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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법이 화두가 되고 있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선호한다는 리비아식 해법이 관심을 모으더니,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말한 ‘단계적이고도 동시적인 조치’가 이란식 해법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리비아식 해법은 핵개발을 확실히 포기하는 방식이다. 리비아는 미국의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목격한 후 완전한 비핵화와 대미수교를 교환했다. 그 결과 리비아의 모든 핵 관련 물자는 미국으로 반출돼 핵개발이 불가능하게 됐다. 미국이 북핵 문제에 이 방식을 선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란식 해법은 단계적 비핵화와 단계적 보상 방식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이 강력한 경제제재를 취하자 결국 이란이 협상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핵 능력을 동결하고 비핵화 단계별로 제재를 완화하는 방식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합의했다. 다만 이란 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었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핵 합의를 깨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본격적인 비핵화 논의가 시작된다. 아직 우리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동결 입구 비핵화 출구를 이야기하다가 북·미 정상회담 성사 직후 일괄타결 이야기가 나오더니 최근에는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 방식이 언급되고 있는데, 그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북한과 정상회담으로 비핵화의 결정적 계기를 만들겠다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할 때 북·미 정상회담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만일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난다면 북한은 중국에 기대며 버티기를 시도할 것이고 미국은 군사옵션을 강조할 것이다. 한반도에 전운이 감도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핵화 문제에 진전을 보아야 한다.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관련 당사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협상가능구역을 잘 구상해야 한다. 미국과 북한은 물론이고 북핵 위협의 당사자인 우리와 끼어들기를 시도하는 중국의 이해까지도 조정해 내야 한다.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물음표이지만,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 방식은 북한의 합의 위반을 막는 안전장치와 결합된다면 성공적인 협상안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먼저 포괄적 합의는 미국이 원하는 일괄타결 방식으로 비핵화 전반에 대해 합의하는 것이다.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해야 하며, 그 기간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를 넘지 않는다는 것이 돼야 한다. 여기에 미국을 겨냥하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즉각 폐기한다는 약속이 곁들어지면 미국의 수용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단계적 이행은 일괄타결 내용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동결, 신고, 검증이라는 단계를 인정하고 각 단계별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제재해제와 경제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때 가장 어려운 과제인 검증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시간을 끄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세부 절차를 국제원자력기구(IAEA) 결정에 위임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중국이 관심을 갖는 평화체제 문제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과 함께 논의함으로써 중국의 긍정적 역할을 견인해야 한다.

안전장치 마련도 빼놓을 수 없다. 북한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한 이후 비핵화 합의 사안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의 합의 위반 시 기존의 대북제재가 자동으로 부활하는 복원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포괄적 합의라는 이름의 일괄타결, 세 단계로 단순화된 이행과정, 제재부활이라는 안전장치의 마련이 관련 당사자들의 협상가능구역에 해당하는 한국식 북핵 해법이 될 수 있다. 과거 핵협상과 관련해 ‘북한은 목숨을 걸고 뛰는 반면 우리는 그저 열심히 뛴다’는 자조적인 표현이 있다. 지금은 우리도 목숨을 걸고 뛰어야 할 때다.

* 본 글은 04월 05일자 세계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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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신범철

안보통일센터

신범철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1995년 국방연구원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한 이래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2008), 국방현안연구팀장(2009), 북한군사연구실장(2011-2013.6) 등을 역임하였다. 신 박사는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2009-10)과 외교부 정책기획관(2013.7-2016.9)을 역임하며 외교안보현안을 다루었고, 2018년 3월까지 국립외교원 교수로서 우수한 외교관 양성에 힘썼다. 그 밖에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국회 외통위, 국방부, 한미연합사령부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북한군 시크릿 리포트(2013)” 및 “International Law and the Use of Force(2008)” 등의 저술에 참여하였고, 한미동맹, 남북관계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글을 학술지와 정책지에 기고하고 있다. 신 박사는 충남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였으며,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군사력 사용(use of force)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