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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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차 한미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pecial Measure Agreement: SMA)을 위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7차 협상이 두 달여 지체되다가 3월 17~19일 미국에서 열렸지만, 여전히 양측의 견해차로 합의 도출에 실패하였다. 그러다가 3월 31일 갑자기 협상 타결 가능성이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 의해 유포되어 기대를 높였으나 4월 2일 미 정부가 공식 부인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3월 31일(미 현지 시각) 에스퍼 국방장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보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협상팀의 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2일 SNS에 ‘김칫국 마시다’라는 내용을 적음으로써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SMA 타결설을 흘린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이로써 한국의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합의는 4.15 총선 이후로 미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상 초유의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일부의 무급휴직도 4월 1일부로 시작되었다.

한미방위비 분담 협상은 민감한 사안이다.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고 공통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된 동맹 관계를 돈으로 환산해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한다. 세계 경찰의 역할을 포기하고 ‘한국,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나토’ 등을 특정하여 ‘부유한 나라’로 지칭하면서 비용분담을 거칠게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은 어려움을 배가한다.

본 고는 11차 한미 SMA 협상에 초점을 맞춰 현재까지 진행 경과를 추적하고 한미의 핵심 쟁점을 분석한 후 전망과 대응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방위비 분담은 협상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특히 11차 협상은 현재 진행 중이므로 구체 사안의 확인이 더욱 어려워 분석 수준과 정확도에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힌다.
 

11차 SMA 협상 경과

 
한미방위비 SMA는 1991년부터 시작되어 2019년 10차까지 이어졌다. 기본적으로 미군 인건비를 제외한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일부를 한국 정부가 보존하는 형태로 지난 10차 SMA는 9차에 비해 8.3% 인상된 1조 389억으로 체결되었다.

11차 SMA는 여러 측면에서 이전과 다르다. 8차, 9차의 5년 협정과는 달리 미 백악관의 요구로 10차 SMA는 2019년 한 해만 유효한 단 년으로 체결되었다. 2018년 12월 협상에서 미국이 갑자기 입장을 전환하여 총액에서는 일부 양보가 가능하지만, 협정 기한은 1년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1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하는 동맹국의 대폭 확대된 비용 및 책임 분담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이후 미국은 2019년 상반기 동안 전세계 동맹국을 상대로 새로운 비용분담 방식 책정을 위한 검토(global view)에 들어갔다.

검토의 기준, 수준, 방법 등 구체사항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군이 특정 국가에 주둔할 때 발생하는 비용인 ‘주둔’비용으로 방위비 분담금을 책정했던 이전의 기준에서 벗어나 미국이 세계안보에 제공하는 공공재를 포함한 ‘동맹 기여’ 비용으로 확장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된다. 미군의 주둔으로 인해 발생하는 안보ㆍ경제적 편익까지도 고려하여 동맹국들이 미국의 ‘공헌’에 보상을 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더불어 주둔비용의 개념도 확대하여 직접 비용 외에도 순환전력과 장비 배치 비용, 연합훈련 비용, 전략자산 전개비용 등도 포함하여 비용 산정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2 미국은 새로운 기준에 따라 대폭 증액된 50억 달러를 총비용으로 산정하고 2019년 7월 23~24일 방한한 존 볼튼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새로운 지침을 한국에 전달한 것으로 보도되었다.3

9월부터 협상이 시작되면서 한미 양국의 입장 차가 본격적으로 확인되었다. 한국은 기존 SMA 틀에서 방위비 분담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한다. 지난 28년간 한미가 합의해온 SMA에 포함된 주한미군 인건비, 군수지원, 군사건설비 등의 항목을 기준으로 “상호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정 수준의 분담금을 책정해야 한다는 것이다.4 반면 미국은 기존 분담금이 한국 방어를 위해 미국이 사용하는 전체 비용의 일부만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대폭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재 지급되고 있는 분담금의 90%는 한국으로 다시 환원되므로 미국 납세자의 실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총액의 대폭 인상을 주장한다.5

미국의 대한국 압박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에 대한 비용 압박은 2016년 미 대선전 이래 수도 없이 반복되었다. 2020년 들어서도 의회 신년연설을 통해 다시 한번 “동맹국들이 공정한 몫을 지불함으로써 우리를 돕도록 하고 있다”면서 분담금 압박을 가했다.6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관료도 총동원되고 있다. 예를 들면, 2019년 11월 한국을 방문한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이례적으로 방문 목적을 담은 자료를 통해“보통(average) 미국인들은 한·일 두 나라에 대해 미군을 전방에 파견한 것을 보며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며 “왜 그들이 거기 필요하며, 얼마나 비용이 드나, 그들은 매우 부자이고 부유한 나라인데 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느냐”는 발언 내용을 소개하였다.7 방위비 분담금을 압박하는 발언으로써 합참의장은 보통 정치적 언사를 삼가는 전례에서 벗어나 트럼프 대통령의 노선을 적극적으로 설파한 것이다.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도 한국의 방위비 증액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주한미군의 9,200명 한국인 근로자들 봉급 75%가 방위비 분담금으로 지급되고, 주한미군의 활동을 위한 시설 확충에 사용되므로 이를 늘리는 건 한국경제에 선순환이 된다고 주장했다.8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유사하게 “한국이 지출한 분담금 90%는 한국에 그대로 들어가는 예산”이라고 언급했다. 나아가 “GDP 비율로 따졌을 때 미국은 미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우방들을 지키기 위해 국방비로 상당 부분을 지출하고 있다”면서 한국을 비롯한 “부유한 동맹국”의 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9

