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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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으로 중국이 전면적 ‘샤오캉사회(小康社会, 중산층 사회)’ 건설을 완수하고 사회주의현대화 강국을 향해 나아가는 전환기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여러 대내외 어려움 속에서 개최된 이번 양회에서 중국 정부는 지난해 중국공산당의 영도 하에 이룬 성과를 강조하고, 민족단결을 위한 정치사상교육을 강화하며, 시진핑의 정치적 권위를 재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통해서 중국공산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하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갈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동시에 미국과의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미국의 기술 견제와 동맹 연대를 통한 대중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서 홍콩 선거제도를 수정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을 뿐 아니라, 과학기술역량 강화와 다자협력 및 역내 경제협력 확대를 통하여 미국과의 장기전을 대비하려는 의지를 내보였다.

이번 양회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의 대외정책은 대미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한중관계, 남북관계, 한반도 비핵화와 같은 한반도 관련 이슈가 중국 외교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런 중국의 대외정책 기조를 인식하고 미중 전략구도 속에서 한중관계에 접근해야 한다. 한중관계의 발전이 남북관계의 개선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고 중국의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등 민주, 자유, 인권 등 한국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또한, 역내 다자협력을 통해서 역내 국가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그런 역내 국가들과의 연대를 기반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추진해 나간다면, 미중 경쟁구도 속에서도 한국외교의 활동 공간을 어느 정도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양회의 의미

 
2021년 중국 양회가 ‘새로운 여정, 다시 출발하다(新征程,再出发)’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3월 4일부터 11일까지 개최됐다. 슬로건에서 볼 수 있듯이, 올해 양회는 중국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올해는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으로, 시진핑 정부가 강조했던 ‘두 개의 백 년(两个一百年)’의1 첫 번째 단계를 마무리하고,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사회주의현대화 강국 건설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다시 출발하는 해인 것이다. 또한, 올해는 14차 5개년 규획(2021~2025년, 이하 14.5 규획)을 시작하는 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의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현 상황 속에서 중국이 직면한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비록 지난해 중국이 국내 방역 성과를 기반으로 주요국 중 유일하게 2.3%라는 플러스 성장을 이뤘지만, 중국 또한 팬데믹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경기침체로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사회가 불안정해졌고, 정보 은폐, 언론 통제 등 코로나 초기 대응에서 보여준 중국공산당 통치체제의 폐해와 방역을 위한 강력한 사회 통제로 인해 집권당에 대한 불만이 불거져 나왔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대내적으로 중국공산당 통치체제의 유지를 위해 내부를 단속하고 중국공산당 집권의 정당성을 더욱 확고히 해야 할 필요에 직면했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간의 전략경쟁이 무역전쟁, 기술경쟁에서 체제경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새롭게 등장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를 외치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가치를 강조하고 동맹 및 협력국과의 연대 강화를 통해서 중국을 더욱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팬데믹 이후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반중 정서도 중국에게 또 다른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 정부는 올해 양회를 통해서 중국공산당의 영도 하에 이룬 여러 성과를 홍보하며 국민들의 당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고 첨단기술 개발 및 경제협력을 강조하며 미국의 대중 견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2021년 양회의 함축성

 
1. 성과를 과시하며 재출발을 위한 모멘텀을 확보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全国人民代表大会, 이하 전인대) ‘정부업무보고(政府工作报告)’에서 지난해 중국공산당의 영도 하에서 중국이 성취한 성과를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세계경제의 쇠퇴라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성공적인 방역 성과를 내고 주요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이루었을 뿐 아니라, 중국내 빈곤을 퇴치하고 전면적 샤오캉사회 건설에서 승리했다는 것이다.2

이러한 성과를 강조하는 것은 ‘사회주의현대화 강국’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갈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판단된다. 상술하였듯이 중국에게2021년은 전면적 샤오캉사회 건설을 완수하고 사회주의현대화 강국을 향해 나아가는 전환기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목표 완수를 위해서 중국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내부 응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인 것이다.

