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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취임 이래 벌써 열 번째 정상회담이다. 하지만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주변 정세나 날로 증강되는 북한 핵능력, 그리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이후 냉각된 한미관계를 고려할 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회담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외교 난맥상은 정부 스스로 초래한 바가 크다. 미중 패권경쟁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다가 어느 쪽으로부터도 신뢰를 얻지 못했다.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확인하지 않고 잘 될 거라는 기대만으로 대화를 이어갔더니, 북측은 고립에서 탈피하자마자 우리를 무시하려 들고 있다. 상황이 어려워질 때 그나마 믿을 친구는 동맹국인 미국밖에 없는데, 한일관계 악화를 한미관계 악화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그 결과 주변국 모두와 관계가 불편한 전례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정세는 늘 변한다. 북한이 비핵화 실무협상 의사를 피력하고 있고 미국도 호응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물론 양측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기에 가야할 길은 멀어 보이지만 대화가 재개 된다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불편했던 한미관계 역시 정상회담을 계기로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우리 외교의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

먼저 북핵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미북간 실무협상이 언제 재가동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에 앞서 한미간에 북한 비핵화의 최종 목표와 로드맵, 그리고 북한에 제공할 상응 조치에 대한 입장을 조율해 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실무협상 시작도 전에 자중지란이 일어나 대북 협상력 약화만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가장 최근에 언급했던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이라는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의 기조를 미국에 잘 전달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협상 방식과 조율해야 한다. .

한미간 하반기 최대 현안이라 할 수 있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한 진솔한 대화도 필요하다. 정상 간 대화를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향후 실무협상의 가닥을 잡아주어야 한다. 미국발로 제기된 50억 달러 분담 요구로 인해 방위비 분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주한미군 인건비를 포함해도 총 주둔비용이 50억 달러에 이르는지도 불확실하며, 주둔 비용을 분담하는 원칙을 고려할 때 주한미군 인건비는 지원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따라서 정상간 대화를 통해 큰 가닥을 잡아줄 수 있다면 분담금 협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도 필요하다. 일본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야 하지만, 미국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미국과의 마찰까지 감수하며 지소미아를 종료시킬 이유가 없다. 따라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일본의 ‘백색국가 지정 제외 철회’를 위해 미국이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에게 일본을 설득할 명분을 주기 위해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한국 나름의 해법을 잘 전달해야 한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걱정되는 부분도 존재한다. 그것은 작년에 있었던 일들이 반복되는 것이다. 9.19 남북정상회담 직후 유엔을 방문하고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했지만,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완화 요구는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없이 제재완화가 선행될 경우 대북 협상력만 약화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 정부가 북측의 대변인 역할을 한다는 비난만 낳았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섣부른 제재 완화 이야길 꺼내기 보다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한미간 공감대를 공고히 하고, 비핵화조치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 조치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무장하지 않은 부자는 무장한 빈자의 먹이가 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북한에 비해 잘 살고 있다고 방심한다면 훗날 한반도 전략상황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북한의 위협이 존재하는 한 한미동맹은 우리의 갑옷과도 같다. 강대국 미국을 우리 마음대로 이끌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다 해도 지혜롭게 협력해 나가며 더 큰 국익을 지켜야 한다.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해 지금은 한미공조를 강화할 때다.

 

* 본 글은 9월 18일자 디지털타임스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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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신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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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1995년 국방연구원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한 이래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2008), 국방현안연구팀장(2009), 북한군사연구실장(2011-2013.6) 등을 역임하였다. 신 박사는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2009-10)과 외교부 정책기획관(2013.7-2016.9)을 역임하며 외교안보현안을 다루었고, 2018년 3월까지 국립외교원 교수로서 우수한 외교관 양성에 힘썼다. 그 밖에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국회 외통위, 국방부, 한미연합사령부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북한군 시크릿 리포트(2013)” 및 “International Law and the Use of Force(2008)” 등의 저술에 참여하였고, 한미동맹, 남북관계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글을 학술지와 정책지에 기고하고 있다. 신 박사는 충남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였으며,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군사력 사용(use of force)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