한미는 1차 회의를 2019년 9월 말 서울, 2차 회의는 10월 하와이 호놀룰루, 3차 회의는 11월 18~19일 서울, 4차 회의는 12월 3~4일 워싱턴 DC, 5차 회의는 12월 17~18일 서울에서 개최하였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특히 3차 협상은 예정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종료되는 파행 후 제임스 드 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한국 팀이 제시한 제안들은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이라는 우리의 요청에 호응하지 않는 것”이라는 비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10

이러한 한미 양국의 입장은 2019년 12월 51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 방위비 분담과 관련된 차이를 반영하는 이례적인 성명으로 이어졌다. 보통 SCM이 열릴 시기까지 방위비 분담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지난 50차 SCM에서와 같이 “적기 타결이 중요하다”는 수준의 공동성명이 발표된다.11 그러나 51차에서는 “양측은 앞으로 방위비 분담금이 공평하며 상호 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언급됐다.12 기존 한국의 분담을 대폭 증액하여 ‘공평’하게 해야 한다는 미측 주장과 방위비 분담금은 미국의 일방적 주장과 요구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상호 동의’를 강조하는 한측 입장이 반영된 결과이다. 한국은 한미가 상호 동의로 유지해온 SMA의 틀을 벗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미국은 틀을 벗어나더라도 한국의 분담액을 대폭 증액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주장이다.

6차 협상이 개최된 2020년 1월 15일 이전 한미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는 상황도 감지되었다. 드 하트 대표는 5차 회의 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기존 요구액인 50억 달러보다 매우 낮은 금액으로 합의될 것”을 시사한 바 있다.13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6차 협상 전날 인터뷰에서 “세부 사항은 공개할 수 없지만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14 고 밝혔고, 해리스 대사도 같은 달 7일 인터뷰에서 “입장을 절충하고 있다”며 “(미국 측 협상 대표인) 드 하트 대표는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긍정적 입장을 피력하였다.15

그러나 6차 협상 이후 다시금 한미 양측의 입장 차가 부각되었다. 협상 직후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사는 “아직까지는 이견을 해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전날 노영민 실장의 발언에 대해 “협상 과정에서 항상 새로운 이슈들도 등장하게 된다”고 밝혔다.16

정 대사의 발언은 5차 협상에서 양측의 좁혀진 입장이 6차 협상에서 미국의 새로운 요구로 다시금 벌어졌음을 추론케 한다. 한측은 미국의 분담금 대폭 인상에 맞서 미국산 무기구매, 호르무즈 해협 파병, 주한미군 기지 환경 정화비 등의 ‘동맹 기여’를 내세워 상쇄하려 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미국은 한국의 주장에 일부 수용적 태도를 보이다가 다시금 분담금 ‘총액’ 증액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9월 뉴욕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무기 구매와, 관련하여 지난 10년간 현황과 향후 3년간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한 바 있다.17 청와대는 2019년 12월 1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한 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우리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해양 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도 검토하였다”고 밝혔다.18 미국이 이란과 긴장이 고조된 7월에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파견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상황이 진정되어 언급이 없다가 NSC를 통해 발표된 것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연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NSC는 바로 전날 “4곳의 미군 기지 반환 과정에서 기지 오염 정화 비용을 일단 한국 정부의 비용으로 부담하고 추후 추가적인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발표하였다.19 환경 오염 정화 비용에 대한 미국과의 협의가 지난 수년간 교착 상태에 있었음을 감안할 때 NSC의 발표는 분담금 협상을 위한 한국의 ‘동맹 기여’와 연계된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입장은 6차 회담 직후인 2020년 1월 16일 발표된 에스퍼 국방장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확인된다.20 첫째, 전략 환경이 바뀌었으므로 한국의 보다 큰 기여가 필요하다. 한미가 현재 복합적이고 증대된 전략적 도전에 직면하였음으로 현상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둘째, 한국이 동맹에 기여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한국은 전투기 현대화 등을 통한 방어능력 향상, 국방예산의 지속적 확충, 미국 주도 연합군 지원, 군 장비 구매 등을 통해 동맹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그러나 한국은 ‘동맹 기여’ 이상의 확장된 직접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미국의 논리는 아래와 같다.

현재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직접 비용의 3분의 1만 감당하고 있다. 그러나 비용이 점차적으로 증대하여 한국의 분담률은 줄어들고 있다. 특히 지금의 분담 방식은 한국의 방어에 미국이 이바지하는 전체 중 일부분만 반영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아직 갖추지 못한 첨단 능력을 한국 방어를 위해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비용은 현지 주둔 미군 비용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서 미국 납세자에게 큰 부담이 된다.

