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Ⅰ. 서언

남북한 및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되면서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와 남북화해의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 지도부가 이번 기회를 살려 핵폐기 결단을 내리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선다면 남북관계의 발전은 물론 세계평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북한 지도부가 올바른 선택을 해서 민족번영과 평화통일의 날이 앞당겨지길 간절히 기원한다. 그러나 걱정과 불안감이 국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3대 세습정권의 핵에 대한 집착과 세계를 상대로 펼친 집요한 기만술은 정상회담 결과가 우리의 기대와 다를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더 이상 북한에 속지 않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결의와 국제사회를 동원한 전방위 압박은 정상회담이 실패할 경우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준다. 정상회담은 최종적인 외교수단인 만큼, 만족스런 성과가 나지 않으면 군사옵션을 행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은 억지할 수 없기 때문에 군사옵션을 행사해서라도 북핵을 제거해야 한다는 美 일각의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상회담이 성공하지 못하고 ‘북한 억지불가론’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정상회담 준비를 차질없이 진행함과 동시에 對北 억지에 대한 미국의 생각을 파악하고 동맹차원에서 억지태세를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

2017년 하반기부터 고조되던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 행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일단 잦아든 것처럼 보인다. 2018년 초 미국이 북한의 핵포기를 강제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경고가 우리사회에 전파되고,1  빅터 차 교수의 주한대사 내정이 취소된 원인이 대북 군사공격을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이라는 보도가2 이어지면서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한반도 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었다. 특히 북한의 대량보복이나 전면전을 유발하지 않을 정도의 제한된 규모로 핵·미사일 관련 시설을 공격해서 북한의 주의를 끌고 미국의 결의를 보여줄 수 있는 ‘코피 전략’(bloody nose strategy)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었다. 코피 전략을 둘러싸고 국내외적으로 논란이 거세지자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수 개월 간 북한을 최대한 압박해서 협상으로 이끌어 내는 전략에 집중할 것이고, 코피 전략은 국방부가 준비한 여러 옵션의 하나에 불과하다며 한 발 물러섰다.3 수잔 썬튼(Susan Thornton)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도 2월 15일 상원인준청문회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코피 전략과 같은 제한적 군사옵션을 갖고 있지 않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군사옵션은 북한 정권에 충격을 주고 북핵 게임을 주도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카드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코피 전략을 둘러싼 소동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미국의 대북 공격은 강력하고 압도적인 규모일 것이라는 얘기가 트럼프 행정부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3일 북한과 관련된 무역·해운회사와 선박 등 57개 단체와 개인에 대한 제재를 가하면서 제재가 먹혀 들지 않으면 매우 거칠고 불행한 2단계로 넘어가야 할 것이라면서 군사옵션 행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볼튼 전 유엔대사도 2월 중순 한 대학원 연설에서 제재가 실패하는 경우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 잠수함 기지, 전방 배치 야포 등을 동시에 대규모로 공격해야 하며 그럴 경우 김정은 정권이 붕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월 28일자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1837년 영국이 미국 증기선을 공격할 때 만들어진 선제공격의 정당성 판단 기준을 오늘날의 핵·탄도미사일 시대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북한에 대한 정보도 제한된 상황에서 북한이 핵을 사용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리치(James Risch) 상원의원은 2월 20일 뭰헨안보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하는 것을 결단코 막을 것이며, 이는 코피 전략과 같은 제한공격이 아니라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재앙적인 사건의 하나로 아주 짧은 시간에 끝나지만 지구상에서 여태껏 보지 못한 대규모 참사를 초래하는 형태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김영철이 방남했던 시기에 미국은 하와이에서 밀리(Mark Milley) 육군참모총장과 토마스(Tony Thomas) 특전사령관 등이 참석해서 한반도 전쟁 상황을 가정한 TTX를 실시하고 육군 82, 101 공수사단의 터널內 전투 가능성, 조종사 구출 및 부상병 후송 등 구체적인 사항들을 광범위하게 토의했다고 한다.4