그러나 중국 내 빈부 격차나 지역 격차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의 대다수 국민들이 물질적으로 안정된 중산층 사회, 더 나아가 경제,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간’ 단계에 이르는 ‘샤오캉사회’를 실제적으로 체감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팬데믹 상황으로 중국공산당의 통치 정당성 확보의 주요 근거였던 경제성장이 큰 타격을 받았다. 또한 코로나19에 대한 초기 대응 과정과 이후 방역을 위한 강력한 사회통제는 중국공산당 통치체제가 가진 폐쇄성과 폭력성을 보여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국 국민들이 중국공산당 통치에 피로감을 느끼고 정치적 불만을 표출할 위험성이 존재한다.3

그렇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부각된 중국공산당 통치체제의 효율성과 사회동원 능력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이 이룬 방역 및 경제 성과는 중국 국민들에게 중국공산당 통치체제가 민주주의체제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을 심음으로써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더욱 견고하게 하는 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빈곤 퇴치 선언도, 비록 일각에서는 그것이 정치적 수사의 성격이 강하다고 하지만,4 개혁개방의 혜택에서 소외됐던 계층의 불만을 잠재울 뿐 아니라, 시진핑 정부가 약속한 ‘중국몽(中国梦)’은 실현 가능하고 중국공산당만이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2. 민족단결과 문화정체성을 강조하며 정치사상을 강화

시진핑 주석은 네이멍구 대표단 심의회의에서 ‘민족단결(民族团结)’, ‘문화정체성(文化认同)’, ‘당사 학습교육(党史学习教育)’을 강조하며, 청소년 교육을 시작으로 중국의 각 민족에게 중화민족 공동체의식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시진핑은 “한족은 소수민족과 떨어질 수 없고, 소수민족은 한족과 떨어질 수 없으며, 각 소수민족도 서로 떨어질 수 없다”면서 각 민족에게 중화민족, 중화문화, 중국공산당,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5

개혁개방 이후 중국 정부는 민주, 자유와 같은 서구적 가치의 유입에 대응하기 위해서 애국주의에 기반한 정치사상교육을 강화해왔다.6 19세기 이래 서구 열강의 중국 침탈 역사를 강조함으로써, 중국 정치체제에 대한 서구 민주주의국가들의 비난과 공격에 대해서 공산주의 대 자유주의의 구도가 아닌 중국 대 서구라는 구도를 형성하고 중국 국민들의 민족주의 감성을 자극해 당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점에서 이런 시진핑의 발언은 기존의 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민족단결과 문화정체성을 강조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현재 중국은 홍콩 자치권 문제와 함께 티베트, 신장 위구르 등 소수민족 문제로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발언이 중국 내 소수민족 문제까지 염두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즉, 한족 외 소수민족들이 중국공산당의 민족관과 가치관, 역사 인식 등에 기반한 동일한 민족 정체성을 형성하게 함으로써 소수민족의 이탈과 국내 혼란을 방지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 내에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사상교육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동북공정(东北工程), 서북공정(西北工程), 서남공정(西南工程) 등과 같이 중국 소수민족의 역사를 재해석하는 시도가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7 이런 애국주의 교육의 강화는 내부적으로 민족 간의 단결을 도모하고 당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 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애국주의 교육을 받았을 뿐 아니라, 실제로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빠른 발전을 목도하고 그 성과를 누려온 젊은 세대들은 중국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애국주의 교육의 강화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민족주의적 정서를 더욱 견고하게 형성할 것이고, 이는 향후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민족주의적 갈등을 부추길 위험성이 있다.

