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완전한 북핵 폐기의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美北 정상회담이 용두사미 격으로 끝났다. 분단 이후 처음 열린 세기의 회담인 만큼 북한의 핵포기를 실현해서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의 디딤돌을 놓을 것으로 믿었지만 이러한 기대에 부합하기에는 그 결과가 턱없이 미흡했다. 미국은 정상회담의 전후 과정을 통해 북핵 완전폐기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북핵문제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불신을 키운 것은 물론 폼페오가 북한에 대해 ‘전례없는’(unique) 안전보장을 약속하고 트럼프가 한미 군사훈련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등 북핵폐기에 대한 확실한 전망도 서지 않는 상태에서 쏟아져 나온 메가톤급 발언들이 국내외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 싱가포르 美北 정상회담 총평

(1) 김정은의 핵포기 의지 확인 실패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이 매우 포괄적이라고 자부했지만 만약 미국이 정상회담의 목표를 포괄적인 선언 합의에 두었다면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공동성명은 과거 미북 간에 체결된 합의에 비해 그 범위와 내용 면에서 포괄적이지도 못하고 깊이도 없다. 양국이 1993년 6월 한국전쟁 이후 처음 가진 고위급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 수준에 불과하다(<부록 1> 참조).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열린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이 플루토늄 수백 그램 정도 보유했던 30여년 전 핵개발 초기에 차관보급이 합의한 문건과 별다를 바 없는 초라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트럼프의 유일무이한 목표는 김정은의 입에서 ①핵개발을 포기하고, ②보유한 핵무기는 폐기하며, ③비핵국가로서 NPT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끌어내는 것이어야 했다. 김정은이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을 지키기 위한 한미의 ‘비핵화’ 용어를 역이용해서 한미동맹 와해를 노리는 선대의 ‘비핵화 국가전략’을 포기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어야 했다. 공동성명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문구를 놓고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핵포기로 해석하겠지만 북한은 주한미군 완전 철수와 한미동맹 와해로 이해할 것이다.

(2) 역대 미행정부의 협상 실패 재현

41대 부시 대통령 이후 오바마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미 행정부의 북핵정책이 실패한 것은 다음 네 가지 금기사항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표 1> 참조). 정상회담 전후 과정에서 트럼프와 고위 관료들이 보여준 행태는 트럼프 행정부 역시 과거 정부의 정책실패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표 1>: 대북협상 성공의 4대 금기사항

표1_대북협상 성공의 4대 금기사항

 (3) 한미의 ‘비핵화 외교정책’과 북한의 ‘비핵화 국가전략’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와 韓美가 추구하는 ‘비핵화’의 내용은 판이하다. 한미의 ‘비핵화’는 남북한의 핵개발 포기가 핵심이지만 북한의 ‘비핵화’는 한국의 핵개발 저지와 주한미군의 한반도 축출 및 한미동맹 와해가 핵심이다. 북한과 한미가 같은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다른 목표를 심중에 품고 동상이몽하고 있는 것이다. 1991년 ‘조선반도 비핵지대화’ 주장에 기반을 둔 북한의 비핵화 국가전략은 1992년 비핵화 이행합의서, 2016년 공화국 대변인의 안전담보 성명으로 구현되어 왔다(<표 2> 참조).

<표 2>: 한미의 비핵화와 북한의 비핵화 비교

표2_한미의 비핵화와 북한의 비핵화 비교

원래 ‘비핵화’는 북한의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 공세에 대응해서 한미 양국이 만들어낸 용어이다. 남북한은 핵개발을 포기하되 한미동맹에는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겠다는 것이 ‘비핵화’의 본래 취지이다. 1990년대 초 위기에 몰린 김일성이 국제사회의 핵개발 포기 압박에 직면해서 국면타개책으로 한미의 ‘비핵화’ 용어를 수용하고 한국의 의견이 대부분 반영된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했었다.