위의 주장은 한국이 다양한 형태로 동맹에 기여하고 있음을 인정하지만,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미국은 기존의 SMA 틀 밖에서도 한국을 위해 큰 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므로 한국은 총액의 대폭 증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주한미군 비용을 넘어선 ‘한반도 방어 비용’을 받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6차 협상 이후 한미는 3월 17~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7차 협상을 개최하였으나 결국 합의에 실패하였다. 한미가 두 달 가까이 협상을 재개하지 못한 이유는 미국 협상팀의 트럼프 대통령보고가 늦어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21 더불어 한미 간 격차가 다시 커진 상황에서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일방의 극적인 양보 없이 합의 도출이 어렵다는 고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일부의 무급휴직이 시작되기 바로 전날인 3월 31일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었다. 정은보 한국 협상팀 대표가 “[한미는] 상당한 의견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최종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시작되었다.22 바로 다음 날인 4월 1일 한국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하여 1일 타결설이 유포되었다. 한국의 입장이 대폭 반영되어 총액은 작년 기준 ‘10%+α(알파)’증액, 5년의 다년 협상, SMA 투명성 확보 조치 등이 합의되었다는 것이다.23

그러나 미국 현지 시각으로 3월 31일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애스퍼 국방장관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을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이후 분위기가 반전하였다.24 한미 외교장관이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고, 현지 시각 2일 클라크 쿠퍼 미 국무부 정치·군사문제 담당 차관보는 “협상이 끝나지 않았다” “협상은 공정한 합의여야 한다”면서 합의 도출에 실패했음을 알렸다.25 미 국무부 당국자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우리의 동맹국들이 더 많이 기여할 수 있으며, 기여해야 한다는 기대를 명확히 해왔다”면서 한국의 증액을 다시금 요구했다.26

상황을 종합하면 한국의 입장이 상당 수준 반영된 한미 실무선에서 합의안이 마련되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두 가지 의문이 남는다. 첫째, 전술한 바와 같이 6차 협상에서 총액의 대폭 증액을 다시금 요구했던 미국이 7차 협상 이후 한국의 입장을 대폭 수용한 이유가 분명치 않다. 일부에서는 3월 25일 양국 정상 간의 전화 통화를 통해 코로나 19의 협력, 특히 한국의 코로나 진단 장비 제공이 계기가 되었다고 하나,27 바로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브리핑에서 방위비 분담금 언급이 나왔다. 한국에 대한 비난은 아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를 특정하여 적절한 분담금을 “지불하지 않으려 했다”고 주장했다.28 코로나 19사태의 엄중함과 별개로 동맹국의 분담금 증액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별도의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6차 협상 이후 외부로 알려진 특별한 계기나 변화가 없음에도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수용했다는 주장의 근거가 불명확하다.

둘째, 한국 정부의 이른바 ‘트럼프 변수’통제 문제이다. 11차 SMA 협상의 처음과 끝은 트럼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미국 협상팀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매우 제한된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가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 협상팀의 합의만으로 최종 협정이 맺어진다는 것은 무리한 기대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5배인 50억 달러를 요구했던 상황에서 벗어났더라도 2∼3배도 아닌 그 이하의 인상률로 타결을 기대하기 힘들다.

위의 분석이 맞는다면 공이 다시금 한국으로 넘어온 양상이다. 가장 핵심적인 총액에서 합의가 틀어졌고, 한국의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했다면 한국의 새로운 안이 제시되어야 협상의 진척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미 간 쟁점

 
미국의 새로운 비용 분담원칙

미국은 세계검토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비용분담을 요구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과 관련한 큰 틀의 원칙은 미 국무부의 2019년 10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29 첫째, 현 SMA에 국한하지 않은 확대된 비용 부담을 원한다. 국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이 SMA와 비SMA 차원에서 “상당 수준의 자원”을 제공하나 “공정한 분담을 위해” 한국이 더욱 크게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이다.30 지금까지 한미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총액 기반으로, 한국의 기여분은 SMA 직접 지원인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와 비SMA 직접 지원인 사유지 임차료, 카투사, 경찰지원, 기지주변정비 등을 포함한다. 더불어 무상공여토지 임대료 평가, 제세감면, 공공요금감면 등의 간접지원 비용도 모두 포함하여 협상한다. 미 국무부의 주장은 현 한미의 미군 주둔비용과 연계된 항목을 넘어선 더 큰 차원에서 비용을 상정하고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동맹국 안보공약 준수를 위한 지구 차원의 군사 능력 유지비용을 동맹국과 우호국이 부담해야 한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대한 안보공약을 준수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지구 차원에 미군을 배치한다면서 이러한 비용은 미국 납세자만 부담해서는 안 되고 미국의 동맹국과 우호국이 공평하게 감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31

이러한 미 국무부의 발표는 전술한 2020년 1월 16일 에스퍼 국방장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공동 기고문에서도 확인된다. 기본적으로 같은 원칙을 밝히고 있으나 공동 기고문은 미국의 지구 차원 군사 능력 유지를 한국이 갖추지 못한 첨단 능력 제공으로 보다 구체화하였다.

미국은 이러한 원칙에 따라 한국과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 번째 원칙과 연계된 미군 주둔비용의 경우 미국은 이전의 ‘비인적주둔비용’(Non-Personal Stationing Cost: NPSC)을 ‘비인적비용’(Non-Personal Cost: NPC)으로 바꿔 적용하고 있다.32 비인적주둔비용은 미군의 인건비를 제외한 주둔 시 발생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반면 비인적비용은 역시 미군의 인건비는 제외하나 주둔이라는 단어를 뺌으로써 보다 확장된 비용 산정을 가능하게 했다. 특정 국가에 주둔할 때 발생하는 직접 비용으로만 국한하지 않고, 미군 유지·운용에 필요한 직·간접 비용을 포함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가 상정한 주한미군 비용은 다음의 표와 같다.