트럼프는 김정일에게 잘해주는 것이 25년간 효과가 없었다면서 클린턴, 부시, 오바마가 모두 실패했지만 자신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는 등 실패한 비핵화 정책을 답습하지 않겠다고 천명해왔다. 따라서 최대의 압박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겨우 미국은 군사옵션을 행사하려 할 것이고, 이에 북한이 맞대응해서 무력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남과 북에서 많은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지난 30년 비핵화 정책 실패의 업보인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더 많은 인명을 앗아갈 전쟁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전쟁보다는 핵억지를 통한 평화 유지가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선제공격을 해서라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탕에는 북한은 억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 글에서는 ‘북한 억지불가론’의 내용과 쟁점을 분석해서 북한의 재래식 도발에 대응한 ‘재래억지’(conventional deterrence)와 핵도발에 대응한 ‘핵억지’(nuclear deterrence) 사이의 괴리가 근본 문제라는 반론을 제시하고, 대북 핵억지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거부억지에 입각한 전술핵 재배치와 한·미 핵공유체제 구축을 제안하고자 한다.

 

Ⅱ. ‘북한 억지불가론’ 분석

1. 주요 내용

‘북한 억지불가론’은 행정부에서는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전면에 나서서 주장하고 의회에서 그레엄 상원의원이 맥매스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운데 볼튼 전 유엔대사와 같은 매파들이 거드는 구도로 전파되고 있다. 우선 맥매스터 보좌관은 냉전시기 소련과 중국을 억지했던 방식으로는 북한을 봉쇄하고 견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료그룹에도 북한문제를 해결하는 데 군사적 해법은 없다는 고정관념에 억매이지 않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5

구체적으로, 맥매스터는 對蘇 봉쇄모델을 북한에 적용할 수 없는 근거로 소련과 북한은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들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핵 對 핵’의 억지관계를 구축해서 안정적 관계를 유지했던 소련이나 중국과 다르게 보는 큰 이유는 지도자에 대한 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소련이나 중국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도부가 있어서 미국과 상호 억지의 틀 속에서 전략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북한 지도부는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기 때문에 상호 억지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국가안보좌관이었던 라이스(Susan Rice)가 2017년 8월 뉴욕타임지 기고에서 미국은 소련에 대해서처럼 북한의 핵을 용인하고 억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자, 맥매스터는 8월 13일 ABC 방송에 출연해서 억지가 어떻게 북한과 같은 정권에 적용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북한 정권의 속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국민에게 말할 수 없이 잔인한 정권, WMD로 주변국은 물론 미국도 직접 위협하는 정권, 공항에서 신경가스로 가족을 살해하는 등 정권에 반대하는 누구도 투옥하고 죽이는 정권.6

맥매스터가 북한의 핵보유 의도를 미국을 협박해서 남한을 포기하도록 만들고 제2의 한국전쟁을 일으키려는 것으로 이해한다는 점도 그가 북한과 소련을 다르게 보는 근거이다.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은 상대의 세력권을 인정하고 현상을 유지하며 공존했지만, 북한은 핵으로 한반도 통일이라는 현상변경을 시도하려 하기 때문에 억지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백악관이 억지 대신 군사옵션을 고려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북한이 핵으로 남한을 통제하고 통일을 실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을 뜻한다.7 즉 백악관은 북한이 핵으로 남한을 압도하려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북한의 핵보유를 허용하는 어떤 협상도 경계한다는 것이다. 사실 북한 핵이 적화통일용이라는 인식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맥매스터가 12월 3일 Fox 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공갈로 남한을 적화통일하고 미국을 한반도에서 몰아내려 한다고 주장한 이래, 2018년 2월 13일 상원정보위원회에서 폼페오 CIA 국장과 코트 DNI 국장이 같은 의견을 표명했다.8 해리스 태평양사령관도 2월 14일 하원군사위원회 증언에서 북한 핵은 정권유지를 넘어서 적화통일을 위한 것이며 김정은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실패한 목표를 완수하는 것을 자신의 일로 삼고 그 길을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그레엄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내린 첫 번째 주요 결정이 북한이 장거리 핵미사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지하는 대신 그러한 능력 자체를 갖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채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7년 12월 Atlantic 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억지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기했다:

■ 김정은에 대한 불신: 북한은 세계질서의 이단자이고 김정은은 불안정하며 자기 형제를 죽이고 친척을 대공포로 날려버렸다. 북한은 역사적 맥락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모를 나라이다.

