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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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일간에 걸친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여러 얘기들이 해프닝으로 끝나 버렸다. 그간 이런 저런 가능성이 제기되었지만 부활절이었던 4월12일부터 자취를 감추었던 김 위원장은 아무 문제없는 건강하고 튼튼한 청년으로 부활하였다.

그런데 정말 그게 전부이고 이렇게 끝내 버리면 되는 일일까? 뭔가 석연치 않고 개운치 않다. 우선 그렇게 긴밀히 정보 공유를 해 왔고 정보 평가가 일치한다는 한∙미 양측의 반응의 결이 분명히 달라 보인다. 한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특이 동향이 없다는 반응을 계속 보여온 반면 미국측의 반응은 무언가 정보를 따라 진화해 온 듯한 모습이다.

Trump 대통령은 초기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 여부에 대해 “모른다”(4월21일) 또는 해당 언론 보도가 “부정확하다”(4월23일) 등의 반응을 보였고 미 국방부 고위 관리 등도 결론적 평가를 내릴만한 정보가 없다(4월25일)는 반응을 보였으나, 이후 Trump 대통령은 그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지만 말할 수 없고 괜찮기를 바란다며 머지 않은 장래에 알게 될 것이라는 취지의 다소 달라진 반응을 보인다(4월27일
/30일). 한편, Pompeo 국무장관은 이 무렵 언론 인터뷰에서 그간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북한의 기근 가능성 등 북한을 광범위하게 모니터 하고 있다고도 하고, 공개 활동이 2주 이상 보이지 않음
을 언급하면서 면밀히 주시하고 있고 어떤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다는 발언도 한다(4월29일/30일).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낸 당일에는 Trump대통령은 아직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다면서 적절한 시점에 말할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만 한 후 다음 날인 5월2일 건강하게 돌아온 것을 보게 되어 기쁘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다.

Trump라는 특성이 감안되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발언의 흐름상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정확히 몰랐다가 무언가 파악이 됐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정보 문제의 특성상 밝히지 않으면서 복귀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대응한 것으로 보여진다. Pompeo 장관의 언급에서 추론하면 4월 30일 이전에는 영상 형태의 정보로 확인된 것은 없을 가능성도 있고 그렇다면 원산에서 그의 모습이 포착되었다는 일부 이야기
들과는 상충될 수도 있다. 5월 1일 김정은 위원장 등장 후 하루가 지나 복귀를 확인하는 듯한 반응이 나온 것도 특기할 만하다. 분명한 것은 미국은 아직 그의 건강에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도 안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밝힌 바 없다는 것이다. 5월 3일 방송에 출연한 Pompeo 국무장관도 자신들이 아는 것을 공유할 내용이 많지 않다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나 심혈관 질환을 포함한 건강 이상 관련 질문에 대해 어떤 것도 말할 수 없다는 반응만 견지했다. 5월 12일 O’Brien 안보보좌관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했지만 역시 구체성은 없었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추론되는 가능성은 (1) 무슨 일이 있긴 했는데 말 안하거나, (2) 미국도 모르거나, 아니면 (3) 정말 아무 일 없거나 이 세가지 경우다. 앞의 첫번째와 두번째 가능성 중 어느 하나가 사실
이라면 한∙미 공조가 잘 된 것인지 좀 의아해진다. 왜냐하면 한국 정부는 특이 동향 없다는 얘기가 건강에 문제 없다는 뜻이었다고 김정은 위원장 등장 후 친절하게 부연 설명 까지 했는데, 무슨 일이 있었다면 미국이 우리에게 안 알려 준 것 이고, 반대로 미국이 잘 몰랐다면 문제 없다고 판단한 한국 정부가 미측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것 이니까. 세번째 미국도 아무 일이 없다고 보는 경우는 맥락상 상당히 어색
하다. “괜찮기를 바란다”던가, “건강하게 돌아온 것을 보아 기쁘다”던가, “적절한 시점에 무언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내지는 “어떤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다”는 등의 얘기는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때 쓰는 표현으로는 꽤 생경하고 거리감이 있다.

다음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의 잠적 기간중 북한 최대의 명절이자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이 있었다는 점이 특이사항으로 거론되는데, 김 위원장이 벤치마킹하며 외모까지 비슷하게 흉내내고 있는 할아버지 김 주석과 직결된 기념일이기 때문에 더욱 의아하게들 느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태양절’에 북한에 체류했던 단편적인 경험도 있으나 특히 전 주민이 김일성교의 열렬한 신도가 되어야 하는 바로 그 날 3대 교주인 손자가 멀쩡한데 별 이유도 없이 나타나지도 않는다는 것은 그 세상에서 납득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아울러,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내에서도 평양조차 김정은 위원장 신변 이상설이 퍼지는 등 부작용이 있었고, 북한 당국도 접경 지역의 단속과 검열 강화 등 나름 진화에 부심했다는 점도 생각해 볼 대목이다. 김 위원장이 마침내 돌아온 날 국내의 많은 언론들도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등장의 장소와 의미 등을 면밀히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는데, 그 이전에라도 건재를 증명하는 사진 한 장이나 영상 한 컷
이라도 내보냈으면 그런 억측과 부작용은 쉽게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랬으면, 코로나를 피해 잠행중이라는 얘기도 있던 그 귀한 지도자가 대규모 군중 행사의 리스크조차 감내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북한은 왜 그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까?