 [표 1] 주한미군 비용33 (단위: 백만 달러)

회계연도 인건비 운영/유지 군사건설 주거 회전자금 총액
2018 1,942.40 2,247.00 53 75.5 1.3 4,319.20
2019 1,999.10 2,203.70 17.5 203.8 1.3 4,425.40
2020 2,104.00 2,218.10 140.8 1.3 4,464.20

출처: Office of the Under Secretary of Defense

인건비를 제외한 비용(NPC)은 회계연도 2018년에 23.8억 달러, 회계연도 2019년은 24.2억 달러, 회계연도 2020년은 24.3억 달러다. 미국이 항목별 비용 산정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므로 자세한 내역 확인은 불가능하지만, 한국의 2019년 분담금이 1조 389억 원(9.4억 달러, 1달러 1,100원으로 계산)이므로 미군 인건비를 제외하고 미국이 상정한 총비용인 24.2억 달러의 약 39%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분담률은 주한미군 NPC의 삼 분의 일이 넘는다. 그런데도 에스퍼, 폼페이오 장관이 한국의 현 분담률을 삼 분의 일로 평가한 것은 당초 미 국방부의 평가보다 NPC 총액을 증가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추정컨대 주한미군이 한국에 파견될 때 추가 지급되는 수당(한국 근무 특별 수당), 군무원 및 가족 지원 비용, 역외훈련 비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으로 언급되어온 전략자산전개 비용과 한미 연합훈련 비용 등은 전자의 경우 2017년 이후 사실상 전개되지 않고 있고, 후자의 경우 축소·유예·중지되는 상황이므로 미국이 비용으로 상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34

미국의 새로운 원칙에 따른 비용 산정의 문제점은 투명성 부족이다. 미 국방부가 공개한 자료에 비용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미국이 총비용 이상의 분담금을 요구한다면 구체적인 기준과 항목을 밝혀야 한다. 한미의 방위비 분담은 총액제이므로 보통 이전 협정 마지막 해의 총액에서 정치적 타협에 따른 적정 인상률을 반영하여 협정이 종료하는 해 12월 또는 그 다음 해 1~2월 중에 합의한다.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난 2007년 이래 4차례 협정은 인상률이 한 자리 숫자를 넘지 않은 범위에서 타협이 이루어졌다. 총액을 합의하여 협정이 체결된 후 SMA에 규정된 세 분야에 적정 금액을 배분하는 형태이다. 미국이 11차 협상에서 여전히 총액제를 유지하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틀을 적용하므로 증대된 비용 총액의 기준, 항목 등을 밝혀야 한다.

 [표 2] 전 협정 대비 분담률 증액 추이35

협정 차순 시작 연도 이전 협정 대비 인상률
2차 1994 18.20%
3차 1996 10%
4차 1999 8.00%
5차 2002 25.70%
6차 2005 -8.9%
7차 2007 6.60%
8차 2009 2.50%
9차 2014 5.80%
10차 2019 8.20%

 
한국의 방침과 SMA 개정 필요성

미국의 새로운 지침에 대해 한국은 기존 SMA 틀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기존의 협정 틀 내에서 방위비를 공평하게 분담” 하면서 “한미동맹과 연합 방위태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호 수용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도출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가”는 것이다.36 한국 정부는 기존 SMA에 포함된 세 가지 항목인 주한미군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외의 다른 항목이 추가되는 것에 반대한다. 반면 미국은 지난 10차 SMA 때부터 새로운 항목을 포함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지원 항목’을 신설하여 전략폭격기, 항공모함, 핵 잠수함 등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비용을 담으려 했다. 그러나 한국은 협상 과정에서 SMA의 취지와 목적이 주한미군 주둔경비 부담임을 내세워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37

11차 SMA에서도 미국은 ‘대비태세(readiness)’ 항목을 신설해서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역외 훈련비용, 장비 및 이동 비용 등 한반도 외부 비용도 한국이 부담할 것으로 요구하는 반면 한국은 수용 불가 입장을 견지한다. 드 하트 미 협상대표는 미국 요구 사항들이 모두 한국 방어를 위한 비용이라며 “일부 비용이 기술적으로는 한반도를 벗어난 곳에서 발생하더라도 분담하는 게 합리적”이라 주장했다. 반면 정은보 대사는 “[미국 요구에 대한 수용 범위에 대해] 항목 하나하나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 적격성에 대한 문제도 다 따진다”면서 “수용 가능한 범위의 기준점은 바로 기존의 SMA 틀”임을 강조했다.38