■ 북한의 對美 핵사용 가능성: 한반도에서 전쟁을 시작하고 동아시아에서 수천 내지 수백만의 희생을 초래하더라도 미 본토에서 미국인이 희생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 북한의 핵확산: 시리아와 이란에 미사일과 핵관련 물질을 판매한 전력을 볼 때, 북한이 미국에 대해 핵을 사용하기 보다는 암시장에 내다 팔 가능성이 더 크다. 미국의 최대 위협은 WMD사용을 주저하지 않는 테러집단이 이런 무기를 확보하는 것이다. 불안정하고 현금에 목마른 미친 자가 통제하는 북한이 WMD를 확산할 가능성이 제일 높고 이는 파악하기도 어렵다.

■ 중동의 핵도미노: 북한의 핵보유를 방치할 경우 이란이 핵개발로 갈 수 있는 청신호가 켜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란의 핵개발은 중동 다른 나라들의 핵개발 경쟁을 야기할 것이다.

이 가운데 핵확산 가능성은 미국 정부와 조야에서 북한의 핵위협이 미 본토에서 현실화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경로로 경계하는 사항이다. 9·11 이후 핵테러 가능성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북한 핵이 테러집단의 손에 들어가 본토 공격에 사용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한다. 2018년 2월 시리아와 북한 간의 화학무기 거래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유엔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가 공개된 것을9 계기로 북한의 핵확산에 대한 우려는 그 타당성이 입증된 것은 물론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예를 들어, 월스트리트 저널은 2월 27일자 사설에서 북한이 억지 가능하다는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주장은 편의적인 믿음일 뿐이며 북한의 확산으로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공격을 받게 될 확산위협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북한은 누구에게든 뭐든 팔 나라라고 주장했다.

2. 주요 쟁점 별 반론

美 일각에서 북한을 억지할 수 없기 때문에 군사옵션을 행사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원인을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 데, 각각에 대한 반론을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1)   김정은의 비이성적 성향

김정은이 비이성적이기 때문에 억지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두 가지 점에서 근거가 부족하다. 첫째, 집권 이후 김정은의 행보가 과격하고 잔인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비이성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장성택 처형과 김정남 암살 등 공포정치를 자행하고 핵·미사일 도발 수위를 높이는 등 벼랑 끝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잔인하고 무모하지만 김정은 정권 차원에서는 권력유지를 위한 고도의 계산된 행동으로 판단된다. 둘째, 미국 정부도 김정은을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인물로 평가한다.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핵태세검토보고(NPR)에서 對北 맞춤형 핵억지 정책의 핵심으로 “정권의 생존이 가장 중요한 지도부로 하여금 미국과 동맹에 대한 어떠한 핵공격도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임을 각인시키는 것”이라고 제시했다.10 김정은이 정권유지를 중시하고 이를 위협하면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다는 NPR의 논리는 김정은이 이성적 판단이 가능한 인물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미군과 정보기관도 김정은을 합리적인 행위자로 보고 있으며 이러한 판단이 제재 등 외교를 통한 문제해결의 토대가 되고 있다고 한다.11 자신의 기반이 취약한지 잘 모르는 미숙하고 무모한 김정은이지만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있고 정권유지를 추구하면서 경제개발을 추진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2)   김정은의 잔인성

냉전시대에 잔인한 폭압정치로 많은 인명을 살상한 스탈린의 소련과 모택동의 중국을 성공적으로 억지했던 사례에 비춰 볼 때, 북한의 지도자가 잔인한 독재자라고 해서 억지할 수 없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없다. 스탈린과 모택동 치하에서 독재와 공포정치 그리고 잘못된 정책으로 희생된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정책을 예로 들면, 1930년대 스탈린의 집단화 정책으로 기근이 들어 사망한 인구가 500-700만, 1960년대 모택동의 대약진운동의 여파로 사망한 인구가 1,600-3,200만에 달한다. 트루만 행정부는 스탈린의 핵개발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군사공격을 진지하게 검토했지만 소련의 보복으로 야기될 상황이 제2차 세계대전에 버금갈 것으로 판단하고 물러섰다. 모택동이 핵개발에 나서자 미국과 소련은 예방적 목적의 군사공격을 하자고 서로에게 제의하지만 역시 중국의 보복으로 야기될 비극적 상황을 고려하여 군사공격을 포기했다. 이후 미국은 소련과 중국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핵의 사용과 사용위협을 저지하는 핵억지전략을 채택해서 미·소, 미·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했다.