결국 이런 점들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돌아왔다고 해서 지난 20여일간 아무 일도 없었다고 쉽게 결론
내릴 일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아직 젊기 때문에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도 있으나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와 만약의 경우에 대한 대비 문제 등을 좀 더 생각해 봐야 되지 않을까? 미 하원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북한의 권력 승계시 대처 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지적과 우려를 이미 제기하고 있기도 한데 명색이 당사자라는 우리 국내에서도 나름의 노력이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이 돌아왔음에도 외신이나 해외의 관련 기관들은 그의 건강 문제와 함께 향후 유사시 후계자로 김여정에 대해 계속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일견 타당한 관심으로 보인다. 북한 체제가 김일성 일가의 소위 백두혈통과 이들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며 공생하면서 자신들의 지위도 이어가는 측근 세력 후손들 간의 일종의 과두 지배체제 (Oligarchy)이고, 백두혈통의 간판이 곧 정통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지배 세력내 다른 그룹의 찬탈이 어려워 김일성 일가가 독점해야 되게끔 설계되어 있는 상황에서, 현재 적어도 김정일 직계중 여건상 가능한 후계 인물은 김여정 뿐이고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을 경우 최상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관찰은 너무 당연한 정보 업무의 일환이겠지만 이상 발생이나 김여정의 승계 징후는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크므로 몇 가지 염두에 두고 지켜볼 움직임이 있을 것 같다.

우선은 김여정의 보직과 경력 관리이다. 세습 과정에서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은 당의 사상 분야를 관장
하는 선전선동부장과 인사와 조직을 통제하는 조직지도부장을 거치며 후계자로 진입했고 아들은 선군 정치를 내세우던 시절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전면에 등장했다. 이 3개 분야는 북한의 권력 장악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이고 중국이던 북한이던 최고 지도자가 당∙정∙군을 장악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김여정의 보직 경로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여정은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역임후 잠시 쉬다가 부서가 밝혀지지 않은채 당 제1부부장으로 재기용되어 아마 조직지도부 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국 후보위원으로도 재기용 되었는데 앞으로 군 분야에도 관여하기 시작한다면 특히 유의해 봐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대미 관계에 있어서 김여정의 역할이다. 얼마전 김여정이 부부장 직함에서는 이례적으로 Trump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코로나19 관련 방역 협조 의사를 전해왔으며 미∙북 관계 추동에 관한 구상도 친서에 담겨 있다고 소개하면서 양국 관계를 두 지도자간 친분을 놓고 평가
하거나 기대해서는 안된다며 한마디 하는 모습의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김여정이 미∙북 관계에 대해 계속 관여의 수준을 높이며 특사로서 Trump 대통령을 찾아 간다거나 상대하는 역할이 모색된다면 이 또한 눈여겨 볼 일이라 생각된다. 언론에도 많이 나오지만 북한은 아직도 엄청난 남성 우위 사회라 아무리 백두혈통이라도 권력 승계에 있어서는 여성으로서의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는데 미국 대통령의 맞상대가 된다면 의외로 미국에 약한 북한의 특성상 그런 부분을 상당히 극복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김경희의 관리 문제도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남편인 장성택 처형후 오랜 기간 안 보이다 연초에 삼지연 극장 설 기념 공연에 참석하여 리설주와 김여정 사이에 자리한 것으로 알려 졌는데, 여성 승계 문제 등으로 북한의 핵심 집권 세력도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경우 백두 혈통중 김정일 위원장 직계외 세력의 도전에 대한 경계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김여정 남매나 김경희 본인이나 소위 곁가지 세력으로 권력이 넘어가는 일은 개인적 관계를 넘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 될 테니까.

다만, 김여정의 승계는 어디까지나 김정은 위원장의 존재와 지지를 전제로 하는 것이며, 그가 없게 되면 얼마나 내구성이 있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 수도 있다. 과도기적 존재에 그치거나 또는 일종의 집단 지도 체제의 얼굴 역할이 될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About Experts

장호진
장호진

객원연구위원

장호진 전 대사는 현재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이자 한국 해양대학교 석좌 교수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주캄보디아 대사, 청와대 외교비서관 및 국무총리 외교보좌관 등을 역임했으며 2000-2007년 기간 외교부 동구과장, 주 러시아 대사관 정무 참사관, 북핵외교기획단 부단장으로 푸틴 대통령의 집권과 한·러 수교 10주년, 북핵 관련 한·러 협력 등을 직접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