그러나 미국의 요구가 SMA 위반은 아니다. 법률적으로 한미가 합의하면 SMA에 새로운 항목 첨부가 가능하다. 한국을 비롯한 미군이 주둔하는 동맹국은 SOFA를 체결하는데, 한미가 합의한 1966년 SOFA 5조에 따르면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하여 한국은 시설·구역을 제공하고 미국은 주둔비용을 부담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한미는 1991년 SMA를 체결하여 예외가 가능케 하였다. SMA 공식 명칭 자체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 합중국간의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 제5조에 대한 특별조치에 관한 대한민국과 아메리카 합중국간의 협정’이다. SOFA 5조에 대한 예외조항(특별조치)을 둘 수 있는 특별법 형태이다. 따라서 법률적으로 한미가 합의하면 예외조항을 만들 수 있고, 기존 SMA의 3개 항목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SOFA 5조가 기본적으로 미군 주둔비용을 규정한 것이고 SMA는 이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SMA에 주둔비용 이외의 항목이 포함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SMA 취지와 목적 차원, 즉 도의적인 차원에서는 문제 제기가 가능하나 한미가 합의하면 의미를 확장하여 적용할 수 있다. SOFA 5조 1항을 보면 “합중국 군대의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기로 합의한다”고 되어있다. SMA가 이에 대한 예외(특별조치)이므로 주둔비용으로 국한하지 않고 ‘미군 유지’에 따르는 경비로 확대된 해석도 가능하도록 여지를 두었다. 예를 들어 미군의 순환배치 비용도 미군을 타 지역에서 한국으로 투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므로 미군 유지비용으로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 한미가 합의하면 가능하다는 의미이고 역으로 한국이 거부하면 합의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의 입장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2020년 2월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발언처럼 기존 SMA 틀을 “존중”하며 협상하자는 것이지 기존 SMA를 벗어나는 것이 미국의 초법적 행위는 아니라는 것이다.39 SMA 자체가 SOFA 기본정신의 예외규정에 해당하므로, 새로운 항목의 추가가 불가하다는 것은 지나치게 경직된 해석이다

따라서 미국이 40억 달러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면 SMA에 새로운 관련 항목을 공식적으로 첨부하되 명확한 근거를 밝힐 필요가 있다. 한미 방위비 부담 협상 방식이 총액제라도 대폭 인상을 위해서는 최소한도 항목별 소요에 대한 미측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지금 협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미국의 대폭 인상 요구의 근거가 확실치 않은 것이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문제

2020년 4월 1일부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일부의 무급휴직이 시작되었다. 미국은 한국인 근로자 고용을 미 국내법에 준하여 운용하므로 2019년 10월 1일, 2020년 1월 20일과 한 달 전인 3월 1일 각각 무급휴직을 사전에 통보한 바 있다.40

이에 대해 한국은 7차 협상까지 주한 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지급을 떼어 내어 우선 해결하자고 주장하였으나 미국의 거부로 불발되었다. 한국의 제안은 10차 SMA 수준으로 인건비를 책정하고 한미 교환각서를 통해 체결한 후 이후 최종 합의가 도출되면 이를 포함하자는 것이었다. 이 경우 한국 국회의 동의절차를 두 번 받을 수 있다고도 밝혔다.41 한국의 제안에 대해 미 국무부는 2월 28일 “단지 노동비용 분담에 근거해 별도의 협상에 착수하자는 한국의 제안은 협정의 모든 면을 다루는 상호 수용할 수 있고 포괄적인 SMA를 신속하게 맺는 것을 대단히 손상시킬 것”이라면서 거부 의사를 밝혔다.42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전체 분담금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큰 항목인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만을 우선 합의한다면 향후 협상에서 한국은 ‘버티기’로 나올 수 있으므로 미국의 협상력이 극히 저하됨을 우려했을 것이다. 더불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임으로 한국 정부가 더 신경 써야 하는 항목임도 고려했을 것이다.

미국은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을 시행하면서 생명과 안전, 보건 및 군 대비태세 관련 분야의 필수 인력을 식별하였다. 이를 통해 전체 인원 8,500명 중 4,000명에 대해 무급휴직을 시행 중이다. 필수 인력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의 예산을 사용하여 임금을 지급한다. 한국국방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노동자 임금의 경우 평균 69.9%를 한국이 부담했고, 2019년 기준으로 한국의 분담률은 88%이다.43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은 에이브람스 주한미군 사령관도 밝힌 것처럼 “[한미동맹] 군사 대비태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44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는 △의회의 승인을 받아 명시적 목적에 한해 사용할 수 있는 국가예산을 통해 고용된 ‘세출직’△취사 및 취사서비스(33.1%), 보급(17.3%), 일반서비스 및 지원(11.5%) 등을 담당하는 ‘비세출직 △미 정부와 계약을 체결하고 주한미군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에 체류하는 ‘초청계약자’등으로 분류된다. 2018년 7월 기준으로 세출직은 총 9,519명이고 비세출직은 3,032명이다. SMA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는 세출직에 대해서만 산출되고 비세출직은 미군 위락시설 종사자가 대부분이므로 자체충당 자금으로 고용된다. 2017년 기준 SMA 분담금으로 인건비가 지급된 세출직 근로자수는 약 5,945명이고 미측 부담은 약 3.040명이다.45

4월 1일 이후 주한미군이 필수 인력만 선발하여 운용하는 것은 주한미군 전반에 대한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지 않도록 최저 수준에서 취한 ‘임시조치’이므로 휴직 기간이 늘어날수록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고 이는 한미동맹 대비태세 전반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철저한 방역이 필요한 시점에서 한국인 근로자의 부재는 미군기지 방역 체계 운용에도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주한미군이 이러한 임시 상황을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고, 혹시라도 하반기까지 연장된다면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도 제대로 수행되기 힘들 것이다.