(3)   북한에 의한 확산 우려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국가차원의 확산행위로 인해 북한은 억지할 수 없다는 인식이 조성될 수 있다. 북한-시리아 화학무기 커넥션이 2018년 2월 유엔대북제재위원회의 보고를 통해 확인됨으로써, 북한의 확산행위를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확산을 막기 위해 북한을 공격하겠다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과 같다. 확산방지는 무력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필요한 제도와 규범을 철저하게 이행해서 막을 수 있는 사안이다. 무력공격을 거론하기보다 유엔을 통한 대북제재의 그물망을 촘촘하게 짜고 부족한 부분은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간에 긴밀하게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정권이 고립되고 북한 핵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질수록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네트워크는 강화될 것이다. 북한에 핵이 존재하는 한 핵과 미사일 개발에 원용될 수 있는 기술과 물자에 대한 수출입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더욱 거세어질 것이고,12 보다 촘촘하고 강력한 대북한 수출입통제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4)   북핵의 목표는 대남 적화통일

북핵의 목표가 적화통일이라는 인식은 정확하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북핵을 억지하는 대신 군사옵션을 행사해서 제거해야 한다는 논리는 한반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 북한이 핵공갈로 한반도를 적화통일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을 한반도에서 몰아내려 한다는 맥매스터 보좌관의 견해는 남북분단과 대결이란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면서 북한정권의 궁극적인 핵개발 목표를 정확하게 진단했다. 북핵위기가 시작된 이래 북한의 핵개발 이유에 대해서 체제유지용, 협상용 등 다양한 해석이 있었지만 3대 세습정권의 숙원인 적화통일이 최종 목적이라는 평가를 내린 미국의 고위관료는 맥매스터가 처음이다. 풍부한 전장경험과 학구적 전문성을 겸비한 그의 드문 이력에서 나온 탁견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휴전 이후 줄곧 주한미군의 후방배치, 감축, 철수와 함께 미국의 적대정책 해소를 요구해왔다. 소련과 대결하던 냉전시대에는 미국이 북한의 요구에 부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냉전 종식 이후에는 자발적으로 여러 조치를 취했다. 주한미군 감축과 후방배치는 물론 전술핵 철수도 단행했다. 북핵위기가 시작된 1991년부터는 북한과 고위급회담도 진행했으며 북핵협상 과정에서 클린턴 이후 역대 미 대통령이 북한을 침공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약속을 공개적으로 했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선의에 역행하며 모든 합의를 위반하고 국제사회를 기만하면서 ‘국가 핵무력 완성’이라는 목표에 매진해왔다. 핵탑재 ICBM을 손에 쥐게 된 북한의 목표가 미국의 한반도 개입을 차단하고 적화통일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점 이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러나 북핵의 목표가 적화통일이기 때문에 북한을 억지할 수 없고 군사공격을 해서 핵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한반도의 현실과 맞지 않는 잘못된 논리이다. 1953년 휴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지금까지 한·미 동맹은 북한의 무력 적화통일 기도를 성공적으로 억지해왔다. 북한이 줄기차게 정전협정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부르짖는 이유도 바로 정전체제와 한·미 동맹이 적화통일의 최대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억지의 대상이 아니라는 견해는 정전체제와 한·미 동맹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는 중요한 인식의 오류이다.

다만 한·미 양국이 북핵의 최종목표가 적화통일이기 때문에 북핵폐기는 단기간에 실현할 수 없는 문제라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정권유지가 목표라면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정권만 유지할 수 있어도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지만, 적화통일이 목표인 경우 그런 생각을 하는 악의적 북한정권이 존재하는 한 북핵폐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적화통일을 포기하고 남북간에 진정한 상생과 평화를 토대로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원하는 선의를 가진 새로운 정권이 등장하기까지 우리는 북한 핵에 대응한 강력한 억지태세로 무장하고 북한사회의 궁극적 변화를 겨냥한 포괄적인 대북전략을 인내심을 갖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5)   한반도 재래억지와 핵억지의 괴리

북한이 재래식 전력만 보유했던 과거와 달리 핵을 갖게 되자 미국이 억지불가론을 제기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한·미 동맹의 對北 억지태세가 북한의 재래도발에 대한 ‘재래억지’(conventional deterrence)와 핵도발에 대응한 ‘핵억지’ (nuclear deterrence) 사이에 큰 괴리가 있는 불합리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재래억지는 휴전 이후 북한의 남침에 대비하여 한·미 동맹의 병력과 화력을 전진 배치하는 태세를 유지했다. 북한의 도발이 초기 단계에서부터 성공하지 못하도록 군사력을 전진 배치해서 애초에 도발을 생각하지 못하도록 억지태세를 갖춘 것이다. 휴전 이후 1·21 사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비정규전 성격의 각종 도발은 있었지만 국지전이나 전면전 등 대규모 도발은 전진 배치에 기반한 억지태세를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막아왔다.