 
3. 높아지는 시진핑 주석의 집권 연장 가능성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全国代表大会, 이하 당대회)가 내년 10월경 개최될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 이후의 후계자 구도는 아직까지 불명확하다. 중국공산당의 권력 승계 관행에 따라 2017년 제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이후의 지도부가 구성됐어야 했지만, 오히려 2018년 전인대에서 국가주석의 연임 제한이 폐지되었고 작년 9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공작조례(中国共产党中央委员会工作条例)’를 기반으로 당 총서기인 시진핑의 권력이 더욱 강화됐다. 그런 상황에서 시진핑의 정치적 권위가 여전히 확고하다는 것이 이번 양회에서 드러났으며, 이는 시진핑의 집권 연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번 양회 기간에 발표된 보고 내용을 보면 시진핑의 이름이 빈번하게 언급되면서 시진핑 개인의 지도력과 업적이 강조됐다. 후진타오(胡锦涛) 시기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에서 주석의 이름이 1-2회 정도로 언급됐던 점이나 시진핑 2기가 시작됐던 19차 당대회 정치보고에서 시진핑의 이름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빈번한 수사적 표현은 시진핑의 정치적 권위가 중국공산당 내에서 상당히 높아졌음을 짐작케 한다. 주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以习近平同志为核心的)”, “시진핑 총서기가 직접 지휘하는(习近平总书记亲自指挥)”,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习近平新时代中国特色社会主义思想)” 등으로 표현됐는데, 왕양(汪洋) 전국정협 주석의 ‘정협 상무위 업무보고(政协常委会工作报告)’에서는 시진핑의 이름이 10번 언급됐고,8 리커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에는 12번 언급됐다.9 왕이(王毅) 외교부장도 3월 7일 기자회견에서 2020년 중국외교를 평가할 때 시진핑의 정상외교를 제일 먼저 언급하고, 시진핑의 이름을 15번 언급했다.10

이것은 시진핑 1인에 대한 권력 집중에 대해서 당내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런 정치의 보수화는 권위주의로의 퇴행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추구하는 중국에게, 그리고 대내적으로는 당내 민주와 법치를 강조하며 정치권력의 제도화를 추진해온 중국공산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시진핑 1인에게 권력을 집중하는 것은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당이 결집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유도하여 중국이 직면한 도전에 대응하고자 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시진핑의 중국몽 실현은 중국공산당의 집권 유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주동작위(主动作为)’를11 핵심으로 하는 기존의 외교 행보가 지속될 것을 암시한다.

 
4. 홍콩 선거제도 수정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 견지를 재확인

이번 양회에서 많은 관심을 받은 사안 중의 하나는 홍콩 특별행정구 선거제도에 대한 것이었다. 중국 전인대는 작년 홍콩 국가안전법을 통과시킨 데에 이어서 올해 ‘홍콩 특별행정구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정’(关于完善香港特别行政区选举制度的决定, 이하 결정)을 통과시켰다. 이 결정은 홍콩의 선거제도를 정비하여 애국자를 주체로 하는 항인치항(港人治港, 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을 실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주목할 점은 후보자격 심사위원회를 신설하여 행정장관, 입법회 의원, 선거위원회 위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자격을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즉, 홍콩의 독립을 도모하거나 중국의 통치방식에 대항하는 반중 세력, 혹은 민주 세력의 정치 참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작년에 통과시킨 홍콩 국가안전법이 미국 등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갈등을 확대하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홍콩 선거제도 수정이 미중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정을 통과시킨 것은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하나의 중국’ 원칙은 대륙 중국과 홍콩, 마카오, 대만은 하나이며, 대륙 중국의 정부가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말하고 있다. 중국은 이것을 중국 주권과 관련된 핵심이익으로 인식하고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또한 홍콩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할 때, 이번 결정은 민족주의 정서를 기반으로 국내적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홍콩의 반중 시위를 민주화 시위가 아닌 폭력 시위로 보고 있다. 소위 민주 세력은 미국 등 서구 열강의 사주를 받고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려는 세력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구 국가들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강경한 태도로 홍콩에 대한 주권을 지키려는 모습은 19세기 서구 열강에게 수탈을 당하고 홍콩을 빼앗겼던 역사적 경험과 맞물려 서구에 대한 반감과 함께 중국공산당에 대한 지지를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중국’ 원칙이 양안관계를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결정은 대만 및 미국에게 주는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홍콩에 대한 중국의 강경한 입장은 이미 대만 내에서 일국양제(一国两制)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그런 만큼 독립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대만 민진당이나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에게 마치 ‘벼랑 끝’ 전술과 유사한 메시지를 보내며, 대만 및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것이다. 왕이 외교부장이 양회 기간에 있었던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이 미중관계에서 넘어서는 안 되는 레드라인(red line)임을 강조한 것이나, 이번에 통과된 ‘14.5 규획’에서 대만 관련 정책의 명칭이 ‘양안의 경제협력’에서 ‘양안관계 평화발전과 조국통일 추진’으로 변경된 것도 이런 중국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핵심이익 수호를 외치며 군사력 강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시진핑 주석은 3월 9일 ‘인민해방군 및 무장경찰부대 대표단 전체회의’에서 올해는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는 해인 동시에, 군사 현대화를 위한 ‘세 단계 전략(三步走战略)’에서12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해임을 강조했다.13 코로나 사태 속에서 경제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경제성장률을 외국기관의 예측보다 낮은 6%로 잡았음에도 불구하고14 중국의 국방예산은 작년 대비 6.8% 증가됐다.15 이러한 군사력 강화는 중국의 공격적 대외정책, 미중 전략경쟁과 맞물려 잠재적 군사충돌의 위험성을 더욱 커지게 할 수 있는 요인이다.