미국도 부정적인 영향을 충분히 이해하고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경주 중이다. 에이브람스 사령관이 “방위금 분담금 협정의 부재로 인한 잠정적 무급휴직을 지연시키기 위하여 본인의 권한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선택사항을 모색하였으며, 무급휴직이 시작되기 전은 물론 무급휴직 기간 동안에도 대안을 계속 알아볼 것”이라는 발언을 통해서도 현지 사령관으로서 대비태세 약화를 우려하는 고민을 읽을 수 있다.46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문제가 불거지자 한국 정부가 일본처럼 한국인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 파견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47 한국인 근로자의 안정적 고용을 위해서는 바람직하지만,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일본 정부는 고용주로서 고용계약, 급여지급, 근로조건, 인사조치 심사 등을 담당하고, 주일미군은 사용주로서 필요 인력 발의, 지휘 및 안전감독 등의 역할을 수행” 한다.48 일본은 노무관리를 원활하게 하려고 2002년 독립행정법인인 주둔군근로자노무관리기구(LMO)를 설립하였고, 약 2만 3천 명의 주일미군 일본인 근로자를 관리하기 위해 287명 규모의 조직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에 적용한다면 1만 2천 명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관리를 위해 100여 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49 2012년 일본이 본부와 7개 지부, 관리 인원 303명을 유하기 위해 사용한 예산이 32억엔 이므로 절반 수준인 한국에 개략적으로 대입한다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를 제외하고 약 15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50 더욱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는 기지 재편, 주한미군 수와 역할 변화 등으로 수요 변동이 잦을 것으로 예상됨으로 이들의 신분을 어떤 수준으로 보장하고, 해고 시 직업훈련 또는 특별지급금 등의 후속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따라서 시행한다면 전체 예산과 관리수준, 신분 보장 정도 등 다방 면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전망과 대응

 
4월 초 현재,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이 합의 도출에 실패함에 따라 4월 1일부로 한국인 근로자 중 60% 이상이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이외에도 SMA에 포함된 군사건설과 군수지원 분야도 영향을 받고 있다. 군사건설비는 군인 막사, 환경시설, 하수처리시설 등 주한미군의 비전투시설 건축을 위한 현물 지원과 활주로, 탄약고, 부두, 항공기 격납고 등 한국과 미국이 공동 이용 가능한 순수 전투용 및 전투근무 시설을 포함한다. 군사건설비의 경우 설계·감리 비용 목적으로 12%(12% 이하도 가능-10차 SMA)까지 지급되는 현금을 주한미군이 사용하지 않으면 이월금으로 은행에 예치되고 미집행분은 차 년도 현금지원 분에서 상응하는 만큼 삭감토록 10차 협정에 합의하였음으로 이월금 여부를 확인하고 일부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물로 지원되는 분야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군수지원은 탄약저장, 항공기 정비, 철도‧차량 수송지원 등 용역 및 물자지원이 대상으로 전액 현물로 지원된다. 10차 협정에서 군수지원 미집행분 자동 이월을 제한하는 조항이 신설되었음으로 군수지원 미집행 지원분이 발생하면 자동 이월하지 않고 이월 허용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여 국가재정법과의 합치를 도모, 동 규정을 통해 미집행분을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다. 한미가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의 미집행분을 우선 활용하여 현 상황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협정 미타결이 길어지면 한미동맹 대비태세의 약화는 불가피하다.

11차 SMA도 이전과 유사하게 최종적으로 어느 수준에서 한미 양국이 총액에 합의하는지가 관건이다. 7차 협상까지 한미 양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으나, 여러 보도를 통해 미국은 약 40억 달러를 요구하는 반면 한국은 10% 내외의 인상률과 동맹 기여 차원에서 미국산 무기구매, 호르무즈 해협 파병, 주한미군 기지 환경 정화 비용 부담 등을 제시한 것으로 판단된다. 더불어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미국은 방위비 분담을 ‘경제민족주의’로 확장하여 동맹국의 대미무역과도 연계하므로 관련한 한국 정부의 방침도 전달됐을 수 있다. 트럼프는 나토 국가들을 대상으로 방위비 분담 증액을 몰아붙이면서 대미무역 흑자 개선도 요구한 바 있다. 한국도 이미 미국 내 투자 확대와 공장 건설 등을 시행하므로 한국의 대미 투자 총액과 이로 인해 창출되는 미국 내 일자리 숫자 등을 제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11차 SMA 협상 과정을 추적하면서 제시했듯이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 기여’ 보다는 여전히 총액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동맹국의 책임과 비용 분담 대폭 증대 요구는 2016년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유세에서 업적으로 선전하기 위해 50% 혹은 2배, 3배 등의 상징적 숫자로 표현될 수 있는 인상률을 요구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직접 챙기고 있음은 여러 차례 확인되었다. 지난 10차 SMA가 마지막 12월 협상에서 미측 입장이 급격히 바뀌어 단 년으로 체결된 것도 트럼프 대통령 개입의 결과라는 것이 정설이다. 11차 SMA도 비슷한 역동으로 진행되어 미측 협상단의 권한이 매우 제한된 상태에서 이들이 우선 목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 수준을 맞추는 것으로 판단된다. 6차 협상 후 에스퍼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의 공동 기고문, 2020년 2월 정경두 장관과 에스퍼 장관의 워싱턴 회의 후 공동기자회견51 등을 통해 나타난 미측 태도는 한국으로부터 최대한 인상된 총액을 끌어내어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3월 31일 애스퍼와 폼페이오 장관의 트럼프 대통령 설득 시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협상단의 안을 거부한 것이 맞는다면, 협상은 일면 원점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관점에 따라 다년 협상과 SMA 투명성 확보 등을 이미 한미가 합의하였고, 총액만 남은 상태이며 한미 모두 협상 타결의 의지가 있음을 들어 협상은 끝자락에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총액(인상률)이 핵심임을 감안할 때 다시금 시작한다고도 볼 수 있다.

