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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3차 정상회담을 9월에 평양에서 하기로 합의했다. 바로 다음 달에 열릴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날짜와 규모, 의제(議題)가 불확실한 것은 이례적이다. 초대하는 북측의 사정을 고려해 날짜가 정해질 것이라는 설명은 회담 주도권은 북한이 쥐고 우리는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북한이 관계 개선의 장애물을 제거하라며 요구 공세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회담 무산을 카드로 우리를 압박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3차 정상회담은 김정은의 핵 포기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정상회담이 될 것이다. 핵무기를 폐기하고 비핵국가로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겠다는 것인지, 일부 감축은 할 수 있지만 완전한 핵 폐기는 않겠다는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서로 해석과 의도가 다른 ‘비핵화’란 모호한 말로 타협하기엔 북한의 핵 위협이 너무 심각하고 국가안보가 위태롭다.

미국의 최대 관심사도 김정은의 핵 포기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다.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두 달이 지났지만, 비핵화의 조짐은커녕 문제가 더 꼬여가는 형국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인내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싱가포르 회담을 업적으로 포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판을 뒤집을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사를 미국에 전하고 정상회담까지 주선한 한국으로서는 그동안 많은 양보를 해 온 미국이 강경책으로 선회하며 지지를 요청할 경우 거부할 명분이 없다.

문 대통령은 3차 정상회담 후 트럼프를 만나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에 대해 최종 결론을 짓고 공동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이 싱가포르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추가 제재는 물론 군사 옵션도 고려할 것이다. 한·미 정상의 진솔한 의견 교환과 긴밀한 공조만이 군사적 긴장과 위기 국면을 미연에 방지하는 길이다. 트럼프가 ICBM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타협을 해서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하는 상황에 대비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북핵(北核) 폐기가 안 되는 상황에서 다른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핵심을 비켜 가려는 꼼수이자 한·미 동맹 기조에서 이탈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특히, 한반도 안보 구조를 급격히 바꾸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은 종전선언을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아도 미국의 대북 공격이 어려울 것이라고 믿고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지난 10일 자 보도는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불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 의회는 최근에 통과된 국방수권법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비핵화를 명분으로 종전을 포함한 어떤 타협을 해도 미국의 대한(對韓) 안보공약을 대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현재 우리 사회에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북핵 폐기가 이뤄져야 철도와 도로 연결을 비롯한 대규모 경협사업을 할 수 있다. 북한산 석탄 위장 반입 사건은 핵 폐기에 진전이 없는 남북 협력은 허상에 불과하며, 미래의 비전을 당면한 현실로 착각해선 안 된다는 경종을 울려주었다. 북핵 폐기에 진전이 없는 경우 남북 경협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국민이 정부에 속았다며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경협에 대한 기대가 과열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완전한 북한 비핵화 협상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경제·사회적 차원의 ‘플랜 B’를 가동해야 할 것이다.

* 본 글은 8월 17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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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전성훈

객원연구위원

전성훈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객원연구위원이다.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공업경제학 석사와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에서 경영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의 주제는 군비통제 협상과 검증에 대한 분석이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가안보실 대통령 안보전략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대한민국의 중장기 국가전략과 통일•안보정책을 담당하였다. 1991년부터 2014년까지 통일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선임연구원, 연구위원, 선임연구위원을 거쳐 제13대 통일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남북관계, 대북정책과 통일전략, 북한 핵문제와 군비통제, 국제안보와 핵전략, 중장기 국가전략 등이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 근무했고,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국방부, 통일부,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의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정치학회와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자유아시아방송 한반도 문제 논설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국무총리실 산하 인문사회연구회의 우수연구자 표창을 연속 수상했고, 2003년 국가정책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