 
5. 과학기술역량 강화로 미국과의 기술패권경쟁에 대비

리커창 총리는 ‘정부업무보고’에서 ‘십년 동안 칼 하나를 가는(十年磨一剑)’의 정신으로 국가전략 과학기술역량을 강화하고, ‘과학기술혁신 2030 중대 프로젝트(科技创新2030重大项目)’의 세부계획을 추진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 과학기술 부문의 예산집행을 10.6% 확대할 것을 밝혔다.16 또한, 14.5 규획 기간 중국은 차세대 정보, 바이오, 신에너지, 신재료, 첨단장비, 신에너지자동차, 녹색환경보호, 우주항공, 해양장비 등 9대 전략적 신흥산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며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17

2030년을 전후로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 예측되고 있지만, 미국을 위시한 서구 선진국들이 중요 핵심기술을 소유하고 중국을 배제하는 상황이다. 중국이 경제 규모에서 앞선다고 해도 중요 핵심기술 없이 경제력 및 군사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중국의 정책은 화웨이 사태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과학기술 부분에서 미국의 대중 견제가 노골화되는 상황에서 자체적인 혁신기술을 개발 및 발전시켜 미국과의 장기전을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9대 전략적 신흥산업은 신에너지를 제외하고는 ‘중국제조 2025’에서18 했던 사업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중국제조 2025를 재추진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당 산업의 기업에 보조금 등 여러 정책적 지원을 함으로써 시장경제를 훼손하고 다른 국가와의 갈등을 유발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미중 간의 기술패권경쟁과 경제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확산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동규 그림
(그림 1) 중국제조 2025와 9대 전략적 신흥산업 비교(중국제조2025와 14.5 규획 내용을 토대로 필자가 작성)

 
6. 다자협력과 역내 경제협력을 강조하며 미국 중심의 반중 연대에 대응

이번 양회에서 중국은 지난해 체결한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을 빠른 시일 내에 발효하고, 이어서 다자무역협상을 확대하여 EU, 아세안 등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이어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가속화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CPTPP) 가입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임을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관계를 회복 및 강화하면서 반중 연대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RCEP 발효나 한중일 FTA 추진 외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다시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CPTPP 가입을 밝힌 것은 자국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다자경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역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한중 FTA와 같은 양자협력보다 다자협력을 강조한 것은 다자협력을 통한 경제협력이 해당 경제협력의 유지에 유리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미국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자신의 활동 공간을 확대하기 용이하기 때문일 것이다.

주목할 점은 왕이 외교부장이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아프리카, EU, 중동, 아세안, 라틴 아메리카, 심지어 국경분쟁을 겪고 있는 인도와의 협력 관계를 언급했다는 것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중국은 ‘마스크 외교(mask diplomacy)’와 ‘백신 외교(vaccine diplomacy)’를 중심으로 보건 실크로드(Health Silk Road)를 가속화했고, 이를 통해서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은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등의 개발도상국들을 지원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은 개도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를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개도국 및 약소국가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미국이 구축한 국제질서 속에서 자국의 협력국을 확대하려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왕이 외교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왕이 부장은 미국을 직접 언급하면서 미국은 민주와 인권을 빙자해 다른 나라의 내정을 간섭함으로써 혼란과 전쟁의 불씨를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인 중국이 미국과 경쟁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미국에게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코로나 방역, 경제회복, 기후 변화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모습은 전환기의 시기에 국내 국민들에게 중국의 위상과 성과를 보여주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중 정책이 견제와 압박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또한, 현재 미중경쟁의 촉발원인이 중국이 아닌, 미국에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인식시키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