그러나 한·미 동맹의 핵억지는 재래억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이며, 바로 이러한 재래억지와 핵억지의 괴리가 핵을 보유한 북한을 억지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한국은 자체 핵무장을 포기한 채 對北 핵억지를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확장핵억지도 한반도 전장에 핵무기를 전진 배치하지 않고, ICBM, SLBM, 중거리폭격기 등 역외에 존재하는 핵자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형태이다. 만약 북한이 핵으로 도발하는 경우 역외의 전략핵 자산으로 북한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 트럼프 NPR에 따르면 핵을 사용한 김정은이 살아남을 시나리오가 없다고 할 정도의 보복 위협을 통해 북한의 핵도발을 억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진 배치가 빠진 억지태세는 북한에 핵이 없던 시대에나 통용되던 구시대의 유물일 뿐, 북한의 핵·미사일이 한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작금의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 아울러 러시아의 핵위협에 대응해서 지금도 소규모의 전술핵을 전진 배치하고 있는 NATO와 비교해도 타당하지 않다. 이제 한반도와 서유럽은 적대세력의 실존적 핵위협에 놓여 있다는 안보현실에 차이가 없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성공한 재래억지와 서유럽에서 그 효력이 입증된 NATO의 핵억지를 모델로 삼아 전술핵의 전진 배치에 기초한 새로운 핵억지태세를 갖추고 재래억지와 핵억지의 괴리를 극복해야 한다. 그것이 북한을 억지할 수 없다는 인식의 오류를 시정하고 전쟁의 가능성을 막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Ⅲ. 전술핵 재배치를 통한 거부억지 강화

1. 거부억지와 보복억지의 개념

적대세력의 도발을 사전에 저지하는 전략인 억지의 개념은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되었지만 핵시대가 열린 이후 국가생존전략 차원에서 집중적인 연구가 이뤄졌다.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력이 큰 무기가 출현한 만큼 전쟁을 막고 통제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커졌고, 그러한 절박감이 억지에 관한 방대한 양의 지적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억지는 크게 ‘거부억지’(deterrence by denial)와 ‘보복억지’(deterrence by punishment)로 구분한다.13 거부억지는 적대세력의 목적 달성을 거부하는 능력을 갖춰서, 즉 도발을 통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적대세력의 셈법에 영향을 미쳐서 도발을 억지한다. 보복억지는 강력한 보복과 응징 능력을 갖춰서, 즉 도발로 인해 감수해야 할 피해에 대한 적대세력의 계산에 영향을 주어 도발을 억지한다. 거부억지는 적대세력의 공격을 격퇴할 능력을 갖춰서 도발을 억지하는 만큼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반면, 보복억지는 적대세력이 도발 시 치러야 할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임으로써 도발을 억지한다. 또한 거부억지는 전쟁에서 적을 패배시키는 능력을 과시해서 억지하는 반면, 보복억지는 전쟁 자체에 대한 공포감을 유발해서 억지한다.14