북한은 1992년 이후 한반도의 안보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김일성시절부터 추진해 온 국가전략을 ‘비핵화’로 포장해서 추진하고 있다. 비핵화 국가전략의 목표는 단기적으로 김씨 정권의 안전을 보장하고 중장기적으로 한반도에 북한 주도 통일에 우호적인 여건을 만들며 궁극적으로 통일을 실현해서 체제대결을 승리로 끝내는 것이다. 이러한 비핵화 국가전략은 한미를 전쟁과 불안의 원인제공자로 비난하면서 세가지 방향으로 추진되어왔다: ①북한이 핵포기가 가능하다는 연막 형성, ②한미의 위협과 적대정책을 구실로 핵개발 정당화, ③비핵화 이행합의 명목으로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를 관철. 북한이 적대정책 해소, 안전담보, 체제보장 등으로 포장한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는 세 가지이다: ①한국의 핵무기 개발 저지, ②주한미군의 약화 및 궁극적인 철수, ③정전협정의 무력화 및 한미동맹 와해.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국면전환용 합의로 위기를 모면하고 경제적 실리를 챙겼으나 핵개발은 일관되게 진행했다. 1991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부터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2·13 합의, 2012년 2·29 합의 등이 모두 북핵폐기에 실패한 표면상의 원인은 북한의 합의위반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북한이 애당초 한미가 요구하는 비핵화에는 관심이 없었고 비핵화 국가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했기 때문이다.

2. 美北 비핵화협상의 예상 문제점

(1) 對北 안전보장과 對韓 안보공약의 충돌

북한정권이 느끼는 안보위협이 해소되어야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논리가 하나의 상식과 같이 되었다. 2004년 11월 “핵개발은 외부의 위협에 대한 억제수단이라는 북한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LA 발언이 많은 비판을 받은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북한이 체제위협 때문에 핵을 개발했다는 논리가 보편화된 것은 북한의 비핵화 국가전략이 성공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체제위협 요인으로 지목한 군사훈련을 중단함으로써 핵보유 동기를 없애고 비핵화를 실현하자는 취지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군사훈련 중단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한 비핵화의 기본취지를 어기는 것이며 한미동맹의 위협 때문에 핵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는 북한의 오랜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것이다. 핵포기를 미끼로 북한이 제기하는 안전보장 요구를 하나 둘 들어주다 보면 한미동맹은 북한의 동맹 와해 전략에 말려들어 해체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미북 정상회담 하루 전날 폼페오는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안심하고 비핵화에 임할 수 있도록 안전을 보장할 것이며, 역대 미국 정부가 제공했던 것과 다르고 ‘전례없는’(unique) 안전보장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제공하겠다는 전례없는 안전보장의 내용이 무엇인지 한국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미국의 對北 안전보장과 對韓 안보공약이 충돌할 수 있음에 유의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앞으로 북한의 군사도발시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는 경우 對北 안전보장과 충돌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적대국의 핵무력을 없애기 위해 재래식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은 지구상에 핵무기가 출현한 이래 전례가 없는 일이다. 가시적인 핵폐기 움직임도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훈련 중단은 설상가상이다. 지난 28년간 한국이 추진한 비핵화 외교정책이 북한의 비핵화 국가전략에 농락당하다 이제 국가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욱이 트럼프가 한미훈련을 도발적이고 값비싼 전쟁게임으로 묘사한 것은 군 통수권자가 입에 담을 수 없는 양국 군인들에 대한 모욕이다. 미북 비핵화 협상이 동맹의 약화를 초래하지 않도록 양국 의회 차원의 협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2) ‘하나의 한국’(One Korea) 원칙 훼손

트럼프 행정부와 미 의회 모두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결과에 대해 의회의 비준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가 비준을 거치지 않은 졸속 합의였다고 비판하며 미북 합의는 비준을 받겠다고 했고, 의회는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가 엉성한 합의를 해서 국익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비준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 의회의 비준은 북한체제의 정당성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역대 미 행정부는 북한과의 합의에 조약이나 협정이란 명칭을 쓰지 않았고 비준동의를 요청한 적도 없다. 북한의 비핵화 국가전략이 미국을 흔들어 기존 입장을 무력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인 셈이다.