 
한중관계에 주는 함의

올해 양회는 시진핑 정부가 제시하고 추진하던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노선을 재확인하고 구체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기본적으로 실현한다는 과도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안정’, ‘지속가능성’, ‘자립자강’ 등을 강조하면서 팬데믹 시기에 미중의 전략경쟁이 구조화되었음을 인식하고 장기전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점에서 한중관계도 미중 간 전략경쟁의 구조 속에서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주목할 점은 이번 왕이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에서는 한반도 관련 이슈가 하나도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19 한국에 대한 내용은 물론, 올해가 북중우호조약 60주년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이것은 중국 대외정책의 초점이 대미정책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한중관계, 남북관계, 한반도 비핵화와 같은 한반도 관련 이슈가 중국 외교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며, 더 심각한 것은 중국이 앞으로 미국과의 관계 구도 속에서 대한, 대북, 대한반도 정책을 구상하고 시행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즉, 한반도 비핵화, 남북관계 개선과 같은 한반도 관련 이슈에서 중국은 한국의 입장이나 한중 양자관계의 순수한 발전보다는 한미동맹이나 미국의 역내 영향력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한국에게 접근하고 압박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런 중국의 대외정책 기조를 인식하고 미중 전략경쟁의 구도 속에서 한중관계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중국이 미중관계 구도 속에서 한국과 한중관계를 보는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이런 점을 잘 보여준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북핵이라는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인식하고, 그런 인식 속에서 한국을 압박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현 정부의 기대에 따라 남북관계에서 한국을 지원하여 북한의 변화를 권고할 유인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중국은 북한을 하나의 레버리지(leverage)로 사용하여 미국의 동맹인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현 상황에서 한중관계의 발전이 남북관계의 개선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조급함을 내려놓고, 미중 경쟁 속에서 한국이 가야할 길을 냉철하게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