2. 핵시대 보복억지와 거부억지의 진화

미국은 對蘇 핵우위를 선점했던 1950년대 말까지 보복억지에 기반한 핵억지 전략을 채택했다. 아이젠하워 정부가 주창한 ‘대량보복’(massive retaliation) 전략은 소련이 도발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시킴으로써 소련의 도발을 미연에 방지하는 보복억지 전략이었다. 미국의 일방적인 핵독점 하에서 대량보복에 입각한 보복억지는 그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어려울 만큼 효과적인 억지전략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소련이 핵을 개발한 것은 물론 1957년 스푸트닉 위성 발사에 성공해서 미 본토를 핵으로 타격할 능력에 접근하자 미국의 보복억지는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소련이 미국의 핵공격에 핵으로 보복할 능력을 갖추어 핵 균형 상태에 도달함으로써 미국의 일방적인 핵보복 위협이 먹혀 들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케네디 행정부 이후 보복억지를 포기하고 소련을 비롯한 적대세력의 핵과 재래식 도발에 맞서 다양한 대응능력을 갖추는 거부억지 전략을 채택하게 된다. 거부억지는 ‘유연반응’(flexible response)을 시작으로 여러 형태로 진화하면서 지금까지 미국 핵억지전략의 골간을 이루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거부억지는 다소 느슨한 형태를 띠게 된다. 핵전쟁이 가능한 최대 적국 소련이 사라짐에 따라 제한적인 규모의 핵전쟁을 상정한 거부억지에 대한 응집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이 1991년 9월 27일 발표한 ‘대통령 핵구상’(Presidential Nuclear Initiatives: PNIs)이 그 신호탄이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해외에 배치된 육상플랫폼에 기반한 전술핵무기를 철수하여 본토에 보관하던 同種의 핵무기와 함께 폐기하고, 평시에도 함정, 공격잠수함, 지상배치 해군항공기에 전술핵무기를 탑재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단거리 미사일과 다양한 구경의 야포에 탑재하는 지상발사 전술핵탄두 등 육상플랫폼에 기반한 전술핵탄두는 모두 폐기되었다. 한반도에 배치했던 전술핵을 모두 철수한 것도 이때이다. 하지만 서유럽에는 이중용도전투기와 전술핵탄두를 유지하고 NATO와의 핵공유협력도 계속하고 있다. 결국 미국의 핵억지전략은 한반도에서는 1991년 전술핵을 철수하고 역외의 전략핵에 의존하는 보복억지로 전환했고, 유럽에서는 냉전시대에 비해 약화된 상태이지만 거부억지의 명맥을 유지해왔다.

3. 트럼프 행정부의 핵전략: 거부억지의 부활

2018년 2월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핵태세검토보고(NPR)는 냉전 종식 이후 한동안 부진했던 거부억지가 부활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트럼프 NPR은 미국이 러시아·중국과의 강대국 경쟁시대에 진입한 상태에서 불량국가 북한·이란의 위협과 핵테러 위험에 맞서 기존의 핵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핵무기 ‘수명연장 프로그램’(Life Extension Programs: LEPs)와 같이 전임 정부의 일부 정책은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안보상황에 맞는 새로운 전략과 그에 상응하는 핵전력 확충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트럼프 NPR은 적대세력의 각종 안보위협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국이 다양성과 유연성 및 탄력성을 갖춘 맞춤형 핵전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15 특히 러시아가 전술핵전력의 우세를 바탕으로 재래식 도발을 일으키고 전술핵 사용과 핵전쟁으로의 확전을 위협하며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핵확전우위 전략을 채택한 것에 극도의 경계감을 표시했다. 러시아가 전술핵을 선제 사용할 경우 전술핵 전력이 열세인 미국이 전략핵으로 대응하는 데 주저할 것이라는 믿음 하에 전쟁을 유리하게 끝낼 수 있다고 오판한다는 우려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러시아와 같은 오판, 즉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킨 후 핵을 먼저 사용해서 미국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재래식 도발을 쉽게 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트럼프 NPR은 러시아와 북한의 오판 가능성에 대비해서 핵사용 옵션을 다양화하고 유연성을 제고하는 등 전술핵 전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케네디 행정부 이후 미국 핵억지전략의 골간인 거부억지가 냉전종식 이후 30여년의 허니문 기간 동안 약화되었다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다시 부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서유럽 전술핵 전력을 유지·강화하고 일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핵탄두를 저강도 전술핵탄두로 교체하며 중장기적으로 오바마 행정부에서 해체한 핵탑재 해상크루즈미사일을 다시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필요한 경우 동북아를 포함한 다른 지역에도 이중용도전투기와 전술핵탄두를 전진 배치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명시했다. 미, 러, 중이 각축하는 강대국 경쟁시대에 진입했다는 미국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국제정세의 변화가 없는 한, 핵억지를 중시하고 핵사용 옵션을 다양화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은 트럼프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트럼프 NPR에서 드러난 거부억지 강화 기조는 21세기 핵시대를 규율하는 기조로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다.

