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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론

4차 산업혁명은 현재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화두 중 하나이다. 기술혁신에 따라 산업구조와 시장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기존의 세계 경제질서가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전례가 없는 방식과 수준으로 확산되는 산업의 디지털화로 인해 기존과는 다른 경제구조와 경쟁이 발현되기 시작했다.

기술혁신은 1, 2,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인간과 사회, 국가의 생활양식과 경제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오랜 시간을 걸쳐 진화하던 기술은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산업과 경제사회 구조를 대폭 변화시킨다. 현재는 과거와는 달리 기술의 발전과 전파가 매우 빠른 시기이므로 이전과 같이 단계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개인이나 국가가 얼마나 신속하고 적절하게 변화에 대응하는지 여부가 다가올 미래에 경쟁력을 판가름할 요인이 될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제조업 방식, 에너지 인프라, 수송방식, 활동 영역 등 다양한 분야의 변화를 야기한다. 값싼 제조공정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 경쟁력은 맞춤형의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분산형 에너지 인프라가 점차 확장되고 있으며 무인기술의 활용으로 수송시스템 전반의 변화도 기대된다. 우주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활동 영역이 우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중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모든 영역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IT 기술이다.

디지털 경제의 핵심이 되는 IT 기술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전자상거래와 핀테크 등이며 이들이 제품의 생산과 거래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됨에 따라 기존의 시장 거래구조와 나아가 경제구조도 변화시킨다. 기업구조, 고용구조와 더불어 무역구조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데 무역구조의 변화는 우리나라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항이다.

우리나라는 IT 인프라가 발달되고 활용도가 높은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기술개발과 관련해서도 수십년 간 과학기술에 집중투자 하며 기술력 위주의 산업을 육성해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IT 기반의 변화를 수용하여 시장확장으로 연계시키는 측면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조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모델은 한계에 봉착했고 디지털 경제에 맞춰 새로이 구축되는 세계경제질서 재편 경쟁에도 적절히 대비하고 있지 못하다.

기술은 국가 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세계 각국은 기술과 관련된 국제 경제질서를 유리하게 구축하고자 경쟁해왔다. 국가들은 자국 기술이나 제품 보호를 위해 기술체계를 폐쇄적으로 유지하려 하므로 기술이 통상마찰의 요인이 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1970년 동경라운드협상에서 최초로 기술장벽문제가 다루어졌으며 세계무역기구(WTO)가 설립되면서 기술 관련 국제경제규범이 본격적으로 발전되었다. WTO는 분쟁해결제도를 통해 기술이 불필요한 무역장애로 활용되지 않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논의는 1998년 미국에 의해 WTO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디지털 무역과 관련된 논의는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각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무역은 선진국 주도의 산업에 국한되므로 선진국 위주의 질서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선진국 주도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도입되는 디지털 무역 관련 규범은 주목할 부분이다.

전자상거래 관련 국제 규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 중 하나는 국경간 정보의 자유로운 이전 의무화 규범이다. 현대사회에서 정보는 기업의 이익창출 및 투자활동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그 자체가 상업적 가치를 창출한다. 때문에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은 서비스산업 성장의 전제조건이며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의 기업들은 국경간 자유로운 정보 이전을 중요한 국제경제규범의 핵심 요소로 확립할 것을 요구해왔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정보가 전통적인 생산요소인 노동, 토지, 자본 이외의 핵심적인 생산요소로 활용되기 때문에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이 제한되면 정보를 집약적으로 활용하는 산업의 생산성과 성장이 떨어진다. 따라서 국제규범은 국경 간 정보의 자유로운 이전을 의무화하여 디지털무역을 활성화하고 관련 산업의 발전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또한 새로운 통상규범 하에서는 서버와 데이터의 현지화를 금지하는데, 디지털 무역 환경에서는 이를 심각한 무역장벽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전자적 수단에 의한 국경간 정보 이전 자유 의무화 규정과 더불어 컴퓨팅설비 현지화 금지 규정은 디지털무역 자유화를 달성하기 위해 필수적인 규정으로서 향후 디지털무역 관련 통상규범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경제로 일컬어지는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경쟁력은 기술발전 자체보다는 기술개발의 방향성과 변화 적응성이다. 변화하는 국제 경제질서 규범에 얼마나 잘 대응하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자국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폐쇄성과 비호환성은 자유로운 데이터 흐름 저해 등으로 세계경제질서 변화의 흐름에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 서구 기득권 국가들은 경제질서의 재편 경쟁에서 국제 기준과 규범을 자국에 유리하게 확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술개발 방향과 정책이 적응성과 호환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인지, 기술과 정보 보호를 위한 폐쇄성을 유지할 것인지에 따라 향후 수십년간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좌우된다. 기술보호를 위한 폐쇄적 정책은 단기간 우리 산업과 시장을 보호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나 장기적인 국제 경쟁구조에서 뒤쳐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국제표준의 수용 확대를 기반으로 국제기준 수립작업과정에의 적극적인 참여와 국제역학구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세계 무역구조가 IT기술을 기반으로 영토의 한계와는 무관한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기술역량의 증진과 함께 국제기준, 나아가 국제경제질서를 재편하는 국제경쟁 역량도 제고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목차

총론
I. 기술혁신의 방향과 속도
II.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 디지털 경제
III. 기술발전과 국제경제질서
IV. 기술 선진국 중심의 국제경제질서 재편 경쟁
V. 선택의 기로에 선 한국

 

* 본 보고서의 내용은 연구원의 공식 입장이 아닌 저자들의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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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박지영

연구부문 / 과학기술정책프로그램, 핵정책기술프로그램

박지영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과학기술정책프로그램, 핵정책기술프로그램 선임연구위원이다. 서울대학교에서 핵공학 학사와 석사, 미국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핵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서울대학교 정책학 석사학위도 취득하였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재직하였으며 R&D 타당성조사 센터장을 역임하였다. 주요연구분야는 핵정책, 근거중심 과학기술정책, 과학기술과 안보정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