또한, 미중 간의 전략경쟁이 가치경쟁으로 확대되고, 중국 또한 미국을 위시한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즉, 민주, 자유, 인권 등 한국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이것이 단기적으로 한중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이 추구하는 가치를 보호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여 중국과의 관계에서 외교 공간을 확대하는 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중국의 다자경제협력을 활용하여 지역내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중국이 강조하고 있는 RCEP나 한중일 FTA, CPTPP와 같은 역내 다자경제협력은 한국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뿐 아니라, 역내 국가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한국 정부가 역내 국가들과의 연대를 기반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추진해 나간다면, 미중 경쟁구도 속에서도 한국외교의 활동 공간을 어느 정도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두 개의 백 년’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 실현을 위한 세부 분투목표이다. 구체적으로는 중국공산당창당 100주년인 2021년까지 모든 국민이 풍족하게 생활하는 전면적 샤오캉사회를 실현하고, 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에 도달하는 것이다.
  • 2. 李克强, ‘政府工作报告’, 2020.03.05..
  • 3.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에서는 중국공산당의 통치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SNS를 중심으로 불거져 나왔다. 최초로 전염병 가능성을 제기했던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죽은 이후 지식인을 중심으로 수백 명의 사람이 표현의 자유 등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서(online petition)에 서명하거나 쉬장룬(许章润) 칭화대 법대 교수, 쉬즈융(许志永) 인권 변호사 등의 지식인과 사회 활동가들이 중국공산당 통치를 비난하고 시진핑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방역 영웅을 만들고 방역 성과를 홍보하는 중국의 정치선전은 대중들의 불만을 야기하며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중국 사회에 중국공산당 통치에 대한 불만이 잠재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관련 내용은 ‘Coronavirus: Li Wenliang’s death prompts academics to challenge Beijing on freedom of speech’, South China Moring Post, 2020.02.12., https://www.scmp.com/news/china/politics/article/3050086/coronavirus-hundreds-chinese-sign-petition-calling-freedom; ‘China’s Virus Censorship and Propaganda Draw Backlash’, Wall Street Journal, 2020.02.25., https://www.wsj.com/articles/chinas-virus-censorship-and-propaganda-draw-backlash-11582632006을 참조.
  • 4. 지난 2월 25일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탈빈곤 전략이 전면적 승리를 거뒀다고 선포했다. 중국 정부가 18차 당대회에서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래 8년만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무상으로 가축을 제공하거나 보조금으로 일자리를 알선하였기 때문에 빈곤이 근본적으로 퇴치되지 않았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소, 돼지 공짜로 나눠줬다” 760조 살포해 ‘탈빈곤’ 선언한 중국”,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2021/01/03/NV7L5VK3VVBCXCWWS3QPOIZASQ.
  • 5. “习近平参加内蒙古代表团审议”, 新华网, 2021.03.05., http://www.xinhuanet.com/politics/2021lh/2021-03/05/c_1127174574.htm.
  • 6. 1994년 8월 중국 정부는 ‘애국주의 교육 실시 요강(爱国主义教育实施要纲)’을 발표하며 애국주의를 정치사상교육의 핵심으로 천명했다. 현재 마르크스주의이론 수업 외에도 ‘중국근현대사강요(中国近现代史纲要)’, ‘당대 정세와 정책(形势与政策)’ 등의 필수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중국공산당의 시대 인식과 국가관을 주입하고 있다.
  • 7. 동북공정은 고조선, 고구려, 발해 등이 있던 동북3성 지역, 서북공정은 신장 위구르 지역, 서남공정은 티베트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프로젝트로 일각에서는 해당 지역의 역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 8. 汪洋, ‘政协常委会工作报告’, 2021.03.04..
  • 9. 李克强, ‘政府工作报告’, 2020.03.05..
  • 10. ‘国务委员兼外交部长王毅就中国外交政策和对外关系回答中外记者提问’,  https://www.fmprc.gov.cn/web/wjbz_673089/zyjh_673099/t1859110.shtml.
  • 11. 주동작위는 ‘해야 할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는 의미로 시진핑 시기 중국 대외정책의 특징으로 자주 회자된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강대국 및 주변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경제발전에 유리한 국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도광양회(韬光养晦,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에 기초한 외교 전략을 추구했지만, 시진핑 시기 중국은 크게 발전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핵심 이익 수호를 강조하면서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펼치고 있다.
  • 12. 군사현대화를 위한 삼단계 전략은 2020년까지 기계화를 실현하고, 2035년까지 국방과 군대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며, 2050년에 세계 일류의 군대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 13. ‘习近平在出席解放军和武警部队代表团全体会议时强调 实现“十四五”时期国防和军队建设良好开局 以优异成绩迎接中国共产党建党100周年’, 新华网, 2020.03.09., http://jhsjk.people.cn/article/32047169?isindex=1.
  • 14. 2021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에 대해서 IMF는 8.1%, 세계은행은 7.9%, OECD는 8.0%로 전망했다.
  • 15. ‘放军和武警部队代表团新闻发言人接受媒体采访’ 2020.03.08., http://www.mod.gov.cn/topnews/2021-03/08/content_4880599.htm.
  • 16. 李克强, ‘政府工作报告’, 2020.03.05..
  • 17. ‘中华人民共和国国民经济和社会发展第十四个五年规划和2035年远景目标纲要’.
  • 18. 중국제조 2025는 2015년 5월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국가발전전략이다.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첨단기술과 제조업을 결합하여 세계 제일의 제조 강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신소재, 우주항공 등 10대 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서구 선진국들로부터 보조금과 같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불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자유무역 규칙을 위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특히 미국은 중국제조 2025를 기술패권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화웨이와 같은 IT기업들을 제재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 19. 북미회담이 진행되었던 2018년 양회 기간의 기자회견에서는 한반도 관련 질의응답을 두 번째로 배치하면서 한반도 이슈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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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규
이동규

지역연구센터, 대외협력실

이동규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연구위원이다.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정치전공으로 국제지역학석사 학위를, 중국 칭화대학(清华大学)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중국정치외교, 한중관계, 동북아안보 등이다. 주요 논문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일대일로: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의 확장과 그 함의”, “중국공산당의 정치개혁은 퇴보하는가: 시진핑 시기 당내 민주의 변화와 지속성”, “중국공산당의 이데올로기 전략으로 본 시진핑 사상”, “냉전시기 한중관계의 발전요인과 특수성: 1972-1992년을 중심으로”, “개혁개방 이후 마르크스주의 중국화 연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