4. 전술핵 재배치: 한반도 핵시대에 對北 거부억지의 핵심

핵을 가진 북한을 제대로 억지하기 위해서는 재래억지와 핵억지의 괴리 현상을 시급해 해소해야 한다. 재래억지는 대응 옵션의 다양화와 전진 배치라는 거부억지 개념에 잘 맞게 유지되어 왔다. 한국은 주요 병력을 휴전선을 중심으로 전진 배치하고 다양한 공격 및 방어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함으로써 북한이 도발해서 군사적,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각인시켜왔다. 주한미군도 대부분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되었지만 북한의 집요한 철수 요구에도 불구하고 육군과 공군을 중심으로 북한의 도발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탄탄한 억지력을 갖추고 있다.

재래억지가 거부억지 개념에 충실하게 작동해온 것과 달리 전술핵이 모두 철수한 1991년 이후 한반도의 핵억지는 보복억지 개념을 따르고 있다. 한국 땅에 한국이나 미국의 핵자산이 전무한 상태에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는 핵보복을 가하겠다는 위협만으로 핵억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소련에 핵이 없던 시절에 아이젠하워 정부가 대량보복 위협으로 소련의 도발을 억지했던 상황과 똑 같다. 소련이 핵탑재 ICBM을 개발해서 미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게 되자 케네디 행정부는 대량보복 전략의 비현실성을 깨닫고 보복억지에서 거부억지로 억지전략을 수정해서 소련의 다양한 도발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억지태세를 구축하게 된다.

북한이 한반도에서 핵을 독점한 것은 물론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탑재 ICBM 능력에 접근한 상황에서 북한에 핵이 없던 시대에나 통용되던 보복억지를 고수하는 것은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 이제 한∙미 동맹은 핵분야에서도 거부억지 태세를 갖춰야한다. 거부억지는 한반도에서 북한의 재래식 도발을 성공적으로 저지했고, 유럽에서 NATO가 소련의 핵과 재래식 도발을 효과적으로 저지한 전략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핵전력 증강, 북한과 같은 약소핵국의 등장, 국지도발을 일으킨 후 전술핵을 선제 사용해서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러시아와 북한의 확전핵우위 전략 등을 고려할 때, 핵시대에 진입한 한반도에서 한∙미 동맹의 대북억지는 핵분야에서도 거부억지 태세를 갖춰야 한다.

거부억지의 요체는 억지에 동원되는 자산의 다양화와 전진 배치이다. 미국의 전략핵자산은 최후의 수단으로 한국을 방어하는 버팀목으로 두되 억지자산의 다양성 제고 차원에서 전술핵무기가 필요하고, 또한 한반도 전장에 전진 배치되어야 한다. NATO와 미국의 핵공유와 전술핵 배치는 거부억지가 현실에 충실하게 구현되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적대세력의 핵보유는 한 나라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NATO가 직면한 안보상황에 차이가 없다. 핵을 보유한 적대세력에 대해서는 거부억지로 대응해야 하며 그 핵심은 한반도에도 유럽처럼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핵공유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거부억지를 부활하는 핵전략을 채택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며, 1991년 이후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기에 가장 좋은 정치적, 전략적 여건이 형성되었다.

 