보도대로라면 총액과 관련하여 한국의 10%+α(알파) 인상과 미국의 40억 달러 요구의 격차가 너무 크다. 대안 중 하나로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주장을 검토해 볼 만하다. 송 전 장관은 현재와 같은 총액제 협상보다는 비율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한국 내 발생 비용을 종국적으로 한국이 100% 부담한다는 원칙에 합의하는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52 앞서 분석했듯이 2019년 한국 분담금이 약 9억 4천만 달러로 미국이 공개한 총비용 24억 2천만 달러(NPC)의 39% 수준이다. 이를 100%로 올리려면 14억 8천만 달러 정도를 한국이 더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공개한 총비용의 경우 전술한 바처럼 구체적인 사용 내역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증액을 위해서는 미군 총비용, 특히 비중이 큰 운영·유지 비용의 산정 기준과 내역 등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공동 검토가 필요하다.

이 접근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분담률 100% 달성을 위한 기준이 되는 공식 문서의 수치가 24억 2천만 달러이므로 미국이 40억 달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식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한국으로서는 미국이 발표한 수치를 기준으로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므로 정당성 확보에 유리하다. 미국이 지금과 같이 새로운 기준을 밝히지 않는다면 미국이 주장하는 40억 달러가 아닌 절반가량으로 축소된 24억 2천만 달러를 기준으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더불어 동 금액은 주한미군 운영·유지 비용의 한미 공동 확인 과정에서 더 삭감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접근은 향후 협상의 투명성과 예측성을 높일 수 있다. 지금까지 한미가 공통된 기준 없이 각각의 근거를 갖고 비용을 산출한 것과는 달리 NPC에 대해 한미가 같이 합의하여 비용을 산출한다면 투명한 근거를 갖고 예측 가능한 협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동 안의 문제점은 전례 없이 높은 인상률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2차 협정 때 18.2%, 3차 협정 때 10%, 5차 협정 때 25.7%를 제외하고 나머지 협정은 모두 한 자리 숫자 증가에 머물렀다.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NPC 100%를 충족하면 향후 협상에서 갈등의 여지를 줄이고 안정적인 주둔여건을 마련한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두배 이상의 인상은 국내 여론 상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른 안으로는 10차 협정을 1년 연장하는 것이다. 10차 협정에 따르면 한미가 총액 인상분을 합의하면 협정을 1년 연장할 수 있다. 현 일정으로는 한미가 당장 극적으로 합의하더라도 한국의 4월 15일 총선 이후 처리가 불가피하다. 이미 1사분기가 지난 시점이므로 1년 연장에 합의한 후 시간을 갖고 논의를 지속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1년 연장안이 11월 미 대선 이후에 합의가 도출되는 형태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원치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감정적인 거부 반응을 보인다.

중간의 타협안으로 50% 인상을 검토해 볼 수 있다. 1조 389억 원에서 50% 인상한 1조 5천억 원 수준이다. 이 안의 장점은 트럼프 행정부의 수용 가능성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에 활용하기 위해 50%, 혹은 2∼3배와 같은 상징적 인상률을 원하므로 최소 수준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지난 3년간 협상 행태를 보면 최초 요구와 최종 합의 간에 격차가 큼을 알 수 있다. 한미 FTA, 아프간 탈레반과의 협상 등 적지 않은 사례가 있다. 협상 차원에서 볼 때도 미국이 수용한다면 최초 요구로 알려진 50억 달러에서 대폭 삭감된 것이다. 한국은 10%+α(알파)인 약 1조 2천억 원에서 3천억 원 정도를 증액하는 반면 미국은 6조 원에서 4조 5천억 원을 삭감한 것이 된다. 단점은 여전히 높은 인상률이다. 이전 협정의 최대 인상률인 5차 협정 때 25.7%의 2배에 해당하므로 역대 최고치이다. 관련하여 5년 다년 협상으로 인상률을 관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첫해 분담금을 50% 상향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8%로 인상하여 5년 후에 50%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위의 세 가지 안은 모두 장단점이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최선은 10%+α(알파) 인상이나, 트럼프 행정부의 정체성으로 볼 때 미국의 수용 가능성이 매우 낮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장단점을 비교하여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 협상 미 타결 상황이 길어질수록 한미동맹의 대비태세가 흔들릴 수 있으므로 신속한 합의 도출이 중요하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상황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방위비 분담 협상은 양날의 칼과 같다. 미국의 요구를 많이 반영하면 국내 반발이 커지고, 반대로 국내 여론을 따라가면 미국과의 타협이 어려워진다. 정부로서는 상반된 의견을 가진 두 행위자를 동시에 설득해야 하는 고난도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이미 7차례의 협상으로 한미는 충분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진 상태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심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 11월 대선과 코로나 19등으로 분주하지만, 방위비 분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므로 우선 관심 사안으로 기능할 것이다.

