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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관계가 있다. 겉보기는 좋지만 속은 비어 있다. 공유하는 가치는 사라지고 돈 계산만 남았다. 어느 일방만 잘못하는 건 아니지만 누구도 잘하고 있지 않다.

이런 관계가 오래갈 수 있을까? 뉴욕 한미정상회담을 지켜본 한미동맹에 대한 단상이다. 정상회담은 개최 형식과 논의 내용으로 그 성과가 평가된다. 형식이라 함은 겉으로 보이는 관계의 모습을 말한다. 이 점에서 이번 뉴욕 회담은 성공적이었다. 회담 시간이 한 시간을 넘겨 다자회의 계기에 개최된 양자회담으로는 긴 편에 속했고, 미국 대통령으로는 이례적으로 한국 대통령의 숙소를 방문했다.

하지만 회담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허하다. 무엇보다도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였던 북핵 공조와 관련한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단순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가 좋고 북한은 큰 도발을 하지 않고 있으니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양보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미·북 실무협상과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지만, 그 결과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언급한 새로운 계산법이나 제재 완화, 체제 보장 문제는 아예 언급하지도 않았다. 정상회담 전과 후가 똑같은 입장이니 뭘 논의했는지 궁금할 정도다.

한미동맹과 관련해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 이후 흔들렸던 관계를 어느 정도 복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정부는 지나치게 미국산 무기 구매와 가스 수입, 그리고 대미 투자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이라도 안겨 주는 것처럼 행동했다. 당초의 예상을 깨고 미측이 한일관계나 협정 종료에 대해 침묵을 유지한 것은 이러한 우리 정부의 사전 정지작업 덕분으로 보인다. 하지만 돈으로 환심을 사는 것은 건전한 동맹관계가 아니며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함께 지향하는 국가목표와 공동의 위협인식, 그리고 억제력 구축과 역할 분담을 진솔하게 공유해야 제대로 된 동맹이다. 물론 이러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탓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도 똑같이 대응해야 하는 건 아니다. 무기 구입보다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공감대를, 미·중 경쟁에서 동맹국의 입장에 대한 배려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인권이 존중되는 세상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강조했어야 했다. 동맹 파트너로서 할 일을 하고 당당히 한국에 투자하라고 요구하는 게 맞는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지지에 일 년 반이 넘는 시간을 끌었고, 한·미·일 안보협력에 거리를 두어 왔다. 이제와 무기 구입과 대미 투자를 늘린다고 동맹이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눈앞에 다가온 방위비 분담 협상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할 것인가.

올해 초 미국의 국가정보부(DNI)는 상원에 `세계위협평가`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도가 없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정권의 비핵화 이행 지연, 중·러 등과의 독자적 외교행보, 지속적인 제재위반, 그리고 재래식 전력 증강이 그 근거였다. 미국은 이러한 정보 판단 아래 협상을 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의 핵보유를 묵인하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고, 신기루 같은 평화를 손에 잡힐 것처럼 포장하며, 돈으로 동맹국의 관심을 돌리려 해선 안 된다. 우리 다음 세대에게 어떤 위협과 어떤 동맹을 물려줄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스스로 방비해야 한다.

 

* 본 글은 9월 26일자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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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신범철

안보통일센터

신범철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1995년 국방연구원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한 이래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2008), 국방현안연구팀장(2009), 북한군사연구실장(2011-2013.6) 등을 역임하였다. 신 박사는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2009-10)과 외교부 정책기획관(2013.7-2016.9)을 역임하며 외교안보현안을 다루었고, 2018년 3월까지 국립외교원 교수로서 우수한 외교관 양성에 힘썼다. 그 밖에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국회 외통위, 국방부, 한미연합사령부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북한군 시크릿 리포트(2013)” 및 “International Law and the Use of Force(2008)” 등의 저술에 참여하였고, 한미동맹, 남북관계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글을 학술지와 정책지에 기고하고 있다. 신 박사는 충남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였으며,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군사력 사용(use of force)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