문제는 미 의회의 비준이 북한을 국제법적 실체로 인정함으로써 대한민국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이 표방하는 ‘하나의 한국’ 정책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역대 한국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서 남북관계도 ‘국가 對 국가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로 규정하고 합의사항의 국회비준도 요청하지 않았다. 정부와 국회는 비핵화 합의에 대한 미 의회의 비준이 동맹인 한국의 헌법적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문제를 미국 정부와 의회에 제기해야 한다. 아울러 미국이 통일될 때까지 ‘하나의 독일’ 원칙을 고수한 서독을 고려하여 동독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면서 전체 독일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는 서독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는 사실도 미국에 알려야 한다.

(3) 중재자에서 당사자로의 역할 전환 필요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면서 미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것은 의미있는 외교적인 성과이다. 다만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남북미 3자회담이었다면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 훨씬 돋보였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협상의 현장에 참여하는 중재자와 자리만 깔아주는 중재자의 차이는 명약관화하다. 미북간에 어떤 얘기가 오가는지 알 수 없는 현실이 국민들의 안보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북핵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이 향후 북핵협상에서 배제되고 합의사항 이행에 필요한 돈만 대는 錢主 역할에 그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중재자 역할이 방관자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구체적인 비핵화 협상이 시작되는 지금부터 책임 있는 당사자로 역할을 전환해야 한다. 특히 재정부담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봉 취급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북핵문제의 최대 피해자인 한국이 막대한 재정부담까지 떠맡는 것은 불합리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NPT 회원국 전체가 동참해야 한다는 논리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3. 비핵화 협상 성공의 관건

(1) 철저한 신고와 검증

북한이 핵포기 의지의 진실성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길은 핵프로그램에 대한 모든 정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됨이 없는 성역 없는 사찰(Anytime, Anywhere Inspection)을 수용해서 국제사회가 신고 내용의 정확성을 확인하도록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재처리 및 농축 시설, 기술, 관련 활동과 인적자원에 대한 전반적인 자료를 공개하면 한미를 비롯한 직접 당사국들과 공인된 국제기구가 북한이 신고한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고 면밀하게 조사하는 검증활동에 돌입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의적이고 독단적인 행동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지름길이다. 신고와 검증을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핵실험장을 폐기한 후 북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것이 아니라 각종 의혹과 불신이 커졌다는 점을 북한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2) 핵·미사일 폐기, 기반시설 해체’

북한 비핵화를 완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에 대해 1-2년에서부터 10-15년까지 예측이 다양하다. 핵시설의 해체와 환경오염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는 수십년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핵화는 대상의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고 단계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핵심 쟁점은 실질적인 핵위협인 핵탄두와 미사일을 언제 폐기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북한은 가급적 핵보유 기간을 늘이려고 할 것이고 트럼프 행정부도 협상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의 입장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핵탄두와 미사일 폐기 시점이 늦춰질수록 한국이 북핵의 인질로 살아야 하는 기간도 길어지므로 우리는 폐기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이를 위해, ‘先 핵·미사일 폐기, 後 기반시설 해체’ 원칙을 견지하면서 향후 1-2년 내에 북한 핵탄두와 미사일의 완전폐기가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비핵화 협상이 지연되거나 실패하는 경우 미국에 대해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해서 ‘핵 對 핵’의 균형을 이루고 안전을 보장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4. 북한 핵문제의 장기화 가능성

(1) 북한 핵문제는 강대국 경쟁의 대리전

21세기 국제질서의 두드러진 특징은 러시아, 중국, 이란이 각각 유럽, 아시아, 중동에서 미국과 서방 중심의 기존 질서에 반하는 새로운 헤게모니를 구축하기 위해 힘을 투사하는 강대국 경쟁시대의 부활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 핵 및 국방 전략도 러시아, 중국, 이란과 북한을 미국의 동맹을 위협하고 미국 주도의 지역질서를 변경하려는 적대세력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미국과의 전쟁은 피하면서도 공격적인 외교, 대담한 군사행동, 우호세력을 활용한 대리전을 배합해서 미국 영향권의 주변부를 공략하고 미국의 동맹을 위협하는 소위, ‘간보기 전략’(a strategy of probing)을 구사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 확보, 이란의 아사드 정권 지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반도에서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집요하고 공격적인 반대가 대표적인 간보기 전략으로 꼽힌다.