Ⅳ. 결언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 군사옵션을 고려하는 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과거 소련이나 중국과 달리 북한은 억지 가능한 상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미 핵을 보유한 적대세력을 억지할 수 없다는 것은 1945년 지구상에서 핵시대가 열린 이래 역대 미국 정부가 견지했던 전통적인 입장에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정은 정권의 핵포기 가능성이 전무한 상황에서 ‘핵 對 핵’의 힘의 균형을 통해 북핵을 억지할 수 없다면 남는 대안은 무력공격으로 판을 흔들고 북한 정권에 충격을 주는 것뿐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 한 세대간 실패한 비핵화 정책의 산물인 북한 핵을 없애겠다고 전쟁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기성세대가 후대에게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부담을 준 것도 모자라 전쟁의 고통까지 감수하게 할 수는 없다. 정부는 한·미 동맹이 북한의 재래식 도발을 억지하는 데 성공한 것처럼, 핵도발도 억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국에 설득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美 일각에서 제시되는 ‘북한 억지불가론’은 대부분 근거가 취약하고 한반도의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다만, 한·미의 대북 억지태세가 재래식 도발에 대응한 재래억지와 핵도발에 대응한 핵억지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소한다면 북한을 억지할 수 없다는 우려도 사라질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미의 핵억지 태세를 북한의 다양한 핵도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거부억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미는 전술핵이 배치되어 있던 1991년까지 NATO와 같은 거부억지 전략을 견지했으나 전술핵 철수 이후 미국의 역외 전략핵자산에 의존하는 보복억지로 수정했다. 북한에 핵이 없던 시절에는 북한이 감당할 수 없는 보복위협만으로 북한의 도발을 저지할 수 있었지만, 북한이 한국은 물론 미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핵능력에 근접한 현재 보복억지는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다. 소련이 美 본토를 타격할 핵을 보유하자 보복억지에서 거부억지로 핵억지전략을 수정했던 미국인 만큼, 한반도 핵시대에 보복억지가 더 이상 효용이 없다는 사실을 잘 인식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 억지불가론’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이러한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 한·미는 보복억지 개념에 입각한 기존의 대북 핵억지전략을 폐기하고 거부억지를 강화하는 새로운 핵억지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거부억지의 요체는 옵션의 다양화와 전진 배치인 만큼, 전술핵무기를 대북 핵억지의 중요한 수단으로 인정하고, 더 나아가 일정 규모를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조치를 단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미 간에는 전술핵의 운용에 필요한 전략, 교리, 훈련 등 대북 핵억지전략의 공동수행을 위한 긴밀한 핵공유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지난 30년간 한·미는 비핵화라는 이름 하에 북한의 핵도발을 뒤쫓아가며 중요한 국면마다 북한에 선수를 빼앗겼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핵동결, 입구론과 출구론도 별다를 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우리가 카드를 던지고 국면을 선점해서 북한이 따라오도록 판을 주도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거부억지에 중점을 둔 핵억지태세를 구축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들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전성훈,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군사옵션 행사 가능성: 배경과 함의,” 아산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 2018-02, 2018년 1월 12일.
  • 2. “Playing with fire and fury on North Korea,” New York Times, February 1, 2018.
  • 3. Josh Rogin, “A ‘bloody nose’ attack on North Korea is not happening anytime soon,” Washington Post, January 31, 2018.
  • 4. Helene Cooper and Eric Schmitt, “U.S. banks on diplomacy with North Korea, but moves ahead on military plans,” New York Times, February 28, 2018.
  • 5. David Sanger, “Talk of ‘preventive war’ rises in White House over North Korea, New York Times, August 20, 2017.
  • 6. “‘This Week’ Transcript : Lt. Gen. H. R. McMaster, Anthony Scaramucci,” ABC News, August 13, 2017.
  • 7. Evan Osnos, “Is the political class drifting toward war with North Korea?,” New Yorker, November 8, 2017.
  • 8. 연합뉴스, 2018년 2월 14일.
  • 9. Michael Schwirtz, “U.N. links North Korea to Syria’s chemical weapons program,” New York Times, February 27, 2018.
  • 10. Nuclear Posture Review (Washington, D.C.: Office of the Secretary of Defense, February 2, 2018).
  • 11. Nancy Youssef, “Why the U.S. considers North Korea’s Kim a ‘rational actor’,” Wall Street Journal, December 5, 2017.
  • 12. Seong Whun Cheon, “Managing a Nuclear-Armed North Korea: A Grand Strategy for a Denuclearized and Peacefully Unified Korea,” International Journal of Korean Studies, Spring/Summer 2017, pp. 135-136.
  • 13. Glenn Snyder, Deterrence and Defense: Toward a Theory of National Security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61).
  • 14. Robert Jervis, The Meaning of the Nuclear Revolution: Statecraft and the Prospect of Armageddon (Ithaca: Cornell University Press, 1989).
  • 15. 전성훈, “트럼프 행정부의 NPR과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아산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 2018-07, 2018년 2월 19일.

About Experts

전성훈
전성훈

연구부문

전성훈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객원연구위원이다.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공업경제학 석사와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에서 경영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의 주제는 군비통제 협상과 검증에 대한 분석이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가안보실 대통령 안보전략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대한민국의 중장기 국가전략과 통일•안보정책을 담당하였다. 1991년부터 2014년까지 통일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선임연구원, 연구위원, 선임연구위원을 거쳐 제13대 통일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남북관계, 대북정책과 통일전략, 북한 핵문제와 군비통제, 국제안보와 핵전략, 중장기 국가전략 등이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 근무했고,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국방부, 통일부,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의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정치학회와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자유아시아방송 한반도 문제 논설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국무총리실 산하 인문사회연구회의 우수연구자 표창을 연속 수상했고, 2003년 국가정책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