선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로 가져갔다. 이와 같은 모리셔스의 제소는 유엔해양법협약을 활용하여 차고스 제도에 대한 주권 분쟁을 유엔해양법협약의 해석 또는 적용에 관한 분쟁, 즉 해양법 분쟁으로 호도한 것이었다. 비록 모리셔스가 원하는 대로 차고스 제도에 대한 주권이 현재 모리셔스에게 있다는 확인을 받지는 못했으나 모리셔스는 2015년 3월 18일 중재재판소로부터 영국의 해양보호구역 설치 방식 자체가 유엔해양법협약 관련 조항들에 위반되었다는 결정을 얻는 데는 성공했다.

이어서 차고스 제도 문제는 유엔 총회에서도 논의되었고, 2017년 6월 22일 유엔 총회는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에 차고스 제도 문제에 대한 ‘권고적 의견’(advisory opinion)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19년 2월 25일 국제사법재판소는 (비록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론은 아니지만) 모리셔스에 대한 ‘탈식민지화’(decolonization)는 완료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영국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차고스 제도에 대한 지배를 종식시킬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같은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와 국제사법재판소의 결론을 뒤에 엎고 모리셔스는 다시 한 번 차고스 제도와 몰디브 간 해양경계획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제해양법재판소 특별재판부가 차고스 제도가 모리셔스의 주권 하에 있다고 전제할 수 있다면 차고스 제도와 몰디브의 해양경계를 획정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차고스 제도가 영국의 주권 하에 놓여 있다고 판단한다면 차고스 제도와 몰디브의 해양경계는 획정될 수 없다. 모리셔스가 자신의 영토가 아닌 제3국(즉, 영국)의 영토와 몰디브의 해양경계획정을 추진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차고스 제도에 대한 주권을 되찾고자 하는 모리셔스의 법적 투쟁은 2010년대를 넘어 2020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모리셔스가 영토 문제를 다룰 수 없는 해양법을 과도하게 오용하고 있지 않느냐는 비판은 가능하다. 모리셔스가 차고스 제도의 주권을 확인받고, 몰디브와의 해양경계획정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글은 2020년 4월호 해군지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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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이기범

국제법센터

이기범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국제법센터 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법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석사, 영국 에딘버러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법학박사 학위 취득 후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 가톨릭대학교, 광운대학교, 전북대학교 등에서 국제법을 강의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해양경계획정, 국제분쟁해결제도, 영토 문제, 국제기구법, 국제법상 제재(sanctions) 문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