한국 정부가 기존에 활용했던 대미 대응 논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효과가 크지 않음을 이미 경험하였다. 예를 들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분담금 비율이나 국방비 비율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일본, 독일보다 높음을 강조하는 논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방비와 비교하면서 반박한 바 있다.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주둔 동맹국의 GDP 대비 방위비가 미국보다 월등히 적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때 평택 캠프 험프리스 구축에 한국이 비용 대부분을 내었고,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거점기지임을 한국이 강조하니까 ‘미국도 [비용을] 부담했다’라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한국의 대미무기 구매, 대미 투자 등으로 창출되는 미국의 경제적 이득에 대해서도 앞서 분석했듯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을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흔들 수 있는 주한미군과 연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주둔국에서 충분한 비용을 낼 경우에만 방위공약을 준수할 수 있다는 인식도 지속적으로 표출한다. 예를 들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3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철수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어쩌면 언젠가는 누가 알겠는가.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은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53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한 수준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체결되지 못한다면 주한미군의 전면적 철수는 아니더라도 일부 조정과 역할 변경 등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 격한 반응을 보이며 한국이 비용을 대거나 아니면 훈련을 취소할 수도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연동되는 것이다. 북한이 작년 12월 “미국의 제재봉쇄 책동” 정면돌파 노선을 천명한 이래 미북 비핵화 대화는 중지된 상태이다. 북한은 올 11월 미국 대선 이후 대화를 재개하려는 의도였으나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조기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는 미북 대화가 재개되고 북한이 핵탄두 1∼2개 정도를 ‘보여주기’식으로 폐기한다면 대선전에 충분히 활용 가능함으로 상응 조치도 제공할 수 있다. 상응 조치로서 북한이 원하는 경제제재 해제는 미 의회의 소관이므로 쉽지 않으나, 대통령이 결정할 수 있는 주한미군과 같은 동맹 관련 의제를 통해 북한이 원하는 체제 안전 보장 조치를 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가능성도 고려하고 대비해야 한다.

국내 설득을 위해서는 방위비 분담 협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여러 번 지적했듯이 11차 SMA 협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미국이 요구하는 급격한 인상을 위한 최소한의 근거도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인상 기준, 내역, 액수 등을 공개하여 대국민 설득에 나서야 할 것이다. 더불어 총액제에 의한 협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일본이 채택하고 있는 “사업내역·항목별 소요비용”(PBC) 분담 방식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이 투명성이 큰 일본 방식을 그간 도입하지 않은 이유는 일본과는 달리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도에 따른 소요가 컸기 때문이다. 수시로 전개되었던 미국의 전략자산과 유사시 60만 명이 넘는 미 증원군이 한국에 투사될 때 발생하는 비용을 미국이 소요로 제기할 경우 한국의 부담이 커진다. 그러나 이미 10차 SMA 이래 미국이 ‘대비태세’ 항목으로 주둔비용을 넘어선 요구를 하고 있고, 주한미군 기지가 평택으로 통합되므로 한국에 부담이 되는 신규 소요가 줄어든 상황 등을 참작할 때 PBC 방식의 도입도 검토해 볼 만하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일본에도 한국과 유사하게 거액의 인상을 요구한 상황에서 기존 미일 협상 방식이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이 일본에 요구하는 액수도 기존 PBC로는 산정이 불가하므로 새로운 방식이 적용될 여지가 크다.

결론적으로 11차 SMA 협상은 1991년 1차 협상 이후 가장 어려운 과정을 겪고 있다. 특히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검토를 마치고 처음으로 적용하는 사례이므로 더욱 힘든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의 협상을 성공시켜 내년 3월 종결되는 미일 SMA에 활용하고, 연이어 다른 국가에도 적용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미타결 상황이 길어질수록 한미동맹 대비태세 약화는 불가피하다. 북한이 다시금 미사일 도발을 지속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한국의 선택지도 점차 좁아 들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거액의 증액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도 없다. 동시에 알려진 것이 맞는다면 한국이 제시하는 10% 내외의 인상안은 비현실적이다. 이번 기회에 한미 양국은 기존의 협상 방식을 전환하여 방위비 분담 내역, 산정 기준 등의 기본적 요소를 담아 투명성 있는 근거를 마련하여 합리적인 방식으로 분담률을 책정해야 한다. 다만 미타결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국 정상 간의 직접 소통도 필요하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About Experts

박원곤
박원곤

객원연구위원

박원곤 객원연구위원은 현재 한동대학교 국제어문학부 국제지역학 교수이자 GRACE School 부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이전에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하였다. 1995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연구위원, 대외협력실장으로 근무하였다.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연구로는 "Changes in US-China Relations and Korea’s Strategy: Security Perspective," (2019);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과 인도·태평양전략,"(2019); "카터의 인권외교와 한미관계 - 충돌, 변형, 조정"(2019); "안보환경 변화에 따른 한미동맹 조정 로드맵"(2018); 공저, "트럼프 행정부 안보·국방전략 분석/전망과 한미동맹 발전 방향,"(2017); 공저, "미 신행정부 국방전략 전망과 한미동맹에 대한 함의: '제3차 상쇄전략'의 수용 및 변용 가능성을 중심으로"(2017)등이 있다.