북한 핵문제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대리인으로 삼고 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 보호 의지를 시험하는 간보기 전략의 장임과 동시에 미중, 미러의 영향력 확대 경쟁의 대리전이다. 북한의 안보 우려도 해소되어야 한다며 ‘쌍중단’과 ‘쌍괘병행’을 주장하는 중국이나 이런 중국의 해법을 지지하면서 한미 연합훈련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러시아 모두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해 북한 핵문제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양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안보리 언론성명 채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도 핵개발을 정당화하고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해 미중, 미러의 경쟁관계를 잘 이용해왔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가 중·러의 전략적 이해에 부합한다는 것을 잘 아는 북한은 핵개발의 원인으로 미국의 위협을 탓하면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와해를 노리는 비핵화 국가전략을 추진했다.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지 등 한미가 비핵화를 위해 수용한 조치들은 북한이 비핵화 국가전략에 따라 요구해 온 것들이다. 이런 조치가 미국의 동북아 영향력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비핵화 국가전략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을 상대로 전개하는 간보기 전략과 일치한다.

북한 핵문제가 미중, 미러 경쟁의 대리전으로 부상할수록 우리가 바라는 북핵 완전폐기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러시아의 지원 하에 동북아에서 미국 주도의 기존질서를 자국 주도의 질서로 재편하는 기회로 북한 핵문제를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보유를 일정부분 용인하면서 장기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부담을 주는 지정학적 게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가 북한의 핵독점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대리인으로 삼고 미국의 동맹보호 의지를 시험하면서 지역 안보질서를 바꾸려는 중장기 전략게임을 벌이는 강대국 각축의 장이 된 것이다. 한반도가 강대국 경쟁의 무대로 전락하는 만큼 북한의 핵보유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2) 비핵화 협상 실패에 대비한 Plan B 가동

美北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문제의 장래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트럼프가 김정은의 핵포기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서로간에 해석이 다른 ‘완전한 비핵화’로 타협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후속협상에서 북한이 이런저런 조건과 이유를 달면서 CVID에 나서지 않는다면 현재의 낙관적 분위기는 급변할 것이다. 과거 정권의 지지부진한 협상 방식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트럼프가 북한의 핵포기 여부를 확인하는 진실의 순간을 맞이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북핵문제는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시나리오로 전개될 수 있다(<표 3> 참조). 중국과 러시아의 암묵적 후원을 받는 북한 정권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정부는 북핵협상이 실패할 가능성에 대비한 Plan B를 가동해야 한다.

<표 3>: 향후 예상 시나리오와 북핵 완전 폐기 여부

표3_향후 예상 시나리오와 북핵 완전 폐기 여부

<부록 1>: 1993년 고위급회담과 2018년 정상회담 공동성명 비교

부록1_1993년 고위급회담과 2018년 정상회담 공동성명 비교

* 본 글은 07월 12일자 ‘국회 핵포럼‘ 주최 정책세미나에서 발표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전성훈
전성훈

객원연구위원

전성훈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객원연구위원이다.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공업경제학 석사와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에서 경영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의 주제는 군비통제 협상과 검증에 대한 분석이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가안보실 대통령 안보전략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대한민국의 중장기 국가전략과 통일•안보정책을 담당하였다. 1991년부터 2014년까지 통일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선임연구원, 연구위원, 선임연구위원을 거쳐 제13대 통일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남북관계, 대북정책과 통일전략, 북한 핵문제와 군비통제, 국제안보와 핵전략, 중장기 국가전략 등이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 근무했고,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국방부, 통일부,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의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정치학회와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자유아시아방송 한반도 문제 논설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국무총리실 산하 인문사회연구회의 우수연구자 표창을 연속 수상했고, 2003년 국가정책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